기획 | 적응을 넘어 성장으로 - 공립 대안학교와 전환기 교육의 과제
‘공립’과 ‘대안’:
서로 어울리지 않던
‘교육 암호’ 해독하기
- 공립 대안학교 설립 철학과 질적 성장을 위하여
여태전 ytj747@hanmail.net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수
한국 최초 ‘공립 대안학교’는 2002년 개교한 경기대명고등학교이다. 이후 잠잠하다가 2010년 태봉고등학교와 전북동화중학교가 문을 열면서 ‘공립 대안학교’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2009년 11월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2012년 이후부터는 ‘각종학교’ 형태의 공립 대안학교가 대폭 증가했다. 처음에 사립으로 출발했던 대안학교가 갈수록 공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대안학교를 ‘문제아나 부적응 학생 격리소’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 전환’과 ‘행·재정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공립 대안학교가 어떤 가치와 철학으로 설립되었는지 재확인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현재 공립 대안학교의 현황을 살펴보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 볼 것이다. 나아가 공립 대안학교의 설립 철학을 지키고 질적 성장을 위해 몇 가지 실천 방안과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공립 대안학교의 출범, 조용한 혁명의 시작
“대안학교는 ‘사립’에서나 가능하지 ‘공립’에서는 어렵고 힘든 게 아니냐?” 2007년 경남교육청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기초 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나온 말이다. 사립 학교 교사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지만, 공립 학교 교사들은 힘들면 언제든 다른 학교로 떠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준비된 교사’가 없어서 공립에서는 대안학교 설립이 어렵다는 논리였다.
‘준비된 교사’가 없다는 이야기는 초창기 사립 대안학교 설립자들 입에서도 자주 나왔던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준비된 교사는 공립학교에 더 많지 않던가. 그러니 이 문제는 공립이냐, 사립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느냐 하는 가치와 철학의 문제이다. 일찍부터 공교육 체제에 습(習)이 들었던 사람들은 변화무쌍한 대안학교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안학교에서 펼치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혼돈과 무질서’로 보고, 교육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을 앞세워 ‘훈수’를 두기에 바빴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문제아나 꼴통’이라고 낙인찍으며 그 아이들을 위해 국민 혈세를 쓸 수 없다는 고약한 속셈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스로 진보적인 교육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도 공립 대안학교는 안 된다며 손사래 쳤다.
요컨대,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 획일화된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교육 시스템은 새로운 교육을 주창하는 공립 대안학교 설립에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니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던 사람들에게 공교육 체제는 철옹성 같은 ‘절망의 벽’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은 도종환의 시 <담쟁이>처럼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그 ‘벽’을 넘어서자고 외치며 그 체제에 도전하였다. 그 일은 오래된 공교육 시스템이라는 큰 장벽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는 일이었다. 그 작은 구멍으로 새바람이 들고 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그 철옹성도 이내 무너질 것이라 희망했다. 그들은 이 일을 ‘조용한 혁명의 시작’이라고 외쳤다.
절망과 시행착오를 넘어
대안교육의 가치와 철학 세우기
1998년 3월에 ‘사립’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6곳이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4년 뒤 2002년에 ‘공립’ 대안학교인 경기대명고가 개교했다. 그로부터 8년 뒤 2010년에 공립 태봉고와 전북동화중이 문을 열었다. 사립 대안학교가 급속도로 증가한 시기에 공립 대안학교는 왜 8년 동안 열리지 않았을까?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2007년 초 경남교육청은 공립 대안학교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특히 경기대명고를 둘러보고 와서는 공립 대안학교는 안 된다고 판단해 그 논의를 멈추어 버렸다. 그런데 곧 이변이 일어났다. 그해 2007년 12월 17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실시되었던 경남 교육감 선거에서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권정호)가 현직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래서 공립 대안학교 설립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간디고 교감으로서 2008년 6월 경남교육청이 주최한 ‘성공적인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공립학교에는 훌륭한 교사도 많고,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출 수 있는 재정도 넉넉하다. 그런데 왜 공립 대안학교 설립이 안 된다고 말하느냐? 경기대명고는 대안학교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굳건하게 다지지 않고 학교를 열다 보니 몇 가지 시행착오를 낳은 것이다. 우리는 그 시행착오를 수정하고 새롭게 세우면 된다.
공립 대안학교 설립은 교육의 공공성, 개별성, 공동체성이라는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논의해야 한다. 공공성은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의 기회 균등을 넘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성은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속도와 재능을 존중하며, 획일적인 교육 대신 맞춤형 배움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공동체성은 다름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민주적 관계망을 지향하는 것이다.
대안학교는 결코 문제아 수용소가 아니다. 대안학교에 모인 사람들은 ‘문제아는 없다’는 가치와 철학을 기본으로 삼는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 어른들이 더 문제이고,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더 문제라고 본다. 대안학교는 아이들 개개인을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하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선언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립 대안학교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오고 싶은 ‘살아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애써 새로운 학교를 열었는데도 아이들이나 교사들이 다니고 싶지 않은 학교,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그 학교 다니는 것을 숨기고 싶은 학교를 연다면, 그 학교는 그야말로 ‘죽은 학교’이다. 그런 학교는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학교도 아니요, 더더욱 대안학교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것은 공교육의 ‘대안’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일에 불과하다. 이 점을 분명히 짚으면서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그 결과 태봉고는 힘들어도 기숙사를 갖춘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출범했다. 또 공립학교 교사 중 희망자를 우선 선발해 8년 동안 근무할 수 있게 했지만, 승진 가산점은 주지 않았다. 나아가 학교장은 짧은 임기로 발령 내지 않고 ‘개방형 공모 교장제’를 도입해 임기 4년 동안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공청회 자리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던 내가 이후 ‘공립 대안학교 설립 추진 TF팀’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어 사립학교 교원으로서 태봉고 초대 교장이 되었다. 그 뒤 태봉고는 2대 교장으로도 사립 대안교육 특성화고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교장(박영훈)을 모실 수 있었다.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가 비교적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시행착오를 수정해 출범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 대안학교 근무 경험이 있는 학교장을 연달아 두 번 초빙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사립 대안학교의 설립 철학과 운영 경험을 공립 대안학교에 그대로 전파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태봉고는 처음 8년 동안 학교장이 흔들림 없이 대안교육의 가치와 철학을 굳건히 세우고 지켜 나갈 수 있었다.
공립 대안학교 양적 증가 현황
2010년 출범한 태봉고는 ‘공립 대안학교 시대’를 여는 서막이었다. 초창기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와 제76조에 근거하여 설립되었다. 그런데 이 법에서는 공식적으로 ‘대안학교’라는 용어를 쓸 수 없었고, 비공식적으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라는 말로 통용되었다. 이후 2005년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3이 신설되면서 각종학교로서 ‘대안학교’가 법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2007년 제정된 「대안학교 설립·운영 규정」(대통령령)이 2009년 개정되면서 국가·지자체(교육청)를 설립 주체로 인정하고 설립 기준과 시설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이 법적 근거로 전국 시·도교육청이 주체가 되어 공립 대안학교 설립에 나설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양적 증가를 앞당겼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1일 현재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특성화 중·고등학교 현황>은 [표-1]과 같다. 대안학교(각종학교)가 52교,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 22교,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가 26교다. 이렇듯 인가받은 대안학교 총 100교 중 공립 대안학교는 37교다. 2010년 3교였던 공립 대안학교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표-1]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 현황(2025년 4월 1일 현재)

경기도는 경기대명고(2002) 이후 20년 넘게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를 열지 않았는데, 최근 내손중(2025), 옥길새길중(2025), 내손고(2025)가 문을 열었다. 각종학교 대안학교도 경기새울학교(2014) 이후 잠잠하다가 군서미래국제학교(2021)에 이어 신나는학교(2022)가 문을 열었다. 7교 중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4교이고, 각종학교 대안학교가 3교다. 특히 신나는학교는 중·고 통합형 미래학교를 지향하며 개교해 교육과정을 혁신적으로 편성·운영함으로써 전국 대안학교뿐만 아니라 혁신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경남은 태봉고(2010) 이후 경남꿈키움중(2014), 경남고성음악고(2017), 밀양영화고(2017), 거창연극고(2020), 김해금곡고(2020), 남해보물섬고(2021)까지 총 7교다. 여기서 태봉고만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이고 나머지 6교는 모두 각종학교 대안학교이다. 전북은 전북동화중(2010) 개교 이후 꾸준히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좌절하다가, 고산고(2018)가 일반고를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고를 대안학교로 전환한 첫 사례이다.
전남은 한울고(2012), 청람중(2013), 나산실용예술중(2018)이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문을 열었다. 이후 이음학교(2020), 솔가람고(2021)가 각종학교 대안학교로 개교했다. 강원도는 현천고(2014), 가정중(2017), 노천초등(2019)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 앞의 두 학교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이고, 노천초등학교는 각종학교 대안학교로 문을 연 한국 최초의 공립 초등 대안학교이다. 충북은 은여울중(2017), 은여울고(2021), 단재고(2025)가 문을 열었다. 충남은 여해학교(2013), 충남다사랑학교(2019)가 문을 열었다. 모두 각종학교 대안학교이다.
전국 시·도교육청별 공립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현황

이 밖에도 인천은 결마루미래학교(2012), 세계로국제중고(2012), 울산은 울산고운중(2021)이 있다. 또 서울다솜관광고(2012), 부산 송정중(2019), 대구 해올고(2018), 광주 평동중(2014), 세종 늘벗학교(2024)가 있다. 대전, 경북, 제주는 아직 공립 대안학교를 열지 못했다. 이 세 지역도 몇 년 전부터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여러 가지 난항을 겪고 있다.
위와 같이 학력 인정 전일제 대안학교 형태가 아닌, 1년 과정의 전환학교나 위탁학교 형태인 ‘공립형 위탁 대안교육 기관’도 전국적으로 30여 교로 추정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별로 위탁 대안교육 기관 지정 기준과 범위가 같지 않고, 매년 정기적으로 그 현황을 공지하지 않는 곳도 있다. 게다가 교육부가 전국 시·도별 대안교육 위탁교육 기관에 대한 기본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
공립 대안학교 운영의 현실
공립 대안학교의 양적 증가와 확장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여 ‘대안교육의 질적 성장’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지역에서는 공립 대안학교가 ‘치료·회복 중심 학교’로서 의미를 쌓아 가는 반면, 또 어떤 지역은 ‘위탁 대안교육 기관’ 정도로 유지되기도 한다. 같은 ‘공립 대안학교’라는 이름 아래, 설립 목적과 대상, 교육과정, 학교 문화가 크게 다른 학교들이 뒤섞여 있어 그 현실을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큰 틀에서 보면, 그동안 공립 대안학교 설립 운동이 공교육의 혁신학교 운동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초창기의 열정과 의지가 식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 현실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보자.
첫째, ‘준비된 교사’ 초빙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처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다. 그래도 출범 초기에는 ‘우선 선발’ 방식으로 모집하면 제법 많은 교사가 응모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공립 대안학교에 근무하겠다고 나서는 교사가 거의 없다. 그러니 교육청에서는 교사의 희망 여부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배정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경험과 역량을 갖춘 기존 교사의 비중이 높으면 발령받아 온 교사도 잘 구축된 대안학교 문화에 서서히 녹아들어 훌륭한 대안학교 교사로서 거듭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립 대안학교 교사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교육청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평가의 문제가 한계로 드러났다. 공립 대안학교의 예산 규모와 지출 구조, 인력 배치 기준도 일반 공립학교와 거의 동일하다. 대안학교에서 더 요구되는 다양한 상담 활동, 인턴십 교육, 이동 학습, 장기 프로젝트·체험 활동 등에 필요한 추가 인건비와 운영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여기에 교육청의 평가 지표도 일반학교에 준해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학생 개개인의 변화와 성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교원 인력 감축 정책이 공립 대안학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정원 감축을 단행하면서 현장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 고교학점제도 일반 학교처럼 그대로 적용되어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낳고 있다.
공립 대안학교의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과 제언
공립 대안학교 설립은 애초부터 완성된 모델이 아니었다. 그러니 진행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드러나는 시행착오를 수정하고 공립 대안학교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구성원 모두가 설립 초기의 가치와 철학을 다시 챙겨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공립 대안학교는 교육의 공공성, 개별성, 공동체성이라는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문제아는 없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청의 지원 행정과 학교 현장의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학교에서도 이 가치와 철학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립 대안학교가 선도적으로 공교육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청 관료들의 대안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전히 대안학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관료들이 많다. 공립 대안학교를 ‘위기 학생 처리 기관’이나 ‘시범 학교’의 수준으로 보지 말고, 공교육 체제 전체를 재구성하고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실험 학교’ 또는 ‘연구 학교’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본래 가치와 철학인 공공성, 개별성, 공동체성에 기초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그에 맞춘 평가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대안학교 교사 양성과 연수 체제를 갖춰야 한다. 앞으로 대안학교의 질적 성장은 ‘준비된 교사’를 얼마나 많이 길러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대안교육 현장에서 헌신할 교사를 양성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연수, 대안학교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 등을 총괄할 ‘대안교육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교육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하여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할 것을 제언한다.
넷째, 교육부나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에서 한국 대안교육운동 30년사를 정리하는 <대안교육백서>를 편찬하고, 2009년에 실시했던 <대안학교 발전을 위한 종합적 지원 방안 연구> 이후 실천 결과를 점검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기 바란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대안교육 현장을 총체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령, 대안교육 관련법 일원화 작업이 중요하다.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법, 각종학교 대안학교법, 대안교육기관등록법 등으로 분산된 대안학교 관련법을 하나로 묶어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도 대안학교 지원 조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안교육과 대안학교에 관한 일반의 이해나 정책 집행 과정에서 혼선을 줄이고, 더 효율적이고 질 높은 지원 행정을 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공동체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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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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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ytj7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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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공립 대안학교’는 2002년 개교한 경기대명고등학교이다. 이후 잠잠하다가 2010년 태봉고등학교와 전북동화중학교가 문을 열면서 ‘공립 대안학교’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2009년 11월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2012년 이후부터는 ‘각종학교’ 형태의 공립 대안학교가 대폭 증가했다. 처음에 사립으로 출발했던 대안학교가 갈수록 공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대안학교를 ‘문제아나 부적응 학생 격리소’쯤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 전환’과 ‘행·재정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공립 대안학교가 어떤 가치와 철학으로 설립되었는지 재확인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현재 공립 대안학교의 현황을 살펴보고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 볼 것이다. 나아가 공립 대안학교의 설립 철학을 지키고 질적 성장을 위해 몇 가지 실천 방안과 정책 제언을 하고자 한다.
공립 대안학교의 출범, 조용한 혁명의 시작
“대안학교는 ‘사립’에서나 가능하지 ‘공립’에서는 어렵고 힘든 게 아니냐?” 2007년 경남교육청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기초 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나온 말이다. 사립 학교 교사들은 한 자리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학생들을 끝까지 책임지려고 하지만, 공립 학교 교사들은 힘들면 언제든 다른 학교로 떠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준비된 교사’가 없어서 공립에서는 대안학교 설립이 어렵다는 논리였다.
‘준비된 교사’가 없다는 이야기는 초창기 사립 대안학교 설립자들 입에서도 자주 나왔던 말이다. 굳이 따지자면 준비된 교사는 공립학교에 더 많지 않던가. 그러니 이 문제는 공립이냐, 사립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교육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느냐 하는 가치와 철학의 문제이다. 일찍부터 공교육 체제에 습(習)이 들었던 사람들은 변화무쌍한 대안학교 문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대안학교에서 펼치는 다양한 교육 활동을 ‘혼돈과 무질서’로 보고, 교육에 대한 자신의 고정관념을 앞세워 ‘훈수’를 두기에 바빴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문제아나 꼴통’이라고 낙인찍으며 그 아이들을 위해 국민 혈세를 쓸 수 없다는 고약한 속셈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스로 진보적인 교육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도 공립 대안학교는 안 된다며 손사래 쳤다.
요컨대, 대안학교에 대한 오해와 편견, 획일화된 관료주의와 권위주의 교육 시스템은 새로운 교육을 주창하는 공립 대안학교 설립에 큰 장벽으로 작용했다. 그러니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하던 사람들에게 공교육 체제는 철옹성 같은 ‘절망의 벽’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은 도종환의 시 <담쟁이>처럼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그 ‘벽’을 넘어서자고 외치며 그 체제에 도전하였다. 그 일은 오래된 공교육 시스템이라는 큰 장벽에 작은 구멍 하나를 뚫는 일이었다. 그 작은 구멍으로 새바람이 들고 물이 흐르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그 철옹성도 이내 무너질 것이라 희망했다. 그들은 이 일을 ‘조용한 혁명의 시작’이라고 외쳤다.
절망과 시행착오를 넘어
대안교육의 가치와 철학 세우기
1998년 3월에 ‘사립’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6곳이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4년 뒤 2002년에 ‘공립’ 대안학교인 경기대명고가 개교했다. 그로부터 8년 뒤 2010년에 공립 태봉고와 전북동화중이 문을 열었다. 사립 대안학교가 급속도로 증가한 시기에 공립 대안학교는 왜 8년 동안 열리지 않았을까?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2007년 초 경남교육청은 공립 대안학교 설립 타당성을 검토하였다. 특히 경기대명고를 둘러보고 와서는 공립 대안학교는 안 된다고 판단해 그 논의를 멈추어 버렸다. 그런데 곧 이변이 일어났다. 그해 2007년 12월 17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실시되었던 경남 교육감 선거에서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권정호)가 현직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그래서 공립 대안학교 설립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 나는 간디고 교감으로서 2008년 6월 경남교육청이 주최한 ‘성공적인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공립학교에는 훌륭한 교사도 많고,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출 수 있는 재정도 넉넉하다. 그런데 왜 공립 대안학교 설립이 안 된다고 말하느냐? 경기대명고는 대안학교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굳건하게 다지지 않고 학교를 열다 보니 몇 가지 시행착오를 낳은 것이다. 우리는 그 시행착오를 수정하고 새롭게 세우면 된다.
공립 대안학교 설립은 교육의 공공성, 개별성, 공동체성이라는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논의해야 한다. 공공성은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의 기회 균등을 넘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성은 학생 개개인의 고유한 속도와 재능을 존중하며, 획일적인 교육 대신 맞춤형 배움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것이다. 공동체성은 다름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민주적 관계망을 지향하는 것이다.
대안학교는 결코 문제아 수용소가 아니다. 대안학교에 모인 사람들은 ‘문제아는 없다’는 가치와 철학을 기본으로 삼는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 어른들이 더 문제이고,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더 문제라고 본다. 대안학교는 아이들 개개인을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하며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선언으로 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립 대안학교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오고 싶은 ‘살아 있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애써 새로운 학교를 열었는데도 아이들이나 교사들이 다니고 싶지 않은 학교,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그 학교 다니는 것을 숨기고 싶은 학교를 연다면, 그 학교는 그야말로 ‘죽은 학교’이다. 그런 학교는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학교도 아니요, 더더욱 대안학교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것은 공교육의 ‘대안’이 아니라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일에 불과하다. 이 점을 분명히 짚으면서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그 결과 태봉고는 힘들어도 기숙사를 갖춘 ‘전국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로 출범했다. 또 공립학교 교사 중 희망자를 우선 선발해 8년 동안 근무할 수 있게 했지만, 승진 가산점은 주지 않았다. 나아가 학교장은 짧은 임기로 발령 내지 않고 ‘개방형 공모 교장제’를 도입해 임기 4년 동안 책임을 다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공청회 자리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던 내가 이후 ‘공립 대안학교 설립 추진 TF팀’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어 사립학교 교원으로서 태봉고 초대 교장이 되었다. 그 뒤 태봉고는 2대 교장으로도 사립 대안교육 특성화고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교장(박영훈)을 모실 수 있었다.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가 비교적 성공적인 운영 사례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시행착오를 수정해 출범했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 대안학교 근무 경험이 있는 학교장을 연달아 두 번 초빙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사립 대안학교의 설립 철학과 운영 경험을 공립 대안학교에 그대로 전파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태봉고는 처음 8년 동안 학교장이 흔들림 없이 대안교육의 가치와 철학을 굳건히 세우고 지켜 나갈 수 있었다.
공립 대안학교 양적 증가 현황
2010년 출범한 태봉고는 ‘공립 대안학교 시대’를 여는 서막이었다. 초창기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와 제76조에 근거하여 설립되었다. 그런데 이 법에서는 공식적으로 ‘대안학교’라는 용어를 쓸 수 없었고, 비공식적으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라는 말로 통용되었다. 이후 2005년 「초·중등교육법」 제60조의3이 신설되면서 각종학교로서 ‘대안학교’가 법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2007년 제정된 「대안학교 설립·운영 규정」(대통령령)이 2009년 개정되면서 국가·지자체(교육청)를 설립 주체로 인정하고 설립 기준과 시설 요건을 크게 완화했다. 이 법적 근거로 전국 시·도교육청이 주체가 되어 공립 대안학교 설립에 나설 수 있었다. 바로 이 점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양적 증가를 앞당겼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4월 1일 현재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특성화 중·고등학교 현황>은 [표-1]과 같다. 대안학교(각종학교)가 52교,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 22교,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가 26교다. 이렇듯 인가받은 대안학교 총 100교 중 공립 대안학교는 37교다. 2010년 3교였던 공립 대안학교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표-1]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특성화중·고등학 현황(2025년 4월 1일 현재)
경기도는 경기대명고(2002) 이후 20년 넘게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를 열지 않았는데, 최근 내손중(2025), 옥길새길중(2025), 내손고(2025)가 문을 열었다. 각종학교 대안학교도 경기새울학교(2014) 이후 잠잠하다가 군서미래국제학교(2021)에 이어 신나는학교(2022)가 문을 열었다. 7교 중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4교이고, 각종학교 대안학교가 3교다. 특히 신나는학교는 중·고 통합형 미래학교를 지향하며 개교해 교육과정을 혁신적으로 편성·운영함으로써 전국 대안학교뿐만 아니라 혁신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경남은 태봉고(2010) 이후 경남꿈키움중(2014), 경남고성음악고(2017), 밀양영화고(2017), 거창연극고(2020), 김해금곡고(2020), 남해보물섬고(2021)까지 총 7교다. 여기서 태봉고만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이고 나머지 6교는 모두 각종학교 대안학교이다. 전북은 전북동화중(2010) 개교 이후 꾸준히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좌절하다가, 고산고(2018)가 일반고를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고를 대안학교로 전환한 첫 사례이다.
전남은 한울고(2012), 청람중(2013), 나산실용예술중(2018)이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문을 열었다. 이후 이음학교(2020), 솔가람고(2021)가 각종학교 대안학교로 개교했다. 강원도는 현천고(2014), 가정중(2017), 노천초등(2019)이 문을 열었다. 여기서 앞의 두 학교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이고, 노천초등학교는 각종학교 대안학교로 문을 연 한국 최초의 공립 초등 대안학교이다. 충북은 은여울중(2017), 은여울고(2021), 단재고(2025)가 문을 열었다. 충남은 여해학교(2013), 충남다사랑학교(2019)가 문을 열었다. 모두 각종학교 대안학교이다.
전국 시·도교육청별 공립 대안학교 및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현황
이 밖에도 인천은 결마루미래학교(2012), 세계로국제중고(2012), 울산은 울산고운중(2021)이 있다. 또 서울다솜관광고(2012), 부산 송정중(2019), 대구 해올고(2018), 광주 평동중(2014), 세종 늘벗학교(2024)가 있다. 대전, 경북, 제주는 아직 공립 대안학교를 열지 못했다. 이 세 지역도 몇 년 전부터 공립 대안학교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여러 가지 난항을 겪고 있다.
위와 같이 학력 인정 전일제 대안학교 형태가 아닌, 1년 과정의 전환학교나 위탁학교 형태인 ‘공립형 위탁 대안교육 기관’도 전국적으로 30여 교로 추정하고 있다. 시·도교육청별로 위탁 대안교육 기관 지정 기준과 범위가 같지 않고, 매년 정기적으로 그 현황을 공지하지 않는 곳도 있다. 게다가 교육부가 전국 시·도별 대안교육 위탁교육 기관에 대한 기본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
공립 대안학교 운영의 현실
공립 대안학교의 양적 증가와 확장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여 ‘대안교육의 질적 성장’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지역에서는 공립 대안학교가 ‘치료·회복 중심 학교’로서 의미를 쌓아 가는 반면, 또 어떤 지역은 ‘위탁 대안교육 기관’ 정도로 유지되기도 한다. 같은 ‘공립 대안학교’라는 이름 아래, 설립 목적과 대상, 교육과정, 학교 문화가 크게 다른 학교들이 뒤섞여 있어 그 현실을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큰 틀에서 보면, 그동안 공립 대안학교 설립 운동이 공교육의 혁신학교 운동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초창기의 열정과 의지가 식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 현실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보자.
첫째, ‘준비된 교사’ 초빙이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처음부터 걱정했던 부분이다. 그래도 출범 초기에는 ‘우선 선발’ 방식으로 모집하면 제법 많은 교사가 응모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공립 대안학교에 근무하겠다고 나서는 교사가 거의 없다. 그러니 교육청에서는 교사의 희망 여부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배정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경험과 역량을 갖춘 기존 교사의 비중이 높으면 발령받아 온 교사도 잘 구축된 대안학교 문화에 서서히 녹아들어 훌륭한 대안학교 교사로서 거듭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립 대안학교 교사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질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둘째, 교육청의 행정·재정적 지원과 평가의 문제가 한계로 드러났다. 공립 대안학교의 예산 규모와 지출 구조, 인력 배치 기준도 일반 공립학교와 거의 동일하다. 대안학교에서 더 요구되는 다양한 상담 활동, 인턴십 교육, 이동 학습, 장기 프로젝트·체험 활동 등에 필요한 추가 인건비와 운영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여기에 교육청의 평가 지표도 일반학교에 준해 적용되기 때문에 실제 학생 개개인의 변화와 성장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교원 인력 감축 정책이 공립 대안학교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정원 감축을 단행하면서 현장에 큰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 고교학점제도 일반 학교처럼 그대로 적용되어 많은 한계와 어려움을 낳고 있다.
공립 대안학교의 질적 성장을 위한 방안과 제언
공립 대안학교 설립은 애초부터 완성된 모델이 아니었다. 그러니 진행 과정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하다. 드러나는 시행착오를 수정하고 공립 대안학교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구성원 모두가 설립 초기의 가치와 철학을 다시 챙겨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공립 대안학교는 교육의 공공성, 개별성, 공동체성이라는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시작했다. 문제아는 없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 가치와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청의 지원 행정과 학교 현장의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학교에서도 이 가치와 철학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립 대안학교가 선도적으로 공교육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청 관료들의 대안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여전히 대안학교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관료들이 많다. 공립 대안학교를 ‘위기 학생 처리 기관’이나 ‘시범 학교’의 수준으로 보지 말고, 공교육 체제 전체를 재구성하고 미래 교육을 선도하는 ‘실험 학교’ 또는 ‘연구 학교’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립 대안학교 설립의 본래 가치와 철학인 공공성, 개별성, 공동체성에 기초한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그에 맞춘 평가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대안학교 교사 양성과 연수 체제를 갖춰야 한다. 앞으로 대안학교의 질적 성장은 ‘준비된 교사’를 얼마나 많이 길러 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부 차원에서는 대안교육 현장에서 헌신할 교사를 양성하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연수, 대안학교 거버넌스 구축과 운영 등을 총괄할 ‘대안교육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교육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대안교육기관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하여 독립된 기관으로 운영할 것을 제언한다.
넷째, 교육부나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에서 한국 대안교육운동 30년사를 정리하는 <대안교육백서>를 편찬하고, 2009년에 실시했던 <대안학교 발전을 위한 종합적 지원 방안 연구> 이후 실천 결과를 점검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기 바란다. 그 연구를 바탕으로 대안교육 현장을 총체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령, 대안교육 관련법 일원화 작업이 중요하다.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법, 각종학교 대안학교법, 대안교육기관등록법 등으로 분산된 대안학교 관련법을 하나로 묶어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도 대안학교 지원 조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대안교육과 대안학교에 관한 일반의 이해나 정책 집행 과정에서 혼선을 줄이고, 더 효율적이고 질 높은 지원 행정을 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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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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