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특집 ④] 운동이 쇠퇴한 시대, 교육감 선거가 마주한 어려움 (김민하)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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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민주 진보 교육감은 지속가능한가


운동이 쇠퇴한 시대, 

교육감 선거가 마주한 어려움



김민하 acidkiss@gmail.com

시사평론가,

전 〈미디어스〉 편집장




교육감 직선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15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교육감은 1991년 이전에는 대통령이 임명했고, 이후 교육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등을 통한 간선제를 거쳤으나 선거인단 규모가 작아 민주적 대표성이 떨어지고 금품 및 향응 제공을 통한 선거인 포섭이 쉽다는 문제가 지적되었다. 실제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비리와 당선 무효 사건이 반복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 개정이 2006년 이뤄졌다. 2007년 부산을 시작으로 2010년부터는 전국 동시 지방 선거와 함께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되는 데에 이르렀다. 이는 교육자치의 대표성을 지역 주민 전체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는데, 오늘날 교육감 직선제라는 제도 자체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의 목표였던 교육자치의 민주화가 선거라는 수단을 통해 제대로 구현되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특히 2026년 지방 선거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 대해 평가하면 그렇다. 무엇보다도 먼저 따져 볼 만한 쟁점은 교육자치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선택지가 선거의 논리로서 유권자들에게 제공되었는가이다. 교육감 후보들이 자신들이 취할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였는지, 유권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투표하였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게 가능해야 유권자들이 선택한 정책이 실제 행정에 반영되었는지를 평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과 시민사회가 후보와 의제를 조직하는 과정이 민주적으로 작동했는지, 선거를 통해 형성된 주민의 위임이 교육행정과 학교 현장의 참여 확대로 이어졌는지 역시 살펴봐야 한다.



혁신이냐 수월성이냐


교육감 직선제 초기에는 이 기준을 어느 정도 충족하는 면이 분명히 있었다. 가령 2008년 서울 첫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는 현직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의 대결 구도로 치러졌는데, 이때 선거의 주요 쟁점은 영어교육 강화, 일제고사 확대, 특목고·자사고 확대에 대한 찬반 등이었다. 공정택 후보는 학력 신장과 영어교육, 일제고사 및 외고·자사고 등 선발형 학교의 확대를 내세웠고 주경복 후보는 일제고사·0교시·우열반과 선발형 학교 체제 반대를 내세웠다. ‘경쟁을 강화할 것이냐, 완화할 것이냐’의 구도가 선명하게 형성되었던 것이다.


2009년과 2010년의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하나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할 만하다. 2009년 당시 선거는 진보 단일 후보인 김상곤 후보와 현직 김진춘 후보를 중심으로 치러졌다. 가장 큰 쟁점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 개혁 전체의 방향에 대한 찬반이었는데, 김상곤 후보는 앞서 2008년에 출마한 주경복 서울시 교육감 후보와 마찬가지 입장에서 ‘MB식 경쟁 교육’에 대한 심판을 주장했다. 여기서 김상곤 후보는 반대 입장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혁신학교, 무상 급식 확대, 학생인권 보장 등으로 요약되는 대안적 정책 패키지를 제시했다. 김진춘 후보를 비롯한 보수 후보들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옹호했기에 이들의 정책적 대립은 선명한 선거 구도로 표현되었다.


김상곤 후보의 공약에 포함됐던 무상 급식과 혁신학교는 2009년 당시엔 선거 전체를 지배할 정도의 쟁점은 아니었는데, 이게 전국적 쟁점이 된 것은 김상곤 교육감 취임 이후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보수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점했던 경기도교육위원회와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경기도의회가 무상 급식과 혁신학교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 예산을 축소하고 학생인권조례 통과를 가로막으면서 전선이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2010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김상곤 교육감이 재출마한 가운데, 앞서의 정책적 맥락에서 무상 급식에 대한 찬반 구도로 치러졌다. 이는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의 정책 철학적 논쟁을 전 사회적으로 불러일으켰고 2010년 지방 선거는 보편적 복지라는 쟁점이 주도한 선거가 되었다.


이런 흐름은 2014년 지방 선거에서도 계속됐다. 특히 2014년 지방 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적 반성, 즉 안전과 교육행정의 책임에 대한 문제의식이 시대정신의 차원에서 반영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전국 17개 지역 중 13곳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당선되었고, 이른바 ‘혁신교육 대 수월성 교육’이라고 표현되는 정책 대립도 계속됐다.



직선제 그 자체의 숙명 


‘경쟁이냐 반경쟁이냐’,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혁신이냐 수월성이냐’의 대립 구도는 2018년 선거 이후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도전자로서가 아니라 책임자로서, 교육행정을 맡아 온 것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교육 현장의 변화도 반영됐다. 정책 대립 구도보다는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학습 결손과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가 된 것이다. 2022년의 교육감 선거는 이 지점을 핵심 쟁점으로 하는 대립이 이뤄졌는데,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경우 보수 후보인 조전혁, 박선영 후보는 전통적인 정책적 대립 구도에 여전히 기대면서도 코로나19 맞춤형 공약과 AI라는 기술적 발전을 활용한 정책을 내세웠다. 당시 현직인 조희연 후보 역시 기초학력 보장과 관련한 정책을 전면에 배치했다. 여기에 더해, 이 선거에서는 거의 모든 후보가 돌봄 확대와 관련한 공약을 내놨다. 어느 후보도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가 등장하면서, 이전의 정책적 대립 구도가 다소 완화된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후 사회적으로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진보 후보는 학생인권을, 보수 후보는 교권을 중시한다’는 인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2024년 서울시 교육감 보궐 선거에서 진보 단일 후보였던 정근식 후보는 학생의 책임과 공동체 규범을 포함한 학생인권 정책 보완을 주장했고, 보수 단일 후보를 자처한 조전혁 후보는 자신의 주장을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함께 규정하겠다는 ‘학생권리의무조례 도입 및 교권 강화’로 포장했다. 2026년 지방 선거에 이르러서는 애초의 대립적 정책 패키지의 경쟁 구도가 적어도 선거 어젠다 수준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 진보·보수 양쪽 모두 후보 난립 구도에서 선거가 치러진 데다, 선명한 정책 대립 구도 형성보다는 기초학력, 돌봄, 사교육비 경감, 교권 보호, 학생 마음 건강, AI 교육 등의 키워드가 쏟아지는 형태의 선거가 돼 버린 것이다. 정책적 대비가 이뤄지지 않으니 유권자 입장에서 남는 것은 누가 진보이고 누가 보수 후보인지를 가려내는 것 정도였는데, 이 선거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이 과정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적어도 교육감 직선제 도입 초기 구도에서 정책적 선택지는 진보와 보수라는 양측의 유권자를 최대 동원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되었다. 예를 들면 ‘혁신 대 수월성’이라는 구도 역시 그 결과였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들의 집권이 길어지고 팬데믹이라는 전인미답의 사태가 도래하면서, 보수 후보가 반대 전선을 조직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는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이 주요한 타깃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할 것이다.


진보 후보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직선제의 논리로 볼 때 ‘중도화’는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대표적 전략이다. 전 세계 주요 정당이 포괄 정당(catch-all party)화된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양측이 서로에 대한 반대로 뭉친 유권자층을 확고하게 보유하고 있고, 이들이 엇비슷한 규모를 점하고 있다면 선거의 승패는 중도층에서 판가름 나기 마련이다. 중도층은 스윙 보터의 성격을 갖고 있어 극단에 가까운 정치 슬로건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핵심 지지층이 용인하는 한도 내에서 중도화된 정책적 슬로건을 제시하는 것은 적어도 선거 공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합리적 판단이다. 앞서 본 대립 구도의 변화는 이러한 선거 공학과도 관계가 있다.


물론 이러한 중도화 전략이 언제나 왕도는 아니며 선거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폐기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또한 ‘중도화’를 감행하더라도 진영의 결집은 유지할 필요가 있기에 학생인권조례 유지 및 폐지, 성소수자 문제, 정치적 편향성 문제 등 ‘정체성’을 둘러싼 대립은 여전히 유지된다. 미국 등 서구 정치의 양당이 한때 정책적으로는 중도화하면서 서로 가까워지면서도 이른바 ‘문화전쟁’으로 대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강조하려는 것은 직선제 선거에 대응하는 각 인물 혹은 세력의 전략이 반드시 우리 교육의 현실에 지금 필요한 정책적 해법을 동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며, 이는 직선제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물론 앞서 ‘혁신 대 수월성’이라는 구도를 통해 봤듯, 직선제가 아니었다면 교육자치의 측면에서 이슈화되기 어려웠을 주변적 의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중심에 떠오른 사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단지 직선제라는 형식이 아닌, 시민 사회와 대중운동이라는 또 다른 맥락이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직선제는 애초에 상정했던 평가 기준, ‘교육자치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선택지’를 필연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당 세력 및 시민 사회와 직선제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교육감 직선제가 전국 동시 지방 선거로서 시행되는 조건 자체가 미치는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감 선거는 중앙 정치가 형성한 정치적 구도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교육자치는 늘 이러한 조건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과를 시험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앞서 본 것처럼 이른바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직선제 도입 초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 교육 개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은 그 실제가 어떻든,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한국 사회를 좌경화했다’는 인식하에 전 사회적 우경화를 기도하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중앙 정치에서 양대 세력의 대립은 이러한 우경화에 대한 찬반을 한 축으로 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교육감 선거 구도 역시 이 구도의 영향하에 짜였다. 그러다 보니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교육감 후보 추천을 금지하는 등 정당 개입을 금지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사실상 중앙 정치가 주도하는 ‘반MB 전선’을 둘러싼 진영 대립의 한 형태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진 것도 일부 사실이다.


실제 2014년 지방 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유권자의 지지 정당, 이념 성향,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가 교육감 후보 선택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❶ 2018년 선거를 포함한 분석에서도 시도지사 당선자의 소속 정당과 같은 정치 진영에 속한 교육감 후보의 당선 경쟁력이 높았다.❷ 정당 공천은 없지만 정당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외에도 여러 연구가 가리키는 바다. 각 정당이 만드는 정치 구도로부터 교육감 선거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한편, 교육감 후보자들의 입장에서도 정당 효과를 누리기 위해 정치적 행보를 택할 동인은 충분하다. 보수 진영의 경우 아예 보수 정당 출신의 정치인을 교육감 후보로 출마시키는 전략을 쓰기도 했는데, 고승덕, 박선영, 조전혁 등의 인사가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이 이를 통해 얻으려 한 것은 정당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보수 정치가 정당 효과 극대화를 노린 것은 진보 진영에 비해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조직력’이란 단지 유권자를 동원하는 능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진영 내에서 후보 전술을 포함한 전략을 조율하고 조정하며 강제할 능력을 말한다. 보수 진영에서 이 능력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은 이익을 공유하고 분배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자원을 갖춘 주류 보수 정당뿐인데,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의 공적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문제였다. 그래서 보수 언론은 잊을 만하면 왜 보수 진영은 후보 간 단일화를 할 수 없고, 하더라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인지 한탄하는 내용의 사설과 칼럼을 싣곤 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시민 사회라는 배경 덕분에 조직력에서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학교 급식 조례 제정을 위한 운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직영 급식, 우리 농산물 사용(WTO 내국민 우대 원칙 위배 판결 이후 우수 농산물로 변경), 무상 급식’의 원칙을 담은 급식 조례 제정 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이것이 친환경 무상 급식 운동으로 이어지는 동안 조직된 시민 사회가 있었기 때문에 2010년 지방 선거 구도가 무상 급식을 소재로 한 ‘선별적 복지 대 보편적 복지’의 구도로 치러질 수 있었다. 이러한 시민 사회와 대중운동의 역량이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강제하는 동력이 되었기에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릴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민주 정부와 보수 정부가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도중에 시민 사회의 독립적 역량은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보수 정부 시기 탄압에 반대하는 반보수 전선이 정당 정치를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시민 사회와 대중운동은 정당 정치에 ‘반보수’라는 코드로 종속 변수화되었다. 민주 정부 집권기에는 이 코드의 맥락에서 시민 사회 주요 인사들이 마치 썰물에 쓸려 가듯 정권에 참여하거나 여당의 품에 안기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면 시민 사회는 싸울 대상을 잃고 부실화되는데, 이는 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관리하고 결과에 승복을 강제하던 권위가 쇠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전까지 진보 진영에서는 되도록이면 정당 소속 정치인들의 직접 출마를 바람직하지 않게 여기던 분위기도 약해졌다. 적어도 교육감 선거에 있어서는 시민 사회가 주도권을 갖고 정당 세력이 이를 인정하던 구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앞서 서술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들만의 ‘시민 사회’를 스스로 구성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이의 자양분이 된 것은 보수 정부의 기획과 대통령 탄핵 등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유하는 극우 개신교계 등이다. 이들은 염원하던 ‘보수 단일 후보’를 추대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이에 불복하는 사례를 막을 정도에 이르는 조직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 ‘시민 사회’를 이루는 극단화된 세력에게 교육감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거나 퇴행적 메시지를 재생산하는 데 참여해 구설에 오르는, 교육자치의 적임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신문 지상을 장식하는 일도 있었다.



직선제 폐지는 대안인가


2026년의 교육감 선거는 이런 풍경 속에서 치러졌다. 직선제를 통해 쟁취하려고 한 것들이 과연 이런 것이었는가 회의가 드는 이 시점, 또다시 직선제 폐지론이 대두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제도를 이전으로 되돌리는 게 과연 대안인지에 대해선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짧은 글에서 제시되고 있는 제도적 대안의 효과를 모두 검증하고 논할 수는 없다. 다만 맥락이 무엇인지,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다뤄 볼 것은 정당의 후보 추천이나 러닝메이트 지정을 가능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정당 없는 정당 효과’를 정당이 실제 선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해 ‘정당 효과’로 바꾸고 극대화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정당 외의 이해관계 조정 수단이 없어 단일 후보를 만들어 내지 못했던 보수 진영에서 주로 주장하던 해법이다. 진보 진영은 시민 사회라는 중심이 있었기에 이러한 대안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최근 선거 흐름을 논한 것에서 보듯 시민 사회 및 대중운동의 조건이 악화되면서 진보 진영 역시 과거의 보수 진영과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정당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거기에 기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결국 정당 공천 혹은 러닝메이트제 도입과 같은 대안을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주장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감 직선제에서 정당 영향력 강화는 중앙 정치 종속성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 직선제 환경은 지금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 앞서 봤듯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 직선제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그렇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점에서 정당의 후보 추천 또는 러닝메이트 지정을 가능케 하자는 주장은 교육자치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예 직선제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게 간선제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면 직선제가 도입된 취지인 민주적 대표성 부족, 금품 및 향응 제공을 통한 선거인 포섭 가능성 등의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없이는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임명제를 주장하는데 이 역시 누가 어떤 원리에 의해 임명하느냐, 그 결정을 누가 어떤 수단을 통해 견제하느냐에 따라 심각한 퇴행이 되거나 교육자치의 의미 자체가 형해화될 수 있어 문제다. 


직선제도 답이 아니고 직선제가 아닌 것도 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때야말로 핵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애초에 직선제를 통해 구현하려고 한 목표는 교육자치의 실질화일 것이다. 이는 학교 현장과 우리 삶의 중단 없는 민주화와 참여의 촉진을 통해야 가능하다. 직선제는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일 뿐이며, 동시에 이 결과일 때에야 유효하다.

가령 오늘날 우리 교육 현장은 경쟁적 삶의 태도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재생산, 모든 것을 수단화하는 속물주의가 만연한 교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의 교육감 직선제에 반드시 따라오는 선거 공학과 정책적 대립 구도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찾지 못한다. 해결책에 합의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나? 결국 남는 해답은 우리의 일상에서 이 문제와 부딪치면서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뿐이다. 그렇게 하려면 더 많은 장소에서, 더 많은 형태의 민주주의가 구현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걸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불러왔다.  



➊   장승진(2014), 〈2014년 교육감 선거의 투표 선택과 (유사) 분할 투표〉, 《21세기정치학회보》, 24(3), 395~414쪽..

➋   함승환(2019), 〈정당 없는 정당 효과? : 교육감 선거 후보자의 당선 경쟁력 결정 요인 재검토〉, 《지방정부연구》, 23(1), 325~342쪽.



교육공동체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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