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기획/유보통합 더는 미룰 수 없다] 장애 영유아에게 유보통합이 꼭 필요한 이유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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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영유아에게 유보통합이 꼭 필요한 이유

- 특수교육 지원에서도, 통계에서도 누락되는 어린이집



이혜연

jhangyeoun@naver.com

전국장애영유아학부모회 고문



우리나라는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 제정으로 장애 영아는 무상 교육, 장애 유아는 의무 교육 대상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 지난 17년 동안 정부의 지원은 교육부 소관 기관인 유치원 특수학급에 재원한 장애 유아에 대한 것에만 그쳤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서 정하는 유치원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라는 조항을 넣어 사실상 의무 교육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 유아는 유치원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이들은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거나 장애 등록이 되어도, 교육부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땅히 누려야 할 특수교육 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 





「특수교육법」 제정 이후 2008년부터 2023년까지의 특수교육·보육 통계를 보면 매년 특수학급이 증설되고 있으나, 특수교육대상자와 장애 유아도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12,675명 상당의 장애 유아가 어린이집에 재원하며 의무 교육 대상자임에도 교육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교육 지원으로는 학급에 따라 학생의 개별적 교육 지원에 필요한 교사와 보조 인력 배치, 특수교육 교구, 학생의 보조공학기, 이동 지원 등이 제공되며, 현장체험학습비와 급·간식비, 교과용 도서 대금, 입학금, 치료비 지원도 있다. 그동안 어린이집 장애 유아에게는 이러한 지원이 없었고 이는 오롯이 부모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2020년 보건복지부 국정 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특수 교사 배치 상황은 장애 전문 어린이집 176곳 중 97곳(55%)에서, 장애 통합 어린이집 1,190곳 중 18%에서 배치 기준에 미달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특히 장애 통합 어린이집은 특수 교사가 1명도 없는 곳이 61%로 특수 교사 미배치 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특수 교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복지부 관할 어린이집에 근무하면 교육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것과 특수교육 연수 참여가 불가한 것, 평균 근무 시간이 일 9시간 이상으로 수업 연구를 하기 어려운 점, 자기 계발을 할 수 없는 열악한 근무 조건 등이 꼽힌다. 급여보다 근무 환경이 더 큰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개별화교육 지원을 위한 특수 교사 지원이 되지 않는 어린이집의 장애 유아 교육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특수교육 통계에서도 누락되는 어린이집 장애 유아


각 교육청은 특수교육대상자 통계를 근거로 매년 특수학급 수와 특수 교사 임용 인원을 산정하고 필요한 교육 예산을 추계하여 집행한다. 따라서 어린이집의 장애 유아가 특수교육대상자로 통계에 포함되면 교육청 입장에서는 교사 배치 인원을 2배 이상 늘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도 관할 부처가 다른 병원과 가정 내의 중증 장애 학생 지원을 위한 순회 교사 제도가 있지만, 어린이집의 장애 유아까지 지원하면 현재 유아 특수교육 예산의 3배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산 확보와 관리 감독의 문제 때문에 교육청은,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 유아들은 임상 전문가의 진단 결과서가 있고 장애 등록이 되어 있어도, 대상자 선정을 취소하여 통계에서 누락시키거나 취학 연령에 다시 신청하도록 안내하는 등 최대한 선정 절차를 지연시켜 왔다.

2024년 6월, 교육부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총괄하는 영유아교육정책국이 신설되었다. 조직은 1국 1지원관(국장급) 6과로 개편 증원되어 정책국 인력은 10월 현재 81명이며 29개로 분류된 사무를 수행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인원은 어린이집의 다양한 유형과 지원 내용에 대한 파악, 통합 모델 학교, 통합 법안 마련 등의 업무에 급급하다. 가장 중요한 취약 계층 영유아와 장애 유아에 대한 업무는 전담 인력도 배정되지 않고, 타과에서 추가 업무로 진행되는 등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실제적인 지원 업무를 해야 하는 교육청에서 교육부 영유아정책국과 같은 29개 사무를 지원해야 한다면 교육지원청 확대 및 교육청 내 혁신적인 행정 개편과 증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청의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은 초등교육과의 추가 업무 정도에 머물렀는데, 0~5세 중심의 교육 지원을 위해서는 최소 초등교육 지원에 준하는 행정 인원과 재정 확보가 매우 시급해 보인다. 

장애 유아의 교육 지원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운영 체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 특수교육 전달 체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특수교육지원센터는 2001년부터 전국 단위로 설치·운영되어 왔으나, 진단 및 배치,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 등을 실질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나 행·재정적인 예산 지원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구조가 갖추어지지 않아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센터 내 특수 교사의 업무도 행정 지원과 교육 지원이라는 이중적 부담을 지고 있어, 별도의 일반 행정직 추가와 업무 분류가 필요하다. 또한 그 업무에는 장애 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도 포함되어야 한다.



초등교육까지 이어지는 피해


영유아교육이 교육부와 복지부로 분리된 상황에서는 장애 유아가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과정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매해 12월이 되면 만 5세 유아가 있는 가정으로 집 근처 초등학교 입학을 안내하는 통지서가 나온다. 이때 유치원 소속 장애 유아는 교육청에서 통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를 지원하도록 따로 안내한다. 반면 어린이집 소속 장애 유아는 부모가 운 좋게 정보를 얻어 특수교육센터를 찾아가지 않으면 일반 학교에 배치된다. 장애 등록이 되어 있어도, 취학 통지서가 나오기 전 병원에서 다시 증명서를 받아 9월에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을 하고 적격 여부 심사를 받아야 12월에 초등 특수학급에 배치되는 것이다.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장애 진단이 있어도 특수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다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받아야 하는 번거롭고 힘겨운 시간이 매년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미처 시작하지 못한 부모들도 많아서, 이듬해 3월까지 통계에 없던 장애 학생이 개학 이후에 갑자기 나타나고, 그로 인해 6명 정원인 특수학급에 8~10명 이상이 배치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임에도 초등 저학년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함을 인정하지 못해 고학년 때에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어 과밀한 특수학급에 재배치되는 경우, 특수학급 설치 부족으로 완전 통합 대상이 되어 일반 학급에 있으면서 특수교육 지원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잘한다고 소문난 특정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대로 배치 지원 쏠림 현상이 발생하여 2개이던 학급 수가 갑자기 줄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을 정원에 맞게 배치하려면 3개 학급이 필요한데 2개 학급에 과밀 배치되어 교육 지원과 학교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교사도, 학생도, 부모도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 상황이다. 2024년 10월 인천에서 일어난 특수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에도 일정 부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문제가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아동이 특수교육 통계에서 누락되면, 초등교육으로 전환하는 초기부터 일반 학급에 배치되어 방치되거나, 문제 학생, 정서 위기 학생으로 낙인찍혀 학교생활 적응이 매우 어려워진다. 장애 유아는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을 가장 어려워하며, 적응하는 데도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의 어려움이 울음이나 화라는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기도 하고, 자신이나 타인을 공격하는 돌발적인 행위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분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회성이 미숙한 태도를 장애의 특성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학교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문제아로만 규정하면, 장애 유아는 외딴곳에 홀로 놓인 듯 불안하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수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교사와 관리자가 비장애 학생에게 적용하던 규율을 가져와 생활지도를 하면 학급은 더 혼란에 빠지게 되며, 장애 학생은 학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소위 문제 행동으로 표출할 수밖에 없다.



유보통합의 바람직한 방향은


인구 절벽 앞에서 우리나라는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통합해야 하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동안 유보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수백 편의 관련 논문들과 정책적 자료로 이야기되어 왔다. 그러나 유보통합은 여러 이유로 실현되지 못하고 미뤄져 왔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위기가 된 상황에 와서야 국가는 저출생의 원인으로 영유아 보육과 교육의 불평등한 출발점과 불완전한 지원 구조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5만 명(2022년 출생아 수)으로 줄어든 영유아를 2개 부처에서 관리하는 것이 효율성도 명분도 없고, 평등한 교육을 지원하기조차 어려운 구조인 점도 부각되었다. 

유럽에서 저출생의 원인이 미래 자연 환경과 경제에 대한 불안정성이라면 우리나라는 경쟁이 극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부모가 자녀 양육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되는 점, 입시 경쟁을 지원하는 데 드는 사교육비 등에 대한 압박감, 보장되지 않는 노후에 대한 불안정성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가구당 출생아 수는 줄어들고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은 본인들이 겪어 온 경쟁 교육 안에서 자녀가 승자가 되길 바란다. 이런 조건은 영유아기부터 선행 교육과 사교육 시장으로의 진입을 부추긴다.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는 유보통합 과정에서 지금껏 이루어진 경쟁 교육과 만연한 사교육을 정리하고, 영유아교육에 대한 성찰을 통해 가장 바람직한 유보통합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장애 유아, 다문화 배경 유아, 지원이 필요한 취약 계층의 유아들에 대한 공교육 지원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영유아에게 필요한 교육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놀면서 일상의 경험 가운데 배우는 것, 자신의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인지 교육이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 되어선 안 된다. 일상생활 활동 같은 기능적인 측면과 정서적 지원을 통해 학습과 참여, 공동체의 소속감을 경험하는 것을 교육과정으로 인식하고 사회적 환경에서 공유되는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인구 급감, 경쟁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다양한 가족 형태와 배경, 개개인의 발달 과정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는 사회에 대응할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개별적 요구에 근거한 특별한 교육적 접근은 장애 유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든 유아에게 이러한 교육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보통합은 특정 정권이 단시일 내에 이루는 정책 과제가 아닌, 포용적 교육을 목표로 하는 국가의 교육 철학을 담아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완성해 가는 점진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가정에서 가까운 어느 시설을 선택해도 영유아가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 학부모가 교육 환경에 안심하며 만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혹은 국공립과 사립 어느 기관에서든 교사가 포용적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유보통합의 완성으로 본다. 유보통합의 방향은 소중한 모든 영유아가 ‘즐거운 배움과 행복한 돌봄의 교육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며, 구체적 형태는 ‘공공성을 보장하고 기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부에서 지원하고 관리하는 영유아학교’일 것이다. 



2008~2023년 교육부 특수교육 통계, 복지부 장애아 관련 보육 통계, 그리고 [《월간 한국장총 – 장애인정책리포트》, Vol. 419, 2022년 5월 31일]을 참고하여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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