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 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가
김명하
kk520c@ansan.ac.kr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역사적 기원
유아교육은 근대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근대는 도둑처럼 왔다고 흔히 표현된다. 적극적으로 근대를 사유하고 실천하기보다는, 서양의 제국주의와 일본의 침략을 통해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이식되었다는 의미다. 유아교육도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와 일본이 세운 유치원을 통해 처음으로 유입됐다. 조선의 전통적 교육은 서당을 통해 이루어졌고 유아교육은 대부분 가정에서 이루어졌으나 근대화를 통해 아동기와 유아기가 구분되며 교육 기관 또한 유아가 다니는 유치원과 아동이 다니는 소학교(초등학교)로 세분화되었다. 이후 유치원은 일제의 식민 통치 과정에서 학교 체제로 유입되며 「교육법」에 법적 근거를 두었다. 「교육법」은 이후 50년간 40차례 개정됐는데, 1997년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으로 재편되면서 폐지되었다. 유치원 관련 규정은 「초·중등교육법」으로 편입되었다가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되어 별도의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어린이집의 전신인 탁아소는 광복 이후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자선, 빈민 구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1970년대 이후 경제 발전으로 여성의 노동력이 중요해지자 탁아소의 숫자는 점차 늘어났고, 시설의 주된 역할도 ‘보호’에서 ‘보육(보호와 교육)’으로 확장되었다. 농번기 유아원, 새마을 협동 유아원, 어린이집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영되었으나 모두 아동 복지 시설로 구분되다가,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며 보육 기관으로 분류되었다.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을 단순히 영유아를 보호하는 시설에서 보호하고 교육하는 법률상의 기관으로 승격시켰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때부터 유아교육과 보육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영유아보육법」은 1991년 1월 제정되었는데 그해 12월 개정된 「교육법」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보육’이란 단어를 ‘교육’으로 변경해 표기❶하며 「영유아보육법」상의 어린이집과 「교육법」상의 유치원을 명확하게 구획했다. 광복 후부터 1980년대까지 ‘유치원교육’, ‘유아교육’, ‘보육’은 같은 의미로 사용됐으나 「영유아보육법」 이후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이란 이분법적 표현이 고착되었다. 성인의 정치적 관점이 교육과 보육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가르기 시작한 셈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공통 재원 연령인 3~5세 유아는 이때부터 유치원에 다니면 교육 대상이, 어린이집에 다니면 보육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법적 용어상의 구분이었을 뿐, 유아교육의 성격을 구분 짓는 것은 아니었다. 30여 년이 지나 유보통합을 앞두고 보육은 ‘돌봄’이란 용어로 치환되었는데,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돌봄, 심지어 어린이집 교사는 돌봄사라고 표현한 것은 용어상으로만 보자면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에게서는 돌봄을,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에게서는 교육을 삭제한 것이다. 보호와 교육을 의미한 보육은 어느새 교육의 개념을 뺀 돌봄의 의미로 전환되었다.
교육과 돌봄의 과정, 유아교육
유아교육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칭한 개념으로, 영유아의 발달 특성상 교육과 돌봄은 구분하여 논의하기 어렵다. 신체·정서·사회적으로 왕성한 발달 과정에 있는 영유아는 독립적으로 자신을 운용할 수 없기에 의미 있는 성인의 애정과 보호, 돌봄은 그들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연령에 따라 신체가 먼저 발달하고 정서나 사회성은 후에 발달하는 등 발달의 영역에 순차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출생에서부터 발달은 사회·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0~2세는 성인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불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주도와 부끄러움을 안전하게 경험해야 하는 시기이다. 0~2세에 대한 보호와 돌봄 안에는 세심한 교육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신체적·언어적 독립을 일정 수준 획득한 3~5세는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 안에서 여전히 세심한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 영유아교육은 단순히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는 행위를 서비스하거나, 노동하는 부모를 대신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는 돌봄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다. 0~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은 교육과 보호, 교육과 돌봄이 함께하는 과정이다.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서 정치적 언어로 교육과 보육을 구분했을 때조차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교육과 돌봄을 따로 떼어 호명하거나 이 둘을 서로 다른 것으로 인지하지 않았다.
‘돌봄은 교육이 아니고, 교육은 돌봄의 우위에 있다’는 새로운 공식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정형화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초등 교사에게 돌봄 관리, 노무 관리, 민원 대응 등의 돌봄 업무가 추가되었다. 이에 교원단체는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며 전략적으로 교육과 돌봄을 분리했다. “지금까지 보육 업무를 감내, 희생해 온 교사들에게 ‘보육도 교육’이라는 궤변으로 당연시 떠넘기는 일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의 말은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 준다.❷ 이처럼 초등학교에서의 돌봄 혹은 보육은 정규 교육과정 이후 방과 후 과정을 의미하는 용어였으나, 공립 유치원 교사들을 통해 유아교육으로 들어온 보육과 돌봄은 교육과 대치하는 용어로 전환되었다. 이는 곧,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 혹은 돌봄으로 이분화하여, 마치 유치원에서는 교육만 이루어지고 어린이집에서는 돌봄이라고 하는 보육만 이루어지는 듯한 착시 효과를 만들어 냈다. 유치원 교사는 교사, 어린이집 교사는 돌봄사라는 공식 또한 발명되며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원화로 인한 차별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후로 개정을 반복하며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교사 양성과정, 자격 기준, 직무교육과 승급교육,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관리 감독과 평가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유아교육의 질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유아교육이라는 공통의 테두리 안에서 그 양상도 유사해졌다.
특히 2013년 이후 3~5세 유아에게는 공통된 교육과정이 적용되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교사 양성 과정 또한 유사해 유아교육과를 졸업하는 경우 유치원 교사 2급 자격증과 보육 교사 2급 자격증을 함께 취득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둘 다 임용이 가능했다. 이처럼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역할은 유사한데 소관 부처가 각각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되다 보니, 운영이나 지원 체계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영유아에게 뜻하지 않은 차별적 요소가 되었다.
급식비 및 누리 과정 운영 지원비 등 비용의 격차, 시설 기준 및 운영 시간 등 물리적 환경의 격차,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지원 환경의 격차, 교사 자격 기준 및 양성 체계 등 인적 환경의 격차, 급여 및 신분 등 교사 노동 환경의 격차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적접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에게 차별적 요소로 작용했다. 동일한 연령의 유아라도 교육부 소속 유치원에 다니는가, 보건복지부 소속 어린이집에 다니는가, 유치원의 운영 주체가 국가인가 민간인가에 따라 교육 환경이 달라졌다.
행정의 비효율 또한 유보 분리로 인해 나타났다. 유아교육 기관 행·재정 지원이라는 동일한 역할을 하면서도 부처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재정과 인력이 중복 투입되었다. 이에 따른 손실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유보통합에 대한 필요성과 열망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명확하게 구분된 지난 30년 동안, 유아교육계는 성인의 관점 및 입장에 따라 분리된 유아교육을 영유아의 관점에서 통합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난립한 영유아 관련 기관을 유치원과 새마을 유아원으로 정리하고 일부 통합을 시도한 전두환 정부의 〈유아교육 진흥 종합 계획〉(1982년), 3~5세 유아학교 체제 구축과 만 5세 유아 무상교육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 김영삼 정부의 〈유아교육 공교육 체제 확립 방안〉(1997년), 만 0세는 가정 양육 중심 지원 강화, 만 1~4세는 육아 비용 지원 강화, 만 5세는 무상교육을 추진하고자 한 노무현 정부의 〈육아 지원 정책 방안〉(2004, 2005년),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을 도입한 이명박 정부의 ‘누리과정 도입’(2011, 2012년), 3단계 10개 과제 중 2단계 8개 과제까지 통합했던 박근혜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 방안〉(2013년), 점진적 통합을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완화’(2017년),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며 본격 시동을 건 윤석열 정부의 〈세계 최고 영유아교육·보육을 위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2024년)은 모두 현장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차별적 요소를 철폐하고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을 이루려는 학계, 현장, 학부모 및 시민, 교육운동단체의 열망과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그동안의 열망과는 달리 2023년 1월 30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보통합을 발표한 이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민간과 가정, 기관장과 교사 및 학부모뿐 아니라 유아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의 유아교육과와 보육과 및 여러 유관 학과,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서울·경기 지역과 지방 대학 등 여러 주체의 불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출발부터 분리되어 있던 유아교육의 오랜 역사 앞에서 통합이란 명제는 거대한 변화를 의미했고 변화 앞에서 각 주체들이 불안을 느낀 것은 일견 당연했다. 문제는 그 불안이 틈을 메꾸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제로섬 게임’이란 인식 속에 내 것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상대적 부족으로 인해 폐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심리 속에 서로의 신뢰를 파열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유보통합은 경계를 정하고 그 이하를 버리고 떨구고 가자는 정책이 아니라, 경계를 높여 기존의 환경은 기준에 도달하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환경은 높은 기준으로부터 출발해 영유아교육의 질을 상향 조정하자는 데 그 목표와 의미가 있다. 제로섬 게임이 전제된 불안이 앞서면 필시 경쟁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 전체의 질적 수준 향상보다는 특정 집단의 생존을 위한 환경 구축에만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쟁하지 말고 함께해야 하는 것은 영유아교육 환경의 질적 개선을 위한 핵심 의제를 설정하고, 이 의제가 각각의 집단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논의하여, 영유아교육인 모두가 각각의 집단이 그 틈을 메울 수 있도록 하나의 목소리로 개선안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의 쟁점
2023년 1월, 정부가 유보통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가장 극렬한 반응은 일부 공립 유치원 교사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유보통합 관련 기사 댓글이나 온라인 토론회의 채팅창을 통해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유보통합 반대의 근거 대부분은 ‘교육과 보육의 분리’ 논리이다. 보육은 어린이집의 일이고 교육은 유치원의 일이기 때문에 3~5세 유치원 교사 자격과 0~2세 어린이집 교사 자격은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같은 관점에서 0~2세 교사는 교사가 아닌 ‘돌봄사’라고 명명하며 교사와 구분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여기에는 계급을 나누려는 의도와 차별의 문제가 들어 있어 보육 관계자뿐 아니라 유아교육을 하나의 테두리에서 사고하는 이들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됐다.
교육부가 발주한 연구에 의하면 유보통합은 0~5세를 대상으로 하되, 더 이상 이원화된 체제로 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교사 자격 또한 0~5세 통합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❸ 이러한 의견은 한국4년제보육교사양성학과협의회,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를 비롯하여 한국유아교육학회 등 12개 유아교육·보육 학계 단체가 2024년 10월 18일 진행한 유보통합 정책 공동 포럼에서 발표된 발제와 토론 내용과도 일치한다. 0~5세 통합 교사 자격은 그동안 교사가 아닌 교육 노동자로 법적 지위가 규정되어 있던 보육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지위를 찾아 주어 교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초·중·고 교사와 동일한 교육 및 노동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유아교육의 질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유보통합의 필수 전제다.
교육부가 2024년 6월에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에 제시된 ‘1일 12시간 이용 보장’, ‘유아-초등 교육과정 간 연계 강화’ 또한 논쟁이 되는 지점이다. 정부는 유보통합을 공식화하며 “영유아 중심”, “질 높은 교육·돌봄”이란 표현❹을 통해 성인의 관점이 아닌 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그 실행 계획은 여전히 유아교육을 노동하는 부모에 대한 서비스 정도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현재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그 외에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야간 연장 보육, 저녁 7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7시 30분까지 운영하는 야간 12시간 보육, 오전 7시 30분부터 익일 7시 30분까지 24시간 서비스로 운영하는 24시간 보육, 공휴일 보육 서비스로 운영하는 휴일 보육이 있다. 반면 유치원은 보통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30분까지 등원이 이루어지고 1일 4~5시간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한다. 방과 후 과정은 오후 7시를 넘기지 않도록 권장한다. 성인도 노동 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제한하는데, 기본 운영 8시간, 돌봄 4시간으로 영유아를 일 12시간씩 장시간 기관에 머물도록 하는 것은 학대에 가깝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 기관은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사회적·신체적 발달을 위해 기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적정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기존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영유아 중심의 유아교육안이 될 수 있다.
‘유아-초등 교육과정 간 연계 강화’는, 유아교육을 초등교육을 위한 준비 단계로 인식하여 조기 사교육을 더욱 확대,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 또한 제기된다.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인지 중심 과목 교습 금지, 36개월 이상 유아에게는 하루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 금지 등 영유아의 인권 보장을 위해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의해 제안됐을 정도로 영유아 조기 사교육 문제는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5세는 유아-초등 교육과정 간 연계 강화를 통해 초기 문해력과 기초 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은, 교육부가 지난 2023년 4월 발표한 〈제3차 유아교육 발전 기본 계획(2023~2027)〉’에서 “상당수 학부모는 다양한 특별 활동 프로그램, 한글·영어 등 선행 학습 등을 선호하여 유아 영어 학원 등 수요는 더욱 증가”되었으므로 사교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관별로 교육 내용·교육 방법·교육 시간 등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원한다는 계획과 맞물려, 통합 이후의 영유아학교에서 오히려 영유아 인지교육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보통합 이후 영유아학교는 영유아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최우선하는 교육과정과 운영이 무엇인지를 보여 줄 수 있는 모델로 기능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보통합,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유보통합은 어느 한 집단의 이익이나 관점이 아닌 0~5세 영유아교육을 이끌어 왔던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모두의 질적 수준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나은 인적·물적 환경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발달하고 성장하여야 할 영유아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영유아교육의 공적 사명이다. 유보통합은 돈이 없어 미루거나 일부만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할 수 없다는 이유들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고,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하나 찾아 가는 노력과 결단,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0~5세 영유아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0~5세 영유아 교사가 좀 더 안정적인 교원으로서의 지위 속에서 교육할 수 있는 토대를 유보통합으로 만드는 데 함께 힘 보태는 것이 유아교육인의 소명일 것이다.
❶
「교육법」 제146조 “유치원은 유아를 보육하고 적당한 환경을 주어 심신의 발육을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991년 6월 20일)가 “유치원은 유아를 교육하고 적당한 환경을 주어 심신의 발육을 조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991년 12월 31일)로 변경되었다.
❷
“코로나에 돌봄 비상인데… 돌봄전담사·교원단체 신경전 고조”, 〈이데일리〉, 2020년 10월 6일.
❸
고영미·이미정 외(2024), 〈영유아교사 양성 전공 교육과정 개편 방안〉, 교육부.
❹
교육부, “[보도 자료] 유보통합으로 ‘출생부터 국민 안심 책임 교육·돌봄 실현’”, 2023년 1월 30일.
유보통합, 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가
김명하
kk520c@ansan.ac.kr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역사적 기원
유아교육은 근대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근대는 도둑처럼 왔다고 흔히 표현된다. 적극적으로 근대를 사유하고 실천하기보다는, 서양의 제국주의와 일본의 침략을 통해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이식되었다는 의미다. 유아교육도 19세기 말, 조선에 들어온 선교사와 일본이 세운 유치원을 통해 처음으로 유입됐다. 조선의 전통적 교육은 서당을 통해 이루어졌고 유아교육은 대부분 가정에서 이루어졌으나 근대화를 통해 아동기와 유아기가 구분되며 교육 기관 또한 유아가 다니는 유치원과 아동이 다니는 소학교(초등학교)로 세분화되었다. 이후 유치원은 일제의 식민 통치 과정에서 학교 체제로 유입되며 「교육법」에 법적 근거를 두었다. 「교육법」은 이후 50년간 40차례 개정됐는데, 1997년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등으로 재편되면서 폐지되었다. 유치원 관련 규정은 「초·중등교육법」으로 편입되었다가 2004년 「유아교육법」이 제정되어 별도의 법적 토대가 마련되었다.
어린이집의 전신인 탁아소는 광복 이후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자선, 빈민 구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1970년대 이후 경제 발전으로 여성의 노동력이 중요해지자 탁아소의 숫자는 점차 늘어났고, 시설의 주된 역할도 ‘보호’에서 ‘보육(보호와 교육)’으로 확장되었다. 농번기 유아원, 새마을 협동 유아원, 어린이집 등 다양한 이름으로 운영되었으나 모두 아동 복지 시설로 구분되다가,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며 보육 기관으로 분류되었다.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을 단순히 영유아를 보호하는 시설에서 보호하고 교육하는 법률상의 기관으로 승격시켰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때부터 유아교육과 보육이 구별되기 시작했다. 「영유아보육법」은 1991년 1월 제정되었는데 그해 12월 개정된 「교육법」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보육’이란 단어를 ‘교육’으로 변경해 표기❶하며 「영유아보육법」상의 어린이집과 「교육법」상의 유치원을 명확하게 구획했다. 광복 후부터 1980년대까지 ‘유치원교육’, ‘유아교육’, ‘보육’은 같은 의미로 사용됐으나 「영유아보육법」 이후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이란 이분법적 표현이 고착되었다. 성인의 정치적 관점이 교육과 보육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가르기 시작한 셈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공통 재원 연령인 3~5세 유아는 이때부터 유치원에 다니면 교육 대상이, 어린이집에 다니면 보육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도 이때까지는 법적 용어상의 구분이었을 뿐, 유아교육의 성격을 구분 짓는 것은 아니었다. 30여 년이 지나 유보통합을 앞두고 보육은 ‘돌봄’이란 용어로 치환되었는데,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돌봄, 심지어 어린이집 교사는 돌봄사라고 표현한 것은 용어상으로만 보자면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에게서는 돌봄을,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에게서는 교육을 삭제한 것이다. 보호와 교육을 의미한 보육은 어느새 교육의 개념을 뺀 돌봄의 의미로 전환되었다.
교육과 돌봄의 과정, 유아교육
유아교육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칭한 개념으로, 영유아의 발달 특성상 교육과 돌봄은 구분하여 논의하기 어렵다. 신체·정서·사회적으로 왕성한 발달 과정에 있는 영유아는 독립적으로 자신을 운용할 수 없기에 의미 있는 성인의 애정과 보호, 돌봄은 그들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연령에 따라 신체가 먼저 발달하고 정서나 사회성은 후에 발달하는 등 발달의 영역에 순차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출생에서부터 발달은 사회·정서적 측면을 고려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0~2세는 성인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불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주도와 부끄러움을 안전하게 경험해야 하는 시기이다. 0~2세에 대한 보호와 돌봄 안에는 세심한 교육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신체적·언어적 독립을 일정 수준 획득한 3~5세는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교육 안에서 여전히 세심한 보호와 돌봄이 필요하다. 영유아교육은 단순히 기저귀를 갈고 우유를 먹이는 행위를 서비스하거나, 노동하는 부모를 대신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는 돌봄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는 의미다. 0~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은 교육과 보호, 교육과 돌봄이 함께하는 과정이다.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에서 정치적 언어로 교육과 보육을 구분했을 때조차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교육과 돌봄을 따로 떼어 호명하거나 이 둘을 서로 다른 것으로 인지하지 않았다.
‘돌봄은 교육이 아니고, 교육은 돌봄의 우위에 있다’는 새로운 공식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정형화되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초등 교사에게 돌봄 관리, 노무 관리, 민원 대응 등의 돌봄 업무가 추가되었다. 이에 교원단체는 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할 것을 주장하며 전략적으로 교육과 돌봄을 분리했다. “지금까지 보육 업무를 감내, 희생해 온 교사들에게 ‘보육도 교육’이라는 궤변으로 당연시 떠넘기는 일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의 말은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 준다.❷ 이처럼 초등학교에서의 돌봄 혹은 보육은 정규 교육과정 이후 방과 후 과정을 의미하는 용어였으나, 공립 유치원 교사들을 통해 유아교육으로 들어온 보육과 돌봄은 교육과 대치하는 용어로 전환되었다. 이는 곧, 유치원은 교육, 어린이집은 보육 혹은 돌봄으로 이분화하여, 마치 유치원에서는 교육만 이루어지고 어린이집에서는 돌봄이라고 하는 보육만 이루어지는 듯한 착시 효과를 만들어 냈다. 유치원 교사는 교사, 어린이집 교사는 돌봄사라는 공식 또한 발명되며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원화로 인한 차별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된 이후로 개정을 반복하며 전문성을 강화해 왔다. 교사 양성과정, 자격 기준, 직무교육과 승급교육,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관리 감독과 평가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유아교육의 질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서 지속적으로 향상됐고 유아교육이라는 공통의 테두리 안에서 그 양상도 유사해졌다.
특히 2013년 이후 3~5세 유아에게는 공통된 교육과정이 적용되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교사 양성 과정 또한 유사해 유아교육과를 졸업하는 경우 유치원 교사 2급 자격증과 보육 교사 2급 자격증을 함께 취득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둘 다 임용이 가능했다. 이처럼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역할은 유사한데 소관 부처가 각각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되다 보니, 운영이나 지원 체계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영유아에게 뜻하지 않은 차별적 요소가 되었다.
급식비 및 누리 과정 운영 지원비 등 비용의 격차, 시설 기준 및 운영 시간 등 물리적 환경의 격차, 장애 아동을 위한 특수교육 지원 환경의 격차, 교사 자격 기준 및 양성 체계 등 인적 환경의 격차, 급여 및 신분 등 교사 노동 환경의 격차는 직접적으로 때로는 간적접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에게 차별적 요소로 작용했다. 동일한 연령의 유아라도 교육부 소속 유치원에 다니는가, 보건복지부 소속 어린이집에 다니는가, 유치원의 운영 주체가 국가인가 민간인가에 따라 교육 환경이 달라졌다.
행정의 비효율 또한 유보 분리로 인해 나타났다. 유아교육 기관 행·재정 지원이라는 동일한 역할을 하면서도 부처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뉘어, 재정과 인력이 중복 투입되었다. 이에 따른 손실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다.
유보통합에 대한 필요성과 열망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명확하게 구분된 지난 30년 동안, 유아교육계는 성인의 관점 및 입장에 따라 분리된 유아교육을 영유아의 관점에서 통합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난립한 영유아 관련 기관을 유치원과 새마을 유아원으로 정리하고 일부 통합을 시도한 전두환 정부의 〈유아교육 진흥 종합 계획〉(1982년), 3~5세 유아학교 체제 구축과 만 5세 유아 무상교육의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고자 한 김영삼 정부의 〈유아교육 공교육 체제 확립 방안〉(1997년), 만 0세는 가정 양육 중심 지원 강화, 만 1~4세는 육아 비용 지원 강화, 만 5세는 무상교육을 추진하고자 한 노무현 정부의 〈육아 지원 정책 방안〉(2004, 2005년), 만 3~5세 공통 교육과정을 도입한 이명박 정부의 ‘누리과정 도입’(2011, 2012년), 3단계 10개 과제 중 2단계 8개 과제까지 통합했던 박근혜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 방안〉(2013년), 점진적 통합을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 완화’(2017년),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며 본격 시동을 건 윤석열 정부의 〈세계 최고 영유아교육·보육을 위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2024년)은 모두 현장의 영유아에게 발생하는 차별적 요소를 철폐하고 유아교육의 질적 개선을 이루려는 학계, 현장, 학부모 및 시민, 교육운동단체의 열망과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그동안의 열망과는 달리 2023년 1월 30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보통합을 발표한 이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민간과 가정, 기관장과 교사 및 학부모뿐 아니라 유아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의 유아교육과와 보육과 및 여러 유관 학과,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서울·경기 지역과 지방 대학 등 여러 주체의 불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출발부터 분리되어 있던 유아교육의 오랜 역사 앞에서 통합이란 명제는 거대한 변화를 의미했고 변화 앞에서 각 주체들이 불안을 느낀 것은 일견 당연했다. 문제는 그 불안이 틈을 메꾸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제로섬 게임’이란 인식 속에 내 것을 빼앗기는 것은 아닌지, 상대적 부족으로 인해 폐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심리 속에 서로의 신뢰를 파열하는 방식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유보통합은 경계를 정하고 그 이하를 버리고 떨구고 가자는 정책이 아니라, 경계를 높여 기존의 환경은 기준에 도달하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환경은 높은 기준으로부터 출발해 영유아교육의 질을 상향 조정하자는 데 그 목표와 의미가 있다. 제로섬 게임이 전제된 불안이 앞서면 필시 경쟁하게 되어 있고, 그러면 전체의 질적 수준 향상보다는 특정 집단의 생존을 위한 환경 구축에만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경쟁하지 말고 함께해야 하는 것은 영유아교육 환경의 질적 개선을 위한 핵심 의제를 설정하고, 이 의제가 각각의 집단에 적용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논의하여, 영유아교육인 모두가 각각의 집단이 그 틈을 메울 수 있도록 하나의 목소리로 개선안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보통합의 쟁점
2023년 1월, 정부가 유보통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가장 극렬한 반응은 일부 공립 유치원 교사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은 유보통합 관련 기사 댓글이나 온라인 토론회의 채팅창을 통해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유보통합 반대의 근거 대부분은 ‘교육과 보육의 분리’ 논리이다. 보육은 어린이집의 일이고 교육은 유치원의 일이기 때문에 3~5세 유치원 교사 자격과 0~2세 어린이집 교사 자격은 다르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같은 관점에서 0~2세 교사는 교사가 아닌 ‘돌봄사’라고 명명하며 교사와 구분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여기에는 계급을 나누려는 의도와 차별의 문제가 들어 있어 보육 관계자뿐 아니라 유아교육을 하나의 테두리에서 사고하는 이들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됐다.
교육부가 발주한 연구에 의하면 유보통합은 0~5세를 대상으로 하되, 더 이상 이원화된 체제로 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며, 교사 자격 또한 0~5세 통합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❸ 이러한 의견은 한국4년제보육교사양성학과협의회, 한국4년제유아교사양성대학교수협의회를 비롯하여 한국유아교육학회 등 12개 유아교육·보육 학계 단체가 2024년 10월 18일 진행한 유보통합 정책 공동 포럼에서 발표된 발제와 토론 내용과도 일치한다. 0~5세 통합 교사 자격은 그동안 교사가 아닌 교육 노동자로 법적 지위가 규정되어 있던 보육 교사에게 교사로서의 지위를 찾아 주어 교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초·중·고 교사와 동일한 교육 및 노동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유아교육의 질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유보통합의 필수 전제다.
교육부가 2024년 6월에 발표한 ‘유보통합 실행 계획’에 제시된 ‘1일 12시간 이용 보장’, ‘유아-초등 교육과정 간 연계 강화’ 또한 논쟁이 되는 지점이다. 정부는 유보통합을 공식화하며 “영유아 중심”, “질 높은 교육·돌봄”이란 표현❹을 통해 성인의 관점이 아닌 유아의 성장과 발달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그 실행 계획은 여전히 유아교육을 노동하는 부모에 대한 서비스 정도로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현재 어린이집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2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그 외에 밤 12시까지 운영하는 야간 연장 보육, 저녁 7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7시 30분까지 운영하는 야간 12시간 보육, 오전 7시 30분부터 익일 7시 30분까지 24시간 서비스로 운영하는 24시간 보육, 공휴일 보육 서비스로 운영하는 휴일 보육이 있다. 반면 유치원은 보통 오전 8시 30분에서 9시 30분까지 등원이 이루어지고 1일 4~5시간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한다. 방과 후 과정은 오후 7시를 넘기지 않도록 권장한다. 성인도 노동 시간을 1일 8시간으로 제한하는데, 기본 운영 8시간, 돌봄 4시간으로 영유아를 일 12시간씩 장시간 기관에 머물도록 하는 것은 학대에 가깝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유아교육 기관은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사회적·신체적 발달을 위해 기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적정하게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기존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영유아 중심의 유아교육안이 될 수 있다.
‘유아-초등 교육과정 간 연계 강화’는, 유아교육을 초등교육을 위한 준비 단계로 인식하여 조기 사교육을 더욱 확대,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 또한 제기된다. 3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인지 중심 과목 교습 금지, 36개월 이상 유아에게는 하루 40분 이상 인지 중심 과목 금지 등 영유아의 인권 보장을 위해 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의해 제안됐을 정도로 영유아 조기 사교육 문제는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5세는 유아-초등 교육과정 간 연계 강화를 통해 초기 문해력과 기초 역량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은, 교육부가 지난 2023년 4월 발표한 〈제3차 유아교육 발전 기본 계획(2023~2027)〉’에서 “상당수 학부모는 다양한 특별 활동 프로그램, 한글·영어 등 선행 학습 등을 선호하여 유아 영어 학원 등 수요는 더욱 증가”되었으므로 사교육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관별로 교육 내용·교육 방법·교육 시간 등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지원한다는 계획과 맞물려, 통합 이후의 영유아학교에서 오히려 영유아 인지교육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유보통합 이후 영유아학교는 영유아의 안전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최우선하는 교육과정과 운영이 무엇인지를 보여 줄 수 있는 모델로 기능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보통합,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유보통합은 어느 한 집단의 이익이나 관점이 아닌 0~5세 영유아교육을 이끌어 왔던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사립 모두의 질적 수준 향상,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나은 인적·물적 환경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발달하고 성장하여야 할 영유아를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영유아교육의 공적 사명이다. 유보통합은 돈이 없어 미루거나 일부만 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할 수 없다는 이유들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고,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하나 찾아 가는 노력과 결단,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0~5세 영유아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0~5세 영유아 교사가 좀 더 안정적인 교원으로서의 지위 속에서 교육할 수 있는 토대를 유보통합으로 만드는 데 함께 힘 보태는 것이 유아교육인의 소명일 것이다.
❶
「교육법」 제146조 “유치원은 유아를 보육하고 적당한 환경을 주어 심신의 발육을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991년 6월 20일)가 “유치원은 유아를 교육하고 적당한 환경을 주어 심신의 발육을 조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991년 12월 31일)로 변경되었다.
❷
“코로나에 돌봄 비상인데… 돌봄전담사·교원단체 신경전 고조”, 〈이데일리〉, 2020년 10월 6일.
❸
고영미·이미정 외(2024), 〈영유아교사 양성 전공 교육과정 개편 방안〉, 교육부.
❹
교육부, “[보도 자료] 유보통합으로 ‘출생부터 국민 안심 책임 교육·돌봄 실현’”, 2023년 1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