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에서 보편으로
학교는 지금 “모두”를 위한 수업과 평가를 할 수 있는가
- 모두 참여 수업과 평가로 살펴보는
통합교육의 현주소, 그리고 미래
김민진
tears1614@gmail.com
서울 공릉중 특수 교사
학교는 지금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와 정말 달라.’
‘아니 올해 다르고, 작년 다르고.’
‘아이들이 너무 다 제각각이야.’
교사들이 모이면 늘 학생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나오는 말이다. 아이들이, 학생들이 너무 다르다는 것. 여기서 다르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이전의 학생들과 지금의 학생들이 다르다는 뜻이고, 한편으로는 같은 교실 안에서도 서로 제각각 다르다는 의미도 있다. 이 말은 교사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매년 교육부는 교육기본통계와 특수교육통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통계를 살펴보면 왜 교사들이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2024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령기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ref]2024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5,684,745명으로 전년(5,783,612명) 대비 98,867명 감소하였다. 초·중등(각종학교 포함) 다문화 학생 수는 193,814명으로 전년(181,178명) 대비 12,636명 증가하였으며,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 학생 수 비율은 3.8%로 전년(3.5%) 대비 0.3%p 상승하였다. 전체 학업 중단자 수는 54,615명으로 이전 학년도(52,981명) 대비 1,634명 증가하였다.[/ref], 2024 특수교육통계를 보면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ref]2024 특수교육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115,610명으로 전년(109,706명) 대비 5,904명 증가하였다.[/ref] 또 과거 다문화 학생이라 불리던 이주배경 학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교실 안에서 다루기 힘든 학생들로 거론되는 ADHD 학생에 대한 통계도 살펴볼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ADHD로 진단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학령기 학생 수 또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f]202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ADHD로 진단받은 5~19세의 아동 수는 2022년(92,932명) 대비 2023년(121,239명) 28,307명 증가하였다. 2023년 ADHD로 진단받은 학령기(5~19세) 환자의 수는 전체 ADHD 환자 수의 61.65%에 해당하며, 전체 학령기 학생 수의 2%에 해당한다.[/ref]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요하게 인식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학업 중단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생률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 학령기 학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다. 전체 학령기 인구에서 특수교육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커질 것이고, 대부분의 학급이 통합학급이 됨을 의미한다. 더불어 앞으로 교사들은 매년 모든 교실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만나 수업하고 평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계들이 한 가지 더 의미하는 바는 하나의 학급에 있는 학생들의 성향과 능력을 과거의 정규 분포로는 설명할 수 없음이다. 교실 안에는 각자의 성격과 특성을 가진, 하나의 문장이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제각기 다른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학교는
이렇게 제각기 다른 성격과 다른 학습 특성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하고 평가하고 있는가? 여전히 한 가지 방법으로 수업하고 한 가지 방법으로 평가하며 ‘요즘 아이들은 달라, 아이들이 너무 제각각이라서 힘들어’라고 말하고 있진 않은가?
물론 과거에 비해 다양한 수업과 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한 교과 안에서도 프로젝트 수업, 협력 학습, 토론 수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행 평가, 과정 중심 평가가 도입되면서 정기(지필) 평가 외에도 평가의 방법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는 한 가지 방법의 수업과 평가는 하나의 장면 안에서 실행되는 수업과 평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그 프로젝트 수업 안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행 평가를 하는데 그 안에서 평가 방법의 다양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성격도, 학습 특성도, 학습 수준도 다양한데, 우리는 하나의 수업 장면에서 하나의 방법으로 수업하고, 하나의 평가 장면에서 하나의 방법으로만 평가하고 있으면서 수업에 녹아들지 못하고,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업이란? 평가란?
‘그게 가능해요?’
‘그렇게 해도 돼요?’
교사를 대상으로 통합교육 관점에서 모두 참여 수업과 평가를 위한 사례를 나누는 연수를 하면 일반 교사든 특수 교사든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일반 교사들에게 성취 기준은 매우 중요하고, 마치 성역처럼 수정을 하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그 성취 기준을 따라올 수 없는 학생들, 대표적으로 인지나 학습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들을 ‘○○이는 이 내용을 배울 수 없어요. 내 수업은 ○○이에게 의미가 없어요’라는 말을 하며 자신들의 수업 밖으로, 특수학급으로 내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수교육대상자들은 개별화교육계획이 수립된 교과에 대한 수업을 특수학급에서 특수 교사에게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전혀 수업을 듣지 않거나 아주 일부분의 시간만 참여하는 통합학급의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특수 교사도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라 직접 수행 평가를 실시하고 그 점수를 교과 교사와 협의하여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교과 교사가 입력하게 할 수 있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수업이란 무엇인가? 평가란 무엇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수업이란 학생에게 일어나는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평가란 학생이 배운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교실 안에서 각각의 학생들에게 배움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하고, 각각의 학생들의 배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들의 방법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속해 있는 공릉중학교에서는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모두 참여 수업과 모두 참여 평가를 많은 교과에서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는 특수교육대상자뿐 아니라 교실 속에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말한다. 그리고 ‘모두 참여’의 의미는 성취 기준의 완벽한 달성이나 모든 학생들이 모든 수업 시간에서 양적, 질적으로 100%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참여’는 수업과 평가 장면에서 모든 학생을 초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특성을 존중받으며 단 일부만이라도 배움과 성장이 있도록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 참여 수업과 평가를 위해 공릉중에서는 보편적 학습 설계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각자의 교과에서 보편적 학습 설계를 포함한 수업과 평가를 실행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업 공개와 나눔으로 더 나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또 각자의 교과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과학, 음악, 체육 교과에서는 특수 교사와 교과 교사의 협력 교수로 교실 안 다양한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평가를 실현해 가고 있다. 협력 교수를 하는 교과의 경우 학기 단위로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협력 교수하고 수행 평가를 할지 협의하고, 매 차시 또는 매 단원이나 주요 활동 전에 수업 내용과 통합학급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해 보편적 학습 설계 요소를 넣어 수업을 함께 준비한다.[ref]수업 내용에 따라 지원적 교수(예 : 과학 교사가 차시의 핵심 개념을 설명할 때 특수 교사가 순회하며 학생을 지원하거나 특수 교사가 활동을 진행할 때 과학 교사가 순회하며 학생을 지원), 팀티칭(예 : 체육 교사와 특수 교사가 체육 수업을 같은 위치에서 설명하고 시범 보이기 등으로 함께 진행), 평행 교수(예 : 과학 교사가 우주 팽창 동영상을 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 그룹을, 특수 교사가 모의실험으로 우주 팽창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 그룹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각각 진행), 스테이션 교수(예 : 음악 드럼 활동에서 세트 드럼(음악 교사), 전자 드럼(특수 교사), 전자패드 드럼(학생 자율)으로 세 가지 스테이션을 구성하고, 45분간 학생들은 모든 스테이션을 경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ref] 수업을 마친 뒤에는 다음 수업과 수행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피드백을 나눈다. 학기 말에는 전반적인 협력 교수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수업뿐 아니라 수행 평가에서 다양한 평가 조정과 수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학업성적관리규정과 교과별 평가 계획에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지침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교과 교사들이 자신들이 가르치지 않은 내용을 평가하는 것의 부당함과 학생들이 배운 것을 평가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사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다. 통합학급에서 참여하는 교과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가 수행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법적, 내용적 측면에서의 수정을 하는데 수행 정도에 대한 평가 기준은 통합학급의 점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평하다는 인식이 천천히 자리 잡았다. 더불어 일부 교과의 일부 수행 평가에 한하지만 수행 평가에서 학생들이 평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f]예를 들어 과학의 경우, 기권의 층상 구조를 표현하는 수행 평가에서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말로 설명하거나 누구나 자신이 편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또 과학과 음악은 재도전의 기회가 있어 일정 기간 누구나 수행 평가에 다시 참여하여 피드백을 받고 점수를 올릴 수 있다.[/ref] 이러한 공릉중의 방법이 이상적이고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수교육대상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 특성을 가진 모든 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수업과 평가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공릉중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의 더공감교실[ref]2022년부터 시작한 더공감교실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통합교육 운영 모델로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운영 학교와 연구 학교를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더공감교실로 선정된 학교에는 유치원의 경우 통합학급의 수만큼(기존 배치 특수 교사 포함), 초·중·고등학교에는 1명의 특수 교사를 정원 외로 추가 배치하여 일반 교사와 특수 교사의 내실 있는 협력을 바탕으로 보편적 학습 설계 및 협력 교수를 실천한다.[/ref] 운영 학교로 지난 3년간(2022~2024년) 정원 외 특수 교사 1명을 추가로 배치받았고, 특수교육대상자의 수가 5명 이하로 배치되어 있어 특수학급의 수업 시수나 특수학급과 관련된 업무에서 여유가 있었기에 통합학급의 여러 교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교수를 실천하고 보편적 학습 설계를 수업과 평가에서 실현할 수 있었다. 공릉중의 방향과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고, 더 나아가고 싶지만 쉽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현재의 너무나 빽빽한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을 포함하는 수업과 평가를 실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정하게 이름 붙여진 대상, 이를테면 특수교육대상자는 내 수업과 평가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또 기초 학력 부진이나 ADHD로 불리는 학생은 내 수업 밖에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려 자신의 수업이나 평가에서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다양한 학생들을 포함하는 수업과 평가를 위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준거와 기준으로 수업과 평가에서 다양성을 마련해야 하는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이름 붙여진 덕분에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수업과 평가를 조정 및 수정하여 실행하기도 한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평가 조정 방안[ref]〈장애학생 평가조정 매뉴얼〉(2016, 국립특수교육원)은 시각·청각·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평가 조정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학생을 위한 구체적인 평가 지침이나 평가 조정, 수정 사례는 없다. 〈중·고등학교 장애 학생 교과 학습 발달 상황 평가 도움 자료〉(2021, 교육부)는 평가 참여가 어려운 발달장애 학생의 평가 조정 사례 또한 담겨 있으나, 인정점 부여 또는 최하점의 차하점 부여 등 학생의 참여를 돕는 방식이 아닌 성적 산출만을 위한 사례를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ref]이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에서 각급 학교로 내려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역이나 학교 급별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만을 위해 수업이나 평가에서 추가적으로 어떤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학군에 따라서는 중학교에서도 학부모의 민원이 들어올 수 있고, 대학 입시와 직결되어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렇듯 성적과 평가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굳이 평가 조정이나 수정을 실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이나 어려움을 감수하고 교과 교사들이 특수교육대상자나 다양한 학생들을 위해 수업이나 평가에서 수정이나 조정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셋째, 수업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는 학교 현실에서 교사 탓만 할 수 없다. 일반 교사, 특수 교사 할 것 없이 학교에는 교사에게 수업 외에 많은 업무들이 존재하고 단연코 수업이 1순위가 되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합학급이든 특수학급이든 급당 학생 수가 많은 상황에서, 또 생활 지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학급 교사도 특수 교사도 지금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벅차다. 통합교육이 좋고 의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함께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포함하는 수업과 평가를 연구하고 실행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개별화교육과 특수 교사의 평가권
앞에서 설명했듯, 일반 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는 이중의 평가 시스템을 갖는다.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당 교과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일반 학급에서 실행되는 모든 교과에 대한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학습 발달 상황에 기재된다. 이와 별개로 특수교육대상자별로 개별화교육계획이 수립되고 그에 따른 평가서가 존재한다. 그간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 현장에서 정당한 평가 요구에 대해 변명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것이 바로 이 개별화교육이다. 특수교육대상자는 학생별로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른 평가가 별도로 존재하니 특수교육대상자는 학교 안에서 이미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개별화교육은 법적 지침이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포함되지 않는다. 입시 등에서 공식적인 제출 문서로 학교생활기록부 말고 개별화교육계획서를 요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 법적인 문서이지만 어떤 지위도 갖지 못한다. 그렇다면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교생활을 증명하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배우지 않은 교과의 성적이 산출되어 나온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
특수교육대상자의 성적 산출과 관련해서 많은 다양한 의견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많은 토론과 합의의 시간을 거쳐 일반 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정당한 성적 처리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에 개별화교육이 포함되기를, 또 그 안에 특수 교사의 평가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닌 모든 학습자
통합교육의 실행 방향이나 지침을 설정하는 기준은 법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현재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정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제6항에 있다.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통합교육의 대상이 특수교육대상자로만 규정되어 있다. 많은 논문들에서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되어 있지만, 법적으로는 단지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행위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통합교육이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해 제공되는 혜택처럼 비치기도 한다. 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에서 통합교육의 실행 주체, 책임자는 특수 교사로 인식된다.
현재의 법적 정의 안에서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 특수교육대상자가 통합학급의 교과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내용이거나 배울 수 없는 성취 기준이라며 수업과 평가에서 선을 긋거나 평가 조정을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프레임, 수업이나 평가를 조정하는 것은 교사가 특정 학생을 위해 추가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 등을 풀 수 있는 틈이 없다. 따라서 통합교육에 대해 법적 위치와 정의를 다시 재정립함으로써 이 문제를 풀어 가길 바란다.
먼저,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정의가 어떤 법에 있어야 하는가이다. 현재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있지만 통합교육에 대한 정의가 「교육기본법」에 명시된다면 통합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특수 교사나 통합학급(담임, 교과) 교사만이 아니라 당연히 모든 교직원에게 부여될 것이다.
다음으로 통합교육의 대상이 누군가이다. 현재는 ‘특수교육대상자’로 한정되어 있지만, 통합교육의 대상은 모든 학습자로 확장되어야 하며, 법적 정의에서 통합교육의 대상이 모든 학습자가 될 때 수업과 평가에서 다양한 학습자를 포함하는 방법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통합교육에 대한 정의는 ‘모든 학습자가 신체적, 인지적, 학습적, 사회정서적 특성을 존중받으며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고,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기본법」 안으로 통합교육의 정의가 개정되길 바란다.
다시, 통합교육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지위와 정의가 달라지면, 그에 따른 정책과 지침이 마련될 것이고 그 정책과 지침에 따라 각 학교 현장에서 모든 학생을 포함하는 다양한 수업과 평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넘칠 것이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몰라서 못 한 것이 아니다. 단언컨대 어떤 교사도 자신의 수업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배제하길 원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교사 개인으로서는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어려운 마음으로, 흐린 눈과 귀로 수업과 평가를 해 왔을 뿐이다. 그러면서 많은 교사들이 자괴감에 힘들었을 것이다.
더 이상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하지 못하는 것은 교사의 의지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어떤 지침이나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사 개인의 인식과 판단으로 관리자와 주변 교사들을 설득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한 사람의 교사가 이를 하고 있다면, 그 교사는 자신의 모든 열정과 시간을 투여해서 즉, 자신을 갈아 가면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옳은 것은 아니다. 한 교사의 열정과 의지가 아닌, 모든 교사가 할 수 있는 지침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교사들이 협력하여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앞으로 미래 교육은 개별화교육이 될 것이라고 한다.[ref]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미래 교육을(〈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미래교육’〉, 《행복한 교육》, 2017년 1월호), 강삼영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원장은 개별화 교육이 미래 교육이며 이에 맞춰 준비해야 함을(“개별화 교육이 미래교육이다”, 〈교육언론 [창]〉, 2024년 6월 1일) 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학자와 교사들이 미래 교육은 수업을 포함한 교육에서 학생의 개별적인 요구와 특성, 능력, 관심과 학습 스타일에 맞게 교육과정과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학생 개인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사용하기 위해 학생의 관심사, 학습 스타일, 강점과 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ref] 특수교육에서 해 오고 있던 학생 한 명 한 명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 계획을 모든 학생들에게 맞춰 개별적으로 수립하고, 하나의 교실에서 실시되는 수업이지만 다양한 학생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다양한 방법의 평가로 기록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특수교육대상자를 포함한 다양한 학습 특성을 가진 모든 학생들이 분리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각자의 교실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수업에 참여하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느 누구도 학교교육 장면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는 ‘진짜’ 통합교육일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서 이런 교실을 만날 수 있기를.
특수에서 보편으로
학교는 지금 “모두”를 위한 수업과 평가를 할 수 있는가
- 모두 참여 수업과 평가로 살펴보는
통합교육의 현주소, 그리고 미래
김민진
tears1614@gmail.com
서울 공릉중 특수 교사
학교는 지금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와 정말 달라.’
‘아니 올해 다르고, 작년 다르고.’
‘아이들이 너무 다 제각각이야.’
교사들이 모이면 늘 학생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나오는 말이다. 아이들이, 학생들이 너무 다르다는 것. 여기서 다르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이전의 학생들과 지금의 학생들이 다르다는 뜻이고, 한편으로는 같은 교실 안에서도 서로 제각각 다르다는 의미도 있다. 이 말은 교사들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매년 교육부는 교육기본통계와 특수교육통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들 통계를 살펴보면 왜 교사들이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2024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령기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는 반면[ref]2024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는 5,684,745명으로 전년(5,783,612명) 대비 98,867명 감소하였다. 초·중등(각종학교 포함) 다문화 학생 수는 193,814명으로 전년(181,178명) 대비 12,636명 증가하였으며,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 학생 수 비율은 3.8%로 전년(3.5%) 대비 0.3%p 상승하였다. 전체 학업 중단자 수는 54,615명으로 이전 학년도(52,981명) 대비 1,634명 증가하였다.[/ref], 2024 특수교육통계를 보면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ref]2024 특수교육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115,610명으로 전년(109,706명) 대비 5,904명 증가하였다.[/ref] 또 과거 다문화 학생이라 불리던 이주배경 학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교실 안에서 다루기 힘든 학생들로 거론되는 ADHD 학생에 대한 통계도 살펴볼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ADHD로 진단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는 학령기 학생 수 또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f]202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통계정보에 따르면, ADHD로 진단받은 5~19세의 아동 수는 2022년(92,932명) 대비 2023년(121,239명) 28,307명 증가하였다. 2023년 ADHD로 진단받은 학령기(5~19세) 환자의 수는 전체 ADHD 환자 수의 61.65%에 해당하며, 전체 학령기 학생 수의 2%에 해당한다.[/ref] 이뿐 아니라, 최근에는 경계선 지능 학생들이 학교에서 주요하게 인식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학업 중단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들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출생률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 학령기 학생 수는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것이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다. 전체 학령기 인구에서 특수교육대상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커질 것이고, 대부분의 학급이 통합학급이 됨을 의미한다. 더불어 앞으로 교사들은 매년 모든 교실에서 특수교육대상자를 만나 수업하고 평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계들이 한 가지 더 의미하는 바는 하나의 학급에 있는 학생들의 성향과 능력을 과거의 정규 분포로는 설명할 수 없음이다. 교실 안에는 각자의 성격과 특성을 가진, 하나의 문장이나 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제각기 다른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학교는
이렇게 제각기 다른 성격과 다른 학습 특성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하고 평가하고 있는가? 여전히 한 가지 방법으로 수업하고 한 가지 방법으로 평가하며 ‘요즘 아이들은 달라, 아이들이 너무 제각각이라서 힘들어’라고 말하고 있진 않은가?
물론 과거에 비해 다양한 수업과 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한 교과 안에서도 프로젝트 수업, 협력 학습, 토론 수업 등이 이루어지고 있고, 수행 평가, 과정 중심 평가가 도입되면서 정기(지필) 평가 외에도 평가의 방법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는 한 가지 방법의 수업과 평가는 하나의 장면 안에서 실행되는 수업과 평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데 그 프로젝트 수업 안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포용할 수 있는 다양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행 평가를 하는데 그 안에서 평가 방법의 다양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성격도, 학습 특성도, 학습 수준도 다양한데, 우리는 하나의 수업 장면에서 하나의 방법으로 수업하고, 하나의 평가 장면에서 하나의 방법으로만 평가하고 있으면서 수업에 녹아들지 못하고,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 탓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업이란? 평가란?
‘그게 가능해요?’
‘그렇게 해도 돼요?’
교사를 대상으로 통합교육 관점에서 모두 참여 수업과 평가를 위한 사례를 나누는 연수를 하면 일반 교사든 특수 교사든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일반 교사들에게 성취 기준은 매우 중요하고, 마치 성역처럼 수정을 하거나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는 그 성취 기준을 따라올 수 없는 학생들, 대표적으로 인지나 학습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들을 ‘○○이는 이 내용을 배울 수 없어요. 내 수업은 ○○이에게 의미가 없어요’라는 말을 하며 자신들의 수업 밖으로, 특수학급으로 내보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평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수교육대상자들은 개별화교육계획이 수립된 교과에 대한 수업을 특수학급에서 특수 교사에게 받고 있다. 하지만 많은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전혀 수업을 듣지 않거나 아주 일부분의 시간만 참여하는 통합학급의 내용과 기준으로 평가를 받는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특수 교사도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라 직접 수행 평가를 실시하고 그 점수를 교과 교사와 협의하여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교과 교사가 입력하게 할 수 있다.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자. 수업이란 무엇인가? 평가란 무엇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수업이란 학생에게 일어나는 배움이라고 생각하고, 평가란 학생이 배운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교실 안에서 각각의 학생들에게 배움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하고, 각각의 학생들의 배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생들의 방법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속해 있는 공릉중학교에서는 교원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모두 참여 수업과 모두 참여 평가를 많은 교과에서 실행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는 특수교육대상자뿐 아니라 교실 속에 있는 다양한 학생들을 말한다. 그리고 ‘모두 참여’의 의미는 성취 기준의 완벽한 달성이나 모든 학생들이 모든 수업 시간에서 양적, 질적으로 100%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참여’는 수업과 평가 장면에서 모든 학생을 초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특성을 존중받으며 단 일부만이라도 배움과 성장이 있도록 의미 있게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모두 참여 수업과 평가를 위해 공릉중에서는 보편적 학습 설계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각자의 교과에서 보편적 학습 설계를 포함한 수업과 평가를 실행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업 공개와 나눔으로 더 나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또 각자의 교과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과학, 음악, 체육 교과에서는 특수 교사와 교과 교사의 협력 교수로 교실 안 다양한 학생들의 수업 참여와 평가를 실현해 가고 있다. 협력 교수를 하는 교과의 경우 학기 단위로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협력 교수하고 수행 평가를 할지 협의하고, 매 차시 또는 매 단원이나 주요 활동 전에 수업 내용과 통합학급 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해 보편적 학습 설계 요소를 넣어 수업을 함께 준비한다.[ref]수업 내용에 따라 지원적 교수(예 : 과학 교사가 차시의 핵심 개념을 설명할 때 특수 교사가 순회하며 학생을 지원하거나 특수 교사가 활동을 진행할 때 과학 교사가 순회하며 학생을 지원), 팀티칭(예 : 체육 교사와 특수 교사가 체육 수업을 같은 위치에서 설명하고 시범 보이기 등으로 함께 진행), 평행 교수(예 : 과학 교사가 우주 팽창 동영상을 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 그룹을, 특수 교사가 모의실험으로 우주 팽창을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 그룹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각각 진행), 스테이션 교수(예 : 음악 드럼 활동에서 세트 드럼(음악 교사), 전자 드럼(특수 교사), 전자패드 드럼(학생 자율)으로 세 가지 스테이션을 구성하고, 45분간 학생들은 모든 스테이션을 경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ref] 수업을 마친 뒤에는 다음 수업과 수행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피드백을 나눈다. 학기 말에는 전반적인 협력 교수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수업뿐 아니라 수행 평가에서 다양한 평가 조정과 수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학업성적관리규정과 교과별 평가 계획에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지침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교과 교사들이 자신들이 가르치지 않은 내용을 평가하는 것의 부당함과 학생들이 배운 것을 평가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사들 사이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었다. 통합학급에서 참여하는 교과에서도 특수교육대상자가 수행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법적, 내용적 측면에서의 수정을 하는데 수행 정도에 대한 평가 기준은 통합학급의 점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평하다는 인식이 천천히 자리 잡았다. 더불어 일부 교과의 일부 수행 평가에 한하지만 수행 평가에서 학생들이 평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ref]예를 들어 과학의 경우, 기권의 층상 구조를 표현하는 수행 평가에서 글로 표현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말로 설명하거나 누구나 자신이 편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또 과학과 음악은 재도전의 기회가 있어 일정 기간 누구나 수행 평가에 다시 참여하여 피드백을 받고 점수를 올릴 수 있다.[/ref] 이러한 공릉중의 방법이 이상적이고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수교육대상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 특성을 가진 모든 학생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수업과 평가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소위 ‘역차별’이라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공릉중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의 더공감교실[ref]2022년부터 시작한 더공감교실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통합교육 운영 모델로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운영 학교와 연구 학교를 선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더공감교실로 선정된 학교에는 유치원의 경우 통합학급의 수만큼(기존 배치 특수 교사 포함), 초·중·고등학교에는 1명의 특수 교사를 정원 외로 추가 배치하여 일반 교사와 특수 교사의 내실 있는 협력을 바탕으로 보편적 학습 설계 및 협력 교수를 실천한다.[/ref] 운영 학교로 지난 3년간(2022~2024년) 정원 외 특수 교사 1명을 추가로 배치받았고, 특수교육대상자의 수가 5명 이하로 배치되어 있어 특수학급의 수업 시수나 특수학급과 관련된 업무에서 여유가 있었기에 통합학급의 여러 교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교수를 실천하고 보편적 학습 설계를 수업과 평가에서 실현할 수 있었다. 공릉중의 방향과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고, 더 나아가고 싶지만 쉽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현재의 너무나 빽빽한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서는 다양한 학생들을 포함하는 수업과 평가를 실시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정하게 이름 붙여진 대상, 이를테면 특수교육대상자는 내 수업과 평가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또 기초 학력 부진이나 ADHD로 불리는 학생은 내 수업 밖에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려 자신의 수업이나 평가에서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다양한 학생들을 포함하는 수업과 평가를 위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준거와 기준으로 수업과 평가에서 다양성을 마련해야 하는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특수교육대상자’로 이름 붙여진 덕분에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수업과 평가를 조정 및 수정하여 실행하기도 한다. 내용이야 어찌 되었든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평가 조정 방안[ref]〈장애학생 평가조정 매뉴얼〉(2016, 국립특수교육원)은 시각·청각·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평가 조정을 포함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학생을 위한 구체적인 평가 지침이나 평가 조정, 수정 사례는 없다. 〈중·고등학교 장애 학생 교과 학습 발달 상황 평가 도움 자료〉(2021, 교육부)는 평가 참여가 어려운 발달장애 학생의 평가 조정 사례 또한 담겨 있으나, 인정점 부여 또는 최하점의 차하점 부여 등 학생의 참여를 돕는 방식이 아닌 성적 산출만을 위한 사례를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ref]이 교육부나 각 시·도교육청에서 각급 학교로 내려오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역이나 학교 급별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만을 위해 수업이나 평가에서 추가적으로 어떤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역차별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 특히 학군에 따라서는 중학교에서도 학부모의 민원이 들어올 수 있고, 대학 입시와 직결되어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이렇듯 성적과 평가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굳이 평가 조정이나 수정을 실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이나 어려움을 감수하고 교과 교사들이 특수교육대상자나 다양한 학생들을 위해 수업이나 평가에서 수정이나 조정을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셋째, 수업 연구에만 집중할 수 없는 학교 현실에서 교사 탓만 할 수 없다. 일반 교사, 특수 교사 할 것 없이 학교에는 교사에게 수업 외에 많은 업무들이 존재하고 단연코 수업이 1순위가 되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통합학급이든 특수학급이든 급당 학생 수가 많은 상황에서, 또 생활 지도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학급 교사도 특수 교사도 지금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벅차다. 통합교육이 좋고 의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함께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포함하는 수업과 평가를 연구하고 실행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개별화교육과 특수 교사의 평가권
앞에서 설명했듯, 일반 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는 이중의 평가 시스템을 갖는다.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당 교과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일반 학급에서 실행되는 모든 교과에 대한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학습 발달 상황에 기재된다. 이와 별개로 특수교육대상자별로 개별화교육계획이 수립되고 그에 따른 평가서가 존재한다. 그간 특수교육대상자의 통합교육 현장에서 정당한 평가 요구에 대해 변명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것이 바로 이 개별화교육이다. 특수교육대상자는 학생별로 개별화교육계획에 따른 평가가 별도로 존재하니 특수교육대상자는 학교 안에서 이미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개별화교육은 법적 지침이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포함되지 않는다. 입시 등에서 공식적인 제출 문서로 학교생활기록부 말고 개별화교육계획서를 요구하는 곳은 거의 없다. 법적인 문서이지만 어떤 지위도 갖지 못한다. 그렇다면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학교생활을 증명하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뿐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배우지 않은 교과의 성적이 산출되어 나온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
특수교육대상자의 성적 산출과 관련해서 많은 다양한 의견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많은 토론과 합의의 시간을 거쳐 일반 학교에 통합되어 있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정당한 성적 처리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학교생활기록부에 개별화교육이 포함되기를, 또 그 안에 특수 교사의 평가권이 보장되기를 바란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아닌 모든 학습자
통합교육의 실행 방향이나 지침을 설정하는 기준은 법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현재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정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조 제6항에 있다.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말한다.통합교육의 대상이 특수교육대상자로만 규정되어 있다. 많은 논문들에서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 모두에게 유익하다고 되어 있지만, 법적으로는 단지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행위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통합교육이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해 제공되는 혜택처럼 비치기도 한다. 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되어 있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에서 통합교육의 실행 주체, 책임자는 특수 교사로 인식된다.
현재의 법적 정의 안에서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 특수교육대상자가 통합학급의 교과 수업에 참여할 수 없는 내용이거나 배울 수 없는 성취 기준이라며 수업과 평가에서 선을 긋거나 평가 조정을 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프레임, 수업이나 평가를 조정하는 것은 교사가 특정 학생을 위해 추가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 등을 풀 수 있는 틈이 없다. 따라서 통합교육에 대해 법적 위치와 정의를 다시 재정립함으로써 이 문제를 풀어 가길 바란다.
먼저,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정의가 어떤 법에 있어야 하는가이다. 현재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있지만 통합교육에 대한 정의가 「교육기본법」에 명시된다면 통합교육에 대한 책무성을 특수 교사나 통합학급(담임, 교과) 교사만이 아니라 당연히 모든 교직원에게 부여될 것이다.
다음으로 통합교육의 대상이 누군가이다. 현재는 ‘특수교육대상자’로 한정되어 있지만, 통합교육의 대상은 모든 학습자로 확장되어야 하며, 법적 정의에서 통합교육의 대상이 모든 학습자가 될 때 수업과 평가에서 다양한 학습자를 포함하는 방법들이 만들어지고 실행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통합교육에 대한 정의는 ‘모든 학습자가 신체적, 인지적, 학습적, 사회정서적 특성을 존중받으며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고,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기본법」 안으로 통합교육의 정의가 개정되길 바란다.
다시, 통합교육으로
통합교육에 대한 법적 지위와 정의가 달라지면, 그에 따른 정책과 지침이 마련될 것이고 그 정책과 지침에 따라 각 학교 현장에서 모든 학생을 포함하는 다양한 수업과 평가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넘칠 것이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몰라서 못 한 것이 아니다. 단언컨대 어떤 교사도 자신의 수업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배제하길 원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교사 개인으로서는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어려운 마음으로, 흐린 눈과 귀로 수업과 평가를 해 왔을 뿐이다. 그러면서 많은 교사들이 자괴감에 힘들었을 것이다.
더 이상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하지 못하는 것은 교사의 의지나 열정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어떤 지침이나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교사 개인의 인식과 판단으로 관리자와 주변 교사들을 설득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한 사람의 교사가 이를 하고 있다면, 그 교사는 자신의 모든 열정과 시간을 투여해서 즉, 자신을 갈아 가면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옳은 것은 아니다. 한 교사의 열정과 의지가 아닌, 모든 교사가 할 수 있는 지침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교사들이 협력하여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먼저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앞으로 미래 교육은 개별화교육이 될 것이라고 한다.[ref]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미래 교육을(〈학생 중심의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미래교육’〉, 《행복한 교육》, 2017년 1월호), 강삼영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원장은 개별화 교육이 미래 교육이며 이에 맞춰 준비해야 함을(“개별화 교육이 미래교육이다”, 〈교육언론 [창]〉, 2024년 6월 1일) 말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학자와 교사들이 미래 교육은 수업을 포함한 교육에서 학생의 개별적인 요구와 특성, 능력, 관심과 학습 스타일에 맞게 교육과정과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학생 개인에게 적합한 교수법을 사용하기 위해 학생의 관심사, 학습 스타일, 강점과 약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ref] 특수교육에서 해 오고 있던 학생 한 명 한 명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 계획을 모든 학생들에게 맞춰 개별적으로 수립하고, 하나의 교실에서 실시되는 수업이지만 다양한 학생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지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다양한 방법의 평가로 기록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특수교육대상자를 포함한 다양한 학습 특성을 가진 모든 학생들이 분리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각자의 교실에서 각자의 방법대로 수업에 참여하고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어느 누구도 학교교육 장면에서 차별받지 아니하는 ‘진짜’ 통합교육일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에서 이런 교실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