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존재를 부정당한 아이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돌봄과 교육은
‘운’과 ‘재량’의 영역이 아니다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강다영 ysnanum@gmail.com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들어가며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주배경❶ 아동 가운데 법과 제도의 울타리 밖에 놓인 아동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흔히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❷이라고 부릅니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이란 한국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게 만든 ‘등록’ 이주민의 기준을 맞출 만한 서류가 부족하거나 준비할 수 없는 아동을 말합니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행정 체계와 제도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됩니다. 국내 출생등록도 불가능합니다. 아동수당도 받을 수 없습니다. 취학통지서도 오지 않습니다. 의무교육의 권리 주체에서 배제된 채, 어떤 이웃을 만나느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동의 운명이 갈립니다.
돌봄과 교육은 모든 아동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의 권리는 여전히 ‘운’과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주배경 아동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집단인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을 중심으로, 돌봄과 교육받을 권리에 어떤 사각지대가 존재하는지 현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아동들의 곁사람으로서 각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또한 아동의 권리가 더 이상 운과 재량에 맡겨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돌봄받을 권리의 사각지대
: 컨테이너에서 자란 아이❸
엠마(가명)는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입니다. 아버지는 한 지역의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공장 주변은 작업으로 분진이 많이 날렸습니다. 엠마와 부모님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공장의 컨테이너 숙소에서 지냈습니다. 창문조차 없어 낮과 밤을 가늠하기 어렵고, 여름이면 찜통이 되고 겨울이면 냉골이 되는 그곳이 아이에게 전부였습니다. 바깥을 자유롭게 나갈 수도, 또래를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TV도 인터넷도 없으니, 바깥소식을 듣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은 중고 컴퓨터를 사서 CD를 구해 영상들을 저장해 온 다음, 그 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 주었습니다. 엠마에게 세상은 컴퓨터 속 영상이 전부였습니다.
도시로 이주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부모는 밤낮없이 일해야 했고, 엠마는 미인가 어린이집에 맡겨졌습니다. 어느 날 일을 일찍 마친 아버지가 평소보다 서둘러 엠마를 데리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엠마가 다른 아이들과 분리된 채 독방에 홀로 방치돼 있었던 것입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부모는 분노했지만, 항의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출생등록이 불가능해 인가된 어린이집에는 입학할 수 없고, 보육 지원도 받을 수 없어 다시 그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엠마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컨테이너에서 키운 것과 학대가 의심되는 어린이집에 계속 보낸 탓이라며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엠마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버지는 휴일도 없이 일했고, 어머니도 출산 후 몸을 추스르자마자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세 가족이 먹고살, 아이를 돌보고 교육시킬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영유아보육법」 제34조(무상보육)와 「유아교육법」 제24조(무상교육)에 따라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영유아에게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아동수당법」 제정 이후 저출산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며 아동수당 지급 연령과 지급액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한국 국적 아동에게만 한정됩니다.❹ 무국적 아동이나 외국 국적 아동은 중앙 정부로부터 가정 양육을 위한 양육수당과 어린이집 보육료, 유치원 유아학비, 아동수당 등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❺
엠마의 사례는 돌봄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때 아동의 발달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저희 센터와 연결된 이주배경 아동 중 3명도 언어 발달 지연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엠마처럼 영유아기에 홀로 방치된 탓에 말로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서툽니다.
어린이집 보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부모는 일하는 동안 자녀를 집에 방치하거나 열악한 일터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돌봄 환경에 맡기기도 합니다. 보육 기관에서는 미등록 아동이 외국인등록증, 여권, 출생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상 등록이 가능하더라도, 홍보 부족과 담당자의 인식 부족으로 해당 하동을 배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피부색, 언어, 체류 자격, 한국인 학부모들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입소가 거부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엠마와 같은 미등록 가정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어 매우 취약합니다. 분유를 살 돈이 없어 아이에게 설탕물을 먹일 수밖에 없었던 한부모 사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 했지만,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된 사례는 그 심각성을 보여 줍니다. 또한 결혼이민(F-6) 체류 자격 소지자는 한국 국적 자녀의 양육을 위해 가족 초청이 가능하지만, 그 외 이주민은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한부모 이주민이 자녀를 본국에 보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돌봄과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연령에 맞는 체계적인 신체적·심리적 발달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소근육과 대근육을 건강하게 발달시킬 수 있고, 사회화를 위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프로그램 지원 같은 것들 입니다. 이주배경 아동, 특히 미등록 이주 아동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됩니다.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아동은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출생등록이 보장되고, 미등록 아동 정규화와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받을 권리의 사각지대
: 〈노아의 나라〉가 보여 준 현실
보육의 사각지대는 곧 교육의 사각지대로 이어집니다. 교육 접근성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행 법 제도의 한계 때문인데요. 국내법은 이주배경 아동 중 일부 집단에 대해서만 교육권을 보장하며,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법적으로 의무교육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❻
이러한 구조는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은 학령기 아동에게 자동으로 발부되는 취학통지서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주민등록번호 기반 전산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므로, 미등록 이주 아동은 취학통지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교육기본법」 개정과 출생등록제 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외국 국적 아동이라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경우, 마찬가지로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합니다. 결국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한 아동은 부모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 입학을 신청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입학 여부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재량에 좌우됩니다. 결국 현 제도는 파편적이고 임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주배경 아동은 언제든 교육권에서 배제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못할/않을 경우, 또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이 아동의 편/입학을 거부할 경우에 법과 제도의 부재로 행정 기관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없습니다. 아동은 사실상 방임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볼까요?
국내 출생 미등록 장애 아동인 준은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았고, 양육자는 자녀의 장애와 미등록 신분을 이유로 “학교에 다닐 수 없다”라는 주변의 잘못된 정보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미등록 신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입학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준은 15세가 될 때까지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이후 여권상 국적국으로 출국했습니다. 한국에서 15년 동안 살면서 교육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 것입니다.
결혼이주 여성의 자녀 클로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권상 국적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중도입국했으나, 내국인 새아버지가 호적에 올리지 않아 체류는 불안정인 상태였습니다. 부모의 방임으로 장기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는데, 외국국적 아동이고 체류 자격이 불안정하여 법적으로 명시된 의무 교육 대상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지역복지센터의 끈질긴 설득과 개입 후 뒤늦게 대안학교에 입학했지만, 이미 정규 의무 교육 기회를 놓친 상황이였습니다. 만약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었다면, 의무 교육 보장에 따라 부모의 방임과 관계없이 교육 당국이 개입해 제때 입학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부모의 방임을 처벌하거나 아동을 보호할 장치가 없어 클로이의 사례처럼 심각한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극 〈노아의 나라〉❼는 또 다른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미등록이었던 이주배경 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 속에서 노아는 초등학교 입학에서 벽을 마주했습니다. 학교가 체류 자격이 없는 노아의 입학을 거부한 것입니다. 노아의 어머니가 일하던 공장의 사장님은 이 소식을 듣고 직접 학교에 찾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대로 노아를 입학시켜 주세요. 불법체류자의 아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결국 노아의 입학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법체계가 불완전하지만, 곁사람의 도움으로 입학의 벽을 넘어섰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어서 중학교까지는 무사히 졸업했지만, 고등학교 입학에서 또 한 번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고등학교 입학금과 교육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노아는 고등학교 입학 신청을 취소하려 했습니다. 그때 입학 신청을 넣었던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노아의 사정을 알게 된 학교에서는 노아의 학비와 교복을 모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학교의 재정적 지원과 선생님의 꾸준한 관심 덕분에 노아는 결국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입학을 허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보장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현장에서는 입학 이후에도 수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스쿨뱅킹 계좌 개설, 각종 지원금 신청, 대회 참가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이용 등에서 신분·서류 문제로 배제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굣길에 자녀가 실종돼 보호자가 경찰에 연락했다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사건도 있었고, 학교 내 학대 의심 상황에 문제 제기를 하자, 학교는 진상 규명보다는 “비자가 있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며 오히려 가정을 압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육권 보장이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누군가의 허락과 관용 또는 헌신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아이와 가정은 늘 불안 속에 놓입니다.
교육권 역시 돌봄권처럼 제도적 안전망 없이 개인의 노력과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습니다. 2025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한 의무 교육 보편화, 학교 등록 과정에서의 자의적 거부 방지, 고등교육 접근성 보장’ 등을 권고했습니다. 현실에서 곁사람의 설득 없이는 교실에 들어갈 수 없는 아동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권고와 현장의 간극은 뚜렷합니다.
맺으며
: 앞으로의 과제, 곁사람으로 함께하기
엠마의 이야기가 보여 주듯 돌봄을 받을 권리는 출생등록과 보편적 아동 지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노아의 나라〉 의 장면처럼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입학에서 졸업까지 이어지는 연속성 속에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가 넓습니다.
이주인권 활동가로서 바라보는 앞으로의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국적과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보육과 교육을 보장하는 보편적 지원 제도, 그리고 학업과 체류의 안정성을 함께 보장하는 청소년기 이후의 경로 마련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곁사람들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노아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사장님의 목소리 덕분이었고,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과 학교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엠마의 곁에도, 노아의 곁에도, 그리고 수많은 이주배경 아동의 곁에도 그들과 같은 곁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곁사람으로 동행하는 작은 실천은 제도 변화를 밀어 올리는 힘이 됩니다. 아이들의 권리를 더 이상 운과 재량에 맡기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곁사람으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모든 아동의 돌봄과 배움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❶ ‘이주 아동’이 아닌 ‘이주배경 아동’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쭉 한국에서만 살아왔고, 직접적인 이주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모의 이주 경험과 국적 때문에 아이의 권리가 제약받는다는 점에서, ‘이주배경 아동’이라 표현합니다. 한국에는 2024년 기준 약 20만 명의 이주배경 학생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주배경 학생은 전체 학생 대비 3.72%로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❷ 현재 한국에는 이 아동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무부는 2025년 1월 기준으로 18세 이하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이 3,434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제외한 통계로, 시민사회는 실제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의 수가 최소 1만에서 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뜻입니다. 이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정책 설계와 권리 보장의 출발선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❸ 이 글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해당 사례의 아동이 특정되지 않도록 한 보호 조치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❹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정부에 모든 아동이 국적과 관계없이 보육 시설과 재정적 지원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권고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❺ 이에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외국인 아동을 포괄하는 보육료 지원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경기도는 2006년부터 미등록 아동을 포함한 외국인 아동이 일정 수 이상 재원하는 어린이집에 예산을 지원해 왔고, 2018년 안산시는 3~5세 이주 아동 보육료를 최초로 지원했습니다. 이후 다른 지자체도 지원을 확대했지만, 대부분 등록 외국인 아동에 한정되며 지원 금액도 지역마다 달라 형평성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지원 범위를 등록 외국인으로 제한하면서, 이전까지 간접적으로 지원을 받던 미등록 아동이 다시 배제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❻ 「교육기본법」은 그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의무교육 대상에서 외국 국적이나 무국적 아동은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일부 법령은 결혼이민자의 자녀(「다문화가족지원법」), 난민 인정 아동 (「난민법」), 특별기여자 가족(「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등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교육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주노동자 자녀나 미등록 아동 등 그 외 이주배경 아동은 법체계 안에서 권리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외국 국적 아동의 입학 절차를 규정하지만, 이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재량일 뿐 법적 권리는 아닙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모든 아동에게 차별 없이 의무교육을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교육기본법」 개정을 여러 차례 권고했으나, 정부는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❼ 〈노아의 나라〉는 이주배경 청소년 노아가 직접 쓴 글을 바탕으로 ‘곁사람’들과 함께 만든 연극입니다. 제람의 기획·연출·각색과 2025 서울변방연극제 주최로 2025년 9월 6~7일에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공연되었습니다. 노아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등록이라는 ‘출생 신분’ 때문에 실제로 겪은 일상의 순간들을 무대 위에 드러냈습니다. 〈노아의 나라〉는 노아가 살아갈 나라를 함께 상상해 보는 자리이자, 곁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완성된 무대였습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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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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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존재를 부정당한 아이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돌봄과 교육은
‘운’과 ‘재량’의 영역이 아니다
보육과 교육의 사각지대,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강다영 ysnanum@gmail.com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들어가며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주배경❶ 아동 가운데 법과 제도의 울타리 밖에 놓인 아동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흔히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❷이라고 부릅니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이란 한국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게 만든 ‘등록’ 이주민의 기준을 맞출 만한 서류가 부족하거나 준비할 수 없는 아동을 말합니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행정 체계와 제도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됩니다. 국내 출생등록도 불가능합니다. 아동수당도 받을 수 없습니다. 취학통지서도 오지 않습니다. 의무교육의 권리 주체에서 배제된 채, 어떤 이웃을 만나느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아동의 운명이 갈립니다.
돌봄과 교육은 모든 아동의 기본권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의 권리는 여전히 ‘운’과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주배경 아동 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집단인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을 중심으로, 돌봄과 교육받을 권리에 어떤 사각지대가 존재하는지 현장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아동들의 곁사람으로서 각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또한 아동의 권리가 더 이상 운과 재량에 맡겨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돌봄받을 권리의 사각지대
: 컨테이너에서 자란 아이❸
엠마(가명)는 한국에서 태어난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입니다. 아버지는 한 지역의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공장 주변은 작업으로 분진이 많이 날렸습니다. 엠마와 부모님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공장의 컨테이너 숙소에서 지냈습니다. 창문조차 없어 낮과 밤을 가늠하기 어렵고, 여름이면 찜통이 되고 겨울이면 냉골이 되는 그곳이 아이에게 전부였습니다. 바깥을 자유롭게 나갈 수도, 또래를 만날 수도 없었습니다. TV도 인터넷도 없으니, 바깥소식을 듣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은 중고 컴퓨터를 사서 CD를 구해 영상들을 저장해 온 다음, 그 영상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 주었습니다. 엠마에게 세상은 컴퓨터 속 영상이 전부였습니다.
도시로 이주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생계를 위해 부모는 밤낮없이 일해야 했고, 엠마는 미인가 어린이집에 맡겨졌습니다. 어느 날 일을 일찍 마친 아버지가 평소보다 서둘러 엠마를 데리러 갔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엠마가 다른 아이들과 분리된 채 독방에 홀로 방치돼 있었던 것입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부모는 분노했지만, 항의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출생등록이 불가능해 인가된 어린이집에는 입학할 수 없고, 보육 지원도 받을 수 없어 다시 그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엠마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 컨테이너에서 키운 것과 학대가 의심되는 어린이집에 계속 보낸 탓이라며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엠마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버지는 휴일도 없이 일했고, 어머니도 출산 후 몸을 추스르자마자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세 가족이 먹고살, 아이를 돌보고 교육시킬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영유아보육법」 제34조(무상보육)와 「유아교육법」 제24조(무상교육)에 따라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영유아에게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8년 「아동수당법」 제정 이후 저출산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며 아동수당 지급 연령과 지급액을 확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한국 국적 아동에게만 한정됩니다.❹ 무국적 아동이나 외국 국적 아동은 중앙 정부로부터 가정 양육을 위한 양육수당과 어린이집 보육료, 유치원 유아학비, 아동수당 등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❺
엠마의 사례는 돌봄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때 아동의 발달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저희 센터와 연결된 이주배경 아동 중 3명도 언어 발달 지연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엠마처럼 영유아기에 홀로 방치된 탓에 말로 의사 표현을 하는 데 서툽니다.
어린이집 보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부모는 일하는 동안 자녀를 집에 방치하거나 열악한 일터에 데리고 가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돌봄 환경에 맡기기도 합니다. 보육 기관에서는 미등록 아동이 외국인등록증, 여권, 출생증명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도상 등록이 가능하더라도, 홍보 부족과 담당자의 인식 부족으로 해당 하동을 배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피부색, 언어, 체류 자격, 한국인 학부모들의 거부감 등을 이유로 입소가 거부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엠마와 같은 미등록 가정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어 매우 취약합니다. 분유를 살 돈이 없어 아이에게 설탕물을 먹일 수밖에 없었던 한부모 사례, 일을 하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려 했지만, 체류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거부된 사례는 그 심각성을 보여 줍니다. 또한 결혼이민(F-6) 체류 자격 소지자는 한국 국적 자녀의 양육을 위해 가족 초청이 가능하지만, 그 외 이주민은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한부모 이주민이 자녀를 본국에 보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돌봄과 교육은 매우 중요합니다.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연령에 맞는 체계적인 신체적·심리적 발달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소근육과 대근육을 건강하게 발달시킬 수 있고, 사회화를 위한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프로그램 지원 같은 것들 입니다. 이주배경 아동, 특히 미등록 이주 아동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됩니다.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아동은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출생등록이 보장되고, 미등록 아동 정규화와 법 개정이 이뤄진다면,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받을 권리의 사각지대
: 〈노아의 나라〉가 보여 준 현실
보육의 사각지대는 곧 교육의 사각지대로 이어집니다. 교육 접근성부터 어려움이 많습니다. 현행 법 제도의 한계 때문인데요. 국내법은 이주배경 아동 중 일부 집단에 대해서만 교육권을 보장하며,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법적으로 의무교육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습니다.❻
이러한 구조는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한국의 초등학교 입학은 학령기 아동에게 자동으로 발부되는 취학통지서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주민등록번호 기반 전산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므로, 미등록 이주 아동은 취학통지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교육기본법」 개정과 출생등록제 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외국 국적 아동이라도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경우, 마찬가지로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합니다. 결국 취학통지서를 받지 못한 아동은 부모가 직접 학교를 찾아가 입학을 신청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입학 여부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재량에 좌우됩니다. 결국 현 제도는 파편적이고 임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주배경 아동은 언제든 교육권에서 배제될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만약 부모가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못할/않을 경우, 또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이 아동의 편/입학을 거부할 경우에 법과 제도의 부재로 행정 기관이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없습니다. 아동은 사실상 방임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관련 사례를 살펴볼까요?
국내 출생 미등록 장애 아동인 준은 취학통지서가 발부되지 않았고, 양육자는 자녀의 장애와 미등록 신분을 이유로 “학교에 다닐 수 없다”라는 주변의 잘못된 정보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미등록 신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입학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준은 15세가 될 때까지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이후 여권상 국적국으로 출국했습니다. 한국에서 15년 동안 살면서 교육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한 것입니다.
결혼이주 여성의 자녀 클로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권상 국적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중도입국했으나, 내국인 새아버지가 호적에 올리지 않아 체류는 불안정인 상태였습니다. 부모의 방임으로 장기간 학교에 다니지 못했는데, 외국국적 아동이고 체류 자격이 불안정하여 법적으로 명시된 의무 교육 대상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지역복지센터의 끈질긴 설득과 개입 후 뒤늦게 대안학교에 입학했지만, 이미 정규 의무 교육 기회를 놓친 상황이였습니다. 만약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었다면, 의무 교육 보장에 따라 부모의 방임과 관계없이 교육 당국이 개입해 제때 입학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부모의 방임을 처벌하거나 아동을 보호할 장치가 없어 클로이의 사례처럼 심각한 권리 침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극 〈노아의 나라〉❼는 또 다른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었습니다. 미등록이었던 이주배경 청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 작품 속에서 노아는 초등학교 입학에서 벽을 마주했습니다. 학교가 체류 자격이 없는 노아의 입학을 거부한 것입니다. 노아의 어머니가 일하던 공장의 사장님은 이 소식을 듣고 직접 학교에 찾아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대로 노아를 입학시켜 주세요. 불법체류자의 아이라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받고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결국 노아의 입학을 허가해 주었습니다. 법체계가 불완전하지만, 곁사람의 도움으로 입학의 벽을 넘어섰습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어서 중학교까지는 무사히 졸업했지만, 고등학교 입학에서 또 한 번 고비를 넘겨야 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에 고등학교 입학금과 교육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노아는 고등학교 입학 신청을 취소하려 했습니다. 그때 입학 신청을 넣었던 고등학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노아의 사정을 알게 된 학교에서는 노아의 학비와 교복을 모두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학교의 재정적 지원과 선생님의 꾸준한 관심 덕분에 노아는 결국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은 단순히 입학을 허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 비로소 보장된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현장에서는 입학 이후에도 수많은 장벽이 존재합니다. 스쿨뱅킹 계좌 개설, 각종 지원금 신청, 대회 참가나 온라인 학습 플랫폼 이용 등에서 신분·서류 문제로 배제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굣길에 자녀가 실종돼 보호자가 경찰에 연락했다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사건도 있었고, 학교 내 학대 의심 상황에 문제 제기를 하자, 학교는 진상 규명보다는 “비자가 있어야 학교에 다닐 수 있다”며 오히려 가정을 압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교육권 보장이 법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누군가의 허락과 관용 또는 헌신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아이와 가정은 늘 불안 속에 놓입니다.
교육권 역시 돌봄권처럼 제도적 안전망 없이 개인의 노력과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습니다. 국제 사회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습니다. 2025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한 의무 교육 보편화, 학교 등록 과정에서의 자의적 거부 방지, 고등교육 접근성 보장’ 등을 권고했습니다. 현실에서 곁사람의 설득 없이는 교실에 들어갈 수 없는 아동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권고와 현장의 간극은 뚜렷합니다.
맺으며
: 앞으로의 과제, 곁사람으로 함께하기
엠마의 이야기가 보여 주듯 돌봄을 받을 권리는 출생등록과 보편적 아동 지원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노아의 나라〉 의 장면처럼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입학에서 졸업까지 이어지는 연속성 속에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가 넓습니다.
이주인권 활동가로서 바라보는 앞으로의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아동의 출생을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국적과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보육과 교육을 보장하는 보편적 지원 제도, 그리고 학업과 체류의 안정성을 함께 보장하는 청소년기 이후의 경로 마련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곁사람들의 존재가 필요합니다. 노아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사장님의 목소리 덕분이었고, 졸업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과 학교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덕분이었습니다. 엠마의 곁에도, 노아의 곁에도, 그리고 수많은 이주배경 아동의 곁에도 그들과 같은 곁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곁사람으로 동행하는 작은 실천은 제도 변화를 밀어 올리는 힘이 됩니다. 아이들의 권리를 더 이상 운과 재량에 맡기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곁사람으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것이 모든 아동의 돌봄과 배움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❶ ‘이주 아동’이 아닌 ‘이주배경 아동’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쭉 한국에서만 살아왔고, 직접적인 이주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부모의 이주 경험과 국적 때문에 아이의 권리가 제약받는다는 점에서, ‘이주배경 아동’이라 표현합니다. 한국에는 2024년 기준 약 20만 명의 이주배경 학생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주배경 학생은 전체 학생 대비 3.72%로 매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❷ 현재 한국에는 이 아동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법무부는 2025년 1월 기준으로 18세 이하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이 3,434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은 제외한 통계로, 시민사회는 실제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의 수가 최소 1만에서 2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합니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뜻입니다. 이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정책 설계와 권리 보장의 출발선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❸ 이 글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입니다. 해당 사례의 아동이 특정되지 않도록 한 보호 조치이니 양해를 구합니다.
❹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정부에 모든 아동이 국적과 관계없이 보육 시설과 재정적 지원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권고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❺ 이에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외국인 아동을 포괄하는 보육료 지원 사업을 운영해 왔습니다. 경기도는 2006년부터 미등록 아동을 포함한 외국인 아동이 일정 수 이상 재원하는 어린이집에 예산을 지원해 왔고, 2018년 안산시는 3~5세 이주 아동 보육료를 최초로 지원했습니다. 이후 다른 지자체도 지원을 확대했지만, 대부분 등록 외국인 아동에 한정되며 지원 금액도 지역마다 달라 형평성이 부족합니다. 오히려 지원 범위를 등록 외국인으로 제한하면서, 이전까지 간접적으로 지원을 받던 미등록 아동이 다시 배제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❻ 「교육기본법」은 그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의무교육 대상에서 외국 국적이나 무국적 아동은 원천적으로 배제되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일부 법령은 결혼이민자의 자녀(「다문화가족지원법」), 난민 인정 아동 (「난민법」), 특별기여자 가족(「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등 특정 집단에 대해서만 교육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주노동자 자녀나 미등록 아동 등 그 외 이주배경 아동은 법체계 안에서 권리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외국 국적 아동의 입학 절차를 규정하지만, 이는 학교장이나 교육감의 재량일 뿐 법적 권리는 아닙니다.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모든 아동에게 차별 없이 의무교육을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에 「교육기본법」 개정을 여러 차례 권고했으나, 정부는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❼ 〈노아의 나라〉는 이주배경 청소년 노아가 직접 쓴 글을 바탕으로 ‘곁사람’들과 함께 만든 연극입니다. 제람의 기획·연출·각색과 2025 서울변방연극제 주최로 2025년 9월 6~7일에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공연되었습니다. 노아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등록이라는 ‘출생 신분’ 때문에 실제로 겪은 일상의 순간들을 무대 위에 드러냈습니다. 〈노아의 나라〉는 노아가 살아갈 나라를 함께 상상해 보는 자리이자, 곁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완성된 무대였습니다.
교육공동체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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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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