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존재를 부정당한 아이들,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
태어난 순간부터 차별받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 아동의 인권 : 보편적 출생등록과 이주구금 문제를 중심으로
김진 jkim@duroo.org
공익법단체 두루
모든 아동은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어떠한 출신 및 신분과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인권의 보편적 가치이자 한국 정부가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이 강조하는 기본 원칙이다.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 내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며, 차별 없이 그들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협약의 정신에 따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이주배경 아동이 차별받지 않도록, 출생등록, 보육, 교육, 복지와 건강권, 보호 및 지원 등 모든 분야에서 이주 아동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권고를 제시해 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한국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에 노출되는 아동들이 존재한다. 특히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글은 한국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의 인권 현실을 출생등록과 구금이라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출생등록
: 삶의 첫 단추부터 가로막힌 권리
출생등록은 아동 권리의 시작점이다. 아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육과 의료 등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 사회는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성명을 가져야 한다”(「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4조),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아동권리협약 제7조) 등 출생등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엔시민적·정치적권리규약위원회, 유엔경제적·사회적·문화적권리규약위원회,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유엔 인권 기구들이 한국 정부에 권고하는 내용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한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마련이다.
정부도 이러한 권고를 수용하여 온라인 출생신고 도입, 미혼부의 출생신고 요건 완화 등 여러 제도를 개선해 왔다. 헌법재판소 역시 2023년 “출생등록은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첫 단계이자 인격을 형성해 나가는 전제”❶라고 판결하며 출생등록권이 아동의 기본권임을 명확히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들은 여전히 출생등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출생등록 제도를 관장하는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 국적 아동은 출생의 등록과 증명이 불가능하다. 이는 곧 아동의 법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난민이나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는 박해를 가한 본국 정부의 공관에 출생 신고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의 감소를 위해 인력 송출국에 협조를 요구하면서, 해당 국가 공관에서 출생 신고 시 체류 자격 여부를 확인하거나 귀국을 종용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일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되지 않은 6,000여 명의 아동 중 약 4,000명이 외국인 아동이었고, 이들은 정부의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❷ 이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를 부정당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법적 공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삶은 끝없는 불안정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안정적으로 체류할 권리
: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 아동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제5·6차 심의 최종 견해에서 여러 권고와 함께 “난민 및 무국적 아동의 지위를 결정하는 절차”를 개발하고, 특히 “장기 거주 이주 아동의 지위를 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에 아동의 권리 또는 체류에 대해 다루는 별도의 규정이 전무함에 따라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 아동은 원칙적으로 강제퇴거의 대상이 된다.
한국은 「초·중등교육법」을 통해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일지라도 학교에 다니는 경우 강제퇴거가 유예되기도 한다. 이는 이주 아동의 체류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제퇴거 유예는 임시적인 조치일 뿐, 이주 아동의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를 근거로 체류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체류의 연장을 요구할 수 없으며, 적합한 체류 자격이 없이는 대학 진학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단순히 교육권을 넘어 이주 아동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고 자립하며, ‘꿈을 키워 나갈’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제 사회의 꾸준한 권고와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여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제도를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❸에 따라 법무부는 2021년,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조건부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❹했다. 이 정책은 국내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거주한 아동에게 제한적으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또한, 이 정책이 지나치게 가혹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2022년에는 ‘국내 장기 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을 추가로 발표❺했다. 대상 기준을 완화하여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영유아기부터 6년 이상 체류한 아동, 또는 7년 이상 공교육을 이수한 아동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정책으로 2022년 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962명의 이주 아동이 체류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한시적으로만 운영되며, 지속 가능한 법적 체계가 아니라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아동이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와 무관하게, 성인이 된 이후 체류 자격을 변경하려면 연령, 학력, 한국어 능력, 소득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임시방편적인 정책으로는 이주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수 없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아동의 거주 및 성장에 부합하는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법의 제정 또는 개정이 시급하다.
아동의 이주구금
: 인권 침해의 상징
아동의 이주구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동 최상의 이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한국 국적이 없는 아동의 구금 금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이에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 아동이 부모와 함께 구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14세 미만 어린이는 부모와 함께 생활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아동 보호에 대한 대안이 없는 부모는 사실상 자녀와 함께 강제로 구금되는 현실이다.
이는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2023년 4월에는 3세 아동이 아버지와 함께 구금된 후 강제 송환되었고, 5월에는 체류 자격이 있는 6세 아동이 어머니와 함께 구금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한, 2024년에는 최장 631일간 구금된 이주 아동의 사례❻도 확인되는 등 장기 구금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인보호규칙」은 구금된 아동에 대한 교육, 보호 등에 대해 일부 추가 규정을 두고 있긴 하나 교육이나 특별한 보호가 제공되더라도 외국인보호소의 환경은 아동의 성장에 적합하지 않으며, 구금 자체가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해 이를 상쇄할 수 없다. 아동의 구금은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주 아동에게는 구금이 아닌,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한 지역 사회 기반의 보호 및 지원 체계가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의 이주 아동
2019년 9월 진행된 대한민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에 대한 제5·6차 심의에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중요한 성과로 제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대해 “이 정책이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이주 아동을 배제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국이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등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에서 이주 아동이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특히 난민 아동을 포함한 이주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거나 보육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이주 아동이 학대 피해를 당할 때 아동 보호 체계에 편입되어 공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이주 아동의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되는지 등 한국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부 대표단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정부 대표단은 이주 아동과 관련된 대부분의 질의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동복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이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할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 법적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국적과 관계없이 출생을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이주 아동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정규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의 이주구금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하는 ‘아동 최상의 이익’의 원칙을 출입국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아동은 본인 또는 부모의 국적이나 법적 지위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이주 아동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에 이주 아동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진지한 고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❶ 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1헌마975 결정.
❷ 보건복지부, “[보도 자료]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 전수조사 결과 1,025명 생존 확인, 249명 사망, 814명 수사 중”, 2023년 7월 18일.
❸ 국가인권위원회 2020. 3. 31.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 –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 부여 제도 부존재로 인한 인권 침해(19진정0703100).
❹ 법무부, “[보도 자료] 법무부, 장기 체류 외국인 아동에게 조건부 체류 자격 부여”, 2021년 4월 19일.
❺ 법무부, “[보도 자료] 외국인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대상 대폭 확대”, 2022년 1월 20일.
❻ 공익법단체 두루, “[통계][정보 공개 자료] 이주 아동 구금 실태(2020~2025)”, 2025년 6월 13일.(www.duroo.org/info_immigration/?idx=166449746&bmode=view)
교육공동체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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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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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jkim@duroo.org
공익법단체 두루
모든 아동은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어떠한 출신 및 신분과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는 인권의 보편적 가치이자 한국 정부가 비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이 강조하는 기본 원칙이다. 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 내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며, 차별 없이 그들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협약의 정신에 따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이주배경 아동이 차별받지 않도록, 출생등록, 보육, 교육, 복지와 건강권, 보호 및 지원 등 모든 분야에서 이주 아동이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권고를 제시해 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한국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차별에 노출되는 아동들이 존재한다. 특히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심각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 글은 한국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의 인권 현실을 출생등록과 구금이라는 두 가지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출생등록
: 삶의 첫 단추부터 가로막힌 권리
출생등록은 아동 권리의 시작점이다. 아동의 존재를 인정하고, 교육과 의료 등 필수적인 사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 사회는 “모든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고 성명을 가져야 한다”(「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4조),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을 권리를 가진다”(아동권리협약 제7조) 등 출생등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엔시민적·정치적권리규약위원회, 유엔경제적·사회적·문화적권리규약위원회,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유엔 인권 기구들이 한국 정부에 권고하는 내용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외국 국적 아동에 대한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의 마련이다.
정부도 이러한 권고를 수용하여 온라인 출생신고 도입, 미혼부의 출생신고 요건 완화 등 여러 제도를 개선해 왔다. 헌법재판소 역시 2023년 “출생등록은 개인의 인격을 발현하는 첫 단계이자 인격을 형성해 나가는 전제”❶라고 판결하며 출생등록권이 아동의 기본권임을 명확히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의 한계로 인해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들은 여전히 출생등록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출생등록 제도를 관장하는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대한민국 ‘국민’의 출생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 국적 아동은 출생의 등록과 증명이 불가능하다. 이는 곧 아동의 법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난민이나 미등록 체류자의 자녀는 박해를 가한 본국 정부의 공관에 출생 신고를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가 미등록 체류자의 감소를 위해 인력 송출국에 협조를 요구하면서, 해당 국가 공관에서 출생 신고 시 체류 자격 여부를 확인하거나 귀국을 종용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는 일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 신고되지 않은 6,000여 명의 아동 중 약 4,000명이 외국인 아동이었고, 이들은 정부의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❷ 이는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존재를 부정당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법적 공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들의 삶은 끝없는 불안정 속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안정적으로 체류할 권리
: 지금 여기서, 꿈을 키우는 이주 아동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대한민국 제5·6차 심의 최종 견해에서 여러 권고와 함께 “난민 및 무국적 아동의 지위를 결정하는 절차”를 개발하고, 특히 “장기 거주 이주 아동의 지위를 규정할 것”을 권고하였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에 아동의 권리 또는 체류에 대해 다루는 별도의 규정이 전무함에 따라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 아동은 원칙적으로 강제퇴거의 대상이 된다.
한국은 「초·중등교육법」을 통해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이 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일지라도 학교에 다니는 경우 강제퇴거가 유예되기도 한다. 이는 이주 아동의 체류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제퇴거 유예는 임시적인 조치일 뿐, 이주 아동의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를 근거로 체류 자격이 부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체류의 연장을 요구할 수 없으며, 적합한 체류 자격이 없이는 대학 진학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는 단순히 교육권을 넘어 이주 아동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하고 자립하며, ‘꿈을 키워 나갈’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는다.
국제 사회의 꾸준한 권고와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여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제도를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❸에 따라 법무부는 2021년,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조건부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정책을 발표❹했다. 이 정책은 국내에서 태어나 15년 이상 거주한 아동에게 제한적으로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또한, 이 정책이 지나치게 가혹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2022년에는 ‘국내 장기 체류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방안’을 추가로 발표❺했다. 대상 기준을 완화하여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영유아기부터 6년 이상 체류한 아동, 또는 7년 이상 공교육을 이수한 아동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정책으로 2022년 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962명의 이주 아동이 체류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한시적으로만 운영되며, 지속 가능한 법적 체계가 아니라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아동이 한국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와 무관하게, 성인이 된 이후 체류 자격을 변경하려면 연령, 학력, 한국어 능력, 소득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임시방편적인 정책으로는 이주 아동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할 수 없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아동의 거주 및 성장에 부합하는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법의 제정 또는 개정이 시급하다.
아동의 이주구금
: 인권 침해의 상징
아동의 이주구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아동 최상의 이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한국 국적이 없는 아동의 구금 금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이에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 아동이 부모와 함께 구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라 14세 미만 어린이는 부모와 함께 생활하도록 허가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아동 보호에 대한 대안이 없는 부모는 사실상 자녀와 함께 강제로 구금되는 현실이다.
이는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2023년 4월에는 3세 아동이 아버지와 함께 구금된 후 강제 송환되었고, 5월에는 체류 자격이 있는 6세 아동이 어머니와 함께 구금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또한, 2024년에는 최장 631일간 구금된 이주 아동의 사례❻도 확인되는 등 장기 구금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외국인보호규칙」은 구금된 아동에 대한 교육, 보호 등에 대해 일부 추가 규정을 두고 있긴 하나 교육이나 특별한 보호가 제공되더라도 외국인보호소의 환경은 아동의 성장에 적합하지 않으며, 구금 자체가 아동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각해 이를 상쇄할 수 없다. 아동의 구금은 아동의 발달을 저해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주 아동에게는 구금이 아닌,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한 지역 사회 기반의 보호 및 지원 체계가 제공되어야 한다.
한국의 이주 아동
2019년 9월 진행된 대한민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에 대한 제5·6차 심의에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중요한 성과로 제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대해 “이 정책이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이주 아동을 배제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국이 이들을 포용하는 사회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등 아동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에서 이주 아동이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특히 난민 아동을 포함한 이주 아동이 아동수당을 받거나 보육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이주 아동이 학대 피해를 당할 때 아동 보호 체계에 편입되어 공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이주 아동의 교육권이 온전히 보장되는지 등 한국에서 이주배경 아동들이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정부 대표단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정부 대표단은 이주 아동과 관련된 대부분의 질의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동복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아동이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할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 법적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국적과 관계없이 출생을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이주 아동이 한국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정규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의 이주구금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 고려하는 ‘아동 최상의 이익’의 원칙을 출입국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아동은 본인 또는 부모의 국적이나 법적 지위에 관계없이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이주 아동이 차별 없이 교육받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에 이주 아동이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진지한 고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❶ 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1헌마975 결정.
❷ 보건복지부, “[보도 자료]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 전수조사 결과 1,025명 생존 확인, 249명 사망, 814명 수사 중”, 2023년 7월 18일.
❸ 국가인권위원회 2020. 3. 31.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제2위원회 결정 –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 아동의 체류 자격 부여 제도 부존재로 인한 인권 침해(19진정0703100).
❹ 법무부, “[보도 자료] 법무부, 장기 체류 외국인 아동에게 조건부 체류 자격 부여”, 2021년 4월 19일.
❺ 법무부, “[보도 자료] 외국인 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 자격 부여 대상 대폭 확대”, 2022년 1월 20일.
❻ 공익법단체 두루, “[통계][정보 공개 자료] 이주 아동 구금 실태(2020~2025)”, 2025년 6월 13일.(www.duroo.org/info_immigration/?idx=166449746&bmod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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