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3학년 2학기, 공백과 비틀거림의 시간
현장실습 청소년과
비경제활동 청년의
불안정한 삶
박내현 dokko0427@gmail.com
우리동네노동권찾기 활동가
지난 9월에 개봉한 영화 〈3학년 2학기〉가 시민들과 지역 사회의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된 덕분에 올해 가을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현장실습의 실태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하고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거는 챌린지가 진행되기도 했다. 영화를 만든 이란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뉴스에서는 주로 죽거나 다친 실습생들의 소식을 전하지만 영화에선 그들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를 묘사해 보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실에서는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아니면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았던 직업계고의 3학년 2학기와 현장실습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현장실습, 취업, 진학 - 불투명한 미래
현장실습이라는 단어는 늘 사고, 사망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실제 모든 현장실습이 위험한 것은 아니고, 직업계고에는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 10여 년 전, 내가 처음 노동인권 교육을 위해 공업 고등학교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많은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위해 교실을 비운 상태였다. 교실에 남은 학생들은 먼저 현장실습을 나간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의 교실은 좀 다르다.
우선 첫째, 직업계고의 취업률 감소가 심각하다. 학생들이 직업계고에 진학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르게 취업해 진로를 결정하고 싶어서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취업률 감소는 본질적인 문제가 된다. 같은 직업계고 중에서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특성화고의 경우 정부 발표에 따르면 취업률은 52.3%(2024년)이고 실질 취업률은 27.3%에 불과하다. 취업률은 대학 진학이나 군 입대를 제외한 졸업생 중 취업한 학생을 계산한 것이다. 반면 실질 취업률은 위의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전체 졸업생 중 취업한 학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취업률은 72.6%(2024년), 실질 취업률은 61.3%이다. 마이스터고는 바이오,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의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기업과 연계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로 특성화고에 비해 실제 취업률도 높다.
반면 특성화고는 취업률이 점점 낮아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취업을 기대하고 왔다가 생각보다 취업이 어려워 대학 진학으로 목표를 바꾸거나 애초에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취업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취업률이 학교 홍보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특성화고의 특성상 신입생 모집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현장실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현장실습을 폐지하지 말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실습 유경험자들의 이후 취업 경로를 살펴보면 현장실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❶ 졸업 이후 진학과 취업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아 현재 실업 상태이거나 불완전 취업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의 비율은 현장실습 참여자가 비참여자보다 높았다. 현장실습 경험자 중 실습한 기업으로 취업할 의향을 조사한 것에서 점수가 낮았던 점 등을 포괄하여 보았을 때 현장실습 경험 자체가 취업으로 연계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❷ 또한 취업한 특성화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현장실습 참여자와 비참여자의 임금 격차나 종사상의 지위(정규직 여부)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 가입 여부, 기업체의 규모, 재직 중인 기업체에 대한 만족도 역시 두 집단 간 차이를 볼 수 없었다.
현장실습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당사자들은 아직 현장실습을 경험해 보지 않은 재학생들일 수 있다. 이들은 현장실습 외에는 취업의 기회나 일 경험을 갖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현재의 현장실습이 좀 더 현실적으로 보완되어 취업에 도움이 되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을 경험했던 참여자들의 응답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현재의 현장실습 제도가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장실습 기간을 모두 완료하지 못하고 학교에 복교한 경우 학교가 이후 취업 및 진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진학을 원했지만 학교로부터 적절한 진학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 역시 학교의 공백을 보여 줬다.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작년에 한 직업계고에 수업하러 갔다가 교실의 반 이상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왜 그런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다. 빈자리의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를 해 준 학생은 “저도 곧 자퇴할 거에요. 샘이 자퇴하래요”라고 말했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웃으며 “농담하신 거겠지”라고 말했지만, “아니에요. 취업도 안 될 거 같으니 그냥 자퇴하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그 학생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고 모든 직업계고가 그런 상황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직업계고 3학년 2학기의 교실이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직업계고 사이에도 ‘급이 있다’는 말도 종종 들려온다. 교육을 갔을 때, 취업이 잘 되는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에도 관심이 높다. 반면, 그렇지 않은 학교는 ‘노동인권’ 자체를 취업하지 못할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학교의 시설도 마찬가지다. 교실이나 실습실 등이 리모델링 되었거나 잘 갖춰진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수업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 전공 과목이 자주 바뀌는 학교들은 제대로 된 실습실은커녕 새로운 전공 과목을 가르칠 전문 교사를 갖추기도 어렵다. 학생들이 그런 상황을 감지하지 못할 리 없다. 학교에서부터 존중받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존중받기는 더 어렵다. 영화 〈다음 소희〉와 〈3학년 2학기〉 속 등장인물들처럼 죽거나 다치지 않더라도 직업계고 청소년들이 재학 중 혹은 졸업 후 겪는 차별은 심각하다.
보이지도 않는 직업계고 청(소)년,
일반고 직업반, 그리고 취업도 진학도 안 하는 사람
현장실습 등 직업계고 관련 논의를 할 때마다 직업계고의 현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 자료를 찾기 어려워 답답했다. 서울 내 직업계고의 현황 역시 전체 학교 수와 남/녀 학생 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 각 학교의 전공 및 현장실습 현황 등은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집중되어 있고 일반고 3학년 직업반❸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관련 연구 결과 역시 취업 및 진로, 노동 경험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의 25%에 달하는 진학도 취업도 선택하지 않은 졸업생들에 대한 추적 조사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에 대한 소식은 뜻밖에도 한 신문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쉬었음 청년(비경제활동 청년)’❹을 다룬 한 기사에서는 최근 한국 사회의 문제로 지적되는 ‘비경제활동 청년’의 61.8%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경우가 74.6%라고 했다.❺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쉬는 청년들 중 일부가 우리가 만나지 못한 직업계고 졸업생은 아닐까. 또 다른 기사에서는 날로 높아지는 직업계고의 대학 진학률을 다루며 이 중 일부가 ‘회피성 진학’이라고 지적한다.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회피성으로 일단 대학 진학을 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쉬는 청년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용산철도고의 경우 졸업 후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는 진로 미결정 학생이 2024년 기준 15.7%이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❻ 정확하고 자세한 연구 조사는 없지만 위의 내용들을 토대로 고졸 이하의 학력을 지녔거나 혹은 회피성 진학을 한 후에 ‘비경제활동 청년’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실습에 대한 불만족, 혹은 현장실습 이후 본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거나, 고졸 청년에게 주어지는 질 낮은 일자리나 차별 경험들이 고졸 청년들에게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운 장벽’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동네노동권찾기가 2017년경부터 만나 왔던 고졸 청년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8년부터 7년간 고등학교 졸업 후 일 경험을 들어 보면 꾸준히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해 본 청년은 매우 드물었다. 남성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단 군대를 가는 경우가 많고, 여성 청년들은 고민 끝에 대학에 뒤늦게 진학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하던 카페나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전공과는 무관한 단기 물류, 건설 노동을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취업을 해서도 ‘아직 젊은데 왜 대학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듣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 중 하나는 ‘학력’이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논의와 논란이 지속될 때 ‘학력’에 의한 차별은 차별에서 제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고졸과 대졸의 임금 격차나 사회적 차별 인식이 2년이나 4년을 더 공부한 사람에 대한 당연한 대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학력과 무관하게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노동 임금 외에도 각종 제도가 지원하는 사회 임금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외국의 직업교육 제도를 그대로 베껴 쓸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자료에 나타난 독일이나 핀란드의 직업교육에서 가장 큰 특징은 국가와 기업, 노동조합(노동계)이 협력하여 직업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고 그렇게 투자한 인력을 채용한다. 노동조합은 기업이 인력 채용을 제대로 하는지, 직업교육 과정에서 기업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직업교육을 받은 후 해당 산업군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노동을 하는지를 견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처럼 노사 관계 혹은 노동조합과 국가의 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작년 청소년활동가마당에서 청소년 노동에 대한 발제를 했을 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기업체에 와서 현장실습을 할 때, 해당 기업의 노동조합이 현장실습생의 노동 인권을 위해 노력한 사례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우선 현장실습생이 실습을 가는 기업(2024년 기준 산업체 규모 50인 미만이 34.5%, 300인 미만이 28%, 10인 이하가 22.3%)에 노조가 있을 확률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개별 기업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산별이나 총연맹 차원에서 현장실습 문제나 대안을 논의한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그나마 직업계고 졸업생, 고졸 노동자에 대한 정책 마련과 취업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한 현장실습은 가능한가
영화 〈3학년 2학기〉에서 주인공이 현장실습을 나간 기업체에는 현장 교사인 송 대리가 있다. 송 대리는 현장실습생에 대한 교육 계획이 전혀 없고 무관심하며, 심지어 불친절하다. 자신의 업무가 바쁠 때는 교육 자료를 던져 주고 그냥 방치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뻔하기도 했다. 실습생은 바쁜 현장에서 걸리적거리는 존재일 뿐이다. 반면, 주인공에게 용접을 가르쳐 주는 한 주임도 있다.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는 친절한 한 주임을 보며 관객들은 송 대리에게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송 대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한국의 노동 시간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3~5위일 정도로 길다.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52시간 제한을 폐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도 송 대리와 한 주임이 납품을 위해 며칠 동안 밤샘 근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현장실습 매뉴얼에는 현장실습이 ‘교육’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실습이 진행되는 기업의 현실, 노동의 현장에서는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안전한 현장실습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현장실습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아무 데나 빨리 취업해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쳐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어떤 형태로 취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이 전혀 논의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와 청소년 당사자들은 현장실습을 놓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현장실습을 폐지하자는 사람들도, 그대로 두고 보완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 직업계고를 졸업한 청(소)년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장실습’이 아니라 직업계고 졸업 이후의 취업 정책, 직업계고 졸업생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마련이다. 현장실습 폐지 구호는 현장실습에 나가는 직업계고 학생들, 직업계고를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을 직시하라는 목소리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현장실습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이제는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❶ 국가인권위원회(2022),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마련 실태조사〉.
❷ 국가인권위원회(2022), 앞의 자료 중 ‘특성화고 현장실습 운영 현황 및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 진로경험.’
❸ 일반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 대신 취업으로 진로를 정하면 해당 전공이 있는 직업계고에 가서 수업을 받게 된다. 보통 주 4일은 직업계고에서, 주 1일은 본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❹ ‘쉬었음 청년’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전파된 용어로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 결과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을 말한다. 그러나 해당 용어는 ‘혐오적’ 표현으로 생각될 수 있어 본 글에서는 ‘비경제 활동 청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❺ “쉬었음 청년 50만명, 뻔한 해법은 그만”, 〈프레시안〉, 2025년 3월 31일.
❻ “직업계고 다니다 현장실습에 실망…차라리 대학갈래”, 〈세계일보〉, 2025년 3월 5일.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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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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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 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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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노동권찾기 활동가
지난 9월에 개봉한 영화 〈3학년 2학기〉가 시민들과 지역 사회의 공동체 상영회를 통해 조용하지만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된 덕분에 올해 가을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현장실습의 실태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하고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능을 보지 않는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거는 챌린지가 진행되기도 했다. 영화를 만든 이란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뉴스에서는 주로 죽거나 다친 실습생들의 소식을 전하지만 영화에선 그들의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를 묘사해 보려 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현실에서는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아니면 좀처럼 이야기되지 않았던 직업계고의 3학년 2학기와 현장실습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현장실습, 취업, 진학 - 불투명한 미래
현장실습이라는 단어는 늘 사고, 사망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실제 모든 현장실습이 위험한 것은 아니고, 직업계고에는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다. 10여 년 전, 내가 처음 노동인권 교육을 위해 공업 고등학교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많은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위해 교실을 비운 상태였다. 교실에 남은 학생들은 먼저 현장실습을 나간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의 교실은 좀 다르다.
우선 첫째, 직업계고의 취업률 감소가 심각하다. 학생들이 직업계고에 진학하는 이유 중 하나는 빠르게 취업해 진로를 결정하고 싶어서다. 이 점을 감안했을 때 취업률 감소는 본질적인 문제가 된다. 같은 직업계고 중에서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특성화고의 경우 정부 발표에 따르면 취업률은 52.3%(2024년)이고 실질 취업률은 27.3%에 불과하다. 취업률은 대학 진학이나 군 입대를 제외한 졸업생 중 취업한 학생을 계산한 것이다. 반면 실질 취업률은 위의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한 전체 졸업생 중 취업한 학생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취업률은 72.6%(2024년), 실질 취업률은 61.3%이다. 마이스터고는 바이오,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의 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기업과 연계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학교로 특성화고에 비해 실제 취업률도 높다.
반면 특성화고는 취업률이 점점 낮아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취업을 기대하고 왔다가 생각보다 취업이 어려워 대학 진학으로 목표를 바꾸거나 애초에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등 다양한 이유로 취업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취업률이 학교 홍보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특성화고의 특성상 신입생 모집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나마 현장실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현장실습을 폐지하지 말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현장실습 유경험자들의 이후 취업 경로를 살펴보면 현장실습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❶ 졸업 이후 진학과 취업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아 현재 실업 상태이거나 불완전 취업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의 비율은 현장실습 참여자가 비참여자보다 높았다. 현장실습 경험자 중 실습한 기업으로 취업할 의향을 조사한 것에서 점수가 낮았던 점 등을 포괄하여 보았을 때 현장실습 경험 자체가 취업으로 연계되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❷ 또한 취업한 특성화고 졸업생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현장실습 참여자와 비참여자의 임금 격차나 종사상의 지위(정규직 여부) 역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 가입 여부, 기업체의 규모, 재직 중인 기업체에 대한 만족도 역시 두 집단 간 차이를 볼 수 없었다.
현장실습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당사자들은 아직 현장실습을 경험해 보지 않은 재학생들일 수 있다. 이들은 현장실습 외에는 취업의 기회나 일 경험을 갖기 어려운 조건이어서 현재의 현장실습이 좀 더 현실적으로 보완되어 취업에 도움이 되길 바랄 수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을 경험했던 참여자들의 응답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현재의 현장실습 제도가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현장실습 기간을 모두 완료하지 못하고 학교에 복교한 경우 학교가 이후 취업 및 진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진학을 원했지만 학교로부터 적절한 진학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 역시 학교의 공백을 보여 줬다.
죽거나 다치지 않아도
작년에 한 직업계고에 수업하러 갔다가 교실의 반 이상이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왜 그런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다. 빈자리의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를 해 준 학생은 “저도 곧 자퇴할 거에요. 샘이 자퇴하래요”라고 말했다.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웃으며 “농담하신 거겠지”라고 말했지만, “아니에요. 취업도 안 될 거 같으니 그냥 자퇴하래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그 학생의 말이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고 모든 직업계고가 그런 상황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직업계고 3학년 2학기의 교실이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직업계고 사이에도 ‘급이 있다’는 말도 종종 들려온다. 교육을 갔을 때, 취업이 잘 되는 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에도 관심이 높다. 반면, 그렇지 않은 학교는 ‘노동인권’ 자체를 취업하지 못할 나와 상관없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학교의 시설도 마찬가지다. 교실이나 실습실 등이 리모델링 되었거나 잘 갖춰진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수업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 전공 과목이 자주 바뀌는 학교들은 제대로 된 실습실은커녕 새로운 전공 과목을 가르칠 전문 교사를 갖추기도 어렵다. 학생들이 그런 상황을 감지하지 못할 리 없다. 학교에서부터 존중받는 경험을 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존중받기는 더 어렵다. 영화 〈다음 소희〉와 〈3학년 2학기〉 속 등장인물들처럼 죽거나 다치지 않더라도 직업계고 청소년들이 재학 중 혹은 졸업 후 겪는 차별은 심각하다.
보이지도 않는 직업계고 청(소)년,
일반고 직업반, 그리고 취업도 진학도 안 하는 사람
현장실습 등 직업계고 관련 논의를 할 때마다 직업계고의 현황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 자료를 찾기 어려워 답답했다. 서울 내 직업계고의 현황 역시 전체 학교 수와 남/녀 학생 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 각 학교의 전공 및 현장실습 현황 등은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에 집중되어 있고 일반고 3학년 직업반❸에 대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관련 연구 결과 역시 취업 및 진로, 노동 경험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의 25%에 달하는 진학도 취업도 선택하지 않은 졸업생들에 대한 추적 조사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에 대한 소식은 뜻밖에도 한 신문 기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쉬었음 청년(비경제활동 청년)’❹을 다룬 한 기사에서는 최근 한국 사회의 문제로 지적되는 ‘비경제활동 청년’의 61.8%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경우가 74.6%라고 했다.❺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지고 쉬는 청년들 중 일부가 우리가 만나지 못한 직업계고 졸업생은 아닐까. 또 다른 기사에서는 날로 높아지는 직업계고의 대학 진학률을 다루며 이 중 일부가 ‘회피성 진학’이라고 지적한다. 졸업 후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 회피성으로 일단 대학 진학을 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쉬는 청년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용산철도고의 경우 졸업 후 취업도 진학도 하지 않는 진로 미결정 학생이 2024년 기준 15.7%이고,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❻ 정확하고 자세한 연구 조사는 없지만 위의 내용들을 토대로 고졸 이하의 학력을 지녔거나 혹은 회피성 진학을 한 후에 ‘비경제활동 청년’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실습에 대한 불만족, 혹은 현장실습 이후 본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거나, 고졸 청년에게 주어지는 질 낮은 일자리나 차별 경험들이 고졸 청년들에게 ‘더 이상 일하기 어려운 장벽’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동네노동권찾기가 2017년경부터 만나 왔던 고졸 청년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8년부터 7년간 고등학교 졸업 후 일 경험을 들어 보면 꾸준히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해 본 청년은 매우 드물었다. 남성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일단 군대를 가는 경우가 많고, 여성 청년들은 고민 끝에 대학에 뒤늦게 진학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 하던 카페나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전공과는 무관한 단기 물류, 건설 노동을 선택한 경우도 있었다. 취업을 해서도 ‘아직 젊은데 왜 대학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듣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 중 하나는 ‘학력’이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논의와 논란이 지속될 때 ‘학력’에 의한 차별은 차별에서 제외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고졸과 대졸의 임금 격차나 사회적 차별 인식이 2년이나 4년을 더 공부한 사람에 대한 당연한 대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학력과 무관하게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노동 임금 외에도 각종 제도가 지원하는 사회 임금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외국의 직업교육 제도를 그대로 베껴 쓸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 자료에 나타난 독일이나 핀란드의 직업교육에서 가장 큰 특징은 국가와 기업, 노동조합(노동계)이 협력하여 직업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를 아낌없이 하고 그렇게 투자한 인력을 채용한다. 노동조합은 기업이 인력 채용을 제대로 하는지, 직업교육 과정에서 기업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안전하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직업교육을 받은 후 해당 산업군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안정적이고 의미 있는 노동을 하는지를 견인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처럼 노사 관계 혹은 노동조합과 국가의 관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작년 청소년활동가마당에서 청소년 노동에 대한 발제를 했을 때,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기업체에 와서 현장실습을 할 때, 해당 기업의 노동조합이 현장실습생의 노동 인권을 위해 노력한 사례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우선 현장실습생이 실습을 가는 기업(2024년 기준 산업체 규모 50인 미만이 34.5%, 300인 미만이 28%, 10인 이하가 22.3%)에 노조가 있을 확률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개별 기업의 노동조합이 아니라 산별이나 총연맹 차원에서 현장실습 문제나 대안을 논의한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그나마 직업계고 졸업생, 고졸 노동자에 대한 정책 마련과 취업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전한 현장실습은 가능한가
영화 〈3학년 2학기〉에서 주인공이 현장실습을 나간 기업체에는 현장 교사인 송 대리가 있다. 송 대리는 현장실습생에 대한 교육 계획이 전혀 없고 무관심하며, 심지어 불친절하다. 자신의 업무가 바쁠 때는 교육 자료를 던져 주고 그냥 방치하다가 사고가 발생할 뻔하기도 했다. 실습생은 바쁜 현장에서 걸리적거리는 존재일 뿐이다. 반면, 주인공에게 용접을 가르쳐 주는 한 주임도 있다.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쓰는 친절한 한 주임을 보며 관객들은 송 대리에게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송 대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한국의 노동 시간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3~5위일 정도로 길다. 최근에는 반도체 산업 등을 중심으로 52시간 제한을 폐지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영화 속에서도 송 대리와 한 주임이 납품을 위해 며칠 동안 밤샘 근무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현장실습 매뉴얼에는 현장실습이 ‘교육’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실습이 진행되는 기업의 현실, 노동의 현장에서는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 안전한 현장실습은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어울리지 않는 단어일지도 모른다.
‘현장실습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당사자의 목소리가 ‘아무 데나 빨리 취업해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쳐도 좋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현장실습이 폐지되면 어떤 형태로 취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이 전혀 논의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와 청소년 당사자들은 현장실습을 놓을 수 없는지도 모른다. 현장실습을 폐지하자는 사람들도, 그대로 두고 보완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결국 직업계고를 졸업한 청(소)년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현장실습’이 아니라 직업계고 졸업 이후의 취업 정책, 직업계고 졸업생을 위한 좋은 일자리 마련이다. 현장실습 폐지 구호는 현장실습에 나가는 직업계고 학생들, 직업계고를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을 직시하라는 목소리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현장실습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이제는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❶ 국가인권위원회(2022),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인권개선 방안 마련 실태조사〉.
❷ 국가인권위원회(2022), 앞의 자료 중 ‘특성화고 현장실습 운영 현황 및 특성화고 학생의 학습, 진로경험.’
❸ 일반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 진학 대신 취업으로 진로를 정하면 해당 전공이 있는 직업계고에 가서 수업을 받게 된다. 보통 주 4일은 직업계고에서, 주 1일은 본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❹ ‘쉬었음 청년’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전파된 용어로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 결과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을 말한다. 그러나 해당 용어는 ‘혐오적’ 표현으로 생각될 수 있어 본 글에서는 ‘비경제 활동 청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❺ “쉬었음 청년 50만명, 뻔한 해법은 그만”, 〈프레시안〉, 2025년 3월 31일.
❻ “직업계고 다니다 현장실습에 실망…차라리 대학갈래”, 〈세계일보〉, 2025년 3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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