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호[기획] 대학 대신 일터로 향하는 청소년들이 바라본 문제점 | 신수연

202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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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3학년 2학기, 공백과 비틀거림의 시간


대학 대신  

일터로 향하는 청소년들이 바라본 문제점



신수연  kgyouthunion@gmail.com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




“수능 대박.” “50만 명 수험생들을 응원합니다.” 한국 사회는 매년 11월이면 모든 고3이 수능을 치른다는 듯이 움직인다. 그리고 항상 응원과 축하를 전한다. 대학 진학 대신 일터로 향하는 청소년들은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항상 축하받지 못하고 소외되었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그렇게 ‘수험생’의 기준에 들지 못하는 존재들은 매년 잊혔다.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달랐다. “잘 보든 못 보든 안 보든 다 괜찮다”, “모든 청소년의 삶을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등장했다. 수능을 보지 않는 고3, 곧바로 노동 현장에 나가는 고3, 혹은 또 다른 길을 선택한 청소년들을 응원하는 메시지였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를 다룬 영화 〈3학년 2학기〉의 개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다음 소희〉에 이어 특성화고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이러한 변화와 관심이 참 반갑다. 이번에는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관심이 아니라,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



‘취업’이라는 목적을 잃은 직업계고


최근 교육부에서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를 발표했다. 그러나 통계를 내는 방식 자체가 문제다. 전체 특성화고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진학자와 군 입대자를 제외한 분모를 사용한다. 이를 기준으로 취업률이 50%대라고 발표했지만, 전체 졸업생을 기준으로 하면 2025년 실제 취업률은 25.6%에 불과하다. 지난해 역시 역대 최저였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올해 또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통계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미취업자(진로 미선택자) 비율이 0.5%p 감소했다고 “학생들이 졸업 전 진로를 명확히 결정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300인 이상 기업 취업 비율이 36.3%로 4년 연속 증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통계를 뒤집어 보면, 60% 이상은 여전히 300인 미만 기업에 취업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5인 미만, 5~30인 미만 사업장 취업 비율은 29.9%에 달한다.


취업을 위한 직업계 교육 기관이지만,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낮아지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서다. 가령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취업 전환이 되기를 바라고 간다. 하지만 문제는 그 실습처가 1년 계약직,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해야 하는 기업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좋은’ 일자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곳들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일터가 불안정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현장실습생 대부분은 흔히 말하는 ‘잡일’을 한다. 세무사 사무실에 간 상업 계열 학생은 하루 종일 영수증 정리를 하고, 일이 없으면 자습을 한다. 공업 계열 학생은 나사 정리나 청소를 맡기도 한다. 현장실습 근무 시간은 7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야근이 당연시되기도 한다. 10년 전 이야기가 아니라 최근 2~3년 사이의 실제 사례들이다. 얼마 전에도 한 특성화고 교사를 만나 이런 말을 들었다. “요리할 때도 양파 썰고 설거지만 몇 년 하는데 그게 뭐가 문제인데요? 그걸 잡일이라고 볼 수 있나요?”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그러한 문화는 청소년들이 첫 일터에서 감수하며 배워야 할 것이 아니다. 학생들도 “그래도 돈은 벌잖아요”라며 종종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제도를 만든 어른들과 정부는 왜곡된 현장실습의 현실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현장실습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과 진로를 탐색하고 성장하는 자리여야 한다. 취업률을 단지 끌어올릴 숫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숫자 속에 있는 학생들의 삶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반복되는 사고, 반복되는 책임 회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면 그 결과는 단순히 ‘취업률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 현장에서의 사고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일어난 무수히 많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졸업생들의 사고들. 2016년 구의역 노동자 사망 사고, 2017년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 님, 2021년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 님, 2024년 전주페이퍼 노동자 사망 사고 등 수많은 사고가 이어졌다. 직업계고 출신 외에도 수많은 청년 노동자의 죽음 역시 우리 일터가 얼마나 안전하지 못한지 보여 준다. 


하지만 현장실습생들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할 교육부와 노동부는 사고 때마다 책임을 회피했다. 고 홍정운 님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미성년자는 잠수 업무가 금지되어 있고, 숙련자도 반드시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원칙이 법에도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런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랬다. 진정 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와 교육부, 노동부는 정말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사고가 일어날 때면 보여 주기식 대처만 반복할 뿐 실질적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로 중심형 현장실습’에서 ‘학습 중심형 현장실습’으로 이름을 바꾸며 학생들에게는 ‘교육’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육과 노동이 구분 없이 이루어진다. 더구나 이러한 변경은 현장실습생에 대한 노동자성 인정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안전 보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노동부 모두 책임져야 하는데, 사고가 나면 교육부는 ‘일터’에서 벌어진 것이기에 노동부 책임이라고 떠넘기고, 노동부는 ‘교육 활동’이라며 교육부에 떠넘기기 바쁘다. 결국 피해는 어떠한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몫이다.


한편, 정부에서는 최근 대책이라며 AI로 현장실습생들의 일지를 분석·모니터링해서 위험 징후를 포착하고 관리한다는데, 실제 학생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바로 상담 등 도움을 받기를 원하지 않을까? 더구나 현장실습 일지를 쓸 때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단어를 쓰면 학교에서 고치라고 요구하는 현실을 알고는 있을까 싶다. 학교별 취업지원관은 1년 계약직이고 노동인권 교육은 온라인으로 부실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다가 사고가 일어나면 현장실습 제도를 없애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


일부 언론은 “대기업 아니면 가지 않으려는 특성화고 학생들”이라는 식으로 보도하며, 학생들의 잘못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양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특성화고노조가 2025년 상반기 학생 50여 명을 인터뷰했을 때, 학생들은 ‘첫 일터에 바라는 점’으로 이렇게 답했다. “처음 일하고 배우는 거니까 친절하게 알려 주면 좋겠어요.” “너무 혼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가치가 인정되는 곳이요.” “워라밸이 지켜지면 좋겠어요.” “그래도 최저임금보다는 많아야죠.” 


그런데 지금 제공되는 일자리들은 이 기본적 요구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중소·벤처기업이더라도 괜찮은 곳이면, 평소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들까지 한 학급이 통째로 지원할 정도라는 조합원의 이야기가 있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기업만 가고 싶어 해서’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이런 현실에서 많은 학생들은 3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등 떠밀리듯 대학을 선택한다. 아무 준비 없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학력·학벌주의 사회인 탓도 있다.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다고 들어 왔고 특성화고에서마저 수도 없이 들은 말이기 때문이다.


겨우 취업한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일터에 남지 못하는 이유도 일자리의 질이 낮고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유지취업률 조사에서도 1년 내에 10명 중 4명이 퇴사한다고 밝혀졌다. 고졸, 전문대졸, 4년제 대졸에 따라 각기 임금 테이블이 있고, 고졸은 당연히 최저임금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계약직 등의 고용 형태로 일자리의 안정성도 낮다. 비전이 없어 보이는 회사 생활과 차별 속에서 졸업생들은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고는 ‘대학은 나와야지’ 하는 사회 분위기와 학력·학벌주의 속에, 이미 고등학교 때 한번 배웠던 직업교육을 대학에 가서 다시 배우고 졸업장 하나 더 따오게 된다.



입시 학원이 되어 가는 직업계고, 

대안은 무엇일까


공공 기관의 고졸 채용은 2020년 이후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20년 4,170명이던 고졸 채용은 2023년 1,759명으로 크게 감소했고, 2024년에는 2,128명 수준에 그쳤다. 또, 정부가 정한 고졸 채용 비율을 지키지 않은 공공 기관은 전체 86곳 중 36곳(41.8%)에 달했다. 더구나 그중 1/3은 지난해에도 고졸 인력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공공 기관부터 고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다른 기업들도 움직일 텐데, 공공 기관조차 이런 현실이다. 이처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취업률을 높이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직업계고는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학교는 충원율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특성화고 특별 전형’으로 대학을 조금 더 쉽게 갈 수 있다고 홍보한다. 직업계고가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한 채, 특성화고도 점점 입시 학원처럼 변하고 있다.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일자리 제공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안전한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 공공 기관부터 고졸 채용 비율을 지키고 그 비율을 점차 늘려 나가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일터에서 당당하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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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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