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를 동료 교사로 부를 때,
교사는 무엇을 잃는가
정용주 edcom234@gmail.com
서울천왕초 교장, 본지 편집자문위원
부산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초·중·고와 특수학교까지 포괄한 〈AI 적용 수업설계 사례집〉을 배포했다는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기사를 보면, 이 사례집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단순 기술이 아니라 교수·학습 전략으로 제시하고, 교원 연수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시에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고 말하며 교사를 멘토, 코치, 학습 디자이너로 재정의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AI 리터러시를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협업하는 역량”으로 규정한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담론은 교사를 약화시키기보다 지원하는 서사처럼 보인다.
우선 부산에서 개발한 내용 자체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사례집은 초등 2권, 중등 2권, 고등 1권 총 5권으로 구성되었고, 전문가와 현장 교사 228명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배포 방식 역시 단발성 홍보가 아니라 책자와 PDF 파일을 함께 보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내용의 결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료는 교과별 특성을 반영한 질문 설계와 프롬프트 구성 원리를 현장 교사들이 수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다시 말해 부산 사례집의 핵심은 단순히 “AI도 써 보자”가 아니라, 수업의 출발점을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문의 조직 방식으로 옮기고, 그 질문을 생성형 AI와 상호작용하는 언어 형식으로 번역하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AI는 더 이상 주변적 보조기기가 아니라 수업 설계 내부에 들어오는 실질적 행위 매개가 된다.
이 시도는 더 넓은 정책 인프라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공약 문서에서 ‘질문하는 힘’을 키워 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 도입을 별도 과제로 제시하고, 생성형 AI 시대에 대응하는 교사와 학생의 질문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33명의 전문가 집단 구성, 초·중·고 각 10팀씩 총 30개 프로젝트 운영,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 2종의 교단 지원 자료 개발, 학생 대상 프롬프트 설계 경진대회까지 포함되어 있다. 동시에 부산시교육청의 2026 주요 업무 계획은 AI·디지털 기반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 운영과 디지털 기반 미래형 수업 설계 연구 및 지원 자료 개발·보급을 주요 정책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례집은 고립된 자료집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질문 설계–프롬프트 구성–사례 개발–수업 공개–피드백–자료 보급의 연쇄 속에서 다시 조직하려는 부산형 정책 아키텍처의 일부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사례집은 더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 그것은 자료가 아니라 제도적 방향의 압축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 활용 교육을 주장하는 어떤 정책가나 개발자도 교사를 대체한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를 돕는 활용’이라는 이 지점이 가장 경계해야 할 출발점이다. 정책은 교사를 강화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교사의 일이 무엇이며 전문성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조용히 다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 교사라는 위험한 은유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AI를 도구로 쓴다는 것과 동료 교사 혹은 에이전트(agent)로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이다. 도구는 교사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한정된 기능을 수행하는 보조 수단이다. 반면 에이전트로서의 AI는 질문을 제안하고, 수업 흐름을 재배열하며, 자료를 선별하고, 평가 문구를 생성하고, 피드백의 방향까지 선구성하는 준(準)행위자이다. 이때 AI는 더 이상 망치나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같은 도구가 아니라, 수업의 내적 고리 속에 들어와 교사의 사고를 함께 조직하는 협업 시스템이 된다.
부산 사례집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사고를 촉발하는 교수·학습 전략으로 제시하고, AI와의 소통·협업 자체를 리터러시로 규정하는 순간, AI는 교실 바깥의 기기가 아니라 교사의 실천 내부에 배치되는 행위자적 매개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동료의 이름을 얻는 순간, 기술이 가진 비인격성과 무책임성이 은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 교사는 판단의 윤리, 관계의 기억, 학생 맥락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지만, AI는 그 어떤 결과에도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동료 교사라는 은유는 협업을 설명하는 말이기보다, 책임의 비대칭성을 감추는 위험한 수사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웨인 홈즈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프레임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홈즈는 교육용 AI가 교사를 대체하기보다 지원하도록 설계되어야 하지만, 실제 많은 AI 응용은 오히려 교사가 자기 교실 맥락에 맞게 시스템을 겨우 작동시키느라 시간을 빼앗기게 만들고, 나아가 교사의 역할을 기술 운영자 수준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윤리적 설계(ethics by design)의 핵심을, 교사가 AI의 출력과 판단 과정을 이해하고 필요할 경우 그 권고를 반박하거나 뒤집을 수 있어야 하며, 최종적 결정권을 교실 안에 유지하는 데서 찾는다. 즉 외주화의 본질은 “이제부터 교사를 없애자”라는 노골적 선언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교사를 돕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질문 생성, 수업안 구성, 수준별 자료 제안, 피드백 문안 작성, 평가 루브릭 설계 같은 기존의 교사 고유 업무를 조금씩 대체하면서, 교사의 노동을 창안에서 검토로, 판단에서 승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 이 외주화는 대개 정책의 의도라기보다 정책의 귀결로 나타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명시적 대체보다 암묵적 전이가 훨씬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닐 셀윈의 비판은 이 현상을 더 넓은 구조 속에 위치시킨다. 셀윈은 현재 학교에 들어오는 AI가 이미 교사에게 맡겨졌던 업무의 대체체는 물론, 학생 지원의 자동화된 선별과 추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AI는 교육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도록 압박하며, 교실과 학생을 변수와 프록시 데이터의 집합으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담론은 흔히 교사를 빨리 업스킬해야 할 존재, 즉 기술 변화에 뒤처진 결핍적 주체로 위치시키고, 학교는 AI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공간으로 제시한다. 셀윈이 보기에 이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으라는 상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육의 속도와 방향을 외부의 산업 논리가 선점하는 방식이다. 그는 그래서 교육전문가가 AI 논의를 수동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한 교육적 부가가치인지 되묻고, AI가 교사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 준다는 막연한 주장에 맞서야 하며, AI의 도입 자체를 저항하고 재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문제의식으로 보면, 동료 교사 담론은 기술을 인간화하는 말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 판단을 알고리즘 친화적 절차로 번역하는 정치적 언어일 가능성이 크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공교육의 판단권
이제 다시 부산시교육청의 사례집으로 돌아가 보자. 이 자료집의 의도는 분명 선의에 가깝다. 질문 중심 수업, 프롬프트의 교육적 활용, 현장 교사의 사례 축적, 연수와 학습공동체 지원이라는 방향은 모두 교실 개선의 언어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 자료는 개발 의도와 배치되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우선 AI 활용의 표준 절차를 제시함으로써 좋은 수업의 형식을 AI 친화적으로 규범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프롬프트 작성과 AI 협업을 새로운 교사 역량의 중심으로 만들면서, AI를 쓰지 않는 교사는 뒤처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사례집·연수·가이드·플랫폼 안내가 결합될수록 교사는 스스로 교육적 판단을 조직하기보다 이미 제시된 AI 활용 서식을 선택·수정하는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학교가 공적 숙의보다 플랫폼 생태계에 더 깊이 편입되는 경로를 열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원 자료는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용의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곧 제도를 앞질러 새로운 상식을 만든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란 바로 이렇게 발생한다. 누구도 교사를 대체하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교사는 자신이 하던 일의 핵심을 ‘먼저 AI에게 시켜 보고’ 그다음 수정하는 존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 확산 정책보다 먼저 교사 전문성의 비가역적 축소가 일어나는가를 점검하는 공공적 영향 평가 체계를 세워야 한다. 효과성만이 아니라 교사의 판단권, 수업 설계권, 평가 서술권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또한 연수와 사례집은 활용법의 보급이 아니라 비활용의 권리까지 포함하는 비판적 문해 자료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언제 AI를 쓰지 않아야 하는지, 어떤 업무는 인간의 맥락 판단으로 남겨야 하는지까지 공식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는 교사의 시간을 AI 사용법 숙달보다 교육과정 해석, 학생 이해, 동료와의 전문적 토론에 더 많이 배분하는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AI를 기술 객체가 아니라 권력, 시장, 데이터, 평가체제와 얽힌 사회적 시스템으로 다루어야 한다. 셀윈이 말하듯 AI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교육 체제를 다시 배치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책은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일보다, 공교육의 판단권을 누구에게 남길 것인지를 먼저 묻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AI를 동료 교사로 부르는 순간,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하나는 그 말이 열어 주는 가능성을 보는 일이다. 분명 AI는 자료 탐색, 예시 생성, 시뮬레이션, 초안 작성, 접근성 지원에서 교실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은유가 교사성의 핵심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용히 외주화하는지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수용이 아니라 더 깊은 정치적 상상력이다. 특히 사후적 수습이 아니라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막는 설계가 필요하다. 공교육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곳이기 전에, 무엇을 사람의 일로 끝까지 남겨 둘 것인지 결정하는 장소여야 한다. 바로 그 마지막 문턱에서, 교사의 질문은 아직 기계에게 외주화되어서는 안 된다.
참고 문헌
닐 센윈, 정바울·박다빈·박민혜·정소영 옮김(2022), 《로봇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 에듀니티.
Wayne Holmes(2023), The Unintended Consequence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Education, Education International Research.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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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동료 교사로 부를 때,
교사는 무엇을 잃는가
정용주 edcom234@gmail.com
서울천왕초 교장, 본지 편집자문위원
부산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초·중·고와 특수학교까지 포괄한 〈AI 적용 수업설계 사례집〉을 배포했다는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기사를 보면, 이 사례집은 얼마나 많이 아는가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단순 기술이 아니라 교수·학습 전략으로 제시하고, 교원 연수와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동시에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고 말하며 교사를 멘토, 코치, 학습 디자이너로 재정의하고 이러한 맥락에서 AI 리터러시를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협업하는 역량”으로 규정한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담론은 교사를 약화시키기보다 지원하는 서사처럼 보인다.
우선 부산에서 개발한 내용 자체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이 사례집은 초등 2권, 중등 2권, 고등 1권 총 5권으로 구성되었고, 전문가와 현장 교사 228명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배포 방식 역시 단발성 홍보가 아니라 책자와 PDF 파일을 함께 보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더 주목할 부분은 내용의 결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자료는 교과별 특성을 반영한 질문 설계와 프롬프트 구성 원리를 현장 교사들이 수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다시 말해 부산 사례집의 핵심은 단순히 “AI도 써 보자”가 아니라, 수업의 출발점을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질문의 조직 방식으로 옮기고, 그 질문을 생성형 AI와 상호작용하는 언어 형식으로 번역하는 데 있다. 이 지점에서 AI는 더 이상 주변적 보조기기가 아니라 수업 설계 내부에 들어오는 실질적 행위 매개가 된다.
이 시도는 더 넓은 정책 인프라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미 공약 문서에서 ‘질문하는 힘’을 키워 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과정 도입을 별도 과제로 제시하고, 생성형 AI 시대에 대응하는 교사와 학생의 질문 역량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는 33명의 전문가 집단 구성, 초·중·고 각 10팀씩 총 30개 프로젝트 운영,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 2종의 교단 지원 자료 개발, 학생 대상 프롬프트 설계 경진대회까지 포함되어 있다. 동시에 부산시교육청의 2026 주요 업무 계획은 AI·디지털 기반 수업혁신사례 연구대회 운영과 디지털 기반 미래형 수업 설계 연구 및 지원 자료 개발·보급을 주요 정책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례집은 고립된 자료집이 아니라,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질문 설계–프롬프트 구성–사례 개발–수업 공개–피드백–자료 보급의 연쇄 속에서 다시 조직하려는 부산형 정책 아키텍처의 일부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사례집은 더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 그것은 자료가 아니라 제도적 방향의 압축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 활용 교육을 주장하는 어떤 정책가나 개발자도 교사를 대체한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교사를 돕는 활용’이라는 이 지점이 가장 경계해야 할 출발점이다. 정책은 교사를 강화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교사의 일이 무엇이며 전문성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조용히 다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료 교사라는 위험한 은유
먼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AI를 도구로 쓴다는 것과 동료 교사 혹은 에이전트(agent)로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는 점이다. 도구는 교사의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한정된 기능을 수행하는 보조 수단이다. 반면 에이전트로서의 AI는 질문을 제안하고, 수업 흐름을 재배열하며, 자료를 선별하고, 평가 문구를 생성하고, 피드백의 방향까지 선구성하는 준(準)행위자이다. 이때 AI는 더 이상 망치나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같은 도구가 아니라, 수업의 내적 고리 속에 들어와 교사의 사고를 함께 조직하는 협업 시스템이 된다.
부산 사례집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사고를 촉발하는 교수·학습 전략으로 제시하고, AI와의 소통·협업 자체를 리터러시로 규정하는 순간, AI는 교실 바깥의 기기가 아니라 교사의 실천 내부에 배치되는 행위자적 매개가 된다. 문제는 이것이 동료의 이름을 얻는 순간, 기술이 가진 비인격성과 무책임성이 은폐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료 교사는 판단의 윤리, 관계의 기억, 학생 맥락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지만, AI는 그 어떤 결과에도 도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동료 교사라는 은유는 협업을 설명하는 말이기보다, 책임의 비대칭성을 감추는 위험한 수사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웨인 홈즈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라는 프레임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홈즈는 교육용 AI가 교사를 대체하기보다 지원하도록 설계되어야 하지만, 실제 많은 AI 응용은 오히려 교사가 자기 교실 맥락에 맞게 시스템을 겨우 작동시키느라 시간을 빼앗기게 만들고, 나아가 교사의 역할을 기술 운영자 수준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윤리적 설계(ethics by design)의 핵심을, 교사가 AI의 출력과 판단 과정을 이해하고 필요할 경우 그 권고를 반박하거나 뒤집을 수 있어야 하며, 최종적 결정권을 교실 안에 유지하는 데서 찾는다. 즉 외주화의 본질은 “이제부터 교사를 없애자”라는 노골적 선언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교사를 돕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 질문 생성, 수업안 구성, 수준별 자료 제안, 피드백 문안 작성, 평가 루브릭 설계 같은 기존의 교사 고유 업무를 조금씩 대체하면서, 교사의 노동을 창안에서 검토로, 판단에서 승인으로 이동시키는 데 있다. 이 외주화는 대개 정책의 의도라기보다 정책의 귀결로 나타난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명시적 대체보다 암묵적 전이가 훨씬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닐 셀윈의 비판은 이 현상을 더 넓은 구조 속에 위치시킨다. 셀윈은 현재 학교에 들어오는 AI가 이미 교사에게 맡겨졌던 업무의 대체체는 물론, 학생 지원의 자동화된 선별과 추천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AI는 교육을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도록 압박하며, 교실과 학생을 변수와 프록시 데이터의 집합으로 환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 담론은 흔히 교사를 빨리 업스킬해야 할 존재, 즉 기술 변화에 뒤처진 결핍적 주체로 위치시키고, 학교는 AI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 공간으로 제시한다. 셀윈이 보기에 이것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으라는 상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육의 속도와 방향을 외부의 산업 논리가 선점하는 방식이다. 그는 그래서 교육전문가가 AI 논의를 수동적으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한 교육적 부가가치인지 되묻고, AI가 교사의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 준다는 막연한 주장에 맞서야 하며, AI의 도입 자체를 저항하고 재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문제의식으로 보면, 동료 교사 담론은 기술을 인간화하는 말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 판단을 알고리즘 친화적 절차로 번역하는 정치적 언어일 가능성이 크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공교육의 판단권
이제 다시 부산시교육청의 사례집으로 돌아가 보자. 이 자료집의 의도는 분명 선의에 가깝다. 질문 중심 수업, 프롬프트의 교육적 활용, 현장 교사의 사례 축적, 연수와 학습공동체 지원이라는 방향은 모두 교실 개선의 언어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 자료는 개발 의도와 배치되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우선 AI 활용의 표준 절차를 제시함으로써 좋은 수업의 형식을 AI 친화적으로 규범화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프롬프트 작성과 AI 협업을 새로운 교사 역량의 중심으로 만들면서, AI를 쓰지 않는 교사는 뒤처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사례집·연수·가이드·플랫폼 안내가 결합될수록 교사는 스스로 교육적 판단을 조직하기보다 이미 제시된 AI 활용 서식을 선택·수정하는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특히 학교가 공적 숙의보다 플랫폼 생태계에 더 깊이 편입되는 경로를 열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원 자료는 지원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용의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곧 제도를 앞질러 새로운 상식을 만든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란 바로 이렇게 발생한다. 누구도 교사를 대체하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교사는 자신이 하던 일의 핵심을 ‘먼저 AI에게 시켜 보고’ 그다음 수정하는 존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AI 확산 정책보다 먼저 교사 전문성의 비가역적 축소가 일어나는가를 점검하는 공공적 영향 평가 체계를 세워야 한다. 효과성만이 아니라 교사의 판단권, 수업 설계권, 평가 서술권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또한 연수와 사례집은 활용법의 보급이 아니라 비활용의 권리까지 포함하는 비판적 문해 자료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언제 AI를 쓰지 않아야 하는지, 어떤 업무는 인간의 맥락 판단으로 남겨야 하는지까지 공식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교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는 교사의 시간을 AI 사용법 숙달보다 교육과정 해석, 학생 이해, 동료와의 전문적 토론에 더 많이 배분하는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AI를 기술 객체가 아니라 권력, 시장, 데이터, 평가체제와 얽힌 사회적 시스템으로 다루어야 한다. 셀윈이 말하듯 AI는 단순 기술이 아니라 교육 체제를 다시 배치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책은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일보다, 공교육의 판단권을 누구에게 남길 것인지를 먼저 묻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AI를 동료 교사로 부르는 순간, 우리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하나는 그 말이 열어 주는 가능성을 보는 일이다. 분명 AI는 자료 탐색, 예시 생성, 시뮬레이션, 초안 작성, 접근성 지원에서 교실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 그 은유가 교사성의 핵심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조용히 외주화하는지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수용이 아니라 더 깊은 정치적 상상력이다. 특히 사후적 수습이 아니라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막는 설계가 필요하다. 공교육은 기술을 받아들이는 곳이기 전에, 무엇을 사람의 일로 끝까지 남겨 둘 것인지 결정하는 장소여야 한다. 바로 그 마지막 문턱에서, 교사의 질문은 아직 기계에게 외주화되어서는 안 된다.
참고 문헌
닐 센윈, 정바울·박다빈·박민혜·정소영 옮김(2022), 《로봇은 교사를 대체할 것인가?》, 에듀니티.
Wayne Holmes(2023), The Unintended Consequence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Education, Education International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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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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