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저기 네가 보인다.
미치도록 보여 넘친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고
휭하니 돌아서서 가버리는 꽃도 너이다.
이윽히 올려다본 살구꽃
연분홍 고운 눈매 분명 너이고.
내가 어찌 모를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임을.
사월은 제가 겨워 뒤집어지는 달*.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었다.
영계(靈界)인들 못 넘을까.
철없는 시공간이 막아설까.
잘 돌아왔다, 아이야.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찢겨진 얼룩은 닦아 내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
* 신동엽의 시 〈사월은 갈아엎는 달〉에 기댐.
연두
너를 따라 갈 수 없는 꽃잎들,
화르르 번져가는 어제에게
내가 대신 가 있겠다.
너는 재잘재잘 돌아와 오늘을 익혀라.
새침하고 다감하게.
내일을 묶은 통증들 기척으로도
실어가지 않으리. 슬픔이 밀어올린
새잎들로 부산스러운 아침.
순둥순둥 눈빛들 팔랑거린다.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
환희를 뿜으렴.
시작노트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를 쓸 때는 조심스럽습니다. 쓰는 저도 대상이 되는 아이들도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적은 두 작품은 쓰고 난 다음 잔뜩 움츠린 어깨가 슬근 풀린 경험이 있습니다. 시나브로 맺힌 통증이 어느 순간 딱 멎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앞의 시는 “잘 돌아왔다, 아이야”에서 알 수 있듯 ‘돌아온 아이’를 토닥이고, 뒤의 시는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에서 드러나듯 ‘깨어난 아이들’을 추어주고 있습니다. 이 두 구절만으로도 벌써 짐작하셨겠지요. 재난으로 희생당한 아이들을 위무하는 형식입니다.
그 어떤 위로와 치유 방식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슬픔에 잠긴 아이들 시를 적을 때는 생각만 해도 가슴 저리고 무릎 절로 꺾입니다. 오랫동안 저도 4월 기피증을 앓을 만큼 이 여린 죽음들 앞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4월 어느 날,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은 날, 우연히 ‘너’를 만났습니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고/ 휭하니 돌아서서 가버리는 꽃도” 너임을 알았지요. 어찌 꽃만이겠습니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였습니다. “영계(靈界)”를 넘어, “철없는 시공간”을 뚫고 아이가 돌아온 것이지요.
그때 저는 썼습니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고. 하지만 슬픔의 강도가 너무 세어서 그랬을까요. 제 마음 밑바닥에 고인 “찢긴 얼룩”까지 말개진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두’가 찾아왔습니다. “새침하고 다감하게”요. “슬픔이 밀어올린/ 새잎들로 부산스러운 아침”이었는데요. 아이들 눈빛이 그야말로 “순둥순둥” “팔랑거”렸습니다. 까르르 숨넘어가는 기쁨을 내뿜고 있었지요. 저는 받아 적었습니다.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 환희를 뿜으렴” 하고요.
이제는 아이들이 “재잘재잘 돌아와 오늘을 익”힐 때입니다. “내일을 묶은 통증들 기척으로도/ 실어가지 않”아야 해요. 아이들은 원혼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의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원혼으로 묶어 둔 것이지요. 연두의 계절, 저 순둥순둥한 팔랑거림 속을 거닐어 보세요. 아이들이 얼마나 환하게 웃어 젖히는지 세상을 온통 환희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정우영
1960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으며 숭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및 부이사장,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신동엽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집이 떠나갔다》, 《살구꽃 그림자》, 《활에 기대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과, 시평에세이 《이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 《시는 벅차다》, 《시에 기대다》가 있다. 제21회 이육사시문학상을 받았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저기 네가 보인다.
미치도록 보여 넘친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고
휭하니 돌아서서 가버리는 꽃도 너이다.
이윽히 올려다본 살구꽃
연분홍 고운 눈매 분명 너이고.
내가 어찌 모를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임을.
사월은 제가 겨워 뒤집어지는 달*.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었다.
영계(靈界)인들 못 넘을까.
철없는 시공간이 막아설까.
잘 돌아왔다, 아이야.
여기가 온통 네 집이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
찢겨진 얼룩은 닦아 내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
* 신동엽의 시 〈사월은 갈아엎는 달〉에 기댐.
연두
너를 따라 갈 수 없는 꽃잎들,
화르르 번져가는 어제에게
내가 대신 가 있겠다.
너는 재잘재잘 돌아와 오늘을 익혀라.
새침하고 다감하게.
내일을 묶은 통증들 기척으로도
실어가지 않으리. 슬픔이 밀어올린
새잎들로 부산스러운 아침.
순둥순둥 눈빛들 팔랑거린다.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
환희를 뿜으렴.
시작노트
아이들을 생각하며 시를 쓸 때는 조심스럽습니다. 쓰는 저도 대상이 되는 아이들도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여기에 적은 두 작품은 쓰고 난 다음 잔뜩 움츠린 어깨가 슬근 풀린 경험이 있습니다. 시나브로 맺힌 통증이 어느 순간 딱 멎는 듯한 느낌이었지요.
앞의 시는 “잘 돌아왔다, 아이야”에서 알 수 있듯 ‘돌아온 아이’를 토닥이고, 뒤의 시는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에서 드러나듯 ‘깨어난 아이들’을 추어주고 있습니다. 이 두 구절만으로도 벌써 짐작하셨겠지요. 재난으로 희생당한 아이들을 위무하는 형식입니다.
그 어떤 위로와 치유 방식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슬픔에 잠긴 아이들 시를 적을 때는 생각만 해도 가슴 저리고 무릎 절로 꺾입니다. 오랫동안 저도 4월 기피증을 앓을 만큼 이 여린 죽음들 앞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4월 어느 날, “벌써부터 초록이 불붙”은 날, 우연히 ‘너’를 만났습니다.
“환한 꽃도 찡그린 꽃도 너이고/ 휭하니 돌아서서 가버리는 꽃도” 너임을 알았지요. 어찌 꽃만이겠습니까. “잉잉거리는 흰 벌도 너이고/ 팔랑팔랑 저 나비도 너”였습니다. “영계(靈界)”를 넘어, “철없는 시공간”을 뚫고 아이가 돌아온 것이지요.
그때 저는 썼습니다. “울고 웃고 떠들며 악몽을 씻으라”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고. 하지만 슬픔의 강도가 너무 세어서 그랬을까요. 제 마음 밑바닥에 고인 “찢긴 얼룩”까지 말개진 것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연두’가 찾아왔습니다. “새침하고 다감하게”요. “슬픔이 밀어올린/ 새잎들로 부산스러운 아침”이었는데요. 아이들 눈빛이 그야말로 “순둥순둥” “팔랑거”렸습니다. 까르르 숨넘어가는 기쁨을 내뿜고 있었지요. 저는 받아 적었습니다. “잘 깨어났다, 아이들아/ 환희를 뿜으렴” 하고요.
이제는 아이들이 “재잘재잘 돌아와 오늘을 익”힐 때입니다. “내일을 묶은 통증들 기척으로도/ 실어가지 않”아야 해요. 아이들은 원혼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의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원혼으로 묶어 둔 것이지요. 연두의 계절, 저 순둥순둥한 팔랑거림 속을 거닐어 보세요. 아이들이 얼마나 환하게 웃어 젖히는지 세상을 온통 환희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정우영
1960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으며 숭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민중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및 부이사장,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신동엽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젖는다》, 《집이 떠나갔다》, 《살구꽃 그림자》, 《활에 기대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과, 시평에세이 《이 갸륵한 시들의 속삭임》, 《시는 벅차다》, 《시에 기대다》가 있다. 제21회 이육사시문학상을 받았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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