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호[기획] 꼬리 자르기식 대책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임은희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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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자르기식 대책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립대 구조 개선법’ 주요 내용 및 문제점

임은희 khei@khei.re.kr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사립대 구조 개선법, ‘경영 위기 대학’ 퇴출 유도

우리 사회 전반의 수도권 집중과 대학 서열화로 인한 지방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미충원 문제가 지속되면서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4년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을 살펴보면 수도권은 2021년 이후 매년 100%에 가깝다. 반면, 지방은 2021년 92.2%, 2022년 94.4%, 2023년 96.1%로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 선호도를 엿볼 수 있는 입시 경쟁률(2023년 기준) 또한 수도권은 13 대 1인 반면, 지역은 평균 7 대 1로 수도권의 절반에 불과하다. [ref] 신입생 충원율과 입시 경쟁률은 정원 내 입학자를 기준으로 함. [/ref]

학생 수 감소가 대학 위기로 직결되는 이유는 재정 구조 때문이다. 사립 대학 재정에서 학생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51.4%(2022년 4년제 대학 기준)다. 학생 수 감소는 등록금 수입 감소, 대학 재정 감소로 직결돼 대학 운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 대학이 늘자, 윤석열 정부는 재정 진단을 통해 경영 위기 대학을 선정하고 이 중 회생이 어려운 대학에 퇴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1대 국회에서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사립대 구조 개선법) 4건이 발의돼 교육위에서 심사 중이다. [ref] 국민의힘 이태규, 정경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문정복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ref]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매년 전체 사립대를 대상으로 재정 진단을 실시하고, 진단 결과 하위 대학을 경영 위기 대학으로 선정한다. 경영 위기 대학은 재무 구조 개선, 학과 또는 대학 간 통·폐합, 폐교, 학교 법인 해산 등의 구조 개선 이행 계획을 제출하고 이행 실적을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 위기 대학이 학교 법인을 해산하는 경우 학교(법인) 재산을 공익 법인 또는 사회 복지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해산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잔여 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 방안도 담았다.

‘꼬리 자르기식’으로는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없어

사립대 구조 개선법 4개의 안은 모두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사립대의 구조 개선, 해산 및 청산을 관리·지원함으로써 대학 구성원을 보호하고, 고등교육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목적으로 제시했다. 법률 유효 기간은 향후 10년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10년간 학령 인구 감소 대응 정책은 ‘경영 위기 대학을 지정해 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경영 위기 대학은 미충원이 극심한 대학 중심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기준으로 ‘학생 충원율 70% 미만’ 대학은 27교(4년제 대학 및 전문대학)다. 이 대학에 입학한 학생 수(정원 내 기준)는 9천 명으로 전체 입학생 43만 명의 2.2%에 불과하다. 대부분 학생 수 규모가 크지 않은 소규모 대학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진학 가능한 만 18세 학령 인구는 2024~2034년의 10년 동안 45만 명 내외를 유지하다가 2035년 40만 명 이하, 2038년 30만 명 이하로 급감할 전망이다. 따라서 하위 대학을 퇴출시키는 ‘꼬리 자르기식’ 방법만으로는 학령 인구 급감에 대응할 수 없다. 법안대로라면 감소 추세가 잠시 주춤하는 향후 10년을 허비하고 지방 대학이 대거 몰락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ref] 임희성(2023), 〈사립대학 구조개선법 관련 입법 동향 및 문제점 검토〉, 《교육비평》, 53호(2023년 겨울), 48~50쪽. [/ref]

‘잔여 재산 귀속’의 타당성 및 ‘먹튀’ 우려 논란

사립대 구조 개선법 중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잔여 재산 귀속 특례’이다. 현재도 교육 관련 법률에 따라 대학이 폐교하거나 학교 법인이 해산할 수 있다. 다만 해산한 학교 법인의 재산은 다른 학교 법인이나 그 밖에 교육 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만 귀속할 수 있다. 귀속되지 않은 재산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관리하는 사학진흥기금의 청산 지원 계정에 귀속된다. 사립 대학이라 할지라도 교육에 출연한 재산은 ‘공적 재산’으로 간주하고, 사적 귀속을 제한한 조치다.

사립대 운영자들은 오래전부터 학교 법인 해산 후 잔여 재산을 사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해 왔다. 이와 같은 요구는 사립대 구조 개선법에 고스란히 담겼다. 즉, 폐교와 함께 해산하는 학교 법인 재산을 사회 복지 법인이나 공익 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고(4개 법안 공통), 이 중 정경희 의원안과 문정복 의원안은 잔여 재산 귀속자에게 해산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는 방안도 담았다.

잔여 재산 처분에 특례를 두는 것은 그동안 법률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유지해 오던 사학 재산의 공공성과 비영리성을 훼손하는 조치다. 따라서 경영 위기 대학 문제가 심각해 잔여 재산 처분 특례가 불가피하다면, 법률이 제정됐을 때 대학과 지역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사전 조사 등을 바탕으로 면밀하게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야 한다. 즉, 폐교 또는 학교 법인 해산을 고려하고 있는 사립 대학이 어느 정도인지, 이를 통해 학령 인구 감소에 얼마나 대응할 수 있을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사전 검토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법률이 2009년 정부 발의안을 시작으로 15년 넘게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사전 검토 작업은 없었다. 자칫 실제 폐교나 해산하는 학교 법인 수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사립대의 공공성만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학교 법인이 사립 대학의 교육용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낮은 점도 잔여 재산 환원의 불합리성을 보여 준다. 지난 19년(2004~2022년) 동안 사립대가 토지와 건물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데 지출한 비용은 총 24조 3천억 원 규모다. [ref] 대학교육연구소(2023), 〈사립대학 재산 현황 및 법인 기여도 검토〉, 《서동용 국회의원 2023년 국정 감사 정책 자료집》, 65쪽. [/ref]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 법인은 대학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 재산을 갖추도록 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교육용 재산 지출 비용의 1차적 책임은 학교 법인에 있다. 하지만 19년 동안 학교 법인이 지원한 금액(자산 전입금)은 2조 4천억 원으로 9.7%에 불과하다.

사립 대학 재정의 절반 이상을 학생 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교육용 재산 형성의 상당 부분도 등록금으로 충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정·부실 운영자의 ‘먹튀’ 가능성도 논란이다. 4개 법안에서는 부정·비리 학교 법인이 해산 후 잔여 재산 특례를 적용받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부 장관은 폐교 또는 해산 인가 심의에 앞서 필요한 경우 감사를 실시할 수 있고, 감사 결과 교육 관계 법령 위반으로 재정적 보전 필요한 경우에 관련 조치를 취하거나 조건을 부과해 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조문상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더 나아가 정경희 의원안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자발적으로 해산하는 경우는 사전 감사 실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해산 학교 법인에 대해 교육부 감사 없이 잔여 재산 특례를 적용한다면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폐교하려는 대학 운영자에게 ‘먹튀 해산 특례’가 될 수 있다. [ref] 임희성(2023), 〈공공성 훼손 우려 있는 ‘대학구조개선법’ 신중해야〉, 《교육평론》, 368호(2023년 7월), 9~15쪽. [/ref]

지금까지 폐교한 사립대는 2000년 광주예술대를 시작으로, 2023년 학교 법인이 파산해 폐교한 한국국제대까지 총 21개 대학이다. 이 대학들 중에는 교육부 감사를 받지 않아 대학과 학교 법인의 부정·비리 및 부실 운영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채 폐교한 대학이 있다. 또한 설립자 등이 부정·비리를 감추려고 자진 폐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례도 있다.

전체 대학 구조 개혁 방안 마련해야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면서, 지역 어디서나 질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인재가 이끄는 지방 시대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첨단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20년 만에 수도권 대학 증원을 허용함으로써 지방 대학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지역의 고등교육 체계가 붕괴돼 지역 인재 육성도, 질 좋은 교육 기회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85%를 사립 대학이 담당한다. 등록금 수입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립대 구조에서는 학생 수 감소가 계속되는 이상 경영 위기 대학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학령 인구가 30만 명 이하로 감소하는 2038년에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만 생존 가능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학령 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지방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구조 개혁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평가 결과 하위 대학 퇴출을 유도하거나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통해 특정 대학에만 재정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도 지방 대학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참고로 과거에 발의됐으나 폐기된 사립 대학 구조 개선법에서는 교육부 장관이 3년마다 구조 개혁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학령 인구 추이, 입학 정원 규모, 인력 수급 전망, 지방 대학 육성 방안, 입학 정원 증원과 감축, 대학 간 역할 및 기능 조정 등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 간 균형을 맞추고 전체 대학이 적정한 규모에서 양질의 교육 여건을 갖출 수 있도록 종합적인 구조 개혁 방안을 담은 법률과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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