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놓치고 있는 것
대학 통폐합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
남중섭 njs612@hanmail.net
대구대 강사
21대 국회의 쟁점 법안 중 하나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모두 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여야 할 것 없이 사립대의 구조 개선 또는 폐교 등의 퇴로를 열어 줄 필요성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립 학교 설립자에게 해산 장려금을 지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첨예한 대립이 있다.
법안이 제안된 배경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 정원의 미달 사태이다. 이는 사립 대학의 재정 악화의 근본적 원인인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사립 대학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로써 지역의 경제도 침체되고 심지어 지역 소멸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사립대 구조 개선법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발생할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안된 법안인데, 법안의 초점은 사립대의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의 재정 지원을 열어 주는 데 맞추어져 있다. 법안들은 그 점을 사립대의 퇴로를 확보해 주기 위함이라고 하고 있다.
사립대의 구조 조정에 국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것은 아니다. 이미 2005년부터 이러한 법안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김선동 의원(한나라당)이 대표로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고, 2011년 8월에는 이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선동 의원의 법률 제안 이유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가 교육 부실을 초래하여 대학 존립을 위협할 것이고, 이러한 피해는 학생과 지역 사회에 돌아간다는 것, 따라서 사립대의 구조 개선을 장려, 추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사립 대학 구조 개선 위원회를 두고 구조 개선 지원, 통폐합 지원, 해산 및 잔여 재산 귀속을 논의하도록 한 내용이었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총 4개의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사립 대학 재정 악화, 지역 고등교육의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점이다. 법률의 내용 또한 대동소이하여, 2010년 발의된 김선동 의원의 안과도 큰 차이점이 없다.
거의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10년 넘게 반복해서 제안되고 있음에도 제정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법안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문제는 법안의 상세한 내용 이전에, 이 법안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에 있다. 지금까지 제안된 법안들은 학령 인구 감소라는 동일한 문제에 대하여 ‘지원금 지급을 통한 폐교 유도’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국가의 정책 실패부터 짚어야
학령 인구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출생아는 19년 뒤에 대학의 신입생이 되는데, 출산율은 1995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1995년 출생아 수는 715,020명이었는데, 1996년에는 691,226명으로 60만 명대로 떨어진다. 더 급격한 감소 추세는 200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000년에는 640,089명, 2001년은 559,934명, 2002년에는 496,911명으로 감소하여 2016년 40만 명 선까지 떨어진다. 최근에는 2022년 24만 9000명까지 출생아 수가 급감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고등교육 기관(일반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각종 학교, 대학원, 전공 대학, 원격 대학 형태의 평생교육 시설, 사내 대학 형태의 평생교육 시설, 기능대학 등)의 수는 총 424개교이고 입학자 수는 691,013명이다. 그중 고등학교 졸업생이 주로 입학하는 일반 대학(184개), 교육대학(10개), 전문대학(133개)만을 집계할 때 입학자 정원은 494,312명이다. 입학자 수에는 정원 외 입학자, 재수생 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19년 전 출생아 수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출생아 수와 입학생 수 변화 추이를 대략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출생아 수와 입학생 수가 모두 줄어들고 있지만, 2002년생부터는 출생아 수와 입학생 수의 역전이 일어난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 명에서 불과 6년 후인 2022년에는 24만 9000명으로 감소했기에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인구 절벽’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다.
학령 인구 감소에 대한 대처는 적어도 19년의 준비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사립 대학의 입학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지역 교육 및 지역 소멸이 시급한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는 여전히 대학 간 통폐합을 유도하는 방안만을 추진하고자 한다. 국가가 장기적 계획에 따라 추진해야 할 부분임에도, 개별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 준다는 명목으로 국가의 책임을 개별 대학에 전가시키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교육 정책 실패에 대한 질책조차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케케묵은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교육 정책이 2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참담한 것은 근시안적 정책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교육은 국가 발전의 근간이며, 대학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공공 기관이다. 우리나라의 일반 4년제 대학 중 사립대의 비율은 79% 정도에 이르고, 전문대까지 확대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80% 이상의 인재가 사립대에서 길러지고 있다. 사립대는 설립자나 재단의 사유 재산이라기보다는 국가 발전의 장기적 계획에 따라 조성된 공적 교육 기관이다. 따라서 대학을 구조 조정 해야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구조 조정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경우 이윤 창출이 주된 관심사라면, 대학의 구조 조정은 어떻게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립대 구조 개선법은 비수도권 지역 사립대에 대한 통폐합 장려 법안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사립대에 신입생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지역 교육, 지역 소멸을 막을 수도 없다. 법안이 취지대로 작동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A, B, C 대학이 있다고 가정할 때, A라는 부실 대학을 구조 조정 하여 통합 또는 폐교한다고 해서 A 대학의 재학생이나 미래의 입학생들이 모두 B, C 대학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 B, C 대학은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지역 인재가 유출될 것이고 더불어 지역 경제 또한 침체될 것이다. 즉 사립대 구조 개선법으로 몇몇 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이 학령 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법안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구조 조정 정책
국가 소멸까지 염려해야 하는 출생아 수 감소와 지역 소멸, 학령 인구 감소 현상에 대응해 대학이 스스로 구조 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글로컬 대학 30’(글로컬) 사업인데, 이 정책으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서는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글로컬은 대학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립대 구조 개선법과 동일한 맥락이다. 따라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글로컬 사업에 따라 대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면 이 법안의 미래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학령 인구 감소 및 급격한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3월 ‘글로컬 대학 30’의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학령 인구 감소는 지방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하여 지역의 대학과 더불어 지역을 소멸시킬 것이라며, 교육부는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과 산업은 모두 수도권 중심이며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정원 또한 계속 유지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지역 대학의 입시 경쟁력 상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모두 카이스트나 포항공과대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AI 등을 활용하는 교육 방법으로의 전환,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전공 간 벽 허물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융합이란 사실상 대학별 특성과 지역 여건에 따른 자율적 구조 조정, 자율적 통폐합이다. 5년간 1000억 원씩 투입하는 글로컬 역시 대학이 스스로 구조 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에 다름 아니다. 즉, 글로컬의 본질은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맞서 국가 주도의 해결을 포기하고 그 권한을 지역과 지역 대학에 부여하여, 각자가 자발적 구조 조정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결과로 모든 대학이 융합이라는 간판을 내걸며 학과, 단과 대학, 대학 간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컬은 대학을 읽는 문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단과 대학 체제상 인문, 사회, 경영, 공학, 법학, 예술, 체육 등 학문의 독립성에 따른 구분이 ‘글로벌문화융합대학’, ‘반려동물대학’, ‘소프트웨어경영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등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한 지역 대학의 경우 단과 대학을 통폐합하고 학과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학문의 상아탑으로서 종합 대학의 근본이라 할 인문대를 없앴다. 또한 학과 간 벽 허물기라는 명목으로 ‘교차 설강’ 개설 학점을 15학점에서 30학점으로 확대했다. 교차 설강이란 특정 학과의 전공에서 한 학기에 60학점의 강좌를 개설할 때 30학점은 다른 학과에서 개설하는 유사 과목을 이수토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학과 간 벽 허물기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학과의 개설 강좌 수를 인위적으로 축소시키는 구조 조정이다. 물론 유사한 학문에 공통으로 배워야 하는 과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충분한 검토와 장기적 교육 계획에 따라서 교육과정이 세워져야 한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 교차 설강을 2배로 의무화하는 갑작스러운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교차 설강 탓에 각기 다른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으로 강의해야 하는 교수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학기 동안 교차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타 전공 학생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학과에서 지정한, 제목만 유사한 교차 과목을 괴롭게 이수해야만 했던 학생들은 본인의 수업권을 완전히 침해당했다. 이는 183개의 4년제 대학 중 작년 모집 정원 규모로 상위 10% 이내에 속하는 지역의 꽤 규모 있는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가 한 대학에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글로컬이 지역 대학의 ‘혁신’을 부추기고, 그 혁신이 특성화, 즉 종합 대학이 아닌 특성화된 영역으로의 축소, 통합을 본질로 하는 이상, 모든 대학들에서 이러한 구조 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 가운데 대학교육의 본질은 훼손되고, 공공성은 쇠퇴하고, 학생의 수업권은 침해된다.
교육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우선
글로컬, 사립대 구조 개선법은 교육의 공공성, 지역의 균형 발전,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교육 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인 만큼 국가가 장기적 계획을 갖고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몇 개의 지역 사립 대학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정원부터 감축해야 한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 사립대를 정리해야 할 경우에는 국가가 매입하여 해당 대학의 교직원 및 학생의 수업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한다. 해방 이후, 국가가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실행할 여력이 없을 때 사립 대학들이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며 국가 발전의 근간을 다져 왔다. 이제는 국가가 대학의 위기, 교육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 등 대학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가능하게 할 교육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왜냐하면 교육이 곧 국가의 미래이고 대학이 대학다울 때 비로소 국가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립대 구조 개선법이 놓치고 있는 것
대학 통폐합은 근본적 대안이 아니다
남중섭 njs612@hanmail.net
대구대 강사
21대 국회의 쟁점 법안 중 하나는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다.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모두 4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여야 할 것 없이 사립대의 구조 개선 또는 폐교 등의 퇴로를 열어 줄 필요성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사립 학교 설립자에게 해산 장려금을 지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첨예한 대립이 있다.
법안이 제안된 배경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입학 정원의 미달 사태이다. 이는 사립 대학의 재정 악화의 근본적 원인인데,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사립 대학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이로써 지역의 경제도 침체되고 심지어 지역 소멸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사립대 구조 개선법은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발생할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안된 법안인데, 법안의 초점은 사립대의 통폐합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의 재정 지원을 열어 주는 데 맞추어져 있다. 법안들은 그 점을 사립대의 퇴로를 확보해 주기 위함이라고 하고 있다.
사립대의 구조 조정에 국가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것은 아니다. 이미 2005년부터 이러한 법안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김선동 의원(한나라당)이 대표로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고, 2011년 8월에는 이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선동 의원의 법률 제안 이유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가 교육 부실을 초래하여 대학 존립을 위협할 것이고, 이러한 피해는 학생과 지역 사회에 돌아간다는 것, 따라서 사립대의 구조 개선을 장려, 추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사립 대학 구조 개선 위원회를 두고 구조 개선 지원, 통폐합 지원, 해산 및 잔여 재산 귀속을 논의하도록 한 내용이었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총 4개의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사립 대학 재정 악화, 지역 고등교육의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통점이다. 법률의 내용 또한 대동소이하여, 2010년 발의된 김선동 의원의 안과도 큰 차이점이 없다.
거의 동일한 내용의 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10년 넘게 반복해서 제안되고 있음에도 제정되지 않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법안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문제는 법안의 상세한 내용 이전에, 이 법안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식에 있다. 지금까지 제안된 법안들은 학령 인구 감소라는 동일한 문제에 대하여 ‘지원금 지급을 통한 폐교 유도’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국가의 정책 실패부터 짚어야
학령 인구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출생아는 19년 뒤에 대학의 신입생이 되는데, 출산율은 1995년 이래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1995년 출생아 수는 715,020명이었는데, 1996년에는 691,226명으로 60만 명대로 떨어진다. 더 급격한 감소 추세는 200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000년에는 640,089명, 2001년은 559,934명, 2002년에는 496,911명으로 감소하여 2016년 40만 명 선까지 떨어진다. 최근에는 2022년 24만 9000명까지 출생아 수가 급감했다.
교육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고등교육 기관(일반 대학, 산업대학, 교육대학, 전문대학, 방송통신대학, 사이버대학, 기술대학, 각종 학교, 대학원, 전공 대학, 원격 대학 형태의 평생교육 시설, 사내 대학 형태의 평생교육 시설, 기능대학 등)의 수는 총 424개교이고 입학자 수는 691,013명이다. 그중 고등학교 졸업생이 주로 입학하는 일반 대학(184개), 교육대학(10개), 전문대학(133개)만을 집계할 때 입학자 정원은 494,312명이다. 입학자 수에는 정원 외 입학자, 재수생 등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19년 전 출생아 수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출생아 수와 입학생 수 변화 추이를 대략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출생아 수와 입학생 수가 모두 줄어들고 있지만, 2002년생부터는 출생아 수와 입학생 수의 역전이 일어난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0만 명에서 불과 6년 후인 2022년에는 24만 9000명으로 감소했기에 이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인구 절벽’이란 단어가 무색하지 않다.
학령 인구 감소에 대한 대처는 적어도 19년의 준비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제대로 된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역 사립 대학의 입학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지역 교육 및 지역 소멸이 시급한 문제이지만,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가는 여전히 대학 간 통폐합을 유도하는 방안만을 추진하고자 한다. 국가가 장기적 계획에 따라 추진해야 할 부분임에도, 개별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 준다는 명목으로 국가의 책임을 개별 대학에 전가시키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교육 정책 실패에 대한 질책조차 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케케묵은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교육 정책이 2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참담한 것은 근시안적 정책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교육은 국가 발전의 근간이며, 대학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공공 기관이다. 우리나라의 일반 4년제 대학 중 사립대의 비율은 79% 정도에 이르고, 전문대까지 확대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 80% 이상의 인재가 사립대에서 길러지고 있다. 사립대는 설립자나 재단의 사유 재산이라기보다는 국가 발전의 장기적 계획에 따라 조성된 공적 교육 기관이다. 따라서 대학을 구조 조정 해야 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구조 조정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경우 이윤 창출이 주된 관심사라면, 대학의 구조 조정은 어떻게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립대 구조 개선법은 비수도권 지역 사립대에 대한 통폐합 장려 법안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 법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사립대에 신입생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지역 교육, 지역 소멸을 막을 수도 없다. 법안이 취지대로 작동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 A, B, C 대학이 있다고 가정할 때, A라는 부실 대학을 구조 조정 하여 통합 또는 폐교한다고 해서 A 대학의 재학생이나 미래의 입학생들이 모두 B, C 대학으로 흡수되지는 않는다. B, C 대학은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지역 인재가 유출될 것이고 더불어 지역 경제 또한 침체될 것이다. 즉 사립대 구조 개선법으로 몇몇 대학을 통폐합하는 것이 학령 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법안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구조 조정 정책
국가 소멸까지 염려해야 하는 출생아 수 감소와 지역 소멸, 학령 인구 감소 현상에 대응해 대학이 스스로 구조 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글로컬 대학 30’(글로컬) 사업인데, 이 정책으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서는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글로컬은 대학의 통폐합을 유도하고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립대 구조 개선법과 동일한 맥락이다. 따라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글로컬 사업에 따라 대학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면 이 법안의 미래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학령 인구 감소 및 급격한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3월 ‘글로컬 대학 30’의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학령 인구 감소는 지방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하여 지역의 대학과 더불어 지역을 소멸시킬 것이라며, 교육부는 ‘경쟁력 있는 지역 대학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과 산업은 모두 수도권 중심이며 수도권 대학들의 입학 정원 또한 계속 유지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지역 대학의 입시 경쟁력 상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모두 카이스트나 포항공과대가 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AI 등을 활용하는 교육 방법으로의 전환,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전공 간 벽 허물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융합이란 사실상 대학별 특성과 지역 여건에 따른 자율적 구조 조정, 자율적 통폐합이다. 5년간 1000억 원씩 투입하는 글로컬 역시 대학이 스스로 구조 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에 다름 아니다. 즉, 글로컬의 본질은 학령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맞서 국가 주도의 해결을 포기하고 그 권한을 지역과 지역 대학에 부여하여, 각자가 자발적 구조 조정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결과로 모든 대학이 융합이라는 간판을 내걸며 학과, 단과 대학, 대학 간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컬은 대학을 읽는 문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단과 대학 체제상 인문, 사회, 경영, 공학, 법학, 예술, 체육 등 학문의 독립성에 따른 구분이 ‘글로벌문화융합대학’, ‘반려동물대학’, ‘소프트웨어경영대학’, ‘인문사회과학대학’,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등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한 지역 대학의 경우 단과 대학을 통폐합하고 학과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학문의 상아탑으로서 종합 대학의 근본이라 할 인문대를 없앴다. 또한 학과 간 벽 허물기라는 명목으로 ‘교차 설강’ 개설 학점을 15학점에서 30학점으로 확대했다. 교차 설강이란 특정 학과의 전공에서 한 학기에 60학점의 강좌를 개설할 때 30학점은 다른 학과에서 개설하는 유사 과목을 이수토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학과 간 벽 허물기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학과의 개설 강좌 수를 인위적으로 축소시키는 구조 조정이다. 물론 유사한 학문에 공통으로 배워야 하는 과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충분한 검토와 장기적 교육 계획에 따라서 교육과정이 세워져야 한다. 인위적인 벽 허물기, 교차 설강을 2배로 의무화하는 갑작스러운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교차 설강 탓에 각기 다른 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같은 내용으로 강의해야 하는 교수자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학기 동안 교차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타 전공 학생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학과에서 지정한, 제목만 유사한 교차 과목을 괴롭게 이수해야만 했던 학생들은 본인의 수업권을 완전히 침해당했다. 이는 183개의 4년제 대학 중 작년 모집 정원 규모로 상위 10% 이내에 속하는 지역의 꽤 규모 있는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가 한 대학에 국한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글로컬이 지역 대학의 ‘혁신’을 부추기고, 그 혁신이 특성화, 즉 종합 대학이 아닌 특성화된 영역으로의 축소, 통합을 본질로 하는 이상, 모든 대학들에서 이러한 구조 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 가운데 대학교육의 본질은 훼손되고, 공공성은 쇠퇴하고, 학생의 수업권은 침해된다.
교육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 우선
글로컬, 사립대 구조 개선법은 교육의 공공성, 지역의 균형 발전,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학령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교육 정책은 국가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인 만큼 국가가 장기적 계획을 갖고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몇 개의 지역 사립 대학을 정리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정원부터 감축해야 한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 사립대를 정리해야 할 경우에는 국가가 매입하여 해당 대학의 교직원 및 학생의 수업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한다. 해방 이후, 국가가 제대로 된 고등교육을 실행할 여력이 없을 때 사립 대학들이 국가의 교육을 책임지며 국가 발전의 근간을 다져 왔다. 이제는 국가가 대학의 위기, 교육의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
학령 인구 감소 등 대학을 둘러싼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것은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가능하게 할 교육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왜냐하면 교육이 곧 국가의 미래이고 대학이 대학다울 때 비로소 국가의 발전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