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내가 밀고 있는 단체] 피스모모 | 하영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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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밀고 있는 단체

피스모모

 

사진 설명. 피스모모는 군대와 기후 위기의 관련성을 이야기하며 2023년 4월 14일 기후정의파업에 참여했다.

 


피스모모를 처음 만난 건, 교육 내용으로서 탈분단과 남북 관계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였다. 통일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통일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생각해 보자’라는 방식이 아니라 분단을 비판적으로 톺아보는 교육안은 드물었다. 그러던 와중에 만났던 피스모모는 분단과 탈분단을 섣불리 정의하는 대신, 분단의 상황과 나의 삶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질문을 던지게 했다. 나의 삶에서 분단의 흔적을 찾아보고, 통일과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스펙트럼 사이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방식은 생소하고도 인상 깊었다.

이렇게 피스모모를 알게 된 지 2년 후, 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며 나는 피스모모 회원이 되었다. 사실 피스모모에 가입할 때에는 모모평화대학, 평화교육진행자되기 과정, 평화페미니즘연구소 세미나 등 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3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도 현장에서 함께하겠다는 그 열정을 다양한 이유와 핑계로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책으로, 메일로, 영상으로 만났던 피스모모는 평화, 군축, 안보라는 문제를 기후, 젠더, 교육과 연결하는 다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냈다. 내가 처음 만났던 피스모모의 교안이 그랬던 것처럼, 피스모모의 활동들은 나에게 늘 새로운 질문을 남기고, 연결 짓지 못했던 평화운동과 나의 삶을 한데 모아 놓게 했다.

소극적인 회원이지만, 최근 피스모모가 던지는 군수 산업의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과 질문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연대와 지지를 요청하고자 한다. 피스모모는 그간 군사와 기후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외면해 왔던 담론 정치를 비판하며, 정치, 군수 산업체와 기업이 협력하는 방식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다. 대표적으로 2024년 2월, 피스모모는 환경재단의 그린아시아 사업 참여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환경재단이 국내 무기 회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회사들이 재단의 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기 회사들이 분쟁 지역의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에 일조하고 있음에도 ESG 평가는 역설적으로 그린워싱의 수단이 되고 있다. 나는 피스모모의 사업 참여 취소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 동시에 피스모모가 하고자 했던 반환 기지 환경 오염 연구가 그린워싱을 부추기는 기존의 구조 바깥에서도 당당히 지지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피스모모의 평화운동이 뻗어 나갈 의제들과 뾰족한 질문들을 응원하고 기대한다.

- 하영(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초등 교사)

 

밀어 주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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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무기 산업에 기대지 않는 평화 활동을 만들어 주세요! 

반환 미군 기지 환경 오염 연구 사업에 필요한 사업비 800만 원, 무기 산업의 힘이 아닌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주세요. 필리핀과 한국의 반환 미군 기지 환경 오염 비교 연구로,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군사 활동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 갈 실마리들을 찾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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