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호[오늘 읽기] 《가족각본》, 《뒷자리》 | 공현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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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씀 │ 창비 │ 17,000원

 

《선량한 차별주의자》에 이은 김지혜의 두 번째 기획으로, 한국 사회의 가족 제도와 규범을 주제로 삼았다. 서문에서는 “성소수자 이슈가 만들어 내는 균열을 쫓아 한국의 가족 제도를 추적”(본문 12쪽)한다고 밝히고 있다.

2007년, 차별금지법이 논의되고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TV 드라마가 방영된 직후, 신문에는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라는 문구의 광고가 실렸다. 저자는 성소수자 혐오나 차별금지법 반대의 이유로 ‘며느리’, ‘사위’와 같은 가족이 등장하는 이유를 묻는다. 그러면서 출산과 성별 분업 등의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가족각본’을 분석하고, 이런 가족을 유지하는 데 공교육과 국가 등이 해 온 역할을 드러낸다. 당연하고 익숙한 가족에 대해 여러 사례와 연구를 통해 의문을 제기하고 가족각본을 벗어날 길을 고민하는 책.

 

 

 


뒷자리

어떤 일을 한 뒤의 흔적

희정 씀 │ 포도밭출판사 │ 16,000원

 

싸움의 앞자리가 아닌 뒷자리를 기록한 책이다. 1부에선 송전탑이 끝내 세워진 밀양, 미군 폭격 훈련장으로 쓰이던 매향리 등 투쟁이 벌어졌던 지역의 사람들을 만났고, 2부에선 2000년 롯데호텔 성희롱 집단 소송 투쟁, 2018년 용화여고 스쿨 미투 운동 등 존재를 드러내고 투쟁했지만 이젠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을 기록했다. 3부에서는 노년 노동자, 고려인 노동자, 여성 경리 노동자 등 애초에 주목받은 적이 없이 ‘미적지근하게 취급받는’, ‘그늘로 내몰린 사람들’을 만났다.

싸움의 생생한 현장을 기록하는 책도 좋지만, 이렇게 싸움이 끝난 혹은 끝났다고 여겨지는 곳에 남아 맞서고 있는 사람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기록하는 것이 ‘기록 노동’과 책이 해야만 하는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공현(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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