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학생들과 상상하는 평화 통일
- 통일 여행 팸플릿 제작을 통해 미래 통일 한국 상상하기
정지영
jiyoung2vv@sen.go.kr
서울 상계중 교사
새 학기 첫 수업 시간은 항상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적절한 긴장감을 가진 상태에서 한 해 동안 함께 공부하게 될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이다. 지난 7번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소개할 때마다 매번 긴장하게 되는 단원이 있다. 바로 ‘북한 이해’와 ‘통일 윤리’ 단원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북한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또래 압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기인 만큼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되고 고조되어 학생들의 책상을 타고 교단 앞까지 밀려온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북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발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와 닮은 북한 주민의 일상을 먼저 보여 주고 “이곳은 어디일까?”라고 발문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상기시키는 것보다 서로의 공통점에서 출발해야 공감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사회와 완벽히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외형, 사용하는 언어의 유사함에 학생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게 수업의 공기가 북한에 대한 상상과 호기심으로 물들게 되면, 속으로 ‘휴~’ 하고 비로소 안심한다. 다음 단원인 ‘통일 윤리 의식’까지 무사히 소개를 마치면, ‘부디 2학기에도 이 마음 유지하길!’ 하고 간절히 바라며 오리엔테이션을 마무리한다.
시작이 가장 어려운 통일 수업
늘 평화 통일을 바라는 나지만 특히 2학기 수업을 앞둔 여름 방학 때는 더더욱 두 손 모아 남북 관계가 한층 더 가까워지길 소망한다. 하지만 국제 정세는 예측하기 어렵고, 새로운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인터넷 플랫폼에서 자극적인 토픽으로 제작된 영상을 학생들이 접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낸다. 그렇게 2학기를 시작한다. 수업 준비를 하기 전에 항상 성취 기준(2015 개정 교육과정)을 한 번 더 살펴본다.
[9도03-06]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바탕으로 균형 있는 북한에 대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9도03-07] 보편적 가치 추구와 평화 실현을 위해 통일을 이루어야 함을 알고, 바람직한 통일 국가 형성을 위해 요구되는 태도를 기르는 등 통일 윤리 의식을 정립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학생들과 북한을 이해할 때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은 ‘균형 있는 관점’이다. 물론 국제 정세에서 무력과 관련한 반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사건이 있다면 마땅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겨레이고, 이산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기에 평화를 이룩해야 할 통일공동체로서의 관점도 견지해야 한다. 이렇게 두 입장을 모두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영상들을 보여 주면 학생들도 비로소 수업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물론 학생들 성향이 다양한 것처럼, 같은 수업 목표를 지향하며 함께 공부하더라도 각 반의 분위기에 따라 성취 수준도 다르게 나타난다. “근데 우리가 손해 볼 것이 많잖아요.” “남북의 이념이 너무나 달라졌는걸요.” 이렇게 무조건적인 반대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이때 내가 꺼내는 최후의 수단은, 우리 「헌법」의 통일 관련 조항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며, 통일이 되어도 ‘자유 민주주의’를 유지할 것임을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그러면 통일을 반대하던 학생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통일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너무 어렵다.
통일 여행 팸플릿 제작
도덕 교과 관련 연수를 들으며 통일 수업에서 ‘꼭 해 보고 싶은’ 학습 활동이 있었다. 바로 ‘통일 여행 팸플릿 제작하기’다.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북한의 문화(식문화, 유적지 등)를 탐색하고, 이를 자신이 꿈꾸는 통일 한국의 모습으로 연결해 여행 계획으로 구상하는 활동이다.
수업은 개별 활동과 모둠 활동의 혼합형으로 6차시 동안 진행했다. 또한 지리적 사고와 세계 시민 의식 확장을 위해 통일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시아까지 확장해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지도했다.
1차시 – 모둠별 여행 테마 선정하기,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여행의 즐거움 상상하기
* 문화어를 조사하여 문화어로 된 여행 테마를 선정하고 홍보 문구를 만들기.
* 통일부의 ‘북한자료센터’와 ‘북한정보포털’을 이용해 문화어 조사하기.
학생들은 ‘동무, 여행 가실랍네까?’, ‘억이 막히는 족집게 투어’ 등 문화어를 활용해 재치 있는 여행 테마 문구를 만들어 냈다.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여행의 즐거움을 상상’해 보는 활동은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풀고 ‘평화’가 바탕이 된 통일 한국의 모습을 상상해 보도록 하는 과정이다. 막막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일상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른 지역을 여행하듯이 통일 한국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며 그때 가고 싶은 북한의 명소를 먼저 찾아보자고 했다. 또한 통일 한국의 유망 직업이 될 수도 있는 ‘여행 플래너’가 되어 남북한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는 체험을 통해 진로교육과의 연계성도 생각해 보았다.
2차시 – 여행 테마를 바탕으로 개인별 추천 여행지 선정하기(식문화 여행지, 역사 유적지)
* 북한 : 역사·문화 유적 여행지 2곳, 자연 경관 여행지 2곳, 추천 맛집(또는 음식) 2곳.
* 동북아시아 : 역사·문화 유적 여행지 2곳, 자연 경관 여행지 2곳, 추천 맛집
(또는 음식) 2곳.
육로와 철도를 통해 북한 지역과 동북아시아(중국, 러시아 등)를 여행하게 되었을 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와 음식 등 총 12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그 이유까지 작성하는 활동이다. 생소하기만 한 북한과 동북아시아의 여행지는 물론이고 그 정확한 위치, 선정 이유까지 찾아야 하니 학생들이 매우 난감해했다. 하지만 검색 포털과 지도 검색을 통해 과제를 하나하나 수행해 나갔다. 특히 북한의 지리에 대해 학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평양과 개성의 위치를 많이 헷갈려했다. 심지어 서울에 살고 있음에도 북한산이 북한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금강산이 남한에 있다고 알고 있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3차시 – 개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별 5박 6일 통일 한국 여행지 구상하기
* 일정표 만들기 - 1일차 오전 일정, 오후 일정, 숙소 위치, 2일차 오전 일정, 오후 일정, 숙소 위치 등의 기본 틀을 바탕으로 5박 6일 일정으로 여행 계획 구성.
* 모둠원이 각자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지도에 여행지 위치를 표시, 통일 한국의 확장된 지리를 파악하고, 모둠 여행 테마를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하며 효율적이고 색다른 일정을 구상.
4차시 – 모둠별 통일 한국 여행 팸플릿 제작하기
* 4절 도화지(제공)를 접어 팸플릿 제작.
* 필수 구성 요소 - ① 팸플릿 표지, 1면 ② 전체 여행 일정표, 1면 ③ 각 투어별 테마 및 주요 여행지 안내(역사 유적지 2곳, 자연 경관 유적지 2곳, 맛집(음식) 2곳),
3면 ④ 여행지 필수 회화(문화어 활용), 1면 ⑤ 관련 사진 인쇄.
5차시 – 여행 팸플릿을 바탕으로 모둠별 통일 여행 홍보 PPT 만들기
* 프레젠테이션 발표 시간 2분 30초 이내.
1. 팸플릿 표지 2. 여행지 필수 회화(문화어) 3. 주요 여행지 안내
6차시 – 모둠 발표를 통한 동료 평가 및 개인 소감문 작성하기
* 동료 평가지 요소 ① 여행 테마가 무엇인가? ② 여행 테마 및 일정이 학습 목표에 맞게 구성되었는가? ③ 청중의 관심과 흥미를 충분히 고려하였는가? ④ 전체 모둠원의 참여가 적절히 이루어졌는가? ⑤ 배우고 싶은 점 ⑥ 보완할 점
* 자기 평가지 요소 ① 모둠 활동을 하며 잘한 점 ② 나의 활동 중 잘한 점 ③ 이번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내가 성장한 점 ④ 나의 활동 중 부족했거나 보완할 점
통일 편익에 관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통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비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알게 되지만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저 교과서 속 개념 학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팸플릿을 만드는 동안 수많은 역사 유적과 자연 경관, 식문화를 조사하며 학생들은 피상적이기만 했던 통일 편익을 체감하게 된다. 특히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식문화 조사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작은 공감과 이해로부터 시작할 때 학생들도 올바른 통일 윤리 의식을 확립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실제 통일 한국에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화’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깨우치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기로 통일 한국 여행 상상해 보기
[9도03-03] 북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단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도덕적 가치에 기초하여 통일의 의미를 재구성함으로써 바람직한 남북 관계 및 통일의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 목표는 ‘북한에 대한 이해’가 우선 서술되어 있고, ‘통일의 의미를 재구성함’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서 속의 ‘평화 통일’을 학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일의 필요성을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기존의 통일 여행 팸플릿 만들기에서 ‘통일 한국 책자 제작하기’로 프로젝트를 수정·보완했다.
한편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학교 현장에는 많은 디지털 융합 수업 방법이 도입되었다. ‘디벗(학습 지원을 위해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서울시교육청 사업)’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에듀테크 도구들이 등장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변화와 나의 고민이 맞물린 통일 수업을 계획하던 중, 통일부 사이트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하였다. 이름하여 ‘새로운 세상으로의 탐험! 통일부 DMZ 메타버스’이다. 외국의 DMZ 활용 사례를 학습하고 디벗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우리나라의 DMZ를 탐험하며, ‘통일 한국 여행’을 구상할 때 미래 통일 한국의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재구성하는 시간을 추가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통일 한국 여행지라서 흥미와 만족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상상한 내일의 통일 한국이 ‘평화’를 담고 실현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수업
학생들과 상상하는 평화 통일
- 통일 여행 팸플릿 제작을 통해 미래 통일 한국 상상하기
정지영
jiyoung2vv@sen.go.kr
서울 상계중 교사
새 학기 첫 수업 시간은 항상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적절한 긴장감을 가진 상태에서 한 해 동안 함께 공부하게 될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이다. 지난 7번의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소개할 때마다 매번 긴장하게 되는 단원이 있다. 바로 ‘북한 이해’와 ‘통일 윤리’ 단원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북한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 또래 압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시기인 만큼 부정적인 감정은 전염되고 고조되어 학생들의 책상을 타고 교단 앞까지 밀려온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북한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라는 발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와 닮은 북한 주민의 일상을 먼저 보여 주고 “이곳은 어디일까?”라고 발문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상기시키는 것보다 서로의 공통점에서 출발해야 공감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사회와 완벽히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외형, 사용하는 언어의 유사함에 학생들은 호기심을 보이며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렇게 수업의 공기가 북한에 대한 상상과 호기심으로 물들게 되면, 속으로 ‘휴~’ 하고 비로소 안심한다. 다음 단원인 ‘통일 윤리 의식’까지 무사히 소개를 마치면, ‘부디 2학기에도 이 마음 유지하길!’ 하고 간절히 바라며 오리엔테이션을 마무리한다.
시작이 가장 어려운 통일 수업
늘 평화 통일을 바라는 나지만 특히 2학기 수업을 앞둔 여름 방학 때는 더더욱 두 손 모아 남북 관계가 한층 더 가까워지길 소망한다. 하지만 국제 정세는 예측하기 어렵고, 새로운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인터넷 플랫폼에서 자극적인 토픽으로 제작된 영상을 학생들이 접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낸다. 그렇게 2학기를 시작한다. 수업 준비를 하기 전에 항상 성취 기준(2015 개정 교육과정)을 한 번 더 살펴본다.
[9도03-06]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바탕으로 균형 있는 북한에 대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
[9도03-07] 보편적 가치 추구와 평화 실현을 위해 통일을 이루어야 함을 알고, 바람직한 통일 국가 형성을 위해 요구되는 태도를 기르는 등 통일 윤리 의식을 정립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학생들과 북한을 이해할 때 가장 초점을 두는 부분은 ‘균형 있는 관점’이다. 물론 국제 정세에서 무력과 관련한 반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하는 사건이 있다면 마땅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한겨레이고, 이산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기에 평화를 이룩해야 할 통일공동체로서의 관점도 견지해야 한다. 이렇게 두 입장을 모두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영상들을 보여 주면 학생들도 비로소 수업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물론 학생들 성향이 다양한 것처럼, 같은 수업 목표를 지향하며 함께 공부하더라도 각 반의 분위기에 따라 성취 수준도 다르게 나타난다. “근데 우리가 손해 볼 것이 많잖아요.” “남북의 이념이 너무나 달라졌는걸요.” 이렇게 무조건적인 반대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다.
이때 내가 꺼내는 최후의 수단은, 우리 「헌법」의 통일 관련 조항을 제시하는 것이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으며, 통일이 되어도 ‘자유 민주주의’를 유지할 것임을 학생들에게 설명한다. 그러면 통일을 반대하던 학생들도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한다. 이처럼 통일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너무 어렵다.
통일 여행 팸플릿 제작
도덕 교과 관련 연수를 들으며 통일 수업에서 ‘꼭 해 보고 싶은’ 학습 활동이 있었다. 바로 ‘통일 여행 팸플릿 제작하기’다.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북한의 문화(식문화, 유적지 등)를 탐색하고, 이를 자신이 꿈꾸는 통일 한국의 모습으로 연결해 여행 계획으로 구상하는 활동이다.
수업은 개별 활동과 모둠 활동의 혼합형으로 6차시 동안 진행했다. 또한 지리적 사고와 세계 시민 의식 확장을 위해 통일 한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시아까지 확장해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지도했다.
1차시 – 모둠별 여행 테마 선정하기,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여행의 즐거움 상상하기
* 문화어를 조사하여 문화어로 된 여행 테마를 선정하고 홍보 문구를 만들기.
* 통일부의 ‘북한자료센터’와 ‘북한정보포털’을 이용해 문화어 조사하기.
학생들은 ‘동무, 여행 가실랍네까?’, ‘억이 막히는 족집게 투어’ 등 문화어를 활용해 재치 있는 여행 테마 문구를 만들어 냈다.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여행의 즐거움을 상상’해 보는 활동은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풀고 ‘평화’가 바탕이 된 통일 한국의 모습을 상상해 보도록 하는 과정이다. 막막하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우리가 일상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른 지역을 여행하듯이 통일 한국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며 그때 가고 싶은 북한의 명소를 먼저 찾아보자고 했다. 또한 통일 한국의 유망 직업이 될 수도 있는 ‘여행 플래너’가 되어 남북한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는 체험을 통해 진로교육과의 연계성도 생각해 보았다.
2차시 – 여행 테마를 바탕으로 개인별 추천 여행지 선정하기(식문화 여행지, 역사 유적지)
* 북한 : 역사·문화 유적 여행지 2곳, 자연 경관 여행지 2곳, 추천 맛집(또는 음식) 2곳.
* 동북아시아 : 역사·문화 유적 여행지 2곳, 자연 경관 여행지 2곳, 추천 맛집
(또는 음식) 2곳.
육로와 철도를 통해 북한 지역과 동북아시아(중국, 러시아 등)를 여행하게 되었을 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와 음식 등 총 12곳을 선정해 소개하고 그 이유까지 작성하는 활동이다. 생소하기만 한 북한과 동북아시아의 여행지는 물론이고 그 정확한 위치, 선정 이유까지 찾아야 하니 학생들이 매우 난감해했다. 하지만 검색 포털과 지도 검색을 통해 과제를 하나하나 수행해 나갔다. 특히 북한의 지리에 대해 학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학생들은 평양과 개성의 위치를 많이 헷갈려했다. 심지어 서울에 살고 있음에도 북한산이 북한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금강산이 남한에 있다고 알고 있는 학생들도 제법 있었다.
3차시 – 개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별 5박 6일 통일 한국 여행지 구상하기
* 일정표 만들기 - 1일차 오전 일정, 오후 일정, 숙소 위치, 2일차 오전 일정, 오후 일정, 숙소 위치 등의 기본 틀을 바탕으로 5박 6일 일정으로 여행 계획 구성.
* 모둠원이 각자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지도에 여행지 위치를 표시, 통일 한국의 확장된 지리를 파악하고, 모둠 여행 테마를 바탕으로 의견을 조율하며 효율적이고 색다른 일정을 구상.
4차시 – 모둠별 통일 한국 여행 팸플릿 제작하기
* 4절 도화지(제공)를 접어 팸플릿 제작.
* 필수 구성 요소 - ① 팸플릿 표지, 1면 ② 전체 여행 일정표, 1면 ③ 각 투어별 테마 및 주요 여행지 안내(역사 유적지 2곳, 자연 경관 유적지 2곳, 맛집(음식) 2곳),
3면 ④ 여행지 필수 회화(문화어 활용), 1면 ⑤ 관련 사진 인쇄.
5차시 – 여행 팸플릿을 바탕으로 모둠별 통일 여행 홍보 PPT 만들기
* 프레젠테이션 발표 시간 2분 30초 이내.
1. 팸플릿 표지 2. 여행지 필수 회화(문화어) 3. 주요 여행지 안내
6차시 – 모둠 발표를 통한 동료 평가 및 개인 소감문 작성하기
* 동료 평가지 요소 ① 여행 테마가 무엇인가? ② 여행 테마 및 일정이 학습 목표에 맞게 구성되었는가? ③ 청중의 관심과 흥미를 충분히 고려하였는가? ④ 전체 모둠원의 참여가 적절히 이루어졌는가? ⑤ 배우고 싶은 점 ⑥ 보완할 점
* 자기 평가지 요소 ① 모둠 활동을 하며 잘한 점 ② 나의 활동 중 잘한 점 ③ 이번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내가 성장한 점 ④ 나의 활동 중 부족했거나 보완할 점
통일 편익에 관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통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비경제적 이익과 혜택을 알게 되지만 쉽게 와닿지 않는다. 그저 교과서 속 개념 학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팸플릿을 만드는 동안 수많은 역사 유적과 자연 경관, 식문화를 조사하며 학생들은 피상적이기만 했던 통일 편익을 체감하게 된다. 특히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식문화 조사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작은 공감과 이해로부터 시작할 때 학생들도 올바른 통일 윤리 의식을 확립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실제 통일 한국에서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화’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깨우치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기로 통일 한국 여행 상상해 보기
[9도03-03] 북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단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도덕적 가치에 기초하여 통일의 의미를 재구성함으로써 바람직한 남북 관계 및 통일의 방향을 제안할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성취 목표는 ‘북한에 대한 이해’가 우선 서술되어 있고, ‘통일의 의미를 재구성함’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나타났다. 이는 학생들이 교과서 속의 ‘평화 통일’을 학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일의 필요성을 머리와 마음으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기존의 통일 여행 팸플릿 만들기에서 ‘통일 한국 책자 제작하기’로 프로젝트를 수정·보완했다.
한편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학교 현장에는 많은 디지털 융합 수업 방법이 도입되었다. ‘디벗(학습 지원을 위해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서울시교육청 사업)’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에듀테크 도구들이 등장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 현장의 변화와 나의 고민이 맞물린 통일 수업을 계획하던 중, 통일부 사이트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하였다. 이름하여 ‘새로운 세상으로의 탐험! 통일부 DMZ 메타버스’이다. 외국의 DMZ 활용 사례를 학습하고 디벗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우리나라의 DMZ를 탐험하며, ‘통일 한국 여행’을 구상할 때 미래 통일 한국의 우리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재구성하는 시간을 추가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통일 한국 여행지라서 흥미와 만족도가 높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상상한 내일의 통일 한국이 ‘평화’를 담고 실현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