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이로부터 출발하라, 그리고 교사를 세워라
진영준
manim2030@hanmail.net
충북 괴산 동인초 기초학력 전담 교사,
2019년부터 읽기 따라잡기 교사 리더로 활동 중
김미혜·박선미·홍다은 외 씀,
《초기 문해력 수업의 스펙트럼》,
교육공동체 벗, 2024
프리즘을 통과한 가시광선이 무지개와 같은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것처럼, 교사들이 자신만의 빛깔을 스펙트럼처럼 담은 책 《초기 문해력 수업의 스펙트럼》이 출간되었다. 초등 교사를 가르치는 교수 1명, 초등 교사 8명으로 구성된 저자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공통의 경험, 즉 ‘프리즘’으로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이 책을 접할 독자를 크게 두 부류로, 이미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접하여 실행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문제를 풀 단초를 만나거나 실행의 확장을 꾀할 수 있을 테다. 후자는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의 개요와 철학을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하며 성장하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교사 전문성 향상에서 ‘실행’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다.
‘읽기 따라잡기’는 무엇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문해 환경의 차이로 인해 각기 다른 ‘문해력의 뿌리’를 가지고 학교에 온다. 문해력의 뿌리는 발생적 문해력 개념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데, 발생적 문해력이란 태어나면서부터 형식적인 읽기·쓰기 교육을 받게 되기 전까지 초기 아동기 전반(출생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에 걸쳐 아동에게 일어나는 읽기와 쓰기와 관련한 지식과 기능, 태도의 발달을 포함하는 개념이다.(본문 17쪽) 8~9년의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이 처한 다양한 문해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능력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발달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읽기 따라잡기’(읽따)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본격적인 문해력 교육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출발선에서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2학년’ 중 ‘문해력 발달 하위 20%에 속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기에 개입’하여 ‘개별화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급의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읽따로 공부하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교실의 다른 아이들도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급의 평균 수준에 빠르게 도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속화된 발달’이 필수이다. 읽기, 쓰기 발달이 하위 20%에 속하는 아이를 대상으로 가속화된 발달을 지원하는 데에는 일반적인 문해력 교육의 방법과는 다른 교수 전문성이 필요하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빠르게 가는 일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세하게 파악하여 징검다리를 놓아 주고, 때로는 헤매지 않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읽따에서는 두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는데, ‘아이로부터 출발하라’ 그리고 ‘교사를 세워라’이다. 사실 읽따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아이들마다 다양하게 형성된 문해력의 뿌리를 파악하여 문해력 발달 단계 중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알고, 적절한 교수-학습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이다.
왜 읽기 따라잡기가 아닌 초기 문해력 수업인가?
저자들은 읽따를 공부하고 실행하는 교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에는 “초기 문해력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마 그 바탕에는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나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부진 문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고,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을 찾던 중 2018년에 읽따를 만났다.
1년간 진행되는 90시간의 실행 연수를 받으면서 ‘수업 실행-수업 영상 나눔-공동 성찰과 피드백-수업 실행’의 반복을 통해 교사 전문성이 향상되는 경험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따라가기에 바빠서, 원칙대로 실행하며 시행착오를 감당하기만도 버거웠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고민의 범위가 조금씩 확장되었다.
담임 교사이면서 동시에 방과 후 읽따 교사로서 수업을 실행해 왔는데, 지난해부터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일을 하고 있다. 충북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초 전담 교사 제도’[ref]충북교육청의 ‘기초 전담 교사’ 정책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도내 75개 학교에 기초 전담 교사를 정원 외로 1명씩 둔다. 이들은 1~2학년 중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교실 내, 교실 밖(pull-out)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교내 ‘학습 지원 담당 교원’으로서의 역할 또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초 전담 교사의 역할과 역할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규정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향과 방법을 체계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ref]에 따라 교내에서 기초 전담 교사 역할을 맡아 주로 1~2학년 학생 중 문해력이 최하위인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다. 아이들의 빠른 성장에 담임 교사, 학생, 학부모, 전담 교사 모두가 기뻐하고 있고 새로운 정책의 효과와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나는 몇 년 전부터 품고 있던 질문이 보다 명확해졌다. 그 질문은 바로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풀 아웃(pull-out) 하기 전에, 교실이 아이들의 출발점과 격차를 제대로 확인하고 그 내용을 반영하여 각각의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품고 있던 중에 이 책에서 “초기 문해력 수업”이라는 용어를 발견하고, 게다가 읽따를 넘어 확장된 질문을 던지고 실행해 가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4장 개별화 교실 너머의 초기 문해력 수업’에서 들려주는 개별화 교사로서 고민하는 저학년 읽기 부진 문제를 넘어 담임 교사로서 고민하는 교실 수업, 가정과 함께 걸어가기 위한 노력, 개별화 수업 이후의 지속적인 지원을 주제로 한 3편의 이야기가 더욱 반가웠다. 저자들이 읽기 따라잡기가 아닌 “초기 문해력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의도는 저학년 읽기 부진 문제 해결을 넘어서 보다 넓은 초기 문해력이라는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 보자는 제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요한 질문, ‘주체는 누구인가?’
책 2장 1절을 쓴 박선미 교사는 읽따를 7년째 실행 연구해 온 베테랑 교사이다. 읽따로 만난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면서 읽기 능력이 아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몸소 느꼈고, 읽따는 단순히 글을 읽고 쓰게 하는 능력만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님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이 박선미에게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의 실행을 최대한 자세히 글에 담아 다른 교사들에게도 알리는 일을 하게 했다.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끝없이 연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박선미 교사의 글을 통해 초기 문해력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아이를 만나는 ‘교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2장 2절을 쓴 홍다은 교사는 청주교대 문해력지원센터 파견 교사로 2년 동안 공부하면서 개별화 지도를 하고 1년간 전남교육청에서 초기 문해력 교육에 관한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 후 1학년 교실로 돌아가 담임 교사로 노력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관련 전문성을 갖추어 필요한 곳에서 여러 역할을 하였지만, 개별화 교육 경험으로 기른 전문성을 이용하여 교실 수업을 진정한 의미에서 개별화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문해력 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교사를 담임 교사, 개별화 교사, 교육청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는 전문가 교사로 조금 더 세분화해 볼 수 있다.
3장 1절에서 박도현 교사는 유난히 구어 발달이 더딘 아이를 만나 읽따를 통해 ‘말과 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를 들려준다. 그는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 구조를 활용하여 맞춤형 책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아이의 책 읽기 발달 수준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 가속화된 발달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구어 발달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가 말한 문장 중에서 가장 긴 발화 문장을 누적하여 기록한다. 박도현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발달하는 초기 문해력이 책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언어적 의사소통을 위한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자세한 지도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글을 마치는 두 문장은 읽따의 기본 원칙 두 가지를 정확하게 드러내어 준다. 역시 아이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가장 중요하다.
선물이의 성장 과정은 개별화 수업의 성공을 보여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마다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선물이가 자신만의 발달 곡선을 그리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한 교사가 함께했기 때문이 아닐까?
- 본문 173쪽
3장 2절의 김점선 교사는 베트남에서 중도입국한 미소를 기초학력 전담 교사로 만난 사례를 통해, 미소를 만난 건 자신의 교사 생활에 큰 행운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어휘를 확장하기 위해 아이의 자산을 최대한 면밀하게 확인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담임 교사와의 소통과 협력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 지역의 기초학력 전담 교사 간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함께 지도 방법을 찾아 간 것도 미소와의 개별화 수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문해력 교육에서 교사 간의 학습공동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점선은 미소에게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미소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배운다는 건 공부하는 거죠. 글자를 써 보는 거예요. 읽어 보는 것도 배우는 거예요. 선생님이 지금 가르쳐 주는 것을 하는 거요.”
- 본문 229쪽
3장 3절에서는 박신희 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 중 초기 문해력 발달 최하위에 경도 지적장애로 추정되는 학생, 소리를 다루는 능력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2년 정도) 떨어지는 산이가 천천히 성장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산이가 반복하는 “몰라요”라는 말에 담긴 뜻이 진짜 ‘모른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가 몸짓에서 보이는 차이를 살피고, 피해야 할 말놀이가 무엇인지까지 분석해 가며 아이를 만났다. 교사 스스로도 수업이 너무나 어렵고 막막해 과연 이 아이가 그림책을 읽고, 일기를 쓸 수 있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배우고 있는 교사에게는 조언과 용기를 주는 지도 교수가 있었고, 박신희는 다시 힘을 내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도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더딘 과정이었지만 산이는 맞춤법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쉬운 그림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에서도 자신감이 생겨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것이다. 박신희 교사와 산이의 성장기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개입을 제공하고 난 후에도 혹시나 이 아이가 특별한 지원을 장기적으로 필요로 하는 특수교육 대상인지 고려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이다. 또 이 사례에서는 문해력 교육의 주체 중 교사를 코칭하는 지도 교수도 중요한 주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4장 1절의 민경효 교사는 가정 문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가정과 연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따에서는 가정과의 연계가 도전적인 경우가 많다. 민경효는 좌절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조그마한 소통에 ‘뛸 듯이 기뻐하며’ 노력을 반복하여, 부모가 가정 문해의 중요성을 깨닫고 변화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의 문해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일임을 확인하고 독자에게 강조한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개별화 지도에서도 가정 연계 지도는 꾸준히 계속될 것이고, 집에 한 권의 책도 없던 아이가 ‘첫 키스’와도 같은 책을 만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전한다.
4장 2절을 쓴 정보경 교사는 1학년 때 읽따 지도를 받았지만 학급의 평균 수준을 따라잡지 못해 2학년 때에도 개별화 지원을 이어 가야 하는 아이인 토끼를 만나, 아이에게 가속화된 발달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찾아 하나씩 채워 가는 노력을 보여 준다. 그는 처음 만난 토끼를 마치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에멘탈 치즈에 비유했다.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정보경의 눈에는 ‘뚫린 구멍’이 더 많고 크게 보였지만, 아이가 가진 자산을 여러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한 결과 ‘채워져 있는 치즈’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토끼의 경우에도 개별화 교사와 담임 교사의 협력 지도가 아이의 성장을 이끌었다.
4장 3절에서 최미영 교사는 2년 동안 기초학력 전담 교사로서 쌓은 전문성을 2학년 담임 교사의 위치에서 적용하여, 교실 전체의 초기 문해력 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미영의 실행은 읽따를 넘어선 새로운 도전이다. 그 두 가지 트랙은 첫째 학생들의 문해력 발달 격차를 존중하여 좋은 문해력 학습의 기회를 만드는 교실 수업이고, 둘째 문해력 발달 최저 수준 학생에 대한 방과 후 일대일 개별화 지도이다. 그의 실행의 특징은 문해력 교육을 국어 교과의 영역에 한정 짓지 않고 학생들의 배움 전반으로 확대했다는 점, 교사가 만드는 문해력 교육의 다양한 기회들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치나 처방을 할 때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를 전문가라고 믿고 그 말에 따르게 된다. 교사를 전문가라고 할 때, 교사 또한 당연히 교수의 맥락, 텍스트, 활동을 구성하는 이유, 주체에 대한 이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미영 교사가 자세하게 들려주는 문해력 교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교사의 전문성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발현되는지 엿볼 수 있다.
중요한 주체인 교사, 그리고
8명의 교사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문해력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꾸준히 실행하고 성찰하는 교사이다. 그리고 교사와 아이를 둘러싼 가정, 학교의 여러 구성원, 교사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청의 전문가, 교사 교육의 역할을 하는 전문가 등도 모두 중요한 문해력 교육의 주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의 여건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물리적인 여건, 배우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연수 여건 또한 꼭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읽따의 시작점은 2004년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엄훈이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 창우’를 발견한 순간이다.[ref]엄훈(2012), 《학교 속의 문맹자들》, 우리교육, 9쪽.[/ref] 엄훈은 창우 같은 아이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무시와 무지라는 이중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고 현상을 문제화한 후,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 속의 문맹자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읽따는 배움의 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학교가 그 속에 문맹자들을 감추어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학교가 그 속을 드러내야 한다는 다소 불편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교사들이 읽따를 공부하고 아이들 옆에서 실행하고 성찰하고 다시 실행하며 연구한 결과물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읽따를 넘어, 교실을 바꾸고 가정과 손을 잡는 노력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읽기 따라잡기에서 시작되어 문해력 교육 전반으로 확장된 고민은 나에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여전히 창우와 같은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모든 아이들은 문해력 발달의 측면에서 격차를 가지고 온다. 그 격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교육을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커져서 학습뿐만 아니라 아이의 삶 자체가 힘겨워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초기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엄훈은 《학교 속의 문맹자들》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동참의 호소 또한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해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학교 속의 문맹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그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의 당사자임을 깨닫고 문제 해결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고.
- 엄훈(2012), 《학교 속의 문맹자들》, 13쪽
리뷰
아이로부터 출발하라, 그리고 교사를 세워라
진영준
manim2030@hanmail.net
충북 괴산 동인초 기초학력 전담 교사,
2019년부터 읽기 따라잡기 교사 리더로 활동 중
김미혜·박선미·홍다은 외 씀,
《초기 문해력 수업의 스펙트럼》,
교육공동체 벗, 2024
프리즘을 통과한 가시광선이 무지개와 같은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것처럼, 교사들이 자신만의 빛깔을 스펙트럼처럼 담은 책 《초기 문해력 수업의 스펙트럼》이 출간되었다. 초등 교사를 가르치는 교수 1명, 초등 교사 8명으로 구성된 저자들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공통의 경험, 즉 ‘프리즘’으로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이 책을 접할 독자를 크게 두 부류로, 이미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을 접하여 실행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문제를 풀 단초를 만나거나 실행의 확장을 꾀할 수 있을 테다. 후자는 읽기 따라잡기 프로그램의 개요와 철학을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실행하며 성장하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교사 전문성 향상에서 ‘실행’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다.
‘읽기 따라잡기’는 무엇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문해 환경의 차이로 인해 각기 다른 ‘문해력의 뿌리’를 가지고 학교에 온다. 문해력의 뿌리는 발생적 문해력 개념에 대한 비유적 표현인데, 발생적 문해력이란 태어나면서부터 형식적인 읽기·쓰기 교육을 받게 되기 전까지 초기 아동기 전반(출생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에 걸쳐 아동에게 일어나는 읽기와 쓰기와 관련한 지식과 기능, 태도의 발달을 포함하는 개념이다.(본문 17쪽) 8~9년의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이 처한 다양한 문해 환경 속에서 형성되는 능력이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발달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읽기 따라잡기’(읽따)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본격적인 문해력 교육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출발선에서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된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1~2학년’ 중 ‘문해력 발달 하위 20%에 속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기에 개입’하여 ‘개별화 교육’을 실천함으로써 ‘학급의 평균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읽따로 공부하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교실의 다른 아이들도 배움을 통해 성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급의 평균 수준에 빠르게 도달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속화된 발달’이 필수이다. 읽기, 쓰기 발달이 하위 20%에 속하는 아이를 대상으로 가속화된 발달을 지원하는 데에는 일반적인 문해력 교육의 방법과는 다른 교수 전문성이 필요하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빠르게 가는 일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세하게 파악하여 징검다리를 놓아 주고, 때로는 헤매지 않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찾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읽따에서는 두 가지 기본 원칙을 세웠는데, ‘아이로부터 출발하라’ 그리고 ‘교사를 세워라’이다. 사실 읽따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은 아이들마다 다양하게 형성된 문해력의 뿌리를 파악하여 문해력 발달 단계 중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알고, 적절한 교수-학습 내용을 구성할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이다.
왜 읽기 따라잡기가 아닌 초기 문해력 수업인가?
저자들은 읽따를 공부하고 실행하는 교사들임에도 불구하고, 제목에는 “초기 문해력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마 그 바탕에는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나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부진 문제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고,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을 찾던 중 2018년에 읽따를 만났다.
1년간 진행되는 90시간의 실행 연수를 받으면서 ‘수업 실행-수업 영상 나눔-공동 성찰과 피드백-수업 실행’의 반복을 통해 교사 전문성이 향상되는 경험을 처음으로 맛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따라가기에 바빠서, 원칙대로 실행하며 시행착오를 감당하기만도 버거웠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고민의 범위가 조금씩 확장되었다.
담임 교사이면서 동시에 방과 후 읽따 교사로서 수업을 실행해 왔는데, 지난해부터는 조금 다른 성격의 일을 하고 있다. 충북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초 전담 교사 제도’[ref]충북교육청의 ‘기초 전담 교사’ 정책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도내 75개 학교에 기초 전담 교사를 정원 외로 1명씩 둔다. 이들은 1~2학년 중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교실 내, 교실 밖(pull-out)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교내 ‘학습 지원 담당 교원’으로서의 역할 또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목표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초 전담 교사의 역할과 역할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규정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향과 방법을 체계화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ref]에 따라 교내에서 기초 전담 교사 역할을 맡아 주로 1~2학년 학생 중 문해력이 최하위인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다. 아이들의 빠른 성장에 담임 교사, 학생, 학부모, 전담 교사 모두가 기뻐하고 있고 새로운 정책의 효과와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 나는 몇 년 전부터 품고 있던 질문이 보다 명확해졌다. 그 질문은 바로 ‘아이들을 교실 밖으로 풀 아웃(pull-out) 하기 전에, 교실이 아이들의 출발점과 격차를 제대로 확인하고 그 내용을 반영하여 각각의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품고 있던 중에 이 책에서 “초기 문해력 수업”이라는 용어를 발견하고, 게다가 읽따를 넘어 확장된 질문을 던지고 실행해 가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특히 ‘4장 개별화 교실 너머의 초기 문해력 수업’에서 들려주는 개별화 교사로서 고민하는 저학년 읽기 부진 문제를 넘어 담임 교사로서 고민하는 교실 수업, 가정과 함께 걸어가기 위한 노력, 개별화 수업 이후의 지속적인 지원을 주제로 한 3편의 이야기가 더욱 반가웠다. 저자들이 읽기 따라잡기가 아닌 “초기 문해력 수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의도는 저학년 읽기 부진 문제 해결을 넘어서 보다 넓은 초기 문해력이라는 영역으로 관심을 확장해 보자는 제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요한 질문, ‘주체는 누구인가?’
책 2장 1절을 쓴 박선미 교사는 읽따를 7년째 실행 연구해 온 베테랑 교사이다. 읽따로 만난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면서 읽기 능력이 아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몸소 느꼈고, 읽따는 단순히 글을 읽고 쓰게 하는 능력만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님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이 박선미에게 꾸준히 공부하고 자신의 실행을 최대한 자세히 글에 담아 다른 교사들에게도 알리는 일을 하게 했다. 그는 해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이 모든 아이에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확인하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끝없이 연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박선미 교사의 글을 통해 초기 문해력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아이를 만나는 ‘교사’임을 확인할 수 있다.
2장 2절을 쓴 홍다은 교사는 청주교대 문해력지원센터 파견 교사로 2년 동안 공부하면서 개별화 지도를 하고 1년간 전남교육청에서 초기 문해력 교육에 관한 지원을 하는 역할을 한 후 1학년 교실로 돌아가 담임 교사로 노력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관련 전문성을 갖추어 필요한 곳에서 여러 역할을 하였지만, 개별화 교육 경험으로 기른 전문성을 이용하여 교실 수업을 진정한 의미에서 개별화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문해력 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교사를 담임 교사, 개별화 교사, 교육청에서 필요한 지원을 하는 전문가 교사로 조금 더 세분화해 볼 수 있다.
3장 1절에서 박도현 교사는 유난히 구어 발달이 더딘 아이를 만나 읽따를 통해 ‘말과 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를 들려준다. 그는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문장 구조를 활용하여 맞춤형 책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아이의 책 읽기 발달 수준 변화를 그래프로 그려 가속화된 발달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구어 발달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아이가 말한 문장 중에서 가장 긴 발화 문장을 누적하여 기록한다. 박도현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발달하는 초기 문해력이 책을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언어적 의사소통을 위한 네트워크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이론을 자세한 지도 사례를 통해 보여 준다. 글을 마치는 두 문장은 읽따의 기본 원칙 두 가지를 정확하게 드러내어 준다. 역시 아이로부터 출발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교사가 가장 중요하다.
선물이의 성장 과정은 개별화 수업의 성공을 보여 주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마다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선물이가 자신만의 발달 곡선을 그리면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위치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한 교사가 함께했기 때문이 아닐까?
- 본문 173쪽
3장 2절의 김점선 교사는 베트남에서 중도입국한 미소를 기초학력 전담 교사로 만난 사례를 통해, 미소를 만난 건 자신의 교사 생활에 큰 행운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어휘를 확장하기 위해 아이의 자산을 최대한 면밀하게 확인하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담임 교사와의 소통과 협력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 지역의 기초학력 전담 교사 간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함께 지도 방법을 찾아 간 것도 미소와의 개별화 수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문해력 교육에서 교사 간의 학습공동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점선은 미소에게 배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는데 미소의 대답이 인상적이다.
“배운다는 건 공부하는 거죠. 글자를 써 보는 거예요. 읽어 보는 것도 배우는 거예요. 선생님이 지금 가르쳐 주는 것을 하는 거요.”
- 본문 229쪽
3장 3절에서는 박신희 교사가 초등학교 1학년 중 초기 문해력 발달 최하위에 경도 지적장애로 추정되는 학생, 소리를 다루는 능력이 또래에 비해 현저히(2년 정도) 떨어지는 산이가 천천히 성장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준다. 산이가 반복하는 “몰라요”라는 말에 담긴 뜻이 진짜 ‘모른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가 몸짓에서 보이는 차이를 살피고, 피해야 할 말놀이가 무엇인지까지 분석해 가며 아이를 만났다. 교사 스스로도 수업이 너무나 어렵고 막막해 과연 이 아이가 그림책을 읽고, 일기를 쓸 수 있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배우고 있는 교사에게는 조언과 용기를 주는 지도 교수가 있었고, 박신희는 다시 힘을 내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도를 이어 갈 수 있었다. 더딘 과정이었지만 산이는 맞춤법이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쉬운 그림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에서도 자신감이 생겨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는 것이다. 박신희 교사와 산이의 성장기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개입을 제공하고 난 후에도 혹시나 이 아이가 특별한 지원을 장기적으로 필요로 하는 특수교육 대상인지 고려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사례이다. 또 이 사례에서는 문해력 교육의 주체 중 교사를 코칭하는 지도 교수도 중요한 주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4장 1절의 민경효 교사는 가정 문해 환경의 중요성을 알고 가정과 연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읽따에서는 가정과의 연계가 도전적인 경우가 많다. 민경효는 좌절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조그마한 소통에 ‘뛸 듯이 기뻐하며’ 노력을 반복하여, 부모가 가정 문해의 중요성을 깨닫고 변화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이의 문해력 발달에 매우 중요한 일임을 확인하고 독자에게 강조한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개별화 지도에서도 가정 연계 지도는 꾸준히 계속될 것이고, 집에 한 권의 책도 없던 아이가 ‘첫 키스’와도 같은 책을 만나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소망을 전한다.
4장 2절을 쓴 정보경 교사는 1학년 때 읽따 지도를 받았지만 학급의 평균 수준을 따라잡지 못해 2학년 때에도 개별화 지원을 이어 가야 하는 아이인 토끼를 만나, 아이에게 가속화된 발달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찾아 하나씩 채워 가는 노력을 보여 준다. 그는 처음 만난 토끼를 마치 구멍이 뽕뽕 뚫려 있는 에멘탈 치즈에 비유했다.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정보경의 눈에는 ‘뚫린 구멍’이 더 많고 크게 보였지만, 아이가 가진 자산을 여러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한 결과 ‘채워져 있는 치즈’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토끼의 경우에도 개별화 교사와 담임 교사의 협력 지도가 아이의 성장을 이끌었다.
4장 3절에서 최미영 교사는 2년 동안 기초학력 전담 교사로서 쌓은 전문성을 2학년 담임 교사의 위치에서 적용하여, 교실 전체의 초기 문해력 교육을 계획하고 실행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미영의 실행은 읽따를 넘어선 새로운 도전이다. 그 두 가지 트랙은 첫째 학생들의 문해력 발달 격차를 존중하여 좋은 문해력 학습의 기회를 만드는 교실 수업이고, 둘째 문해력 발달 최저 수준 학생에 대한 방과 후 일대일 개별화 지도이다. 그의 실행의 특징은 문해력 교육을 국어 교과의 영역에 한정 짓지 않고 학생들의 배움 전반으로 확대했다는 점, 교사가 만드는 문해력 교육의 다양한 기회들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치나 처방을 할 때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를 전문가라고 믿고 그 말에 따르게 된다. 교사를 전문가라고 할 때, 교사 또한 당연히 교수의 맥락, 텍스트, 활동을 구성하는 이유, 주체에 대한 이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미영 교사가 자세하게 들려주는 문해력 교실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교사의 전문성이 왜 중요한지, 어떻게 발현되는지 엿볼 수 있다.
중요한 주체인 교사, 그리고
8명의 교사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문해력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는 꾸준히 실행하고 성찰하는 교사이다. 그리고 교사와 아이를 둘러싼 가정, 학교의 여러 구성원, 교사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청의 전문가, 교사 교육의 역할을 하는 전문가 등도 모두 중요한 문해력 교육의 주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사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 현장의 여건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물리적인 여건, 배우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연수 여건 또한 꼭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읽따의 시작점은 2004년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교실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엄훈이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 창우’를 발견한 순간이다.[ref]엄훈(2012), 《학교 속의 문맹자들》, 우리교육, 9쪽.[/ref] 엄훈은 창우 같은 아이는 민주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인 공교육의 울타리 안에서 무시와 무지라는 이중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고 현상을 문제화한 후, 이런 아이들에게 ‘학교 속의 문맹자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읽따는 배움의 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학교가 그 속에 문맹자들을 감추어 두고 있다고 생각하고 학교가 그 속을 드러내야 한다는 다소 불편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교사들이 읽따를 공부하고 아이들 옆에서 실행하고 성찰하고 다시 실행하며 연구한 결과물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읽따를 넘어, 교실을 바꾸고 가정과 손을 잡는 노력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더욱 반가운 일이다.
읽기 따라잡기에서 시작되어 문해력 교육 전반으로 확장된 고민은 나에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난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여전히 창우와 같은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모든 아이들은 문해력 발달의 측면에서 격차를 가지고 온다. 그 격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교육을 처음부터 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가 커져서 학습뿐만 아니라 아이의 삶 자체가 힘겨워지는 일이 벌어진다.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초기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엄훈은 《학교 속의 문맹자들》 서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동참의 호소 또한 현재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해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학교 속의 문맹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라고. 그 아이들에 대한 공교육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라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의 당사자임을 깨닫고 문제 해결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고.
- 엄훈(2012), 《학교 속의 문맹자들》, 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