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의 어린이 책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이금이 글 │ 한지선 그림 │ 밤티 │2024 │ 13,500원
《밤티 마을 마리네 집》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출간 30주년을 기념한 이금이 작가의 밤티 마을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1994년부터 3권으로 출간된 〈밤티 마을 이야기〉는 그동안 나쁜 사람으로 각인되었던 새엄마를 긍정적으로 그려 내며 독자들에게 밤티 마을 가족의 갈등과 성장, 사랑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전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1990년대 이혼, 재혼 가정이 많아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밤티 마을 가족을 그려 내게 되었다고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이주민, 어린이, 연대의 이야기를 밤티 마을 마리네 이야기로 전한다.
네팔 출신인 ‘마리’의 부모는 이주 노동자이다. 아빠는 회사와 계약이 끝나고 코로나19로 아직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네팔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리의 엄마는 더 열심히 일하고 어린 마리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일찍 철이 들었다. 네팔 출신이지만 어릴 적 한 번밖에 네팔에 다녀온 적이 없는 마리는 한국에서도 네팔에서도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 같기만 하다. 이런 마리가 살고 있는 빌라 옥탑방에 성인으로 자란 밤티 마을의 ‘영미’가 이사를 온다. 어린 시절 상처를 품은 채 자란 영미는 꽤 까칠하지만 서로 다른 듯 닮은 ‘마리’와 만나 점점 마음을 열고 밤티 마을에서 새로운 가족이 된다.
(그동안 밤티 마을 주인공이었던 큰돌이와 봄이의 이야기가 없어 궁금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마리와 영미가 국경과 나이를 뛰어넘어 ‘밤티 마을’을 통해 연결되고 연대해 가는 이야기는 따뜻하기만 하다. 각자도생하기 바쁜 지금 서로 곁을 내주며 때론 단단하게 때론 성글게 이어져 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09:47
이기훈 │글로연 │2021 │25,000원
지구 환경의 위기를 표현한 그림만으로 가득한 그림책이다. 작가는 정교한 그림과 장면 분할의 연출을 통해 그림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지구가 처한 환경 위기의 긴박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책 표지 뒤에 숨겨진 새카만 배경 속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어린 여자아이와 토끼 인형, 서서히 부서져 내려 가고 있는 09:47은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그림책은 글은 없지만 시각을 나타내는 숫자가 계속해서 큰 그림책 판형 한가운데 등장하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이야기는 8시 40분 여행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객들은 많은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한다. 지구가 처한 환경 위기에 얼마나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펼치는 면마다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과 그림은 마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9시 47분 애착 토끼 인형을 든 아이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는 달리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온다. 타임 슬립의 형식을 빌어 아이와 토끼 인형, 바닷속 고래들이 엄청난 힘으로 거칠게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인간으로 인해 환경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준다.
정말 지구 멸망의 시간이 12시이고 지금 환경 시계가 9시 47분이라면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지구 위기마저도 자연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이 지구에서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남겨 줄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나.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어제와 오늘의 어린이 책
밤티 마을 마리네 집
이금이 글 │ 한지선 그림 │ 밤티 │2024 │ 13,500원
《밤티 마을 마리네 집》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 출간 30주년을 기념한 이금이 작가의 밤티 마을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1994년부터 3권으로 출간된 〈밤티 마을 이야기〉는 그동안 나쁜 사람으로 각인되었던 새엄마를 긍정적으로 그려 내며 독자들에게 밤티 마을 가족의 갈등과 성장, 사랑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전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1990년대 이혼, 재혼 가정이 많아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밤티 마을 가족을 그려 내게 되었다고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작가는 우리 사회의 다문화, 이주민, 어린이, 연대의 이야기를 밤티 마을 마리네 이야기로 전한다.
네팔 출신인 ‘마리’의 부모는 이주 노동자이다. 아빠는 회사와 계약이 끝나고 코로나19로 아직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네팔에서 한국으로 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마리의 엄마는 더 열심히 일하고 어린 마리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일찍 철이 들었다. 네팔 출신이지만 어릴 적 한 번밖에 네팔에 다녀온 적이 없는 마리는 한국에서도 네팔에서도 물에 떨어진 기름방울 같기만 하다. 이런 마리가 살고 있는 빌라 옥탑방에 성인으로 자란 밤티 마을의 ‘영미’가 이사를 온다. 어린 시절 상처를 품은 채 자란 영미는 꽤 까칠하지만 서로 다른 듯 닮은 ‘마리’와 만나 점점 마음을 열고 밤티 마을에서 새로운 가족이 된다.
(그동안 밤티 마을 주인공이었던 큰돌이와 봄이의 이야기가 없어 궁금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마리와 영미가 국경과 나이를 뛰어넘어 ‘밤티 마을’을 통해 연결되고 연대해 가는 이야기는 따뜻하기만 하다. 각자도생하기 바쁜 지금 서로 곁을 내주며 때론 단단하게 때론 성글게 이어져 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09:47
이기훈 │글로연 │2021 │25,000원
지구 환경의 위기를 표현한 그림만으로 가득한 그림책이다. 작가는 정교한 그림과 장면 분할의 연출을 통해 그림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지구가 처한 환경 위기의 긴박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책 표지 뒤에 숨겨진 새카만 배경 속 칠흑같이 어두운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어린 여자아이와 토끼 인형, 서서히 부서져 내려 가고 있는 09:47은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그림책은 글은 없지만 시각을 나타내는 숫자가 계속해서 큰 그림책 판형 한가운데 등장하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고 있다. 이야기는 8시 40분 여행을 떠나는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객들은 많은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비한다. 지구가 처한 환경 위기에 얼마나 무감각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펼치는 면마다 째깍째깍 흐르는 시간과 그림은 마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9시 47분 애착 토끼 인형을 든 아이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는 달리 흠뻑 젖은 모습으로 나온다. 타임 슬립의 형식을 빌어 아이와 토끼 인형, 바닷속 고래들이 엄청난 힘으로 거칠게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인간으로 인해 환경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준다.
정말 지구 멸망의 시간이 12시이고 지금 환경 시계가 9시 47분이라면 우리는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지구 위기마저도 자연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이 지구에서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남겨 줄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나.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