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기획] 서이초 사건 1년,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에 대한 성찰 | 그 후 1년, 학교는 달라졌는가 | 소서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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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서이초 사건 1년,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에 대한 성찰

 

그 후 1년,

학교는 달라졌는가

 


소서

초등 교사


 

7월 18일, 서이초 선생님을 떠나보낸 지 1년이 지났다. 전국 각지에서 기억과 추모를 위한 행동이 이어졌다. 지난해 선생님의 죽음으로 촉발되어 11차례 만들어진 검은 점의 물결은 교육 노동자 생존권을 위한 치열한 투쟁이었다. 그 결과 ‘교권 보호를 위한 5개 법안’이 빠르게 통과되고, 각종 교육 활동 보호 정책이 마련되었으며, 서이초 선생님을 비롯하여 안타깝게 돌아가신 선생님들의 순직이 인정되었다. 그렇다면 순직 후 1년이 지난 지금, 학교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아동학대 신고, 제도는 개선됐지만 두려움은 아직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 사항

제2조(정의) 3. “아동학대”란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른 아동학대를 말한다. 다만,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

제11조의2(조사) ②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교육활동 중 행위가 아동학대범죄로 신고되어 조사 중인 사건과 관련하여 관할 교육감이 의견을 제출하는 경우 이를 「아동복지법」 제22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아동학대 사례의 판단에 참고하여야 한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 사항

제6조(교원의 신분보장) 교원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4호에 따른 아동학대범죄로 신고된 경우 임용권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위해제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 행위는 학대 및 방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 아동학대 범죄 조사 시 교육감의 의견 참고 의무화가 법제화되었다. 이는 실질적으로 정서적 학대 등에 관해 판단할 때 의미가 있다. 교육감은 해당 사안이 ‘교사의 정당한 교육 활동 또는 정당한 생활 지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전교조는 2023년 9월부터 도입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줄어드는 등 교육 활동을 심각하게 위축시켜 왔던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신고의 비중을 낮추는 데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봤다. 관련 내용을 보면 제도 도입 후 7개월 동안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385건 중 281건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 지도’로 의견 제출해, 불기소는 17% 증가하고 아동 보호 사건으로 처리한 비율은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f]“‘인력·재정 확충’해야 ‘진정한 교권 보호’”, 〈교육희망〉, 2024년 5월 22일.[/ref]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면 받을 수 있는 직위 해제 처분은 해당 교사에게 교육자로서의 삶을 일거에 부인당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야기했다. 종전에는 직위 해제 처분에 대해 교원 소청이나 소송을 통해 이의 제기를 하더라도 임용권자의 재량을 넓게 보아 구제되기가 어려웠다. 또한 해당 교원의 의견 및 증거 자료 제출 등의 사전 절차가 생략되어 방어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사안을 살펴 직위 해제 처분이 필요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직위 해제 처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교사들 사이에서 현장은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는 자조와 분노가 가득한 것은, 각종 소송과 배상, 형사 징계 책임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022년 강원도 속초시의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이 안타깝게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버스 기사의 돌발 행동으로 발생한, 교사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던 불의의 사고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현장에 있던 인솔 교사(평교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고, 그 첫 공판이 올해 4월에 열렸다. 체험학습을 앞둔 교사들은 또다시 위축되고 무력감에 빠졌다. 작년 유명을 달리한 경기도 의정부 호원초의 교사 역시 수업 중 발생한 학생의 안전사고를 빌미로 집요하게 배상을 요구받았다. 소송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물품 파손 및 분실에 대한 배상 책임, 그로 인한 민원은 교사에게 사고의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현행 법령 체계에서 여전하다. 학생들과 안전하게 교육 활동을 하고 싶다는 교사들의 열망은 이를 보호할 제도가 없는 현실에서 쉽게 무너졌다. 한번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거나 사고가 발생하여 소송에 휘말리면 교사는 홀로 감당해야 하며 최종 결과가 무죄로 나오기까지 고통스러운 소송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교권보호위원회 이관의 문제와 부족한 시스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상 교권 침해 행위 관련 행정 체계가 개편되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되었다. 또한 교육 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학교장의 은폐·축소를 금지하는 등 교육 당국의 책임성을 높였다. 이는 교원이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희망하더라도 동료 교사의 업무 과중 등을 우려해 지원 요청을 꺼린다거나 관리자에 의해 교권보호위원회 접수가 단절되는 경우를 예방하여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교내에서 운영되던 교권보호위원회가 지역으로 이관되면서 이제는 더욱이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맞는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는 일만 남게 되었다. 학생의 문제 행동과 피해 교원의 회복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주로 징벌적 의미만을 남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동학대 신고로 역고소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어 교권보호위원회 접수를 애초부터 꺼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학교에서 한 학생을 위해 관리자, 상담 교사, 사회복지사, 담임 교사, 보호자, 의료 전문 인력 등이 다 같이 지원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위기에 내몰린 학생을 여전히 교사 홀로 감당하고 있다. ‘독박 교실’에서는 결국 학생도 교사도 보호받을 수 없다.

 

 

학교장의 의무와 악성 민원 대응 체계

 

「초·중등교육법」 개정 사항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 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 사항

제27조(교육활동 침해행위의 축소·은폐 금지 등) ①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의 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축소하거나 은폐해서는 아니 된다.

②교육감은 관할 구역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발생한 때에 해당 학교의 장 또는 소속 교원이 그 경과 및 결과를 보고하면서 축소 또는 은폐를 시도한 경우에는 「교육공무원법」 제50조 및 「사립학교법」 제62조에 따른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 개정을 통해 학교장(학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는 교감도 포함)이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민원 처리를 해당 교사에게 떠넘기는 경우 법 위반 행위가 됨이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각 교육청에서도 ‘교육 활동 보호 정책 추진 계획’을 수립해 학교에 민원 대응 총괄팀을 구성토록 하고, 민원 관리 책임자로 학교장을 지정하였다.

하지만 1차 민원 창구는 여전히 담임 교사이다. ‘1차 : 단순 요청이나 협조 민원 담당(담임 교사), 2차 : 관리자 대응, 상급 기관으로 이관’으로 예시하여 공문이 내려왔고, 학교에서는 접수된 민원을 어떻게, 누가 분류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순 요청인 줄 알고 전화를 받았다가 폭언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어떻든 1차 민원 접수는 오롯이 담임 교사와 업무 담당자의 몫이었다. 우선 담임 교사가 전화를 받고 이게 악성 민원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졸업 앨범 제작에 이견이 있던 학부모가 교장실을 찾아오는 일이 있었다. 학교장은 민원 처리 총괄 책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일의 자초지종에 대해 듣겠다며 업무 담당자를 교장실로 불러 민원인 앞에 세웠다. 해당 교사는 그날 연신 그러니 실수를 왜 하냐는 말을 들어야 했다. 2023년 11월, 경기 모 초등학교에서 수업 중 학부모가 난입해 담임 교사에게 폭언을 하고, 학생을 폭행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이에 ‘학교 민원인 출입 관리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교육 당국에 요구했으나, 학생 보호 인력이 상주하는 시간이 일부 늘어났을 뿐 그 이상의 행·재정적 지원은 없었다. 여전히 안전하지 못한 노동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올해 녹음 가능 전화기가 대부분의 학교에 보급되고 비상벨이 극히 일부 학교에 설치되었지만, 혼자 많은 것을 감내해 왔던 문화 속에서 비상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아직 교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전교조가 지난 5월 진행한 ‘학교 민원대응·분리조치 실태조사’에서도 응답 교사 중 38.8%만이 민원 대응팀의 구성 여부와 접수 절차를 인지했고, 39%의 교사는 민원 대응팀 구성 여부조차 알지 못했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민원 대응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라는 교육부의 발표와 실제 현장의 괴리를 드러낸다. 덧붙여 같은 조사에서 5개교 중 1개교꼴로 교사가 민원 대응팀 실무를 맡고 있고, 녹음 등 안전장치가 마련된 교내 민원 면담실에서 민원 대응이 가능한 학교는 17.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이런 결과를 강조하며 “교육부가 추진 중인 악성 민원 대응 체계가 실효성 있게 안착하려면 별도 인력과 재정 지원이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꼬집었다.[ref]〈교육희망〉, 앞의 기사, 2024년 5월 22일.[/ref]



학생 분리 조치의 이면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2023년 9월 27일 개정 사항(2024년 3월 28일 시행)

제20조(피해교원에 대한 보호조치 등)

② 관할청과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의 장은 교육활동 침해행위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교원의 반대의사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즉시 가해자와 피해교원을 분리(이하 “분리조치”라 한다)하여야 한다. 이 경우 분리조치된 가해자가 학생인 경우에는 별도의 교육방법을 마련·운영하여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2023년 6월 27일 개정 사항

제40조의3(학생생활지도)

학교의 장과 교원은 법 제20조의 2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분야와 관련하여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이 경우,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교육 활동 침해 발생 시 분리 조치가 법제화되었고,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시행됨에 따라 학교에서 학칙 개정이 이루어졌다. 논의의 쟁점은 분리 조치 중에서 ‘수업 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정규 수업 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의 분리’를 할 시에 ‘분리 조치를 누가, 어디에서 담당할 것인가’, ‘분리 조치 학생 인계 담당자는 누구여야 하는가’에 집중되었다. 교육부 고시에는 분리 조치에 대한 책임자가 명시되지 않아 학교는 혼란스러웠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관리자와 혼자 떠안을 수 없는 교사의 절박함 사이에서 학생 통합 지원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주변의 대다수 학교가 학교장이 책임을 거부해 몸살을 앓았고, 우리 학교 역시 분리 조치 장소와 인계 담당에 관리자의 역할을 포함하기까지 긴 싸움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분리 조치 방안이나 민원 대응팀 구성에 대한 논의를 할 때 민주적인 협의는 요원했다. 평상시 교직원 협의는 공지나 업무, 각종 의무 연수를 전달받는 시간이었고, 협의 시간에 의견을 내기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민주적인 의사 결정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학교에 교사회를 조직하기도 했으나, 관리자는 교사회 설립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곤 했다. 교장협의체에서는 작년 9월 4일(공교육 멈춤의 날), 집단 행위에 동조하지 않고 출근한 교사가 많은 학교일수록 실력 있고 권위 있는 교장으로 통하는 듯했다. 민주적인 문화가 부재한 상황에서 교사가 자신의 노동 환경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란 쉽지 않다.

과도한 업무 집중 구조는 학생생활규정에 관한 논의에서 학생인권의 가치를 논할 수 없게 만든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학교는 교육부에서 내려온 예시안을 그대로 적용하기에 급급했다. 다음은 우리 학교에서 개정된 규정이다.



이미 분리 조치 항목에서 관리자와 소모적인 논쟁을 치른 교사들은 더 이상의 논의를 할 수 없을 만큼 소진된 상태였다. 교사들은 눈앞의 당면한 생존권 위협 상황에서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항목(학생에 대한 기본 정의, 휴대전화 소지 금지나 소지품 검사, 훈육의 방법 등)에 대해 사유할 힘이 없었다. 협의 시간은 정해져 있었고, 협의가 끝나면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했다. 잘못됨을 인지했지만 눈을 감기 쉬웠다.

교사 집회 이후로 교육 당국은 업무 경감을 위해 힘쓰겠다 했지만,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기기를 점검하는 일도, 사회복지사의 급여를 계산하는 일도, 학교의 낡은 물건을 불용 처리하는 것도 모두 여전히 교사의 몫이었다. 게다가 늘봄학교 정책, 유보 통합, AI나 디지털 기기의 무분별한 도입은 새로운 업무를 양산했다. 불필요한 행정 업무는 그렇게 우리에게 학생들에 대해,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권리를 앗아 갔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올해 교사 정원을 4,000명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학급당 학생 수를 감안한 교사 정원 정책을 요구한 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출생률과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논했다.



그 후 1년

 

작년의 사건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교사들이다. 교사들은 더 이상 예전의 교사들이 아니었다. 학교는 아직 견디고 버텨야 할 공간이지만 교사들은 각자도생의 독박 교실에서 나오기로 결심했다. 싸워야 할 대상을 명확히 했고, 동료를 지키기로 했다. 우리 모두 교육 노동자로 존중받고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기저에 깔린 두려움도 바라보게 되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고, 우리의 노동 환경 개선에 목소리 낼 것을 다짐했다. 우리는 학생을 통제하는 권한을 갖기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삶을 나누고 교육 노동자로 존엄히 살아갈 권리를 찾고자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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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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