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왜왜왜 동아리 / 신통방통 홈쇼핑 | 조현민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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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진형민 글│이윤희 그림│창비│2024│13,800원



주인공 록희는 마음에 드는 동아리가 없어 혼자 놀며 시간을 보낼 방법을 궁리하다 무엇이든 궁금한 것들을 파헤치는 ‘왜왜왜 동아리’를 만든다. 당연히 학생들이 계획하고 개설해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자율동아리이다. 세상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의도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왜왜왜 동아리’도 그들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간다. 용해시 푸른초등학교 5학년 ‘왜왜왜 동아리’를 만든 당찬 록희, 록희와의 의리로 함께하기로 한 수찬이가 제일 먼저 앞장섰지만, 후회하기 싫어서 가입했다는 진모, 잃어버린 반려견 다정이를 찾고 싶다는 기주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친구들이다. 그런 4명의 어린이들이 모여 궁금한 것들을 하나씩 파헤치기로 한다. 제일 먼저 산불 때문에 실종된 다정이의 행방을 찾는 것부터 파헤치기 시작한다. 산불이 난 집을 현장 조사하며 산불의 원인을 찾다 보니 작은 동아리의 활동은 미지금(미래를 지키는 금요일) 활동을 하는 진모의 중학생 누나 진경이를 만나 점점 확장된다. 학교 캠페인으로 ‘왜왜왜 동아리’는 목소리를 내고 어린이들의 힘을 모은다. 그리고 계속된 개발을 주장하는 용해시 시장을 만나고 용해시의 개발을 멈추게 하기 위한 재판에 함께한다. ‘싸움은 축제처럼!’ 앞으로 더 많은 어린이들이 함께할 것이다. 동화에서 네 명의 어린이들은 사회에 스스로 문제 의식을 느끼고 서로의 손을 잡고 나아가 세상에 자기들의 목소리를 낸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들이 세상에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신통방통 홈쇼핑



이분희 글│이명애 그림│비룡소│2019│16,000원



열두 살 찬이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독각골(도깨비 마을)에 살고 계시는 큰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진다. 학원도 없고, 휴대전화도 쓸 수 없는 산골 소년이 되어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골 생활이었지만 어느 날 치칙, 치칙 잘 나오지 않는 배불뚝이 옛날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찾은 신통방통 홈쇼핑 채널 덕분에 찬이는 자기만의 비밀을 가진 채 홀린 듯이 이 물건, 저 물건 사게 된다. 물건의 가격은 도토리 한 바구니면 된다. 도깨비 감투, 구미호 꼬리, 여우 수염, 도깨비방망이까지 전래 동화에서 봐 왔던 물건들을 홈쇼핑에서 어찌나 맛깔나게 판매하는지 읽는 내내 점점 빠져들게 된다. 새로운 시골 생활에 불안하고 외롭고 슬프기도 하지만 찬이 곁에 멍돌이라는 별명을 가진 따뜻한 친구인 명석이가 있고, 서로 투닥거렸지만 마지막에는 마음으로 함께 소원을 빌어 주게 된 대성이, 야무지고 예쁜 주영이가 있다. 어린이들은 가슴 아픈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황당하고 유쾌한 홈쇼핑 물건들을 매개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쑥쑥 자란다. 이분희 작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작가의 동화 속에는 어린 나이에 경제적인 이유든 아니든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가족의 죽음을 겪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동화의 판타지 세계 속에서 주인공들은 치유받으며 마음의 힘을 기르고 성장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이야기 속에 빠져 유쾌하게 웃다가도 코끝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동화이다.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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