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오늘 읽기] 불온한 공익/아들이 사는 세계/통곡하고 싶었지만 | 공현/이진주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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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공익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씀 │한겨레출판 │20,000원


언제부턴가 ‘공익 활동’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많이 보인다. 인권운동, 사회운동 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인가 싶다가도, 너무 착하고 밋밋한 언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는 이름은, 운동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당파성이나 정치성, 투쟁성을 지우는 것은 아닐까? “불온한 공익”이라는 제목을 보고 일단 호감이 들었던 이유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와 ‘정치하는엄마들’에서 활동하는 류하경 변호사가 쓴 이 책은, 여러 공익 소송 사례들을 소개하는 한편으로 공익의 개념을 따져 묻는다. 저자는 첫머리에서부터 ‘공익’은 결국 누군가의 ‘사익·인권’이라면서, 우리 사회는 어떤 것을 공익으로 인정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지배 계급이 허용하지 않은 공익’, 즉 기존 시스템과 사회 체제에 균열을 내기에 불온하다고 낙인찍히는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공익의 개념을 확대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 공현(본지 기자)



아들이 사는 세계

류승연 씀│푸른숲│18,800원


통곡하고 싶었지만  

이순희 씀│ 빨간소금│ 18,000원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아들이 사는 세계》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을 쓴 류승연의 신간이다. 전작이 발달장애인 아들을 양육하며 느낀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번 책은 학령기 아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과 그 이후 독립적으로 성인기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가 담겨 있다. ‘50년생 이순희의 육아 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통곡하고 싶었지만》은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고 키우면서 쓴 일기를 모은 것이다. 일기는 아들이 태어난 직후인 1975년에 시작되어서 아들이 중학교에 적응할 무렵까지 14년가량 이어진다. 

두 책의 저자의 삶 사이에는 대략 30년의 시간이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게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과 장애를 가진 이들에 대한 지원의 의무가 가족, 그중에서도 엄마에게 가장 많이 부과된다는 점이다. 이순희의 아들인 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추천사에서 이 책을 장애 부모의 육아 일기가 아니라 한 여성의 ‘자기 생애에 대한 페미니즘 투쟁’으로 읽기를 요구한다. 독자들에게 이 두 권의 책이 장애 부모의 헌신적이면서도 성공적인 육아(교육) 서사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평문이자 장애·여성인권운동가로서 투쟁기로 읽히길 바란다.

- 이진주(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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