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햇살 나라 / 6교시에 너를 기다려 | 조현민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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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나라

이반디 글│모예진 그림│위즈덤하우스│2024│13,500원


이반디 작가가 이전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의 단편 동화 《햇살 나라》를 펴냈다. 작가는 이 세상이 어린이들에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모습일지라도 그 속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랑을 믿으며 나아가기를 바라며, 4편의 단편을 담았다. 

〈햇살 나라〉는 늘 생계로 바쁜 엄마와 반지하에 살고 있는 세아의 이야기다. 음침하고 소외된 공간 속에서도 요정들과 자신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세아의 해맑은 모습과 아이를 지켜 줄 누구도 없는 세상의 상반되는 모습은 이 시대를 반영한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다정한 스튜어트〉에서 학대받는 준이 곁에 유일한 위로이자 용기가 되는 건 폴라로이드 카메라인 ‘다정한 스튜어트’뿐이다. 스튜어트가 마지막 순간까지 사진을 찍어 낸 건 결국 준이가 있는 힘을 다해 꿈틀거리며 자기를 드러낸 것이었다. 〈마녀 포포포〉는 용을 피해 도망갔지만 마을 사람들의 두려움 때문에 마법을 쓸 수도, 일을 할 수도 없이 숨어 사는 어린 마녀의 이야기이다. 포포포는 우연히 만난 난민 어린이를 위해 용기를 내 금지된 빗자루를 탄다. 〈이 닦아주는 침대〉는 이 닦아 주는 침대와 미래에 얻을지도 모르는 우주 시민 자격증을 두고 고민하는 시우 가족의 이야기다. 눈앞의 이득에 너도나도 침대를 구입하지만 시우는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 사회 곳곳에 있을 소외되고 학대받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마주하며, 어린이들에게는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처럼, 어른들에게는 어떤 어른으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로 읽히면 좋겠다.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6교시에 너를 기다려  


성욱현 글│모루토리 그림│문학동네│2024│12,500원


학교 곳곳의 일상적인 공간이 어느새 설레고 두근거리는 판타지 세계가 되는 6편의 단편을 모았다. 오늘날 쳇바퀴 돌듯 생활하는 어린이들에게 학교는 지루한 일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제 〈커튼 뒤편에서〉, 〈교문 사이에서〉, 〈복도 아래에서〉, 〈서랍 안에서〉, 〈운동장의 끝에서〉, 〈칠판 너머에서〉 새로운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채린이가 그린 낙서 잠자리가 하늘을 커튼과 함께 날아오르고, 새 학기가 두려운 지후의 바람으로 작은 지팡이 모양 나무가 하루아침에 커져서 교문을 막아 버린다. 자신에게 알맞은 소리를 찾던 혜지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깊은 소리를 찾아 복도 아래 숨어 있던 거대 지렁이와 만난다. 외롭지 않고 싶어 친구들을 접어 서랍 안에 넣었던 지유는 친구들을 잃어버리고 나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깨달아 간다. 사사건건 부딪히며 운동장에서 싸우던 연우와 해올이는 뿔이 나서 뒤엉키고, 짝짝이 양말을 신고 와 소동을 벌인 해림이는 칠판에 이름이 적힌 뒤 칠판 너머 구멍 속에 들어가 멋진 모험가 대접을 받는다.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고 가만히 귀를 대고 들어 보면 기묘한 심장 소리가 들릴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제 눈을 감고 그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천천히 마음을 열고, 여유 있게, 소리를 따라가면 새로운 상상 속 나만의 기묘한 이야기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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