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호[기고] 교육 분야 웹 접근성 준수,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 (김헌용)

202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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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분야  웹 접근성 준수,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

4세대 나이스(NEIS)와 웹 접근성 문제



김헌용 

engccer@gmail.com

서울 신명중 교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위원장



“디지털 정부에 맞게 무결점 나이스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서유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이 4세대 나이스 개통을 4개월 앞두고 밝힌 포부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의 위원장을 맡은 나 또한 같은 바람이었다. 장애인 교원의 업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각종 업무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여러 업무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나이스를 통해 처리하는 업무는 학생에 관한 핵심적 정보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교사에 대한 신뢰도를 좌우할 수 있다. 나이스의 접근성 부족은 장애인 교원의 업무 처리 속도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아예 장애인 교원을 담임과 같은 핵심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차별적 요소로 작용한다. 4세대 나이스가 그러한 차별적 시스템이 될 것인가? 현재까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지속적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공산이 크다.


교사들에게 왜 나이스가 중요할까?


코로나19 이후 학교 현장은 급속도로 디지털화되고 있다. 원격 수업이 도입되면서 모든 교실에 와이파이(WiFi)가 깔렸고 대면 수업에서도 점점 많은 교육 활동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다. 나만 하더라도 매 수업마다 평균 7분가량은 학생들과 온라인에서 과제와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교실이 디지털화될수록 학생에 관한 디지털 기록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기록은 어딘가에 저장되어야 한다. 그 저장 위치가 바로 나이스이다. 나이스는 기존에도 중요했지만 앞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이스는 전국 1만 2,000여 유치원 및 초·중·고에서 사용하는 통합 업무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교사는 학생의 출결, 성적 등 각종 학교생활기록부를 생성·편집·저장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 기록들을 발급받을 수 있으며 대학은 학생의 동의를 받아 지원자의 기록을 전송받을 수 있다. 학생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교원 능력 개발 평가와 교직원의 복무 기록도 모두 나이스에 저장된다. 이렇듯 580만 명의 학생과 50만 명이 넘는 교직원에 관한 주요 정보가 저장되고 가공되는 서비스이니 전 국민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인구의 중요한 정보가 이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는 말이 전혀 과언이 아니다.


나이스의 웹 접근성은 왜 중요할까?


모든 소프트웨어가 다 그렇지만 이 정도 규모의 정부 개발 소프트웨어는 당연히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여야 한다. 주지한 바와 같이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수는 교직원 50만 명을 포함해 매우 많다. 이 정도의 범용성을 지니는 업무 시스템은 국내에 몇 개 되지 않는다. 사용자 수가 많으면 그 안에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고 그에 대응하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장애인 교원의 존재는 학교 현장에서 종종 잊히곤 하는데 나이스의 웹 접근성 문제 또한 장교조 출범 이전에는 몇몇 맹학교(시각장애 특수학교)의 문제로만 치급됐다.

사실 업무 시스템의 웹 접근성과 관련해 장교조는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장교조가 출범한 건 2019년 7월인데 이듬해인 2020년 1월, 학교 현장에 K-에듀파인이 개통한 것이다. K-에듀파인은 기존의 재정 시스템과 행정 시스템을 통합한 것으로 나이스가 학생에 관한 기록을 주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K-에듀파인은 각종 공문 처리와 결재를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예상할 수 있듯 K-에듀파인의 웹 접근성은 부족하다 못해 아예 평가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당시 K-에듀파인에 접속하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스크린 리더(화면 낭독 프로그램)에는 화면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먹통으로 나타났다. 장교조는 2019년 말부터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여 2년 내내 시스템 접근성 개선에 매달렸다. 전국에 있는 컴퓨터 조금 한다 하는 선생님들을 모두 모아 자문단을 구성하고 시스템 개발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열도록 하였다. 그렇게 해서 완벽하진 않지만 겨우겨우 시각장애인 교사들이 쓸 수는 있게 시스템을 고치는 데만 몇 달이 흘러갔다. 당연히 그 기간 동안 많은 시각장애인 교사들은 스스로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당시 장교조의 사무총장이었던 나는 4세대 나이스만큼은 그렇게 개발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장교조 기록을 보면 4세대 나이스 사업이 공고되기도 전인 2020년 5월부터 개발 주관 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담당 부장과 통화하면서 메모한 내용이 남아 있다. “시각장애 교사들에게 나이스의 접근성은 교직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향후 10년의 안정적 교직 생활을 위해 지속적 관심과 요구가 필요함.”

그렇게 K-에듀파인의 뼈아픈 실패를 경험 삼아 나이스만큼은 전국 모든 장애인 교원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하여 장교조도 개발 초기부터 관여하고 있었다. 당시는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가 지금처럼 대두되기 전이었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가속이 붙은 만큼 나이스의 웹 접근성 구현은 모든 장애인에게 핵심적인 의제가 되고 있다.


웹 접근성에 관한 부연


이 대목에서 ‘웹 접근성(web accessibility)’이라는 다소 낯선 개념에 관한 부연이 필요할 듯하다. 시각장애인은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할까? 시각장애인 이외의 장애인에게도 웹 접근성은 중요한 요소일까?

사실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성 자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중요한 이슈였고 일찍이 다양한 보조 공학 기술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함께 개발되었다. 1990년대 처음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개념이 생긴 직후에도 월드 와이드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W3C(World Wide Web Consortium)라는 워킹 그룹을 만들어 장애인의 접근성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그는 “웹의 힘은 보편성에 있습니다. 장애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보조 공학 기술과 웹 접근성 기술의 발전으로 오늘날 많은 장애인이 남들과 똑같이 다양한 웹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한다. 시각장애인은 음성이나 점자 디스플레이 기술로, 청각장애인은 자막 생성 기술이나 음성 합성 기술로, 지체장애인은 화상 키보드나 음성 인식 기술로, 발달장애인은 큰 아이콘과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UI)로 각종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정의하자면, 웹 접근성은 장애의 유형과 상관없이 모든 사용자가 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 및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시각, 청각, 운동, 언어, 학습 능력 등 모든 유형의 장애를 포괄한다. 웹 접근성은 추상적이거나 선언적인 개념이 아니라 W3C에서 만든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WCAG)’ 같은 국제 표준이 존재하는 명확한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제 표준을 응용하여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을 2005년에 처음 제정하였고 2022년 12월에 2.2 버전까지 개정되었다. 이 지침은 2008년에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규정하면서부터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웹 콘텐츠 접근성 가이드라인’에서는 장애인의 웹 콘텐츠 사용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웹 콘텐츠가 ① 인식 가능하고, ② 조작 가능하며, ③ 이해하기 쉽고, ④ 견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각각의 원칙에는 하위 지침들이 있고 그 지침마다 검사 항목도 있다. 검사 항목에 따라 특정 사이트나 서비스의 웹 접근성을 점수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은 끝없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웹의 개념도 확장된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이스의 경우 예전에는 웹이라고 보지 않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문서 작성을 위해 사용하는 한글과컴퓨터사의 한글 프로그램처럼 별도의 응용 프로그램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4세대 나이스가 이전 나이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바로 이 점이다. 4세대 나이스부터는 업무 시스템을 웹의 언어인 HTML로 개발했다. HTML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웹 페이지를 만드는 주요 컴퓨터 언어이다. 이를 보여 주는 단적인 특징이 예전에는 나이스를 구동할 때 별도의 프로그램 창이 열렸지만 이제는 크롬이나 엣지 같은 범용적인 웹 브라우저에서 나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폐쇄형 웹으로 학교 이외의 IP에서는 접속할 수 없다.


나이스, 비로소 웹 접근성 논의가 가능해지다


기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나이스라고 해서 특별히 매우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텍스트와 숫자 정보가 주 데이터를 이루는 나이스의 특성상 그에 필요한 웹 접근성 기술은 단순할 수 있다. 물론 시스템이 크고 유저 인터페이스가 복잡해질수록 단순한 기술이라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적절히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설계와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얼마든지 높은 수준의 접근성을 구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의 난이도가 아니라 드디어 나이스가 웹 표준의 적용 범위 내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이전까지는 일종의 독립적 응용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적용할 기준이 마땅치 않았고 따라서 평가도 할 수 없었다. 누더기 상태로 접근성을 구현하더라도 장애인 교원 입장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웹 표준에 따라 개발되어 어느 정도의 접근성 구현 방향이 제시되어 있고, 그에 따라 웹 접근성 평가와 업데이트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웹 접근성 평가 결과가 좋지는 않다. 당연한 결과이다. 개발 이후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채로 개통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개발을 담당하는 사업단과 개발을 주관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모두 웹 접근성의 개념이 익숙지 않아 그나마도 테스트가 더 늦어져 개통 3주 전에서야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4세대 나이스의 웹 접근성 실패를 단언하기는 이르다. 원래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소프트웨어 구현 이후에도 지속적인 적정화 작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웹 접근성은 물론 성능, 프로세스, 리소스 등의 적정화가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망을 갖는 것은 나이스가 웹 접근성의 적용 범위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자체로 사용자와 개발자, 서비스 공급 기관이 함께 참조할 수 있는 준거 틀이 마련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틀을 가지고 치열하게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일이 남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풀어 가야 할 난제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그것을 풀어 나갈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장교조라는 조직이 있어서 더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나이스의 웹 접근성 준수는 중요한 나침반 될 것


장교조가 나이스의 웹 접근성 준수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전술하였듯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 물결은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3년 8월에는 디지털 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25년에 수학, 영어, 정보 등 일부 교과에서 인공지능을 결합한 AI 디지털 교과서를 선보일 것이며 해당 디지털 교과서들은 웹을 기반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느 정부 프로젝트처럼 계획은 창대하나 예산과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다. 4세대 나이스의 경우 전체 프로젝트의 기간이 약 2년 반이었으나 디지털 교과서는 1년 반 만에 프로젝트를 완수하여야 한다. 교육부는 부족한 시간을 많은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 해결할 구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변수 통제가 어려워 길을 잃고 헤맬 가능성이 더 높다. 디지털 교과서 개발 주관 부처도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인데 그간의 (실패) 경험을 토대로 프로젝트를 잘 총괄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 가장 큰 피해자는 장애 학생과 장애인 교원이 될 것이 확실하다. K-에듀파인이나 나이스의 경험도 그러하거니와 모든 디지털 도구는 잘 만들면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그러기에 실패하면 오히려 정보 소외를 낳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자칫 잘못하면 학교에 또 다른 장애인 차별의 벽을 만들 수 있다.

접근성은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그 사용성을 판단하는 가장 유용한 잣대이다. 소프트웨어로 하여금 달성코자 하는 핵심 목표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장애인 사용자의 사용 경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성공하려면 역으로 접근성부터 챙기면 된다. 접근성이 제대로 구현된 소프트웨어는 결코 실패할 수 없다. 모두가 사용하기 편리한 소프트웨어가 다수의 사용자로부터 외면받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접근성의 개념을 명확히 인지하여야 한다. 특히 최근에 세계적으로 개발되는 최첨단 기술들이 대부분 웹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웹 접근성 표준에 대한 지식 또한 점점 개발자들의 필수 지식이 되어 가고 있다. 4세대 나이스는 이러한 웹 접근성의 중요성을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다양한 교육 관료들에게 심어 주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나이스의 웹 접근성을 끝까지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앞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할 교육 분야에서 장애 학생 및 장애인 교원이 학교에서 더욱 소외될 것인가, 아니면 더욱 수용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나이스의 웹 접근성이 만족할 수준으로 구현된다면 2800억 원이나 되는 개발비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나이스가 그 값어치를 할 것인가? 장교조는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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