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어릴 적 우리 선생님 결혼식
교실 두 칸을
열었다 닫았다 텄지.
젊은 날의 모든 것으로 혼인하느라
제일 넓게 텄지.
도회지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온
새색시
차 멀미는 괜찮았는지
굴풋해지던 점심나절에서야
식은 오르고
계집아이 사내아이
마을에 핀 꽃을 모아들고 걸어 들어갔지.
제일 근사한 옷 빨아 입고
멈칫멈칫
두근두근 드렸지
백년가약의 손길도 교실이었던
선생님의 결혼식
남은 형상을 부여잡은 채
어디서 다른 어린 것들과 흘러갔을까.
모든 것은 어느 별에서 빛나고 있으려나
철썩철썩
바닷가 동호국민학교
물결을 머얼리 어루만진다.
전 생애
바닷가 끄트머리 마을
공소 미사에 앉은 저 노인
손바닥만 한 가방을 어깨에 걸었네
굽은 손가락 끝에서 기도가 피어오르고
찬송가 옆으로
돋보기와 볼펜 한 자루가
몸을 바짝 끌어당겨 붙었네
모든 것이 들어있었으므로
자크를 닫지 못하는,
불룩한 가방
손녀의 사진이 들어있을지도 모르지
전 생애가 손바닥만 하게 걸려
전 생애로 집에 돌아가시네
이 땅에서
오늘치의 기도는 이미 하늘에 닿았다네
시작노트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온 그날 밤에 적어 놓았다. 그 밤은 ‘모든 것’을 그리워하는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아야만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리 된다면 별 재미는 없을 것 같다. 수많은 것이 모여 있으나 어떤 하나를 빼 버리고 나면 나머지는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어떤 것을 붙들고 싶었다. 혼인식도 아이들의 교실에서 올리고 하객 또한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으로 가득했던 어느 날의 잔치. 이제 학교를 떠나온 우리들.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우리들. 그것이 없고서는 도대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우리들의 ‘모든 것’을 그리워한다. 만져 본다.
김영춘(Kyc0050@hanmail.net) 1957년 전북 고창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배우고 자랐다. 1988년 《실천문학》 복간호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 묶은 시집으로는 《다정한 것에 대하여》가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
모든 것
어릴 적 우리 선생님 결혼식
교실 두 칸을
열었다 닫았다 텄지.
젊은 날의 모든 것으로 혼인하느라
제일 넓게 텄지.
도회지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온
새색시
차 멀미는 괜찮았는지
굴풋해지던 점심나절에서야
식은 오르고
계집아이 사내아이
마을에 핀 꽃을 모아들고 걸어 들어갔지.
제일 근사한 옷 빨아 입고
멈칫멈칫
두근두근 드렸지
백년가약의 손길도 교실이었던
선생님의 결혼식
남은 형상을 부여잡은 채
어디서 다른 어린 것들과 흘러갔을까.
모든 것은 어느 별에서 빛나고 있으려나
철썩철썩
바닷가 동호국민학교
물결을 머얼리 어루만진다.
전 생애
바닷가 끄트머리 마을
공소 미사에 앉은 저 노인
손바닥만 한 가방을 어깨에 걸었네
굽은 손가락 끝에서 기도가 피어오르고
찬송가 옆으로
돋보기와 볼펜 한 자루가
몸을 바짝 끌어당겨 붙었네
모든 것이 들어있었으므로
자크를 닫지 못하는,
불룩한 가방
손녀의 사진이 들어있을지도 모르지
전 생애가 손바닥만 하게 걸려
전 생애로 집에 돌아가시네
이 땅에서
오늘치의 기도는 이미 하늘에 닿았다네
시작노트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온 그날 밤에 적어 놓았다. 그 밤은 ‘모든 것’을 그리워하는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아야만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리 된다면 별 재미는 없을 것 같다. 수많은 것이 모여 있으나 어떤 하나를 빼 버리고 나면 나머지는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어떤 것을 붙들고 싶었다. 혼인식도 아이들의 교실에서 올리고 하객 또한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으로 가득했던 어느 날의 잔치. 이제 학교를 떠나온 우리들.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우리들. 그것이 없고서는 도대체 아무 의미도 없어지는 우리들의 ‘모든 것’을 그리워한다. 만져 본다.
김영춘(Kyc0050@hanmail.net) 1957년 전북 고창의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배우고 자랐다. 1988년 《실천문학》 복간호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 묶은 시집으로는 《다정한 것에 대하여》가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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