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내과
배앓이가 잦은 소년이었다
동네 내과에 속을 잘 들여다보는
의사가 있었다
한번은 점심시간에 들렀는데
진료실에서 첼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종일 아픈 사람만 보는 그가
그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으리라
진료실 벽 쪽에 세워놓은 첼로가
그의 그림자 같았다
그 후로 내 그림자도 첼로가 되었다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그림자를 켰다
음- 음- 알 수 없는 음으로
알 수 없는 마음을 켰다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그림자에서 흘러나왔다
목적지
파도가 허물 수 있는 것은
모래성이다
파도가 허물 수 없는 것은
허물어진 모래성을 다시 쌓는
아이의 손이다
고로 파도가 허물 수 없는 것은
모래성이다
작아지자
작아지자
아이의 손에서 노니는 모래가 되자
잠시 그 손에서
건축된 성이었다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자
시작 노트
2주에 1번 교무실로 찾아오는 제자가 있다. 처음 찾아왔을 때, 제자에게 손바닥 크기의 공책을 주면서 다음에 올 때 뭐라도 좋으니 한 편 써 오라고 했다. 제자가 쓴 짧은 글의 제목은 반성, 인생, 행복 순이었다. 글의 내용도 제목처럼 추상적이었다. 우린 글 속에서 숨바꼭질하고 있는 마음을 찾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글은 글쓴이의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흰 종이에 까만 글자 그림자. 지난주에는 제자에게 ‘창문이 그리운 날’이라는 구체적인 제목을 주며 창문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글을 써 보라고 했다. 제자의 창문은 엄마였다. 외로움이란 그림자의 창문을 열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제자. 마음 앓이가 잦은 소년.
이장근(chamgeul@hanmail.net) 197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 묶은 청소년 시집으로 《잘하지는 못했지만 해냈다는 기분》이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
윤 내과
배앓이가 잦은 소년이었다
동네 내과에 속을 잘 들여다보는
의사가 있었다
한번은 점심시간에 들렀는데
진료실에서 첼로 소리가 흘러나왔다
종일 아픈 사람만 보는 그가
그를 들여다보는 시간이었으리라
진료실 벽 쪽에 세워놓은 첼로가
그의 그림자 같았다
그 후로 내 그림자도 첼로가 되었다
마음 아픈 일이 있을 때마다
그림자를 켰다
음- 음- 알 수 없는 음으로
알 수 없는 마음을 켰다
말이 되지 못한 말들이
그림자에서 흘러나왔다
목적지
파도가 허물 수 있는 것은
모래성이다
파도가 허물 수 없는 것은
허물어진 모래성을 다시 쌓는
아이의 손이다
고로 파도가 허물 수 없는 것은
모래성이다
작아지자
작아지자
아이의 손에서 노니는 모래가 되자
잠시 그 손에서
건축된 성이었다가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자
시작 노트
2주에 1번 교무실로 찾아오는 제자가 있다. 처음 찾아왔을 때, 제자에게 손바닥 크기의 공책을 주면서 다음에 올 때 뭐라도 좋으니 한 편 써 오라고 했다. 제자가 쓴 짧은 글의 제목은 반성, 인생, 행복 순이었다. 글의 내용도 제목처럼 추상적이었다. 우린 글 속에서 숨바꼭질하고 있는 마음을 찾는 대화를 이어 나갔다. 글은 글쓴이의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흰 종이에 까만 글자 그림자. 지난주에는 제자에게 ‘창문이 그리운 날’이라는 구체적인 제목을 주며 창문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글을 써 보라고 했다. 제자의 창문은 엄마였다. 외로움이란 그림자의 창문을 열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제자. 마음 앓이가 잦은 소년.
이장근(chamgeul@hanmail.net) 197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고, 최근에 묶은 청소년 시집으로 《잘하지는 못했지만 해냈다는 기분》이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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