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호[특집 - 키워드로 읽는 한국 교육 10년/이주 학생]이주 아동, 이주 배경 학생과 교육권 (김진)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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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읽는 한국 교육 10년 下

⑤ 이주 학생

 

이주 아동, 이주 배경 학생과 교육권

 

김진

jkim@jipyong.com

사단법인 두루 외국 변호사

 



2021년 현재, 한국에는 총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법무부의 통계에 의하면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의 출입국이 제한되었던 것을 제외하고 전체 인구 대비 체류 외국인의 비율은 2015년 3.69%에서 2019년 4.87%로 매년 증가해 왔다. 대한민국 내 이주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비례하여 국내 출생 외국인 아동을 포함한 이주 아동의 수 역시 함께 증가하였다. 2021년 1월, 법무부는 국내 체류 중인 19세 이하의 외국인이 총 122,710명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에 외국인으로 등록된 아동의 통계로, 체류 자격이 없는 아동과 국내 출생 아동 중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은 아동의 수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다.

 


홀로 강제 출국당한 이주 아동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가 가입한 국제 협약인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아동권리협약〉)은 아동 또는 그의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모든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당사국으로 하여금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국 역시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한 이후 〈아동권리협약〉을 한국의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 아동의 권리와 관련된 다양한 법령을 두었다. 이 중 특히 아동의 복지 보장을 목표로 하는 〈아동복지법〉은 제2조의 ‘기본 이념’에서 “아동은 자신 또는 부모의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재산, 장애 유무, 출생 지역, 인종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아니하고 자라나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인권법과 〈아동복지법〉 등 국내법의 기본 이념에 의하면 이주 아동은 아동이기 때문에, 한국 국적이 없더라도 한국 땅에서 차별받지 않고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 땅에서 이주 아동, 특히 체류 자격이 불분명한 미등록 이주 아동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살아가는 동안 그리고 학교에 다니고 교육받는 내내 지속적으로 차별에 노출된다. 2012년에는 7세에 한국에 입국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던 몽골 출신의 A가, 싸움을 말리던 중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서에 갔다가 조사 과정에서 체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강제 출국되어 큰 충격을 준 사례가 있었다. 경찰은 A가 미등록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도 통역을 잘해 주면 집에 보내 주겠다고 하며 밤새 통역을 시켰다. 경찰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일단락된 후 A는 수갑이 채워져 법무부의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송되었다가 구금 시설인 화성의 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되어 성인과 함께 구금되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모르는 서류에 서명을 강요당한 A는 결국 다시 수갑이 채워진 채 공항으로 이송되어 부모와 떨어져 홀로 강제 출국당했다.


A의 담임을 포함한 교사들과 이주민 지원 단체들은 〈아동권리협약〉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한 법무부의 결정에 분노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의 결정은 〈아동권리협약〉상 피해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임을 확인하며, 미등록 이주 아동이 부모와 분리되어 단독으로 강제 퇴거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여전히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권리

 

물론 지난 10년간 이주 아동과 관련한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2010년, 법무부는 〈불법 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 미등록 아동이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경우에는 단속을 자제하고, 단속되어도 학생과 그 부모에 대해서는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강제 퇴거의 집행을 유예하도록 했다. 〈출입국관리법〉은 공무원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실을 출입국사무소장 등에게 알려야 하는 ‘통보 의무’(제84조)를 규정하고 있는데, A의 강제 출국 사건 이후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미등록 아동의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알게 된 신상 정보에 대해서는 통보 의무를 면제하도록 하였다. 또,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까지만 적용하던 〈불법 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 방안〉 지침을 고등학생에 대해서까지 확대 적용하도록 하기도 했다.


〈초·중등교육법〉과 법무부의 지침 등을 통해 현재 한국에서 이주 아동은 국적과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공교육에 참여할 수 있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체류 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더라도 강제 퇴거를 유예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아동권리협약〉이 이야기하는 비차별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먼저,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의무 교육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교육기본법〉은 의무 교육의 주체를 모든 ‘국민’으로만 규정하여, 국민이 아닌 외국인 아동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을 벗어난 적이 없어도 한국에서 의무 교육을 보장받을 대상이 아니다. 즉,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에 입학하고자 하는 아동은 절차에 대한 특례 규정에 해당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거주지가 있는 지역의 학교장에게 입학 또는 전학을 신청할 수 있을 뿐, 학교장이 재량에 의해 입학을 거절한다 하더라도 대처할 수 없다. 이주 아동의 전입학 거부를 금지하는 별도의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영종도 난민지원센터에 입소한 난민 신청 아동 10여 명이 “한국인 학생들과 정서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해, 난민지원센터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공립 다문화 학교에 다녀야 했던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이주 아동은 다양한 이유로 전입학이 거절되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경우에는 체류 자격이 없어 전학 또는 진학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교원의 조언에 따라 학교폭력 등의 인권 침해에 노출되는 경우에도 전학을 가지도 못하고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하더라도 각종 교육비 지원에서 제외되며, 스쿨뱅킹 계좌 개설, 학교의 홈페이지 가입,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회 참여 등 다른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회 서비스와 교육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등록 이주 아동은 재학 중에 체류 자격을 별도로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강제 퇴거 명령의 집행이 유예되는 것뿐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체류한다 하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체류의 연장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적합한 체류 자격이 없이는 대학 진학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17년에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B가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하던 중 단속되어 강제 퇴거 처분을 받아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B와 B의 누나, 그리고 3명의 동생들은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했지만, 유년기에 아버지가 강제 퇴거된 후 체류 자격을 상실한 채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서 미등록 상태로 거주해 왔다. 이들 남매는 모두 한국에서 학교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이며, 본국의 친인척, 지인과는 모든 관계가 단절되어 한국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다행히 B의 강제 퇴거 처분은 소송을 통해 취소되었고,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하여 B는 한국에서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후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항소를 포기하며 발표한 자료를 통해, 이 사건은 B가 “초등학교 재학 시 장학생으로 선정”되고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 사랑을 실천하는 ‘아리수 음수대 돌보미 어린이 홍보 대사’로 활동”한 적도 있다는 사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재학 시에도 “예의가 바르고 선행 사실이 뚜렷”하고, “품행이 단정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 표창을 받은 적이 있으며, “3년 내내 개근하여 개근상을 받은” 사실 등 특수한 배경과 요건 등을 고려한 것일 뿐, 이와는 별개로 법무부의 “불법 체류자 억제, 단속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였다. 법무부의 이러한 태도로 볼 때 즉각적인 법과 제도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외국인’이기 전에 ‘아동’

 

한편, 그동안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18대, 19대 국회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의 이주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의 ‘이주 아동 권리 보장 기본법’ 등 법의 제정 및 관련 법의 개정이 시도되었다. 이러한 법은 이주 아동에게 한국 국적을 가진 아동은 누리지 못하는 막대한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닌, 단순히 외국인 아동이라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민 역차별’, ‘불법 체류자 추방’ 등 실제 법안의 내용과 관계없는 반대 의견에 의해 충분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상상해 봤으면 합니다. 당신이 태아이고 어머니의 국적을 모른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머니는 한국인일 수도 있고 미국인일 수도 있지만 시리아인이거나 예멘인, 이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난민에 대해 반대하며 추방하자고 말할까요?

- 아주중학교 학생회, 〈이름은 잊혀지고 사건은 기억되어야 합니다. - 이란 친구의 난민 인정을 환영하며〉, 2018년 10월 19일

 

2018년, 학교 친구의 난민 인정을 위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던 아주중학교 학생회가 친구의 난민 인정을 환영하며 발표한 성명은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에서 이주 아동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태어나 체류하고 있는데, 그렇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아동이라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다. 〈불법 체류 학생의 학습권 지원 방안〉 지침을 통해 초등학교·중학교 재학 아동의 단속을 자제하도록 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인 아동·청소년기를 한국에서 보낸 이들에게 한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❶ 이 글에서 ‘이주 아동’은 한국 국적이 없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18세 미만의 사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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