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내가 밀고 있는 단체] 아랫마을 홈리스야학(홈리스행동) |

2024-10-07
조회수 141

내가 밀고 있는 단체


아랫마을 홈리스야학(홈리스행동)



당신이 ‘홈리스야학’에 대해 물으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아랫마을에 밥 먹으러 갈래요?”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은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의 대중 조직 거점입니다. 홈리스 당사자 활동가는 ‘학생회’로, 홈리스 운동에 연대하는 시민은 ‘교사회’로 아랫마을에 모입니다. 학생과 교사 약 50여 명이 함께 야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4년 가을 학기 수업은 총 11개(컴퓨터와 스마트폰 기초/활용, 한글, 말쓰기 글쓰기, 영어, 책 읽기, 표현하는 권리숲, 권리와 토론, 건강, 합창, 다정한 예술)입니다. 매 학기마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교사들이 원하는 수업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담당하는 ‘다정한 예술’ 수업도 그림을 그리고 싶은 학생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수업의 내용과 방향도 학생과 교사가 의견을 주고받으며 유동합니다. 함께 지지고 볶고 좌충우돌하면서 길을 내어 가다 보면, ‘배우며 가르치고, 가르치며 배운다’는 말이 무엇인지 몸으로 깨닫게 됩니다.

아랫마을의 문을 열면, 모두가 ‘왔어요?’ 하며 변함없이 반겨 줍니다. 그 무해한 얼굴들을 마주하면, 조금 전까지 마음을 괴롭히던 일들은 홀랑 까먹고, 싱글벙글 웃다가 오게 됩니다. 어떤 날은 야학에 와서 며칠 만에 처음 웃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란 걸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다른 교사들도, 오랜 학생들도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에서 비로소 웃고, 단단한 위로를 채웁니다. 다들 무엇에 이끌려 이곳을 사랑하게 되는 걸까요.

네, ‘밥’입니다. 아랫마을의 밥은 언제나 정성스럽고, 늘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당신은 존재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며, 여기 온 당신을 귀히 여긴다고 말이지요. 모두의 건강과 취향이 존중되는 밥상. 거기에 밥을 짓는 사람의 마음까지 숟가락으로 푹 퍼서 떠 넣으면 고단한 마음이 쑥 내려갑니다. 말 없는 토닥임이고, 다시 살아 낼 힘을 줍니다. 아랫마을의 밥은 밥 그 이상입니다. 공부를 핑계 삼아 모여, 따듯한 밥을 먹고, 서로의 안전과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곳,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입니다. 

아 참, 밥은 아랫마을에 사는 반빈곤운동단체(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금융피해자연대 해오름,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상근 활동가들이 돌아가며 짓습니다. 밥값은 천 원입니다. 언제 밥 먹으러 오세요. 우리 함께 먹고 더 단단해져요.

- 송김경화(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극작가, 연극연출가)



밀어 주는 방법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밀어 주기는 홈리스행동으로

사이트에서 일시/정기 후원 가능

사이트    homelessaction.or.kr

전화번호    02-2634-4331

이메일    homelessact@gmail.com

후원 계좌    국민은행 53301-01-121461 홈리스행동 

😀기부금 영수증 발급 가능

0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