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호[내가 밀고 있는 단체] 아카데미의 친구들 | 고래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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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밀고 있는 단체


아카데미의 친구들



 

극장이 무너지고 2주 뒤인 2023년 11월 12일, 다시 모여 행진을 열었다. 원주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연대자들이 찾아와 주었다.



2023년 10월 30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보존하고 있었던 662석 규모의 단관 극장인 강원도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되었다. 2006년 문을 닫은 극장이 14년 만에 문을 열었을 때, ‘안녕 아카데미’라는 문화 행사가 여러 날에 걸쳐 열렸다. 나는 그 행사에서 극장 건축 투어에 참여하였다. 이후 극장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연스럽게 ‘아카데미의 친구들’(아친) 시민 활동에 참여하였다.

원주시는 시민들의 요구로 2022년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하였다. 그리고 2023년 3월, 국도비 예산 39억 원이 극장 보존을 위해 배정되었다. 그런데 원강수 시장은 2023년 4월에 돌연 극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공연장과 주차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보존을 위한 예산까지 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의 가치는 무시되었다. 오히려 시민과 영화인 26명이 극장 철거를 막기 위해 활동하는 과정에서 업무 방해죄 등으로 원주시와 철거 업체에 고소·고발되었고 현재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나는 2023년 5월, 극장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의지를 표명하는 행진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동료 시민들과 함께 자주 극장 앞을 지켰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아친’이라고 불렀다. 시민 활동가들 중 세 사람은 영화 〈무너지지 않는다〉를 만들어 이 과정을 기록하였다. 영화는 현재에도 전국의 다양한 영화제, 〈원주MBC〉 등에서 상영되어 시민들의 아카데미극장 투쟁을 알리고 있다.

영화의 제목처럼, 극장은 무너졌지만 시민은 무너지지 않았다. 아친은 지난 10월 26일에 아카데미극장 철거 1주년을 맞아 전시와 거리 행진을 하는 예술제를 열었다. 그리고 원주의 원도심에 위치한 작은 공간 앞에서 단체 ‘아카데미의 친구들’의 발대식과 공간 현판식을 진행하였다.

아친은 이제 예술을 넘어서 지역의 문화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지역에서 겪은 일방적인 행정을 극복하기 위해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공론장을 만들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연대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끝내 극장은 무너졌지만, 극장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은 1년의 시간 동안 흩어지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는 아친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 연대가 필요하다. 아친의 활동이 원주 시민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그 영향으로 우리 모두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란다. 

- 고래(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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