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호[기고]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어떤 세상을 바라는가 | 공현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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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어떤 세상을 바라는가

 


공현 gonghyun@gmail.com

본지 기자,

투명가방끈 활동가

 




 기업에서 노동자를 채용할 때 학력, 즉 그 사람이 어떤 학교를 다니고 졸업했는지에 따라 차등을 두어도 될까? 사실 현행법으로도 이러한 차별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病歷) 등(이하 “성별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력’과 ‘출신 학교’를 각각 명시하고 있기에,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같은 것뿐 아니라, 중졸인지 고졸인지 대졸인지 등에 따른 차별도 모두 금지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학 서열’이 엄연히 있다고 인식하며 취업 시에 그 서열에 따른 혜택과 불이익이 당연히 있으리라고 여기는 한국 사회 일반의 ‘상식’과는 어쩌면 모순되는 법률일 수도 있겠다. 명확한 이유 없이도 채용 공고에서 대졸 이상 학력을 요구하고, 은행·대기업 등에서 출신 대학에 따라 가산점을 준 사실이 보도되며, 채용 시에 학력을 중요한 참고 사항으로 보는 현실에서 놀랍기도 하다. 이와 같이 채용 시 학력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 이미 법조문에 적혀 있음에도 그 존재감이 없다시피 한 이유는, 이를 구현하고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직무상 필요하지 않으면 “구직자 본인의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 등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존재한다. 여기에 “학력·출신학교”를 추가하자는 개정안(2025년 9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 대표 발의)이다. 요컨대 ‘차별해선 안 된다’라는 「고용정책기본법」상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정보 기재를 막는 조항을 두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기업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를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이라고 부른다. 시민사회단체나 국가인권위원회, 국제 인권 기구들이 오래전부터 제정을 요구해 온 ‘포괄적 차별금지법’과는 다른 법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이 무엇인지 정의하며, 고용·노동, 교육 기관 등 4개 영역에서 다양한 사유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이 일어났을 때 바로잡을 절차를 마련하는 법이다. 고용·노동에 관해서도 채용만이 아니라 직무 배치, 노동 조건, 승진 등 다양한 부분에서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지금 발의된 ‘출신 학교 차별 방지법’은 단지 채용 시 학력 정보의 요구만 금지한 간략한 내용으로, 말하자면 채용 과정에서 학력 블라인드 방식을 취하라는 셈이다. 적용 범위도 협소하지만, 만일 채용 과정에서 학력 차별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요구한 데 대해서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 차별 행위 자체를 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도 이 법을 통해 기업 채용 절차에서 학력 블라인드 채용이 원칙으로 자리 잡게 만든다면 고용·노동에서의 학력 차별을 상당 부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취업 과정에서 혜택을 받기 위해 대학 진학을 택하는, 특히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대학에 가려 하는 경향성을 낮추는 데도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된다.


 

진정한 능력주의?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은 주로 ‘교육의봄’을 비롯한 교육운동단체들이다. 법안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이고 주무 부처가 고용노동부이기에 노동운동단체들이 참여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전해 듣기론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단체에도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찬성하긴 하나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채용 과정에서의 학력 차별이 이미 고용된 노동자들에게는 크게 와닿는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차별 행위나 노동자들 사이의 학력·학벌 차별 의식 등에 대응하는 것이 노동운동에도 중요한 과제여야 할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이 법이 대학 입시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창되고 있지만, 이 법의 의의는 교육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력 차별을 금지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며, 구직자·노동자들에게 등급을 매겨 서열화하는 풍조를 없애 나가는 첫걸음이다. 기업들은 능력주의적 편견에 기대어 노동자를 손쉽게 평가하고 구분 짓던 것을 멈추고, 정말 자기 조직이나 직무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려 노력하며, 노동자들을 학습·훈련시키는 데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지난 1월 20일 국회도서관에서는 이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추진 국민대회’가 열렸다. 교육운동단체들과 대안학교 학생들, 그리고 국회의원들, 국가교육위원장, 고용노동부 장관 등 300여 명이 참석한 큰 규모의 행사였다. 대회가 성사되고 많은 사람이 참석하게 하기 위해서 교육운동단체들이 정말 많이 애썼고, 이 법안에 대한 지지를 가시적으로 보여 준 자리였다. 나를 비롯한 투명가방끈 활동가들도 참석했다. 그런데 학력 차별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모인 자리라서 힘이 되기도 했지만, 세세한 발언과 장면에서는 충격(?)을 받기도 했다.


먼저, 이날 연단에 선 여러 정치인의 발언은 너무나 익숙한 능력주의적 레퍼토리를 답습하고 있었다. ‘학력이 아닌 진정한 능력을 봐야 한다’, ‘진정한 능력주의를 추구하기 위한 법’과 같은 발언이 반복적으로 나왔으며, ‘아이들이 무의미한 학력 경쟁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 ‘이 법이 제정되면 명문대 간 뒤에 안주하고 자기 계발에 소홀하던 학생들이 더 노력해서 뛰어난 인재가 되게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라는 말도 나왔다. 차별을 완화하려는 법 제도를 개인을 더욱더 경쟁으로 내몰고 채찍질하기 위한 것이라고 옹호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걱정도 들었다. 저런 사고방식과 정치적 수사가 대중적인 듯 여겨지지만, 실제로 이 법이 통과될 힘을 조직하는 데는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차적일 수 있지만, ‘법 제정은 하나님(절대자)의 뜻’이라는 등 연단에 선 정치인이나 단체 대표자들 일부의 기독교적 발언도 지적하고 싶다. 교육의봄이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기독 교사들의 모임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강득구 국회의원 등도 종교적 인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솔직히 내가 무(無)종교인이기에 불편하기도 했고,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적 국회 행사 자리에서 적절한 발언인지 의문이 들었다. 법안이 기독교 네트워크에 기대어 추진되는 듯해 과연 성공적으로 통과될 수 있을까 우려스럽기도 했다.



이 법이 어떤 세상을 향하는지

 

지난 1월 20일 추진대회에 참석한 여러 국회의원들,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법 통과를 다짐하고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3개월이 다 되어 가고 있는 지금도 아직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그리 쉽게 통과될 수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된 논쟁도 되지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든 국회든 학력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말로만 그칠 뿐, 정말로 유의미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추진대회 때 이학영 국회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출신 학교와 학력이 배움의 깊이와 역량을 증명하는 것을 넘어, 삶의 기회와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현대판 계급이 되어버린 현실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 이제 이 문제를 시장의 자율이나 개인의 노력에만 맡겨 둘 단계는 넘어섰습니다. 모든 차별이 존재함을 인식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법과 제도로 만드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문을 보내왔다. (차별금지법은 물론이고) 비교적 간단한 사안인 출신 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제정이라는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국회와 고용노동부에 깊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부가 멈춰 있으니 그 바깥에서부터 다시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 이 법이 어떤 세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무엇을 바꾸려고 하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본다. 이 법은 학력에 따라 채용 기회든 노동 조건이든 차등 대우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법은 초·중등교육부터 고등교육(대학)과 노동까지 연결되는 경쟁 그리고 그로 인한 서열화·등급화의 코스를 깨기 위한 시도이다. 이 법은 기업들이 입시 경쟁과 학력·학벌 차별이라는 사회적 폐해를 조장하는 것을 중단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협조하라는 압력이다. 우리가 이런 법을 만들려는 이유는 더 많은 경쟁과 자기 계발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 어릴 때부터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여야 한다. 그리고 취업을 위해 개인이 학력과 성적과 스펙을 갖추어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더 많은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이러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차별에 반대한다고, 차별을 없애는 법 제도를 요구한다고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교육공동체벗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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