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권정생
별 보는 산 빌배산에서도 가장 낮은 언덕이어서
가장 먼 별을 올려다보는 빌뱅이 언덕
그 산 그 언덕이 바람막이 선
버들치 시냇가 옴팡진 땅 오막살이집 한 칸
그보다 더 높은 집은 상여를 넣어두는 곳집
그보다 더 낮은 집은 강아지들이 거쳐 갔던 집
그사이 바람벽 어디쯤 노랑딱새가 살던 집
세상 가장 낮은 빌뱅이 언덕에서도 내려다봐야 하는
앵두나무와 키 재며 선 오막살이집 한 칸
집주인에게는 그 언덕이 세상 가장 높은 하늘이었다
일흔 생애 끝 그는 가장 현실적인 하늘로 돌아갔다
빌뱅이 언덕에 뿌려진 뼛가루 권정생 별자리 그의 새집
지붕도 바람벽도 담도 울도 없는 오막살이집 한 칸
가장 낮은 언덕이 그에게는 하늘이었다
4월 16일
그날이 이런 날이었구나
여느 때처럼 해가 뜨고 산꿩이 울고
햇살도 바르게 아침이 오고 있는 날이었구나
오늘같이 민들레도 피고 애기똥풀도 피고
백합이 꽃대를 기운차게 밀어 올리는 그런 날이었구나
이렇게 꽃이 피고 이렇게 기운이 솟구치는 날이었구나
그런데 그날은 어찌하여
온통 지는 꽃만 눈에 밟혔는지
개나리도 지고 진달래도 지고
벚꽃이 천지사방 떨어지고 떨어져서 흩날리기만 하던지
피다 만 꽃들이 그만 눈을 닫고 입술을 여미며
떨기째 송이째 통째로 지기만 하던지
지는 꽃만 눈에 밟혀 오던지
그날이 사실은 이런 날이었겠구나
민들레가 꽃으로 피다 못해 별로 피어나는
애기똥풀이 꽃으로 피다 못해 달로 벙글어지는
백합이 철든 아이처럼 내색도 없이 꽃이며 향기를 밀어 올리는
그날도 이렇게 꽃이 피기도 꿈을 꾸기도 하는 날이었겠구나
그날도 분명 이런 날이었겠구나
이런 날에 꽃잎 무덕무덕 떨어져 더욱
그래서 더욱 서러운 날이었겠구나
시작 노트
올봄에야 처음 만나 본 꽃이 있다. 완주 화암사 계곡에 피어 있는 얼레지꽃이 그렇다. 말로만, 사진으로만 보던 꽃. 꽃말이 질투, 바람난 여인, 뭐 이런 거라니 좀 그렇다. 어디선가는 첫사랑이라고도 한다는데 기중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살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만나는 사건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새롭게 일어나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거대 폭력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자문해 본다. 권정생 선생께서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답을 구하곤 한다.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는 4.16 세월호 참사. 권정생 선생께서는 저세상에서 보셨을까. 올해가 12주기다. 아직 울고 계실 것만 같다.
안상학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아배 생각》 등이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
빌뱅이 언덕 권정생
별 보는 산 빌배산에서도 가장 낮은 언덕이어서
가장 먼 별을 올려다보는 빌뱅이 언덕
그 산 그 언덕이 바람막이 선
버들치 시냇가 옴팡진 땅 오막살이집 한 칸
그보다 더 높은 집은 상여를 넣어두는 곳집
그보다 더 낮은 집은 강아지들이 거쳐 갔던 집
그사이 바람벽 어디쯤 노랑딱새가 살던 집
세상 가장 낮은 빌뱅이 언덕에서도 내려다봐야 하는
앵두나무와 키 재며 선 오막살이집 한 칸
집주인에게는 그 언덕이 세상 가장 높은 하늘이었다
일흔 생애 끝 그는 가장 현실적인 하늘로 돌아갔다
빌뱅이 언덕에 뿌려진 뼛가루 권정생 별자리 그의 새집
지붕도 바람벽도 담도 울도 없는 오막살이집 한 칸
가장 낮은 언덕이 그에게는 하늘이었다
4월 16일
그날이 이런 날이었구나
여느 때처럼 해가 뜨고 산꿩이 울고
햇살도 바르게 아침이 오고 있는 날이었구나
오늘같이 민들레도 피고 애기똥풀도 피고
백합이 꽃대를 기운차게 밀어 올리는 그런 날이었구나
이렇게 꽃이 피고 이렇게 기운이 솟구치는 날이었구나
그런데 그날은 어찌하여
온통 지는 꽃만 눈에 밟혔는지
개나리도 지고 진달래도 지고
벚꽃이 천지사방 떨어지고 떨어져서 흩날리기만 하던지
피다 만 꽃들이 그만 눈을 닫고 입술을 여미며
떨기째 송이째 통째로 지기만 하던지
지는 꽃만 눈에 밟혀 오던지
그날이 사실은 이런 날이었겠구나
민들레가 꽃으로 피다 못해 별로 피어나는
애기똥풀이 꽃으로 피다 못해 달로 벙글어지는
백합이 철든 아이처럼 내색도 없이 꽃이며 향기를 밀어 올리는
그날도 이렇게 꽃이 피기도 꿈을 꾸기도 하는 날이었겠구나
그날도 분명 이런 날이었겠구나
이런 날에 꽃잎 무덕무덕 떨어져 더욱
그래서 더욱 서러운 날이었겠구나
시작 노트
올봄에야 처음 만나 본 꽃이 있다. 완주 화암사 계곡에 피어 있는 얼레지꽃이 그렇다. 말로만, 사진으로만 보던 꽃. 꽃말이 질투, 바람난 여인, 뭐 이런 거라니 좀 그렇다. 어디선가는 첫사랑이라고도 한다는데 기중 적당한 것으로 보인다.
세상 살면서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만나는 사건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새롭게 일어나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거대 폭력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자문해 본다. 권정생 선생께서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답을 구하곤 한다.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는 4.16 세월호 참사. 권정생 선생께서는 저세상에서 보셨을까. 올해가 12주기다. 아직 울고 계실 것만 같다.
안상학 1962년 경북 안동 출생.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 《아배 생각》 등이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