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특집] 특성화고 학생들, 그들 각자의 고민 (이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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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코로나19 사태로 바라본 교육


특성화고 학생들, 그들 각자의 고민

코로나19 사태, 취업 희망 학생들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며


이윤승

autoki6@naver.com

본지 편집위원.

진학이나 취업보다 고교 3년의 삶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고3 담임 교사입니다


이젠 학교에 학생이 오지 않는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다. 교사만 그런 것도 아니다. 학생들과 통화하다 보면 그들도 지금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다. 내가 고3 학급의 담임이라 그럴 수도 있다. 지금의 상황은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끼게 된다. 교사와 학생의 처지가 다르고 교사, 학생들도 어느 학년이냐에 따라 다르다. 뉴스에선 주로 고3의 일정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나온다. 교육부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자들의 머릿속도 고3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고3의 일정은 달리 말하면 ‘인문계 고3’의 일정이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의 고3 학생들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정이다. 인문계 고3은 11월에 끝나는 일정이지만 특성화고 고3의 일정은 학생 개인 마다 다르다.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인문계의 진학 희망자와 같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자신의 실습 개시일 또는 취업일이 학년의 종료나 마찬가지다. 빠르면 9월이고 늦으면 졸업식 이후일 때도 있다. 이 학생들에겐 수능을 언제 보는지, 모의고사를 몇 번 볼 수 있는지는 전혀 관심 사항이 아니다. 지금 당장 자격증이 필요한데 언제쯤 자격증 시험이 재개되는지, 기업이 과연 얼마나 채용할지가 더 큰 관심 사항이다.


그런데 이런 시선으로 보면 올해는 정말 막막하다. 등교하느냐 마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염병이 시작된 후로 20대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었다고 한다. 지금쯤이면 채용 공고가 여럿 떴어야 하는데 거의 공고가 나지 않고 있다. 대기업의 공채 규모도 예년보다 줄어들 것이고 중소기업은 아예 채용을 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능을 올해 언제 어떻게 봐야 하고 대학 입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것 같다.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걱정해 주는 교육부와 교육청은 보이지 않는다. 뉴스에서도 그런 부분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의 반응도 진학 희망자와 취업 희망자가 다르다.


우리 반 학생들과 제대로 길게 대화를 해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반은 진학 희망자이고, 반은 취업 희망자이다. 진학 희망자는 수시 희망인지 정시 희망인지에 따라 조금 다른데 정시 희망 학생들은 지금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 학교에 오고 가는 시간도 아깝고 학교에 와서 수능에 필요 없는 수업을 어떻게든 들어야 하는 상황을 피하니 수능 준비에는 오히려 지금이 낫다. 오히려 등교하라고 하면 지금의 ‘루틴’이 깨질 것에 대해 염려한다. 반면, 수시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3학년 1학기 생활기록부가 텅 빌 것을 염려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걱정해 주고 있으니 어찌 됐든 나름의 해결책은 나올 것이다. 나 혼자 하는 상상으로는 최악의 경우 재학생 전형과 재수생 전형을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재수생 형평성’ 논쟁도 있겠지만 원래 전형은 대학의 재량이고 지금까지도 재학생만 지원이 가능한 전형이 있었다. 그러므로 재학생은 고2까지의 성적만 반영하고 재수생만 3년 내신을 반영하여, 정원도 분리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 고3이 내년 재수생이 될 때는 어쩌느냐 하면, 그들에겐 수시에서 특별 전형을 2년 정도 시행해도 된다. 정원 수를 조절하면 형평성의 문제도 약간은 해결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초유의 사태인데 입시 전형도 초유의 형태에 맞는 방식을 설계할 수 있다. 우리 정부와 교육부라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무관심과 편견에 마주하게 될 취업 희망 학생들


그런데 취업은 그렇지 않다. 지금 고3 학생들에게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까? 특성화고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은 판에, 특성화고엔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재난으로 인해 일자리가 부족하며 실습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니 정부에서라도 나서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위한 공공 일자리를 늘려 줄까. 그럴 것 같지가 않아서 그런 기대를 할 수도 없다. 그냥 2020년의 특성화고 3학년은 오롯이 개인이 재난의 피해를 감당해야만 할까. 세상 사람들이 걱정을 해 주지 않아서 그런지 우리 반도 진학 희망 학생들은 걱정이 표면에 잘 드러나는데, 취업 희망 학생들은 반응이 미지근하다. 속으로는 걱정이 많을 텐데 진학 학생들에 비해 잘 드러나지를 않는다. 우린 수능을 안 보니까, 모의고사도 안 봐도 되니까 하고 생각하면 좀 나은 것 같지만 그건 재난이 여름 전에 끝날 때의 이야기다. 지금의 상황이 여름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취업 희망 학생들에겐 정말 큰 피해일 수밖에 없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일자리는 비정규직이 많다 보니 늘 다음 해의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위협을 받는다. 근속 기간이 길지 않은 일자리들이 많고 졸업 후 1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이 높지 않다(정확한 수치를 대지 않는 것은 통계를 잘 찾아내지 못한 나의 게으름과 통계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수학 교사로서의 가치관 때문이다). 아마 올해 고3 학생들의 취업률은 작년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고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은 ‘코로나 학년’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다음 해나 다다음 해의 졸업생들과 함께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올해 고3 학생이 1학기에 학교를 나왔다 해서 더 좋은 노동자가 되었을 것은 아닐 테지만 편견은 근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니 학생들의 발목을 계속 잡을 것 같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워낙 각자 준비하는 것이 많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많은 것을 한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와 학교의 방향이 꼭 같은 것이 아니고 자격증의 종류도 다양하니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은 학생에게 큰 손실이 아니다. 어차피 특성화고의 취업을 담당하는 부서에선 개인별로 상담을 하고 지도하고 있기에 지금도 1명씩 등교해서 상담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그렇게 준비를 해 봐야 기업에서 뽑아 줘야만 끝나는 시스템이다 보니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우리 반의 학생들은 집에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연습하고 있다. 학교에 와서 하면 서로 도움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더 좋겠지만 그럴 수 없어도 계속 뭔가 하고 있다. 그런다고 자신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확신하지도 않지만 하던 대로 하고 있다. 교사인 내가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는 어렵다. 재난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이어도 채용은 유지해 달라고 기업에 요청해야 하나, 아니면 20대와 앞으로의 20대에게 재난 기금을 더 주고 공공 일자리를 더 늘리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하나. 적어도 내가 쓰는 글을 읽는 사람에게라도 특성화고 학생들도 일반 인문계고의 진학 희망 학생만큼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특성화고의 교육이라고 해 봐야 보조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특성화고의 교육은 취업이라는 목표가 정해져 있다. 특성화고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이 모두 그렇다. 지금 학교는 뭔가를 배우고 그냥 그것으로 끝나는 학교일 수 없다. 3년을 다니지만 3년의 배움 그 자체로는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금 학교를 나오느냐 아니냐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수시 모집과 정시 모집 방식 조정, 공공 일자리와 기업들의 한시적 채용 규모 동결 같은 정책만 나오면, 거의 불만 없이 학교에 안 나온 채로 졸업해도 될 것이다. 오히려 입시와 취업을 핑계로 권력의 위계를 만들고 인권을 침해하는 교사들의 핑계거리가 사라지니 인권 침해도 줄어들어 학생들로서는 반가울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시 학생인권교육센터에는 보통 3월과 4월에 인권 침해 신고가 많은데 올해는 지금까지도 인권 침해 신고 사례가 많지 않다. 정부가 정책만 잘 세워 주면 이모저모 따져 봐도 지금의 상황은 고3 학생들에게 아주 최악은 아니다.



혼자 넘기 어려울 수 있는 벽


그런데 학년마다 생각은 다르다. 내가 고3을 담당하다 보니 고3에 관한 생각을 주로 하고 있지만, 고2, 고1 학생들은 어떨까.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전혀 접점이 없다 보니 잘 모를 수밖에 없지만, 고1과 고2의 학생 들은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마도 고2보단 고1이 지금의 상황에 더 적응이 어려울 것 같다.


내 앞자리의 교사는 1학년 담임인데 올해 새로 학교에 오셨다. 심지어 원래 있던 분이 임신한 상태에서 현 상황이 부담된다며 그만두는 바람에 4월에 부임한 분이다. 예전에 2년 정도 일했던 분이라 학교에 더 적응할 것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낯선 환경이긴 했을 텐데 오시자마자 인터넷으로 학생들에게 담임이 교체되었다고 하고 온라인 입학식을 통해 인사를 나눴다. 그런데 그 반의 학생이 얼마 전에 전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아직 입학하지도 않은 학생의 전학 신청이라니(온라인 입학과 개학은 했지만 등교한 적이 없는 탓에 아직 학생들도 ‘등교 개시’를 개학이라고 부를 만큼 개학이 개학처럼 느껴지지 않고 있다). 나에게 어떡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기에 특성화고라 나름 고민하며 선택하고 입시를 치르고 온 학생인데 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전학을 생각할 정도라면 온라인 상태에서 느끼는 고충도 있었나 본데 상담을 한 번쯤은 더 해 보면 어떠냐고 조언했다. 전학 간다고 하더라도 만나서 인사라도 하면 좋지 않겠냐고. 입학 원서 내러 한 번, 면접 보러 한 번, 적으면 두 번, 많아야 서너 번 학교에 와 본 게 다일 텐데 담임이 누구였는지, 이 학교는 어떤 곳이었는지 소개라도 해 주면 좋을것 같았다.


그 학생의 고충이 무엇이었을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런데 그 학생의 사례를 보며 지금 특성화고 1학년 학생들이 어떤 마음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성화고에 오는 학생들은 처음에 엄청난 문화적인 이질감을 겪는다. 중학교 학생들이 인문계고로 진학할 때에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 보통 인문계고의 문화나 교육과정은 중학교 때 겪은 것들과 연속성을 유지하지만, 특성화고는 아예 다른 시리즈다. 회계, 상업 경제, 기초 디자인처럼 새로운 전문 교과 과목이 생기고 학교 분위기도 다르다. 특히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교라는 핑계로 학교 규칙이나 교사들의 태도도 권위적일 때가 많다. 다른 특성화고를 다 아는 것이 아니니 단언할 수 없으나 서울의 유명 사립 특성화고들은 대개 그렇다(이렇게 말하면 “우린 아닌데” 할 학교도 있으니 내 학교만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주위에서 만나는 유명 사립 특성화고 교사들의 모습을 보면 대개 그렇다고 할 만하다.) 그러니 입학은 했지만, 학교 교사들을 대면하지 않은 채 전문 교과 수업을 듣고 있을 학생들에겐 지금은 특성화고 진학에 대해 ‘현타’의 시간일 것 같다.


여럿이 같이 모여 회계 수업을 들으면 ‘아, 나만 못 알아듣는 게 아니구나’ 하며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지만, 온라인으로 혼자 수업을 듣다 보면 그냥 외계어들의 나열일 뿐일 것이다. 참고로 특성화고에서 10년이나 일했지만 회계 교사들의 연구 수업은 볼 때마다 새롭다. 그래서인지 회계 교사들이 1학년 수업 초기에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은 지금은 어렵지만 하다 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자신감을 심어 주는 말들이 없으면 회계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의 상황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내 앞자리 선생님의 반 학생도, 다녀 보지도 않은 학교에서 전학을 생각한 것은 아닐까. 재밌는 것은 학생이 전학을 원하는 학교에서 지금은 전학을 올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학교도 지금 제대로 시작을 하지 않아 아무도 전학을 안 갔으니 자리가 없단다. 나중에 자리가 나면 올 수 있다고 해서 그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몇 달은 우리 학교에 남아야 한다. 과연 그때까지 등교해 볼 수 있을까.



서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


아무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이라 누구도 예상이 어렵다. 교육부에서 언제 등교한다고 발표해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고, 수능은 꼭 본다고 말해도 그것도 11월 즈음 되어야 알 것 같다. 그렇다고 비난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학생도 교사도 서로 비난하기보단 서로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으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때인 것 같다. 출석 체크를 칼같이 하겠다며 온라인 수업에서 부정행위를 단속하고 수업을 안 듣는다고 벌점을 주는 학교도 있는데 그런다고 뭐가 좋아지겠는가. 잘 버티어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하고 버티는 자들을 위한 정책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요구하는 게 우리의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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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