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어제와 오늘의 어린이책] | 조현민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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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오늘의어린이책


우주의 속삭임



하신하 글│안경미 그림 │문학동네 │
2024 │12,500원

  

2023년 12월 《네이처》에 ‘올해의 과학인’ 중 하나로 비인간인 챗GPT가 최초로 선정되었다. 과거의 수많은 SF장르에서 우주 정복이라는 인간의 미지 세계에 대한 탐험, 인간과 비인간의 대립에서 결국 인간의 승리로 끝이 나는 인간 중심의 작품이 많았다면 《우주의 속삭임》은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챗GPT와 함께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주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그 너머’의 세계를 따뜻하게 만나게 한다.

《우주의 속삭임》은 5편의 단편을 엮은 SF동화집이다. 외딴 마을에서 여행자의 집에 사는 할머니가 50년 전에 당첨된 복권 선물로 우주 항공권을 받아 머나먼 행성으로 떠나게 되어 아이와 헤어지는 이야기 〈반짝이는 별먼지〉,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만들려던 계획에 실패하고 인간들이 떠나고 남겨진 인공지능 로봇 티티가 유일하게 남은 작고 작은 이끼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온몸을 내주는 〈타보타의 아이들〉, 감정을 느끼고 기억이 있어 자기가 사람인 줄 알고 있는 로봇이 낡고 고장이 나 마지막 종착지로 가는 〈달로 가는 길〉,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소심한 초등학생 현우가 외계인 무아무아족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용기를 가지게 되는 〈들어오지 마시오〉. 그리고 〈지나 3.0〉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 딸 지나의 몸을 기계와 결합해 트랜스휴먼으로 만들지만 동면한 가족 머리맡에서 지나는 여전히 책을 읽어 주며 생존을 위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기계와 우주 이야기에 생명과 희망, 사랑의 서사가 더해져 암흑같이 캄캄한 우주는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자기의 자리에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라는 응원을 보낸다.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행복한 붕붕어

 

권윤덕 글·그림│길벗어린이│2024│18,000원

  

《행복한 붕붕어》는 그림책을 통해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해 온 권윤덕의 자연과 생명 이야기를 담은 새 그림책이다. 이기훈의 그림책 《9:47》이 지구 환경의 위기를 경고했다면 《행복한 붕붕어》에서는 우리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로웠는지가 느껴져 마치 민화를 보는 듯하다.

오염된 강물에서 걸어 나온 발 달린 물고기 ‘붕붕어’가 검붉은 강을 어루만지며 생명의 노래를 불러 줬던 붕어빵 노점 주인을 찾아간다. 붕붕어가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뚜벅뚜벅 걸음을 내디디어 도착한 붕어빵틀에서는 이제 발 달린 붕붕어빵을 찍어 낸다. 손님들이 외면한 붕붕어빵을 한 아이가 까치발을 들고 덥석 집아 베어 물자 ‘푸른 하늘 투명한 햇살, 물풀 사이 휘돌아 돌면’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맑은 목소리로 금세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게 되는 붕붕어 노래(그림책 뒷표지 QR코드로 붕붕어의 노래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그림과 더해져 새 생명과 함께 그 옛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희망을 전해 준다.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노래와 함께 그림책 읽기를 추천한다.

- 조현민(충남 아산 거산초 교사,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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