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호[오늘 읽기]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외 | 이진주

202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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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이계은 씀 │ 빨간소금 │ 15,000원

 


이른바 초저출생 국가인 우리 사회에서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태도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난임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표적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에게는 왜 낳지 않는지 의아해하면서도, 막상 난임 치료를 통해 아이를 낳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해서 낳아야 하나” 하며 안타까움과 동정의 눈빛을 보낸다. 그렇게 난임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되어 버렸다. 난임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주변에서 난임 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보기 힘든 이유이다.

이 책은 그동안 사적 경험의 영역에만 머물러 온 난임에 대한 이야기를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장으로 끌어올린다. 난임을 당사자의 언어이자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저자는 난임으로 겪은 고통에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한편에서는 임신과 출산에서조차 자연스러움과 정상성을 강요하고(자연 임신→자연 분만→모유 수유→가정 양육), 다른 한편에서는 재생산의 욕구를 현실에 뒤떨어진 구태의연한 욕망으로 치부하는(“낳지 말고 그냥 입양을 하는 게 어때?”)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저자는 ‘나는 왜 꼭 아이를 낳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 오래 질문하는 시간을 갖고 나름의 답을 찾아 간다. 결혼과 출산을 할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영역이고, 부모가 되고 싶은 욕구 역시 다르지 않음을.



그림책 읽는 나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공진하 씀 │ 한울림스페셜 │ 22,000원

 


특수 교사이자 동화 작가인 저자가 그림책을 매개로 학교와 교육, 그리고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림책을 보면서 어린이들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림책을 더 좋아하게 되기도 했다”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이 2가지를 연결해 쓴 이 책은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지만 책에서 소개된 그림책 속 세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이 많이 다름에 묵직한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 시설에 속해 있던 특수학교부터, 순회교육 교사, 국립 특수학교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특수 교사로서 일한 저자의, 특수교육과 특수학교에 대한 통찰도 많은 생각거리를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장애’와 ‘어린이’라는 이중의 약자성을 가진 존재에 대한 훌륭한 사상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날개에서 “착하지 않은 특수 교사, 순진하지 않은 동화 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지만, ‘다만 교사로서 직업 윤리에 철저할 뿐인’ 한 특수 교사의 사유와 실천이 얼마나 치열하고 사려 깊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훌륭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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