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호[특집] 고교 학점제가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 (이명형 양서영 김석규)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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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선택권이라는 함정 - 고교 학점제, 체제를 강화할 것인가, 변혁할 것인가


고교 학점제가 교육을 바꿀 수 있을까

- 고교 학점제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


이명형 lmh78v@hanmail.net 울산 언양고 교사

양서영 paneepink@hotmail.com 경기 부천여중 교사

김석규 klsukkyu@naver.com 충북 칠성중 교사



01

고교 학점제, 현장 목소리 반영 필요해

이명형



2018년 고교 학점제 선도 학교를 시작으로 2019년 연구 학교, 2020년에 학교를 옮겨 현재까지 선도 학교 담당 부장을 맡고 있다. 연구 학교 신청 동의를 묻는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지만 동의하든 반대하든 관심 자체가 별로 없었다. 관심 있는 선생님과 협력하여 연구 학교를 신청하고 지정을 받았다. 연구 학교 예산 5,000만 원에 교육감 공약 사업인 고교 학점제 시범 지구 운영에 2,100만 원, 고교 학점제 기반 조성 사업 1,100만 원을 받았다. 2019년 예산은 써도 써도 많이 남았다.


고등학교 교사들과 이야기하면 ‘기승전입시’다.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항상 입시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입시 이야기가 나올 때 즈음이면 대화가 끝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입시 이야기가 나오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입시는 고등학교에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특히 대입을 앞둔 3학년은 더 그렇다. 3학년 2학기는 차라리 자유 학기제를 운영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수업을 원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 자습을 원하고 자습하면서 최고 인기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어 한다.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출석 일수를 채우기 위해 조례나 1교시를 마치고 조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전면 등교 대책으로 나온 가정 학습 28일을 이용하여 합법적(?)으로 등교하지 않으려는 학생들도 생기고 있다.


현 상황이 모두 아무렇지도 않은가? 대학만 잘 가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그동안 학생 통제의 수단으로 내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서술형 항목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3학년 2학기에는 통제당하지 않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고, 고교 학점제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원했다.



과목 확대의 어려움


고교 학점제의 기본은 학생에게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일정한 기준에 도달해야 이수 처리하고 누적된 학점으로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여, 2025학년도 신입생부터 가능하다. 현재의 연구·선도 학교가 열심히 한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이다. 


배우고 싶은 과목을 정하는 것은 학생에게 매우 고민되는 일이다. 교사는 학생들과 상담할 때, 최종적으로 학생이 되고 싶은 직업이나 진학하고 싶은 대학, 학과를 기준으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설계해 주려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목표가 없는 학생은 매우 괴로워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목표를 정하지만, 단순한 계기로 좋아 보이는 직업을 선택할 뿐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기는 어렵다. 


따라서 고등학교 과정은 진로를 결정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시간보다는 탐색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1학년 공통 과목의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더 관심이 가는 과목을 선택하여 상위 학년에서 학습하다 보면 진로가 더 선명해진다.


매우 머리가 아프지만, 과목 선택을 교사에게 일임하는 학생은 없다. 선택의 권리를 자기가 누리고 싶어 한다. 과거의 고등학교를 떠올려 보면, 남학생은 주로 이과를 선택하여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한 후 수능 점수에 맞게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다. 졸업할 시기까지 진로에 관한 고민이 없었고 선택도 점수에 의해 강제되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상위 학년의 과목을 선택해야 하기에 진로에 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점에서 쓸모가 있다. 아쉬운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기 전에 교사들에게 과목 선택에 관한 상담 역량을 함양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얼마 전, 내년 선택 과목 수강 신청이 종료되었다. 1학기 중간고사 후 1차 신청, 기말고사 후 2차 신청, 9월 초 최종 신청까지 3회에 걸쳐 신청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3학년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일과 같은 날이었다. 3학년은 어느 대학, 무슨 학과를 갈지 고민했다면 1, 2학년 학생들은 선택 과목을 고민하였다. 


최종 선택 후 이틀은 정정 기간을 준다. 실수로 잘못 선택했다는 학생, 깜빡하고 신청 기한을 놓친 학생, 자고 일어나서 후회하는 학생이 있어서 마련해 둔 장치이다. 그래도 수정하고 싶은 학생이 나온다. 진로가 고민이기보다는 대입에 어떤 선택이 유리할까 고민하다가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진로 선택 과목에 석차 등급을 산출했던 작년은 3학년에 주로 편성된 과학Ⅱ 과목의 신청이 저조했고, 사회 과목을 많이 신청했다. 진로 선택 과목의 석차 등급이 폐지되고 성취도만으로 평가한 올해부터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사회 과목 신청 학생은 감소하였으며, 과학 과목 신청 학생이 증가하였다. 수능에서 물리Ⅱ를 선택하는 학생은 1%가 안 되는 상황이지만 단위 학교 개설 과목으로 물리Ⅱ는 선택이 늘어났다. 일반 선택 과목과 진로 선택 과목이 함께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일반 선택 과목도 석차 등급 없이 성취도만으로 평가하는 것을 환영한다.


교육부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희망 학생이 적거나 교사 수급이 어려운 소인수, 심화 과목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단독으로 수업을 개설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학교와 함께 공동 교육과정을 일과 후 저녁 시간에 운영할 수 있다.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교육부의 정책과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는 단위 학교와 학생의 이해관계가 맞아 공동 교육과정은 크게 확대되었다.


보통 2단위(34차시)인 공동 교육과정의 심화 과목 수업은 특목고에서는 4~6단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해당 과목의 성취 기준을 모두 다루기에는 시수가 부족하다. 이마저도 함께 운영하는 학교마다 중간 고사 일정이 달라 시험 기간에 1~2회를 결석하는 학생들도 있다. 아쉬움은 있지만, 진로 희망 분야의 수업을 통해 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고교 학점제가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기에도 교사가 부족하다. 선택 중심 교육과정이 처음 도입된 제7차 교육 과정에서 실질적인 선택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은, ‘선택 중심’을 문서에만 명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도입할 때, 선택권 확대에 따른 교사 수급 대책보다는 새로운 교육과정 홍보와 통합 과목 연수에 집중했다. 


고교 학점제가 추구하는 과목 선택권 확대에 관해, 이런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학생 수가 100명일 때, 4과목을 편성하여 선택하게 되면 25명씩 4개 반으로 구성된다.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해 2과목을 더 편성하여 가령 25명씩 2개 반, 15명씩 3개 반, 5명 1개 반으로 개설되었다고 하자. 학생 수는 변함없지만 총 6개 반이므로 단순히 계산해도 수업 부담이 1.5배 증가한다. 행정 업무는 교육부가 교육 현안에 관한 대책을 수립할 때마다 증가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수업 시수와 과목이 늘어나면 전체 수업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한시적으로 희소 과목과 교사 확보가 어려운 농어촌 지역의 경우 강사가 교원 자격증 없이 단독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박사급 학위를 지닌 학교 밖 전문가’라고 하는데, 의문이 든다. 이미 중등학교 정교사 자격증의 표시 과목은 70여 개에 이른다. 일반고에 주로 편성되는 보통 교과의 수는 104개, 전문 교과까지 포함하면 798개이다. 이보다 더 다양할 필요가 있는가? 교사 확보가 어려운 농어촌 지역에 박사급 학교 밖 전문가가 얼마나 있을까? 있더라도 주 5일 중 2~3시간의 수업을 위해 시간을 비워 두고 있을까? 


수도권 농어촌 지역과 지방의 농어촌 지역 간 차이 또한 클 것이다. 지방에서는 전문직 발령으로 인한 2학기 기간제 교사를 구하기도 굉장히 어렵다. 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나 배우고 싶은 학생이 정말 희소하다면 꼭 정규 과목으로 배워야 할까? 창의적 체험 활동에 진로 활동으로 학생에게 제공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박사급 학위를 지닌 학교 밖 전문가가 아니라도, 마을 강사와 학교가 협업하여 창의적 체험 활동의 진로 활동으로 학생에게 제공하면 기존 제도로 가능하다.



과목 선택권 확대에 너무 무리하지 말아야


고교 학점제를 찬성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연구·선도 학교를 담당하며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설문 조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연구진에서 보낸 설문 조사 메일을 받을 때, 괜찮은 정책이 나오는 것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참여한다. 하지만 조사가 현장 요구를 반영한 정책 수립보다는 고교 학점제 추진 근거로 더 많이 활용되어 아쉽다. 지난 학기 전교조에서 설문 조사를 하였고 ‘개선 필요’ 의견이 많았는데, 주로 반대 입장의 근거로 사용되었다. 전교조가 제시한 다과목 지도에 따른 수업의 질 하락, 선택 과목 수업 이동에 따른 생활 지도의 어려움, 진학에 유리한 과목 선택과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학생의 과목 선택이라는 비판 지점에 모두 동의하지만, 교육 주체 간의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교 학점제는 현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으로, 4년 정도 고민하여 종합 추진 계획과 단계적 이행 계획을 내어놓았는데, 내용이 부실하여 여러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고교 학점제에 기대를 거는 것은 현재 고등학교에 여러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우리 모두 지혜를 모으고, 고교 학점제는 그런 지혜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성취 평가제 확대 덕에 석차 등급에 대한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점, 과목 이수에 출석률을 포함해 수업에 참여할 수있게 만드는 점, 최소 학업 성취 보장을 통해 단 1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점은 고교 학점제의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과목 선택권 확대를 위해 너무 무리하지 않고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면 좋겠다. TV 프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장사가 잘 안 되는 식당에 대한 컨설팅으로 자주 나오는 것이 메뉴를 줄여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요리만 남기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교육 정책보다 학생과 직접 만나는 수업이다. 수업에 변화가 필요한데, 정책만 바뀌고 수업은 그대로라면 의미가 없다. 행정이 아닌 수업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수업을 설계할 수 있는, 동료 교사와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주었으면 한다.



02

‘선택도 책임도 알아서’가 우리가 지향할 것일까

양서영


고교 학점제 전면 시행을 목전에 둔 지금(아니, 사실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교사, 학생, 학부모 할 것 없이 반대의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 학점제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학생들에게 진로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은 좋은 것이다,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해결하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라는 논리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 학점제 선도 학교에서 3년 동안 지켜본 학생들의 모습은 고교 학점제가 ‘취지는 좋은데 아직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했을 뿐인 설익은 제도’가 아니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고쳐 쓸 수 없는 제도라는 확신을 주었다.



장면 1 - 과목 선택의 현장


고등학교 1학년 1학기에 2학년에 배울 과목들을 선택한다. 선도 학교의 운영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15여 개의 과목 중에서 4, 5개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학생들이 교과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하기에 이런저런 방법으로 교과에 대한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학생들이 아직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고교 학점제의 취지는 학생들의 진로에 맞는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여 ‘대학처럼’ 원하는 수업을 듣고 각자에게 맞는 진로 설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학처럼’이라는 말이 왜 반론의 여지 없는 장밋빛 지향점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그림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고등학교 1학년은커녕 3학년이 되어도 진로를 명확히 정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문제인가? 왜 고등학교 1학년에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가? 십분 양보해서 진로를 정하기에 빠른 나이가 아니라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책임을 학생 개인이 무겁게 져야 하는가? 선택한 과목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와 성적이 좌우된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은 그 결과를 가지고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 무거운 선택이지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체 무슨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선택해야 한다. 


많은 학생은 입시에 필요한 과목, 등급이 잘 나올 수 있는 과목(너무 적은 인원이 선택하는 과목에서는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배우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과 같이 들을 수 있는 과목, 상대적으로 편한 선생님이 담당하는 과목 등을 선택한다. 그리고 때로는 정말 말 그대로 ‘아무거나’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선택 기간이 지나고 ‘선생님 제가 무슨 과목 선택했었죠?’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들어 보았다. 진로 로드맵에 따른 과목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어딘가에는 있겠지만 내가 만난 다수의 학생은 아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신중을 기해 선택한 과목의 수업을 들어 보니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후회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이미 수업이 시작된 이후에 바꾸기는 어렵다. “선생님, 전 망했어요”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어 보았다.



장면 2 - 학생들이 잠을 자지 않는 교실?


고교 학점제의 야심 찬 목표 중 하나는 ‘잠자는 교실’을 깨우겠다는 것이다. 본인의 흥미에 따라 선택한 수업이니 잠들지 않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꿈을 꾸었나 보다. 그런 목표를 내세운 것은 ‘잠자는 교실’의 원인이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과목이어서’라고 분석했기 때문일 텐데, 어떻게 그렇게 평면적인 분석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현실은 당연하게도 여전히 잠을 자고, 더 적극적으로 잠을 자기도 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버리는 과목(내신 점수를 챙기지 않는 과목)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 과목 교사여서 내 수업을 스스로 희망하여 선택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데 1/3의 학생들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애초에 어떤 과목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거나 어떤 과목을 선택해도 상관이 없었던 학생들, 혹은 내신 점수를 챙기지 않을 과목으로 내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포기하는 학생들 등이다. 이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자유는 어떤 의미일까?



장면 3 - 혼자 다니는 학생들


선택 과목이 다양해질수록 한 학급의 학생들은 이리저리 다른 교실들로 나눠 이동하게 된다. 내 수업에도 9개 반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인다. 자기 반에서 혼자 오는 학생들도 여럿이고 많아 봐야 5, 6명이다. 하루에 두세 시간의 수업을 그런 식으로 옮겨 다니다 보니 학생들은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운 것 같다. 친구 관계가 잘 바뀌지 않고 처음 사귄 친구 몇 명과 졸업할 때까지 계속 같이 다니거나, 계속 혼자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담임 교사의 수업을 선택하지 않아서 담임 교사와의 관계가 깊이 형성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교과 교사와는 더더욱 거리를 좁히기가 어렵다. 학생들의 삶과 만나기가 어렵다. 학급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는 학생을 만나는 것과 개별적인 수강생이 되어서 교과 교실에 앉아 있는 학생을 만나는 것은 너무 다르다. 평소 친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쉬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는지, 어떤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는지, 어떤 습관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런 것은 고등학교에서 전혀

중요하지 않은 가치일까?



학생들의 오늘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는가


대형 마트에서 여러 개의 상품들 앞에 서서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의 기쁨(그리고 이 상품들은 지역과 학교에 따라 다르다). 학생들이 고교 학점제 앞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은 그 정도가 아닐까? 고교 학점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학생들도 있다.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머리 모양을 할지에 대한 선택권도 없는 학교생활에서 과목 선택이라니, 엄청난 권리로 느껴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강제로 주어진 선택권은 이 상품을 왜 선택해야 하는지, 이 상품 목록은 누가 정한 건지, 나는 꼭 상품을 사야 하는 건지, 이 선택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민할 겨를이 없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고민만 하게 한다.


선택으로 인한 책임을 각자가 다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학생들은 고교 학점제가 너무 싫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공부하고 싶어서 선택했더니 너무 소수가 신청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1등급을 받기 어려운 상황, 하루에 3~4시간을 이리저리 선택 교과 교실로 돌아 다니느라 한 학기가 지나도록 반 친구들과 친해지기 어려운 상황, 꿈도 정하지 못했는데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야 하는 막막함, 많이 고민해서 과목을 선택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적성에 안 맞고 성적이 안 나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경기도교육청에서 발행한 고교 학점제 안내 책자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고교 학점제의 본질은 선택과 책임을 통한 학생 성장 지원에 있음.” 이 말이 고교 학점제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너에게 선택할 권리를 줄 테니 알아서 선택하고 그 책임도 네가 알아서 져라.’ 이것이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일까?


요즘 많이 생각하는 것은 고교 학점제 찬성 및 반대의 목소리 모두가 학생들의 미래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학생들의 오늘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고교 학점제로 학생들이 가장 크게 잃은 것은 쉬는 시간의 휴식, 친구를 사귈 기회가 아닐까? 쉬는 시간에 쉬지 못하고 짐을 들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는 학생들, 학급공동체라는 것이 옅어져 자연스럽게 친구를 사귀고 함께할 시간을 잃어버리는 학생들……. 고교 학점제를 기획한 사람들은 학생들의 오늘의 삶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 미래를 위해 잘 설계된 하루하루의 생활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 학생들이 지향해야 할 절대 선인가? 그리고 안타깝지만, 지금의 고교학점제가 ‘미래를 위해 잘 설계된 프로그램’이라는 것조차도 환상 혹은 거짓이다.



03

고교 학점제의 교육 공공성 실현 가능성 찾기

김석규



고교 학점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정부에서는 고교 학점제로 학생들이 진로와 연계된 학업 계획을 수립하고 학점을 이수하여 기본적 학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정책에 대하여 내 주변의 교사들 다수는 대학 입시 제도를 바꾸지 않는 상태로는 입시 스펙 마련 정도로 활용되고 지역과 계층에 따른 차별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반대한다.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교과목과 시간 배정을 정하고 있는 국가 교육과정이 있는 상황에서 각종 선택 과목을 만들어서 학교 현장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부담만 가중한다는 비판이다. 이미 연구 학교에서 하는 양태를 보면 ‘진학 설계’라고 부르는 입시 스펙이 중심이고 인근 학교와의 공동 교육과정이나 학교 밖 프로젝트 학습 등을 주말에 하게 되어 학생들의 학습 노동 시간을 연장시키는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마을교육공동체운동과 같은 흐름과 함께한다면, 학생들에게 고교 학점제가 입시 스펙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경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나는 공교육 교사이지만 마을교육공동체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의 입장에서 고교 학점제를 마을교육공동체운동의 근본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과 풀뿌리 자치주의로 접근해서 보려 한다. 일찍이 이반 일리치가 주장한 바와 같이 평범한 마을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칠 때 교육의 공공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국가가 인정하는 교육과정을 교사라는 전문가 집단이 가르쳐야 〈헌법〉에 보장된 학습권을 실현하고 민주 시민을 키워 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나는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고교 학점제가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 위에서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기 위하여 고교 학점제에 대한 찬반 의견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관점을 끄집어 내서 살펴보는 방식으로 현재 상황을 성찰하고자 한다. 그다음에 고교 학점제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구현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관점에 대한 성찰


정부에서는 중등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선택 여지를 확대하는 근거로 일종의 시장 논리인 ‘소비자 선택권 확대’ 또는 주입식 교육 탈피를 위한 ‘자기 주도 학습’을 주장한다. 하지만 양자 모두 신자유주의 노동 시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주의’와 ‘자기 계발주의’의 범주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은 중학교에 자유 학년제를 도입하면서 진로와 직업 체험에 집중해서 일찌감치 자기 진로를 정하게 했다. 이에 대하여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면 배움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기고 학습에 대한 무관심과 무기력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자유 학년제에 해당하는 중학교 1학년들은 방과 후에 학원에 가는 비율이 높아졌고 중학교 2학년 이후에 교실 수업에 대한 참여도가 크게 높아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비슷한 취지로 고교 학점제를 도입하더라도 학생, 학부모, 교사 대다수는 개인의 입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교사들 중에는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학교 수업의 많은 부분을 맡게 되는 것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이것을 공교육에 대한 ‘전문가주의’와 ‘국가 독점주의’라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서 교육을 국가가 주관하고 책임을 맡게 된 것은 19세기 독일의 근대화 과정에서부터였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산업 혁명 시기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한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 교회, 지역 사회였다. 여기에서는 교사에게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았고 학교 졸업장은 지역 사회나 특정 직종 내에서 통용되는 추천서보다 효력이 적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독일은 공장과 군대를 유지할 인력을 빨리 많이 양성하기 위해 학교 건물을 병영처럼 설계하고 시간표를 짜고 교과목을 국가에서 정하였다. 이런 학교를 졸업해야 관료가 되고 기술자가 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신분 상승 욕구를 가진 평민들의 환영을 받았기 때문에 국가 주도의 공교육이 정착될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근대 교육을 도입한 우리나라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왔고 교육과정과 교사 임용에 대하여 일종의 국가 독점주의가 작용하였다.


공교육에 대한 국가 독점주의는 교사에 대한 전문가주의로 더 단단하게 되었다. 교육 자치의 역사가 짧고 민주주의보다 학력(학벌)주의 전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교사의 전문가주의가 일찍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알맹이는 교사 집단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는 전문가주의라서 학교 민주주의와 교육의 공공성 확보에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와서 고용 안정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임용 시험까지 거친 교사들의 내면에 집단 이기주의에 가까운 전문가주의가 더 강하게 자리 잡았다고 본다. 현재 정규직 교사 중 다수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임용 시험을 통하지 않고 교사를 선발하는 제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교 학점제로 개설된 선택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교사 자격증이 없는 경우에 대해 반감을 갖는 것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공교육의 〈헌법〉상 근거를 염두에 두고 고교 학점제를 생각해 보자. 〈헌법〉에 규정된 교육의 권리, 교육 기회의 균등, 행복 추구권 등이 고교 학점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나는 교육의 권리는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학교에 다닐 권리’라기보다는 ‘자아실현과 문제 해결을 위해 학습할 권리’로 이해한다. 여기에 행복 추구권이 가세하면 평생 동안 학습할 권리 또는 평생 스스로 학습할 능력을 갖추도록 무상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 정책은 주로 직업 선택을 위하여 배울 권리를 강조하면서 능력주의와 자기계발주의로 흐르고 있지만, 인문학 운동 등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다. 나는 고교 학점제 역시 평생 학습권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좋겠고 공정한 경쟁에 입각한 능력주의보다 민주 시민을 키워 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헌법〉 제31조에 명시된 “교육 기회의 균등”은, “능력에 따라”라는 전제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항이며 경쟁과 선발을 중시하는 현재의 공교육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능력주의와 자기 계발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교육을 통한 신분 상승을 경험한 세대가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고교 학점제를 비롯한 교육 정책에 대한 대부분의 논쟁도 “교육의 기회 균등”에 따라 결판이 난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도 이 범주에서 벗어난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 전국으로 확산된 마을교육공동체운동에서는 교육의 기회 균등이라는 조항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가치 아래에 두고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김중미 작가의 책으로 널리 알려진 ‘기찻길옆 작은학교’처럼 지역아동센터로 등록하는 것도 거부하고 교육 문화 여건이 불리한 곳에서 활동하는 사례는 아주 오래된 전형이다. 농산어촌이나 가난한 도시민 거주 지역에 존재하는 고등학교에서 고교 학점제를 한다면 생존 능력을 키우기보다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가진 사람 으로 자라도록 운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고교 학점제


현재의 학교교육을 떠받치고 있는 능력주의, 자기 계발주의, 전문가주의, 국가 독점주의가 과연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다른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평생 학습권, 풀뿌리 자치주의로 고교 학점제를 실현할 가능성을 찾아 보고 싶다. 나는 공교육이 노동 시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보다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진 민주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공교육은 학문 세계에 종사할 전문 인력을 키워 내는 곳이라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자주적 생활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평생 학습권에 근거하여 고교 학점제를 실시한다면 국가 독점과 전문가주의를 넘어서 과목 개설의 조건을 다양화하고 평가와 학점 인정에 대한 권한을 교사에게 부여하여야 한다.


자기실현과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학교 교사와 학교 밖 어른들의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도록 권장해야 한다. 이때 전문성이나 자격증으로 협업 교사를 정하기보다는 학교 교사와 사전 논의와 준비가 얼마나 잘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과목 개설을 학교장이 허가하면 된다고 본다. 


그동안 방과 후 수업 하나를 개설하더라도 이런 제한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습 기회를 줄 수 없었다. 마을교육공동체와 협업하여 만드는 마을 교육과정 같은 경우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국가 독점으로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능력에 따른 보상과 경쟁을 절대시하는 경우에 교육의 공공성 실현이 어렵다는 공감대를 확산하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관료들로 이루어진 정부 기관보다 학교와 마을교육 공동체가 협업하는 체계를 갖추어서 불리한 교육 여건을 극복하고 공평하게 학습권을 실현한 사례를 진보 교육감이 주도하는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나는 풀푸리 자치주의에 근거할 때 고교 학점제가 공교육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경남 행복마을학교와 전남 순천 풀뿌리교육자치지원센터에서는 고교 학점제로 지역 자치와 자립을 실현하는 공교육을 실현하자는 논의를 시작하였다. 


농산어촌이나 도시 빈곤 지역의 학생들 다수는 현재의 학벌 체제와 능력주의를 넘어서 신분 상승을 이룰 가능성보다 청년 실업을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대학을 간 후에도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들을 지역 사회가 품어주고 관계망을 만들어서 함께 서로 돌보고 성장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역할을 하려는 마을 활동가와 학교 교사들이 고교 학점제를 활용하여 사회 참여와 창업 프로젝트 등을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일반계 고등학교라고 해서 대학 진학만 고민할 필요가 없고, 특성화 고등학교라도 현장 실습이나 도제 학습으로 나가기 전에 고교 학점제로 지역 사회를 경험할 수 있다.



제안


나의 첫 번째 제안은 마을교육공동체와 협력하여 고교 학점제 과목을 개설하여 고등학생들에게 졸업 후 지역에서 살아갈 관계망을 만들어 주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고등학교만 다녀도 자신이 자라 온 지역에 삶을 꾸려 갈 관계망이 있고 함께 배울 학습공동체가 있다면 학력(학벌) 차별의 벽을 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지방의 청년들이라면 대학까지 졸업해서 혼자 사회에 나가 관계망을 새롭게 만들기보다 이미 지역에서 자신을 환대하는 학습공동체가 있어야 청년 실업이 만연한 현실을 극복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제안은 국립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대학 학사 학위 인정 학점 은행제와 유사한 고교 학점 은행제를 교육청 단위로 운영하자는 생각이다. 학점 은행이 다양한 배움의 형태를 인정하면서부터 학사 학위 취득과 편입학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력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대학의 학점은 국가가 관리해야 할 만큼 공정성이 생명이겠지만 고교 학점이라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학습권을 보다 폭넓게 보장하기 위하여 교육 과정을 개설하고 학점을 인정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자가 격리된 학생이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활용하여 개인 단위로 학습한 것을 학점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고 본다. 마을교육공동체와 같은 지역 단위 학습공동체와 협력하여 교육청 산하에 학점 관리 기구를 설치하면 다양한 교육과정을 유연하고 공평하게 운영하고 이수증을 발급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교 학점제 프로젝트로 마을 인턴십 제도를 중소기업, 시민단체, 사회적 기업 등과 연계하여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경기도의 이우고등학교에서는 마을의 사회적 기업에서 창업 교육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이 졸업 후 청년 창업을 하고 있고, 많은 대안학교에서 인턴십을 핵심 교육과정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런 사례를 교육청이나 시·군·구 단위 교육지원청에서 주관하여 민관 협력 형태로 시도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충북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고1 전환기 교육을 위한 기숙형 학교 설립 계획에서도 진로 탐색을 위한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마을 인턴십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시범 프로그램을 내가 근무하는 괴산 지역에서 중학교 2, 3학년 학생들과 해 보았는데 마을의 멘토분들과 장기간 착실하게 준비한 탓인지 반응이 좋았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한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고교 학점제를 활용하여 마을 인턴십을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게 고등학교 졸업까지 계속 경험하는 상상을 해 본다.





❶ ‘다양한 수업’을 개설하느라 일어나는 수많은 문제점은 이 글에서 이야기하지 않겠다. 고교 학점제를 찬성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방법을 찾으면 ‘언젠가는’ 개선 가능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언젠가를 기다리는 동안 고생해야 할 학생들과 교사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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