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호[리뷰] 청년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류승연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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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된 발달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홍세미 씀,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 아모르문디, 2023


류승연 scaletqueen@hanmail.net
작가,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말》 저자


발달장애인과 이웃이 일상을 나누고 관계를 만들어 가는 따뜻한 연대의 플랫폼, 발달장애청년허브 ‘사부작’의 이야기를 담은 책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학령기가 끝난 후 동네에서 통 볼 수 없었던 발달장애인 청년의 안부를 묻던 마을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발달장애인의 ‘마을살이’를 위해 고군분투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수다 떨다 나오게 된 하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확장할 수 있었는지 그 시작부터 과정을 거쳐 현재를 보여 주고 미래 과제까지 담아낸 책이죠.
전국에 수많은 발달장애 관련 단체와 모임이 있지만 ‘사부작’은 그중에서도 특이점에 서 있습니다. 활동이 내부를 향하는 게 아니라 외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부작’은 발달장애인끼리 모여서 우리끼리 잘 살자고 하지 않습니다. 발달장애인과 이웃이 마을 안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합니다.
왜냐고요? 이 세상엔 장애인만 모여 사는 ‘장애인 왕국’ 같은 건 없거든요. 세상이라는 틀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반드시 공존해 살아야만 하거든요. 그런 모두는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세상이 두렵고 비장애인은 발달장애인이 낯설어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게 서툴기 그지없거든요. 그래서 필요합니다. ‘사부작’과 같은 관계망의 허브 역할을 해 줄 플랫폼의 존재. 1동네 1사부작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는 성인기 발달장애인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학령기 교육의 과제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은 생애 주기에 따라 나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건 모든 인류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부작’의 태동, 성미산 마을의 특이점


‘사부작’의 태동을 알기 위해선 성미산 마을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할 듯합니다. 책에서도 스치듯 언급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을의 특성을 이해하기에 부족할 것도 같아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덧붙여 보겠습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 주변 마을은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바로 성미산 덕분이지요. 성미산은 그리 높지 않은, 여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동네 뒷산이에요.
성미산은 동네 주민들의 쉼터이자 안식처, 아이들의 놀이터 역할을 하던 중요한 곳이었죠. 이런 성미산이 도시 개발 붐에 휘말립니다. 말이 좋아 개발이지 산을 깎아 없애려는 것이었기 때문에 주변 일대 마을 주민들이 단합해 성미산 개발을 막는 데 성공합니다. 주민들이 함께 공동의 힘을 모아 무엇인가를 이루어 낸 ‘성취 경험’이 있던 마을이었던 거예요.
여기에 한 가지 요소가 더해집니다. 바로 성미산학교의 존재입니다. 성미산학교는 대안학교예요. 획일적 공교육에 반대하고 공동체 생활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공동육아에 대한 기대를 갖고 성미산 주변 마을에 정착하기 시작합니다.
마침 성미산학교에서는 정원의 10%를 장애가 있는 학생으로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통합교육 환경이 조성돼요. 성미산학교에서는 모두가 평등합니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각자의 닉네임으로 불리고 서로에게 평어를 사용해요. 이런 분위기가 학교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성미산 개발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무엇인가를 함께 해 본 경험, 성미산학교로 인해 공동체 생활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마을 구조, 이런 것들이 성미산 마을을 서울의 여느 지역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곳으로 만들 수 있었죠.
아마도 이런 지역적 분위기가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사부작’이 태동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하지만 모든 마을 구성원이 발달장애인과 이웃이 함께하는 ‘마을살이’에 관심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이곳에도 개인주의나 장애 혐오는 분명히 존재하고 ‘사부작’은 먼저 태동한 죄(?)로 그 모든 시행착오를 오롯이 혼자서 겪어 냅니다.
‘사부작’이 걸어온 전 과정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건 그래서 중요합니다. 지금의 ‘사부작’이 가지고 있는 건 방향성만이 아니거든요. 5~6년의 시간 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한 노하우까지 갖고 있거든요. ‘사부작’은 그 노하우를 모두에게 전할 준비가 되어 있고요.

발달장애인 삶의 위협 ‘사회적 고립’

제 아들은 자폐성 장애인입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죠. 키가 184cm에 이르고 신발 사이즈가 290mm에 달하는 거구이지만 아직도 뽀로로와 아이쿠, 뿡뿡이를 즐겨 보고 기분이 좋으면 그곳이 어디든 엉덩이를 실룩이며 ‘신나는 걸음걸이’가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보여 주곤 합니다.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들이지만 최근 2년 동안 아들과 함께하는 삶은 아주 많이 슬프고 때론 버티기 힘들 만큼 고통스럽기도 했어요. 어린이 시기가 끝나고 청소년(성인의 몸을 지닌) 시기에 접어들면서 아들이 ‘고립’의 상황에 놓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발달장애인 삶에서 가장 큰 문제이자 난제인 ‘사회적 고립’은 성인기에 이르러 시작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알고 보니 대한민국 교육(통합교육이든 특수학교 특수교육이든)은 발달장애인의 고립과 배제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어요.
문제는 교사와 부모 모두 그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고요. 이유는 명백합니다. 우리 모두는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인기 삶을 사는 발달장애인에게 절실한 건 한글을 쓸 줄 아는 것이나 더하기와 빼기에 능해지는 것 등 인지적, 기능적으로 하나라도 더 발전하는 게 아닙니다. 더 똑똑하지 못해서,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더 많지 않아서 고민하는 발달장애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기능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가게끔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거든요.
대신 사회적 고립은 당사자들의 삶을 위협할 정도의 큰 문제가 됩니다. 고립돼 집에만 있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것, 마을 안에서 나이 들고 늙어 갈 수 있도록 적응하는 것, 성인기 발달장애인에게 절실한 삶의 요소는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사부작’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어느 날 소피아의 아들인 정찬 씨(닉네임 차니)와 자녀를 같은 학교(성미산학교)에 보냈던 가을하늘이 차니의 안부를 궁금해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얼굴을 통 볼 수 없다”고 한 것이죠.
그게 발단이었어요. 소피아, 연두, 타잔, 다래, 가을하늘 5명이 만나 머리를 맞댑니다. 차니처럼 고립된 상황에 처한 발달장애인이 마을 안에서 활동하고 쉴 수 있는 무엇이든 기획해 보자고 한 것이죠. 그렇게 ‘사부작’이 탄생합니다.
처음엔 자조 모임의 성격으로 시작했어요. 카페나 식당 등에서 모여 이런 일 저런 일을 계획했죠. 졸업하고 연락이 뜸해진 청년들도 다시 모으기 시작했어요.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발달장애인’, ‘마을’, ‘관계’를 키워드로 두고 사람들이 저마다 아이디어를 내면서 하나하나 활동의 실체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부작사부작 활동 늘리기

‘사부작’이 성미산 마을에서 일궈 낸 활동들을 보고 있으면 학령기 교육이 무엇을 추구해야 하고 어떤 방법론으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먼저 길동무 프로젝트를 살펴볼게요. ‘사부작’은 발달장애 청년들과 관계 맺는 마을의 이웃과 동료를 길동무라 부르기로 했어요. 발달장애 청년과 길동무들이 일상의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거죠. 발달장애인과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을 주민은 누구나 길동무가 될 수 있었습니다.
통합교육에서도 비슷한 관계가 있긴 합니다. 이른바 도우미를 자처하는 친구들이 있지요. 하지만 도우미와 길동무는 분명 다릅니다. 도우미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불쌍한’ 장애인 친구를 돕는 ‘선량한’ 비장애인 친구의 선행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에요. 실제로 도우미와 당사자의 관계는 동등한 친구라기보단 ‘봉사’를 주고받는 관계에 가깝죠.
하지만 길동무는 말 그대로 발달장애 청년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에요.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습니다. 어떤 길동무는 ‘사부작’ 청년들과 요가를 함께 하고, 누군가는 훌라 댄스를 함께 하고, 누군가는 그림을 함께 그리고, 누군가는 여행을 함께 다닙니다.
길동무 프로젝트는 ‘사부작’ 청년과 길동무 모두의 변화를 끌어냈어요. ‘사부작’ 청년들은 이제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길동무 덕분에 마을 안에서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인간관계 범위가 넓어졌고 그만큼 삶도 건강해졌지요.
길동무들의 삶도 훨씬 더 풍성해졌습니다. 길동무들은 발달장애인 친구를 사귀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넘어 사람에 대한 이해까지도 넓힐 수 있게 됐어요. 통합교육에서 특수교육 대상자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길동무 프로젝트가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부작’ 활동 중에 옹호가게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어요. 옹호가게 프로젝트는 발달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게를 찾아 옹호가게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이를 위해 ‘사부작’ 활동가들은 마을 안에 있는 자영업자들과 관계망을 형성하며 ‘사부작’ 청년들의 활동 범위를 늘렸고, 가게는 손님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서로가 상생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옹호 가게 프로젝트는 단지 스티커를 붙이는 것에 그치지 않았어요. 그 과정에서 발달장애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AAC(의사소통대체수단)를 가게마다 적용하며 아예 성미산 마을 일대를 ‘AAC 마을’로 만들어 버리는 업적을 이루어 냈죠.
AAC 마을이 되는 것보단 AAC 학교가 되는 게 10배는 더 쉬운 일일 거예요. 이 부분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각 학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돕고자 하는 기관들이 있을 거고요. 많은 학교 관계자가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를 읽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을 안에서 일종의 스터디 모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발달장애와 마을 포럼’도 ‘사부작’의 활동 중 하나예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각 학교의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과연 우리나라 학교 중에 장애 관련 동아리가 있는 초·중·고교는 몇이나 될까’ 궁금해졌거든요.
‘사부작’ 활동을 일일이 나열하자니 끝이 없네요. 발달장애인의 말을 시와 노래로 만드는 ‘사부작 뮤직’ 프로젝트나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 없는 댄스 타임을 위한 ‘버블버블텍’은 이제 전국적 유명세를 타서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지경입니다.
이런 활동은 교육 현실에서 발달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어떻게 관계의 시작을 풀어 가야 할지 모를 때 좋은 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고 싶고 좋아하는 관계가 있는 공간

‘사부작’의 특별함은 ‘관계’에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수많은 정책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관련 단체와 모임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대다수 정책과 단체 및 모임의 성격이 프로그램 이용에 초점이 맞춰진 게 현실이에요.
사실 학교교육도 마찬가지죠.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방점이 찍혀 있지 발달장애 학생의 사회성 부분에 대해선 모두가 난감해하며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겁니다.
물론 발달장애인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교육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도 중요하지만 사실 인간의 삶이란 ‘관계’가 삶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잖아요. 관계 없이 공부만 잘하는 삶, 관계 없이 일만 하는 삶이 행복할 수 없듯 관계 없이 프로그램만 이용하고 인지 공부와 기능 발달 재활 치료만 하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거예요.
‘사부작’이 향하는 모든 활동의 방향성은 마을 안에서 어떻게 발달장애인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늘릴까 하는 것입니다. 그 덕일까요. 집 밖으로 나와 마을 안에서 관계 맺기 시작한 ‘사부작’ 청년들의 변화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합니다.
차니를 처음 본 게 2017년인가 2018년이었어요. 그러다 코로나19가 터지며 오랫동안 차니를 보지 못했답니다.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된 차니는 그때와 다르게 또 성장해 있는 모습이 느껴졌어요.
활동의 범위가 많이 늘었고 그 활동들을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이 책 속에 가감 없이 담겨 있었죠. 사람들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어디 가서 무엇을 먹을지 늘 챙긴다는 부분에서 기쁨의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차니의 엄마인 소피아가 그토록 바랐던 대로, 차니는 이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아는 청년이 되었다는 뜻이니까요.
혜정의 이야기도 가슴에 와닿았어요. 혜정은 장혜영 국회의원의 동생입니다. 저에게 혜정은 시설에 살다가 나온 ‘탈시설’의 대표 주자예요. 저는 혜정이 탈시설 후에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춤추고 그림 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죠.
물론 시설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잘 살고 있었지만 혜정은 외로웠나 봐요. 집에 있을 때면 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혼자 있곤 했대요. 그 부분을 읽으면서 혜정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랬던 혜정이 ‘사부작’에 합류하게 되면서 많이 변합니다. 이제 혜정에게 ‘사부작’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챙겨서 가야만 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 된 모습입니다.
매주 ‘사부작’에서 하는 활동을 잊지 않기 위해 길동무인 활동지원사 석류에게 손가락을 걸며 ‘참된 약속’을 하고, ‘사부작’에 가선 보고 싶은 사람이 사무실에 없을 때 전화를 걸어 얼른 오라고 독촉하기도 합니다. 방 안에서 불을 끄고 혼자 있기만 했던 혜정이 ‘사부작’을 통해 보고 싶고 좋아하는 관계가 형성되고 그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예요.
이러면 되잖아요.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삶이 바로 이러면 되는 겁니다. 무슨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게 누구와 관계 맺고 살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비장애인으로 성인기 삶을 살고 있는 내가 가족 외에도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인생의 풍성한 즐거움을 더하고 있는 것처럼 제 아들도 이런 삶을 살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사부작’이 말하는 관계망 형성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이 향해야 하는 방향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제 아들은 지금 많이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중학교 이후부턴 학교도 ‘돌봄’이 아닌 ‘교육’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발달장애인 중에서도 최중증에 속하는 제 아들은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거든요. 특수학교인데도요.
관계적인 측면은 더 암울합니다. “등교한 상태 그대로 하교하기”가 지상 과제가 되어 버린 교육 현실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은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릴 기회마저 차단당하곤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교실 내 안전’이 되어 버린 현실이라서요.
덕분에 학령기를 거치며 배워 본 적 없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은 성인 발달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비장애 영유아보다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자라 성인이 된 당사자들은 자연스럽게 고립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요.
당사자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면 고립의 시간을 메우는 건 온전히 가족의 몫이 됩니다. 그러다 부모가 늙고 더 이상 그 시간을 메울 수 없을 때 뉴스 사회면에 슬픈 소식으로 등장하게 되는 거죠.
《마을에서 경계 없이 다정하게》는 ‘사부작’의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고립되지 않는 삶을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학령기 아들의 엄마인 저는 ‘사부작’을 통해 고립되지 않는 삶을 위해 학령기인 지금 교육이 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합니다.
고립되지 않고 마을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살고 늙어 가는 삶. 비장애인인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이 일이 아들에게도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라 봅니다. 그러한 방향성의 선두에 ‘사부작’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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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