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호[리뷰] 성소수자와 그 부모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송이)

20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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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성소수자와 그 부모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한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씀, 《커밍아웃 스토리》, 한티재, 2018


송이

울산 청소년인권모임 teenrights

songi8941@gmail.com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성소수자 고등학생. 청소년과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소수자이자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한 청소년이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살고 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정체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가 많고, 성소수자들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곤 한다.


지난 대선 때 심상정 후보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말했듯이, 성소수자는 찬성하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 그 존재를 존중받아야 하고 차별을 당하지 않아야 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이다.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나라, 동성 간 결혼을 인정한 나라 등 대한민국보다 성소수자 인권이 더 나은 나라들을 보며 부러웠고, 우리나라도 어서 그렇게 변해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은 커밍아웃과 아웃팅

 

내가 나 자신의 성적 지향을 알게 된 지는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2017년 6월 말에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 나에게 커밍아웃을 하였다.


나는 그 당시에는 ‘동성애자’라는 말만 몇 번 들어 보았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여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몰랐다. 하지만 무척 친하게 지내던 동생과 멀어지고 싶지 않았기에, 그깟 성적 지향이 무슨 상관이냐고 나는 너를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고, 우리는 더욱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가까운 사람이 내게 커밍아웃을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일 이후로 나는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감을 가지고 차별과 혐오를 공공연히 행하는 ‘포비아’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 나는 그 이후로 ‘앨라이’로서 성소수자인권운동을 하고자 했다.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찾아보았고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9월 중순, 스스로 양성애자로 정체화를 했다가 10월 초에는 동성애자라고 재정체화하였다.


➊ 포비아(phobia)는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비합리적인 공포심과 불쾌감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한 유형을 말한다. ‘호모포비아’는 성소수자 및 소수자에 대한 비합리적인 혐오와 공포를 느끼고 드러내는 모습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나의 첫 커밍아웃, 아니, 아웃팅에 좀 더 가까운 사건은 올해 4월쯤 일어났다. 나는 성소수자 인권에 관해 활동을 하던 중 트위터를 시작했는데, 어느 날 우리 반 친구 중 한 명(아직까지도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겠다)이 내 트위터를 봤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내 트위터 계정의 소개란에 내가 동성애자라고 쓴 것과 내 트위터 계정에 성소수자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올려 둔 것을 보고는 이를 캡처해서 반 친구들이 여러 명 들어와 있는 페이스북 메시지 그룹에 올렸다고 한다.


그 뒤로 나는 계속 친구들에게 “너 게이냐?”라는 질문을 받았고, 내가 교실을 나갈 때면 “저기 게이 새끼 나간다”라든지 “퀴어문화축제 가냐”라는 놀림을 당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 중에는 고의로 내가 들으란 듯이 “선생님 퀴어문화축제 영상 봐요”라거나 “선생님께서는 게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같은 질문을 하곤 했다. 쉬는 시간에 나에 대해 또는 성소수자에 대해 ‘앞담화’ 혹은 ‘뒷담화’를 하면서 동성애를 에이즈와 관련지어서 혐오표현을 일삼기도 했다. 동성애자가 에이즈의 주범이라고 한다든지, “에이즈 걸린 사람, 게이랑 성관계하기 싫다”라고 면전에서 말하곤 했다. 나에게 와서는 “ 동성애자끼리는 성관계를 어디서 어떻게 하냐?”라고 묻는다든지 “동성애자끼리 만나면 맨날 (성관계를) 하냐?” 같은 조롱조의 질문을 하기 일쑤였다. 그 밖에도 내가 들은 다양한 혐오발언과 욕설, 비난이 무수히 많았고, 정말 힘들었다.


➋ 에이즈는 성소수자 특히 동성애자를 공격하기 위해 자주 함께 거론되는 질병이다. 그러나 에이즈는 HIV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으로 감염인과 위험한 성관계를 할 경우 감염될 수 있다. 동성애와 에이즈를 바로 연결 짓는 것은 질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또한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와 UN은 에이즈는 동성애나 성 정체성과 관련이 없으며, 에이즈 환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다면 감염 위험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이즈를 동성애와 연관시켜 비합리적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는 것이 오히려 에이즈 환자들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 것이다.



물론 성소수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친구들은 자신이 항상 내 편이라면서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 동성애자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친구들의 존재는 힘이 되었지만, 그래도 욕설을 듣거나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식의 혐오발언을 듣게 될 때는 여전히 괴로웠다.



‘부모에게 커밍아웃하기’는 공통 과제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면 나는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관계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이제 끝날 테니 괜찮다고 마음의 정리를 하였다. 하지만 매일 만나는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지금도 부모님에게 나의 성적 지향도 숨기고,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도 숨기고, 이성애자인 척 연기하며 살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부모님은 보수적인 성향이어서 더 이야기하기가 두렵다. 비록 지금은 숨기고 있지만, 나는 언젠가 부모님께도 커밍아웃을 해서 당당하게 살겠다는 꿈이 있다. 


많은 성소수자들에게 가족, 특히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것은 험난한 과정이다. 나는 어느 성소수자단체에서 성소수자들의 고민을 상담하는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도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문제에 대한 많은 고민 상담이 들어왔다. 내 주변의 성소수자들이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한 경험담을 들어 보면 나도 더욱 망설여지기도 한다. 내가 활동을 하면서 만난 친구의 사례가 기억난다. 그 친구는 부모에게 정체성이 아웃팅되었는데, 그의 부모는 폭언과 폭행, 협박과 학대로 응답했다. 친구가 인터넷이나 SNS 등에 접근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 휴대전화도 억지로 2G 타입으로 바꿔 버리고 와이파이도 못 쓰게 했고, “저 새끼를 지워 버렸어야 했는데”, “정신병원에 쳐 넣어야겠다”라는 폭언도 일상적이었다고 한다. 결국 친구가 그들을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는데, 그 후로는 먼저 휴대전화를 빼앗아서 경찰에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여전히 학대를 일삼곤 했다 한다. 그 친구는 여전히 부모와 사이가 개선되지 않은 채로 대치 상태인 듯하다.


이처럼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며 만나는 어려움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더하여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나 가족 안의 문화, 이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지위 등이 모두 관련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이런 경험담들을 접할 때면 나는 어쩌나 더욱 걱정이 깊어진다. 그래도 나는 성공적인 커밍아웃을 하고 싶기에, 성소수자 관련 도서를 많이 찾아서 읽어 보곤 한다. 그러던 중 몇 개월 전 나온 ‘성소수자부모모임’이 지은 책 《커밍아웃 스토리》를 만나게 되었다.


《커밍아웃 스토리》는 1부 성소수자의 부모인 12명의 이야기, 2부 성소수자 14명의 이야기, 그리고 사이사이에 홍성수 교수, 김승섭 교수, 이지하 교수가 덧붙인 글과 성소수자 부모와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좌담, 글쓴이 소개, 관련 용어 설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커밍아웃(또는 아웃팅)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1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 함께하고 이러한 책의 집필에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썼다 보니 아무래도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첫 번째 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실린 필자의 편지에서, 충격을 받았어도 아들을 이해하려는 엄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랑하는 내 아들, 너 고민 있지?

너의 고민을 엄마는 벌써 눈치챘단다.

(편지 중간에 동생이 해 준 말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인 것처럼 썼다.)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다. (이 문장에는 엄마의 마음을 알리려고 밑줄까지 그었다.)

엄마는 괜찮아, 사랑해.

- 본문 26~27쪽
※괄호 안의 내용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필자가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2부의 자식들,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쓴 이야기는 읽다 보면 충격적인 장면들도 많았다. 성소수자임을 알게 된 필자의 누나가 가족에게 아웃팅을 시키고, 가족들로부터 “서른 살이 되면 정체성이 돌아온다”, “우리 가족 다 행복하게 있었는데 네가 다 망쳐 놨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경험담이 담긴 글 〈다시 찾은 가족〉과 같은 내용은 읽으면서 화도 많이 났다. 그래도 계속 긍정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해 나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책에서 아쉬웠던 점은 성소수자나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성소수자에 관련된 용어만 설명되어 있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한 정보 제공이나 더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예컨대 동성애는 질병이라는 등의 편견을 가진 사람이 아직도 정말 많은데, 세계보건기구에서는 1990년 국제 질병 분류에서 동성애를 제외했고, 세계정신의학회도 성소수자의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병리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힌 성명서를 2016년 발표했다. 이처럼 정확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경우가 많으니, 성소수자가 아닌 사람들도 읽고 부정적인 시각이나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관련된 자료를 좀 더 함께 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은 ‘커밍아웃’에 초점을 맞추고 성소수자들의 삶의 현실을 잘 보여 주고 있고 더불어 주변 가족들의 반응도 다양하게 담고 있다는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성소수자인 자식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부모들은 주로 충격, 부정, 거부, 죄책, 감정 표출, 결단의 심경 변화를 거친다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고, 자식이 성소수자임을 알게 됐을 때 부모의 입장도 좀 더 헤아려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더 완벽한 커밍아웃을 위해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꼭 소개해 주고 싶다. 또 부모들은 물론, 교사들도 많이 읽으면 좋겠다. 성소수자가 무슨 사회악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아직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서문의 이 구절을 읽어 주고 싶다.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인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운영위원 한 분은, “예쁘기만 한 커밍아웃은 없다”고 늘 말씀하십니다. 가족, 특히 부모에게 하는 커밍아웃은 의견의 대립, 감정적 충돌의 과정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가족과의 관계를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애초에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결심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에서 부모와 가족이 가지는 의미가 너무나 크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스스로를 이해시키고 부모를 이해하기 위해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꿋꿋이 노력하는 성소수자 당사자들, ‘성소수자’라는 단어조차 처음 접했지만 그래도 자녀를 계속 사랑하고자 노력하는 부모님들, 고맙습니다. 지난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한 후에는 유대와 사랑이 더 깊어지리라 믿습니다.

- 본문 14~15쪽



이 말처럼,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책 뒤표지에는 이런 문구들이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한다.”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다. 엄마는 괜찮아, 사랑해.” “엄마는 네가 어떤 모습이어도 너를 사랑한다.” “엄마와 내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웃을 날, 그날을 기다립니다.” “제 아들과 같은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이 세상의 놀라운 다양함의 귀한 일부라고 믿습니다.” “여태까지 잘 버텼다고, 언젠가 살아 있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하는 날이 또 오니까 조금만 더 견뎌 달라고…….” ”결국 세상을 바꿀 동력은 혐오가 아닌 사랑일 테니까.” 책 속에서 따온 이런 말들이 성소수자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나도 항상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며, “우리는 함께다, 우리는 강하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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