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육과 선거와 정치 사이
우리가 선거를 만나는 자세
난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n23podo@gmail.com
김경빈
kkb9905@gmail.com.
목포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배이상헌
광주 중등 교사
chamtear@daum.net
1. 선거를 바꾸는 정치를 바라며
난다
2010년 6월, 처음으로 전국 지방 선거에서 전국 광역단체의 교육감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했다. 지역에 따라선 그 이전에 2010년 6월까지의 임기로 직선 교육감을 선출했던 경우도 있으나, 전국적으로 직선 교육감을 뽑은 선거는 그해가 처음이었다. 그 교육감 선거에 나는 팔자에도 없는 후보로 출마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후보 등록 기탁금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로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로 전국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청소년이 교육의 주인 되는 그날까지”, “못 뽑으니까 나왔다” 등의 표어를 걸고 청소년이 왜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지 질문을 던졌다. 몇 살부터 선거권을 가지는 게 맞느냐고 논하는 것을 넘어서 청소년의 모습과 존재가 선거판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2008년에는 서울에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운동을 했었는데 2010년에는 전국적으로 진행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2014년 6월에 다시 지방 선거가 돌아왔다. 그때 나는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과 “표는 없지만 할 말은 있다”라는 제목으로 경기도 교육감 후보들을 초대하는 토론회를 기획했다. 토론회에서는 청소년들이 바라고 원하는 교육 정책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토론하고자 했다. 당시 교육감 예비 후보 10여 명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표가 없는 청소년들의 초대장이었기 때문인지 참석하겠다고 한 후보는 3명뿐이었다. 최종적으로는 그중 1명이 후보를 사퇴하여 결국 2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암울한 일이건만, 토론회 당일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 행사가 위법한 선거 운동이 될 수 있다며 후보가 참가해서는 안 된다고 그날 그 자리에서 갑자기 통보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청소년은 선거 운동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토론회가 직접적인 선거 운동도 아니고,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결국 원래 기획을 바꾸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표가 없으면 말도 할 수 없구나.
2010년 지방 선거 때 나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20대로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었을 때에 비해 ‘유권자’가 된 나의 처지가 얼마큼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지만, 청소년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후보들은, 정치인들은, 세상은 나의 이야기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돈 없는 20대 여성인 내가 말할 수 있는 자리는 여전히 많지 않다. 청소년운동을 하면서 청소년의 편에 서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면 더욱 좁아진다. 민주주의에서는 선거 날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된다는 비판을 곧잘 듣는다. 그런데 나는 선거할 때도 우리가 주인이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든다.
선거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낼 사람이 뽑히면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실제로 나는 지난해에 서울시 청년 수당에 참여하면서 더 많은 배움의 기회와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좋은 정책’ 덕분에 도움을 받고 있구나 실감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일을 잘하고 좋은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가 있든 없든, 사람들이 좀 더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선거철이든 아니든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 좋은 소리를 하고 선거를 잘하는 것보다, 선거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은 “18세도 충분히 성숙하지”라고 하면서 ‘어른의 기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어른/성인’들만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기준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그래서 어린이도, 청소년도, 다른 사회적 약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를 요구하는 일이다.
2018년 6월 지방 선거에도 다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가 출마한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기획한 활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촛불 집회와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농성 등이 진행된 다음이기 때문에 그 무게는 4년 전과는 또 다르다.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는 “우리를 위해 좋은 후보를 뽑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라는 몸짓이자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2. ‘제도’가 없다는 것
김경빈
나는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어쩌다 보니 본가에서 꽤 먼 곳으로 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내내 경기도 수원에 살다가 전남에 있는 학교에 온 것이다. 딱히 후회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 타지에서 산다는 것은 항상 낯선 일이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유독 낯설었던 것이 있다. 처음에는 막연한 위화감을 느꼈고 그게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두어 번 시내를 돌아다녀 보고서 깨달았다. 길가에 지나다니는 학생·청소년들의 모습이 어쩐지 내가 수원에서 경험했던 것보다도 더 비슷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교복을 입는데, 청소년들은 어느 동네나 다 비슷해 보이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이 ‘낯섦’은 그런 류의 ‘익숙함’이 아니다. 길이 제한 정도야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엇비슷한 머리 모양과 규정에 딱 맞춰진 것 같은 교복을 입은 모습들. 그것들은 특히나 더 ‘낯선’ 것이었다. 그런 낯섦을 인식하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남에 학생인권조례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있는 곳에서는 못 느껴도 없는 곳에서는 느낀다’
물론 내가 쭉 살아왔던, 학생인권조례 제정 8년 차인 경기도의 학교들에도 여전히 용모 규제가 있다. 그러나 이곳처럼 빡빡하고 만연해 있지는 않다. 경기도에도 염색 및 파마 등을 규제하는 학교가 여전히 많다고 는 하지만, 염색과 파마를 포함해 완전한 두발 자유가 이루어진 학교들도 종종 있고 복장에 대한 규제도 그렇게까지 심한 편은 아니다. 당장 거리에 나가면 꽤 다양한 모습을 한 학생·청소년들이 ‘비교적’ 많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외모가 비교적 다양할 수 있는 건 차별, 체벌, 용모 규제 등과 같은 사항을 금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 이전의 경기도는 다른 곳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거기에 맞춰 인식이 바뀌어 가며 그나마 이 정도가 된 것이다. 또,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학생인권옹호관이라는 자리가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났을 때는 이곳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학교에 구제 요청을 하려 해도 바로 그 학교가 곧 인권 침해의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그런 학교나 비교적 문턱이 높은 경찰 외에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학생인권 침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생인권옹호관에 진정을 넣어 도움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일례로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는 체벌을 받은 학생이 그 사안에 대해 신고를 하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모여 제도만이 아니라 학교도 아주 조금씩 바뀌어 갔다. 이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무기. 이런 무기가 있고서야 학교 현장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뀌는데, 하물며 없는 곳은 말할 것도 없다. 제도가 들어 있는 자리는 모를 수 있어도, 없는 곳에서는 이렇게나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학생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은 그런 규정을 만들고 강요하는 학교에 대항할 무기가 턱없이 적어서 그런 것이다.
전남에는 학생인권조례는 없지만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있다. 이 조례는 전라남도뿐만 아니라 목포, 여수와 같은 도 산하의 시에도 제정이 되어 있다.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청소년 및 사용자에게 노동 인권에 대해 교육할 의무를 부과하며, 청소년노동센터를 설립하여 노동자 청소년을 구제하고 노동자가 아닌 청소년에게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조례는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조례 제정 이후 전남권에서는 청소년 대상 노동교육이 나름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조례가 더 실용적으로, 더 현장에 맞게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기상조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교육과 청소년에 관련한 조례는 어디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과 지역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일단 그 지역의 교육감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추진 의사를 밝혀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일이다. ‘학생’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학생인권을 위한 제도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조금 강하게 얘기하자면 의지의 부족이고, 청소년이 ‘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보일 수 있는 태도이다.
전남은 현재 진보 교육감을 표방했던 장만채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장만채 교육감은 2010년 당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비록 몇몇 독소 조항들이 있긴 하지만 2012년에 ‘교육공동체 조례’의 내용을 확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지금은 무산된 상태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막혔다기보다는, 입법 예고를 하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한 뒤로는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18년 현재, 여전히 전남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없다. ‘진보’를 자처하면서 학생인권조례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진보’라고 말할 수 있나?
6.13 지방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5대 공약 중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포함한 전라남도 교육감 후보는 출마자 셋 중 단 한 명도 없다. 학생인권은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늑장과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청소년 참정권이 무산되어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 또한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시민이다. 시민교육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학생의 인권 자체가 보장되지 않고 자유로이 의견을 가지고 표현하는 것도 보장되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시민교육이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소용이 있을까? 청소년이 모두 다를 수 있는 학교를 위해서, 그리고 그러기 위해 싸우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교육감이 필요하다. 전남은 이미 노동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이지 않나. 인권을 위한 제도에 시기상조란 없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학생인권에 관심을 가진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3. 교육감 선거, 교육 시민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는가
배이상헌
2010년, 2014년에 이어 다시 민선 교육감을 선출하는 2018년이다. 진보의 포장지만 씌웠을 뿐, 교육 자치라 이름할 교육 정치는 부재한 채 닫힌 교육 행정의 시대가 여전하다. 광주에서는 ‘광주혁신교육감시민경선추진위원회(시민경선추진위)’가 시민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했다. 참여 후보는 정희곤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 최영태 교수, 이정선 전 광주교대 총장 등 3인이었으며, 8년간 광주의 ‘진보 교육감’으로서 일한 장휘국 후보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선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이정선 후보가 경선에 불참하였고 경선 결과 최영태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었다. 현재 광주 교육감 선거는 장휘국, 이정선, 최영태 세 후보의 경선 상황이다.
본선을 앞두고 시민 경선의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민 경선의 목적은 시민을 대표하는 민주적 후보를 뽑고자 함이다. 시민이 교육 소비자로서 관심을 가지는 수준을 넘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주권을 자각하고 공유하며 약속하는 교육 주체로 진화하는 과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시민 경선이라는 정치적 운동의 연결고리를 통해 자각하는 대중과 실천하는 시민운동체가 후보를 통해 교육 권력 운동의 적극적 주체로 참여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시민 경선을 진행한 시민 사회가 시민의 교육 주권을 드러내고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요성과 대표성을 인정받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졌던가는 의문이 있다.
광주에서는 교육청과 시의회에서는 혁신학교 지정 문제나 예산 운용 잘못으로 인한 손실 문제, 숱한 비정규직 문제, 학교 통폐합 등의 현안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교육 관련 단체들이 시민 사회의 요구로 끌어안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의 80여 개 위원회에는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채 위원으로 위촉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된 최근 회의 소집 일자를 보노라면 1년에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들도 상당하다. 힘들여 쟁취했던 광주 학생인권조례로 설치된 학생인권위원회가 학교 안에서 인권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국면에 무슨 주제로 어떤 회의를 하는지, 어떤 성취를 보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만 한 것이 광주 교육 자치의 현실이다.
시민경선추진위의 모체인 광주교육정책연대는 2017년 11월 초 발족 선언에서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여 후보들이 수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려면 장휘국 교육감의 8년을 세밀히 평가하여 오류와 한계, 앞으로의 목표와 광주 교육의 슬로건을 먼저 밝히는 작업을 우선했어야 한다. 이러한 실사구시적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정책 제안도 구체화할 수 있고 검증도 가능하다. 하지만 엄중한 평가 작업은 뒤로 미룬 채, 아니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광주교육정책연대는 다시 시민경선추진위를 발족하였다.
광주 시민은 결국 장휘국 교육감의 경선 참여 여부를 흥밋거리로 삼는 소비자로 전락하였으며, 지금은 세 명의 교육감 후보의 경합과 정책 아이템들을 막연히 관람하고 소비하는 관객의 처지에 머물러 있다.
시민운동은 후보들에게 그 무엇보다 교육 거버넌스를 가르쳐야 한다. 교육을 행정만이 아닌 행정과 정치의 두 바퀴로 굴러가게 하고 그 위에 학교 현장의 교육 실천가들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민선 교육감 시대 관료 조직의 생색내기와 홍보용 애드벌룬으로 팔리는 시민운동(급기야는 교육감까지)의 흑역사를 벗어나서 광주 교육의 참여와 정치가 활성화되는 진정한 교육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 과정은 시민 경선 과정에서부터 그리고 선거 전후와 교육 권력의 인수 과정, 4년여의 교육감 임기 동안 지속되어야 하고 진화되어야 한다.
교육 주권을 팔아 가며 교육감에 당선된 후에 정작 관료 조직 한가운데서 고립되어 버린 교육감 당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 정치의 항상적 구현자로서 그 정점에서 행정과 정치의 화음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교육 자치의 자신감을 시민 후보와 시민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시민 경선을 성취해야 한다. 시민 경선은 광주 교육 거버넌스의 구체적 대안을 요구하며 또한 스스로가 그 방도를 제시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거버넌스 시스템은 몇몇 전문가들에게 비밀리에 부여되는 권한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다수의 시민과 시민운동가들이 일상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활발히 토론이 진행되는 정치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교육감으로 누가 적임자인가를 묻고 비교하기 전에 시민운동은 시민 후보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여야 한다. 허구적 교육 신화, ‘이미지 몰빵 진보’의 편향과 왜곡 가능성을 예방하고 차단하려면 교육 주체로서 시민의 검증의 칼날이 탁월하고 매서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경선은 후보들의 입씨름 잔치가 될 것이며 교육 주체인 시민이란 그저 신기루일 뿐 사실은 보수적 권력 싸움의 소비자로 팔리기만 할 것이다. 시민 후보의 경선 과정을 통해 차분한 검증을 하여야 하고, 발전 과제 및 목표를 도출하고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광주 교육 시민’의 탄생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집/ 교육과 선거와 정치 사이
우리가 선거를 만나는 자세
난다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n23podo@gmail.com
김경빈
kkb9905@gmail.com.
목포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배이상헌
광주 중등 교사
chamtear@daum.net
1. 선거를 바꾸는 정치를 바라며
난다
2010년 6월, 처음으로 전국 지방 선거에서 전국 광역단체의 교육감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선출했다. 지역에 따라선 그 이전에 2010년 6월까지의 임기로 직선 교육감을 선출했던 경우도 있으나, 전국적으로 직선 교육감을 뽑은 선거는 그해가 처음이었다. 그 교육감 선거에 나는 팔자에도 없는 후보로 출마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수천만 원에 달하는 후보 등록 기탁금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로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로 전국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기호 0번 청소년 후보는 “청소년이 교육의 주인 되는 그날까지”, “못 뽑으니까 나왔다” 등의 표어를 걸고 청소년이 왜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지 질문을 던졌다. 몇 살부터 선거권을 가지는 게 맞느냐고 논하는 것을 넘어서 청소년의 모습과 존재가 선거판에서 사라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2008년에는 서울에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운동을 했었는데 2010년에는 전국적으로 진행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2014년 6월에 다시 지방 선거가 돌아왔다. 그때 나는 함께 활동하던 사람들과 “표는 없지만 할 말은 있다”라는 제목으로 경기도 교육감 후보들을 초대하는 토론회를 기획했다. 토론회에서는 청소년들이 바라고 원하는 교육 정책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토론하고자 했다. 당시 교육감 예비 후보 10여 명에게 초대장을 보냈지만, 표가 없는 청소년들의 초대장이었기 때문인지 참석하겠다고 한 후보는 3명뿐이었다. 최종적으로는 그중 1명이 후보를 사퇴하여 결국 2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암울한 일이건만, 토론회 당일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 행사가 위법한 선거 운동이 될 수 있다며 후보가 참가해서는 안 된다고 그날 그 자리에서 갑자기 통보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은 청소년은 선거 운동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토론회가 직접적인 선거 운동도 아니고,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발언을 하는 것도 금지되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결국 원래 기획을 바꾸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생각했다. 아, 표가 없으면 말도 할 수 없구나.
2010년 지방 선거 때 나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제 나는 20대로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었을 때에 비해 ‘유권자’가 된 나의 처지가 얼마큼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지만, 청소년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후보들은, 정치인들은, 세상은 나의 이야기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돈 없는 20대 여성인 내가 말할 수 있는 자리는 여전히 많지 않다. 청소년운동을 하면서 청소년의 편에 서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면 더욱 좁아진다. 민주주의에서는 선거 날 투표할 때만 주인이 된다는 비판을 곧잘 듣는다. 그런데 나는 선거할 때도 우리가 주인이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든다.
선거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낼 사람이 뽑히면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실제로 나는 지난해에 서울시 청년 수당에 참여하면서 더 많은 배움의 기회와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좋은 정책’ 덕분에 도움을 받고 있구나 실감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일을 잘하고 좋은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만으로는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가 있든 없든, 사람들이 좀 더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선거철이든 아니든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 좋은 소리를 하고 선거를 잘하는 것보다, 선거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외침은 “18세도 충분히 성숙하지”라고 하면서 ‘어른의 기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어른/성인’들만 중요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의 기준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그래서 어린이도, 청소년도, 다른 사회적 약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를 요구하는 일이다.
2018년 6월 지방 선거에도 다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가 출마한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기획한 활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촛불 집회와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농성 등이 진행된 다음이기 때문에 그 무게는 4년 전과는 또 다르다.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는 “우리를 위해 좋은 후보를 뽑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라는 몸짓이자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2. ‘제도’가 없다는 것
김경빈
나는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어쩌다 보니 본가에서 꽤 먼 곳으로 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내내 경기도 수원에 살다가 전남에 있는 학교에 온 것이다. 딱히 후회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 타지에서 산다는 것은 항상 낯선 일이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유독 낯설었던 것이 있다. 처음에는 막연한 위화감을 느꼈고 그게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두어 번 시내를 돌아다녀 보고서 깨달았다. 길가에 지나다니는 학생·청소년들의 모습이 어쩐지 내가 수원에서 경험했던 것보다도 더 비슷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교복을 입는데, 청소년들은 어느 동네나 다 비슷해 보이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이 ‘낯섦’은 그런 류의 ‘익숙함’이 아니다. 길이 제한 정도야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다들 엇비슷한 머리 모양과 규정에 딱 맞춰진 것 같은 교복을 입은 모습들. 그것들은 특히나 더 ‘낯선’ 것이었다. 그런 낯섦을 인식하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남에 학생인권조례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있는 곳에서는 못 느껴도 없는 곳에서는 느낀다’
물론 내가 쭉 살아왔던, 학생인권조례 제정 8년 차인 경기도의 학교들에도 여전히 용모 규제가 있다. 그러나 이곳처럼 빡빡하고 만연해 있지는 않다. 경기도에도 염색 및 파마 등을 규제하는 학교가 여전히 많다고 는 하지만, 염색과 파마를 포함해 완전한 두발 자유가 이루어진 학교들도 종종 있고 복장에 대한 규제도 그렇게까지 심한 편은 아니다. 당장 거리에 나가면 꽤 다양한 모습을 한 학생·청소년들이 ‘비교적’ 많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거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학생들의 외모가 비교적 다양할 수 있는 건 차별, 체벌, 용모 규제 등과 같은 사항을 금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 이전의 경기도는 다른 곳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거기에 맞춰 인식이 바뀌어 가며 그나마 이 정도가 된 것이다. 또,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학생인권옹호관이라는 자리가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일어났을 때는 이곳에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학교에 구제 요청을 하려 해도 바로 그 학교가 곧 인권 침해의 당사자인 경우가 많다. 그런 학교나 비교적 문턱이 높은 경찰 외에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학생인권 침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생인권옹호관에 진정을 넣어 도움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일례로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는 체벌을 받은 학생이 그 사안에 대해 신고를 하자,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모여 제도만이 아니라 학교도 아주 조금씩 바뀌어 갔다. 이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에게 일종의 ‘무기’인 셈이다. 자신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무기. 이런 무기가 있고서야 학교 현장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뀌는데, 하물며 없는 곳은 말할 것도 없다. 제도가 들어 있는 자리는 모를 수 있어도, 없는 곳에서는 이렇게나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학생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는 것은 그런 규정을 만들고 강요하는 학교에 대항할 무기가 턱없이 적어서 그런 것이다.
전남에는 학생인권조례는 없지만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가 있다. 이 조례는 전라남도뿐만 아니라 목포, 여수와 같은 도 산하의 시에도 제정이 되어 있다. 청소년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청소년 및 사용자에게 노동 인권에 대해 교육할 의무를 부과하며, 청소년노동센터를 설립하여 노동자 청소년을 구제하고 노동자가 아닌 청소년에게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이 조례는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조례 제정 이후 전남권에서는 청소년 대상 노동교육이 나름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무용지물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조례가 더 실용적으로, 더 현장에 맞게 적극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기상조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교육과 청소년에 관련한 조례는 어디에서 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과 지역 시민단체가 나서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일단 그 지역의 교육감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추진 의사를 밝혀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일이다. ‘학생’들을 위한다고 하면서 학생인권을 위한 제도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은, 조금 강하게 얘기하자면 의지의 부족이고, 청소년이 ‘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보일 수 있는 태도이다.
전남은 현재 진보 교육감을 표방했던 장만채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장만채 교육감은 2010년 당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비록 몇몇 독소 조항들이 있긴 하지만 2012년에 ‘교육공동체 조례’의 내용을 확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조차도 지금은 무산된 상태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막혔다기보다는, 입법 예고를 하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한 뒤로는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18년 현재, 여전히 전남에는 학생인권조례가 없다. ‘진보’를 자처하면서 학생인권조례 하나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진보’라고 말할 수 있나?
6.13 지방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5대 공약 중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포함한 전라남도 교육감 후보는 출마자 셋 중 단 한 명도 없다. 학생인권은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늑장과 자유한국당 등의 반대로 청소년 참정권이 무산되어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 또한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시민이다. 시민교육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학생의 인권 자체가 보장되지 않고 자유로이 의견을 가지고 표현하는 것도 보장되지 않는데 그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시민교육이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소용이 있을까? 청소년이 모두 다를 수 있는 학교를 위해서, 그리고 그러기 위해 싸우는 청소년들을 위해서라도 학생인권조례를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교육감이 필요하다. 전남은 이미 노동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이지 않나. 인권을 위한 제도에 시기상조란 없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학생인권에 관심을 가진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3. 교육감 선거, 교육 시민을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는가
배이상헌
2010년, 2014년에 이어 다시 민선 교육감을 선출하는 2018년이다. 진보의 포장지만 씌웠을 뿐, 교육 자치라 이름할 교육 정치는 부재한 채 닫힌 교육 행정의 시대가 여전하다. 광주에서는 ‘광주혁신교육감시민경선추진위원회(시민경선추진위)’가 시민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을 진행했다. 참여 후보는 정희곤 전 전교조 광주지부장, 최영태 교수, 이정선 전 광주교대 총장 등 3인이었으며, 8년간 광주의 ‘진보 교육감’으로서 일한 장휘국 후보는 참여하지 않았다. 경선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이정선 후보가 경선에 불참하였고 경선 결과 최영태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되었다. 현재 광주 교육감 선거는 장휘국, 이정선, 최영태 세 후보의 경선 상황이다.
본선을 앞두고 시민 경선의 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민 경선의 목적은 시민을 대표하는 민주적 후보를 뽑고자 함이다. 시민이 교육 소비자로서 관심을 가지는 수준을 넘어서,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주권을 자각하고 공유하며 약속하는 교육 주체로 진화하는 과정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시민 경선이라는 정치적 운동의 연결고리를 통해 자각하는 대중과 실천하는 시민운동체가 후보를 통해 교육 권력 운동의 적극적 주체로 참여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시민 경선을 진행한 시민 사회가 시민의 교육 주권을 드러내고 시민운동의 정치적 중요성과 대표성을 인정받고 실천하려는 의지를 가졌던가는 의문이 있다.
광주에서는 교육청과 시의회에서는 혁신학교 지정 문제나 예산 운용 잘못으로 인한 손실 문제, 숱한 비정규직 문제, 학교 통폐합 등의 현안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교육 관련 단체들이 시민 사회의 요구로 끌어안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의 80여 개 위원회에는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채 위원으로 위촉된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인된 최근 회의 소집 일자를 보노라면 1년에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들도 상당하다. 힘들여 쟁취했던 광주 학생인권조례로 설치된 학생인권위원회가 학교 안에서 인권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국면에 무슨 주제로 어떤 회의를 하는지, 어떤 성취를 보였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만 한 것이 광주 교육 자치의 현실이다.
시민경선추진위의 모체인 광주교육정책연대는 2017년 11월 초 발족 선언에서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여 후보들이 수용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려면 장휘국 교육감의 8년을 세밀히 평가하여 오류와 한계, 앞으로의 목표와 광주 교육의 슬로건을 먼저 밝히는 작업을 우선했어야 한다. 이러한 실사구시적 평가를 바탕으로 해야 정책 제안도 구체화할 수 있고 검증도 가능하다. 하지만 엄중한 평가 작업은 뒤로 미룬 채, 아니 아무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광주교육정책연대는 다시 시민경선추진위를 발족하였다.
광주 시민은 결국 장휘국 교육감의 경선 참여 여부를 흥밋거리로 삼는 소비자로 전락하였으며, 지금은 세 명의 교육감 후보의 경합과 정책 아이템들을 막연히 관람하고 소비하는 관객의 처지에 머물러 있다.
시민운동은 후보들에게 그 무엇보다 교육 거버넌스를 가르쳐야 한다. 교육을 행정만이 아닌 행정과 정치의 두 바퀴로 굴러가게 하고 그 위에 학교 현장의 교육 실천가들의 전문성이 발휘되어야 한다. 민선 교육감 시대 관료 조직의 생색내기와 홍보용 애드벌룬으로 팔리는 시민운동(급기야는 교육감까지)의 흑역사를 벗어나서 광주 교육의 참여와 정치가 활성화되는 진정한 교육 거버넌스 시스템의 형성 과정은 시민 경선 과정에서부터 그리고 선거 전후와 교육 권력의 인수 과정, 4년여의 교육감 임기 동안 지속되어야 하고 진화되어야 한다.
교육 주권을 팔아 가며 교육감에 당선된 후에 정작 관료 조직 한가운데서 고립되어 버린 교육감 당선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 정치의 항상적 구현자로서 그 정점에서 행정과 정치의 화음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교육 자치의 자신감을 시민 후보와 시민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시민 경선을 성취해야 한다. 시민 경선은 광주 교육 거버넌스의 구체적 대안을 요구하며 또한 스스로가 그 방도를 제시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거버넌스 시스템은 몇몇 전문가들에게 비밀리에 부여되는 권한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다수의 시민과 시민운동가들이 일상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활발히 토론이 진행되는 정치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교육감으로 누가 적임자인가를 묻고 비교하기 전에 시민운동은 시민 후보를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여야 한다. 허구적 교육 신화, ‘이미지 몰빵 진보’의 편향과 왜곡 가능성을 예방하고 차단하려면 교육 주체로서 시민의 검증의 칼날이 탁월하고 매서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 경선은 후보들의 입씨름 잔치가 될 것이며 교육 주체인 시민이란 그저 신기루일 뿐 사실은 보수적 권력 싸움의 소비자로 팔리기만 할 것이다. 시민 후보의 경선 과정을 통해 차분한 검증을 하여야 하고, 발전 과제 및 목표를 도출하고 정치적으로 합의하는 ‘광주 교육 시민’의 탄생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