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특집]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 (정용주)

2020-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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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포스트 코로나 교육’이 아닌 ‘지금 코로나 교육’

-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코로나19 시대의 교육 사례


정용주

edcom234@gmail.com

본지 편집자문위원, 초등 교사


4년 만의 학교 복귀, 프로젝트 수업을 고민하다


4년 만의 복귀다.

2020년 2월, 나는 교육청, 교육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기획단 등 3년간의 파견 생활을 마감하고 학교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복귀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다소 들떠 있었다. 교사로서 삶 자체를 민주시민교육 프로젝트의 확장과 변주라는 주제로 진행해 온 나는, 3년여의 시간 동안 교실을 떠나 관찰자의 시선으로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수업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것들을 점검하며 3월 2일을 기다렸다.



학교 폐쇄, 장기 비상 상황의 지속


2020년 3월 2일, 새 학기는 시작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학교는 사실상 폐쇄되었다. 이제 학교 등교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금방 끝날 것 같던 상황이 2차, 3차에 걸친 개학 연기로 이어지면서 4월을 맞았다. 그렇게 학생들이 없는 학교의 봄이 계속되었다. “여러분의 입학을 축하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만이 교문 앞을 지키며 언제 등교할지 모르는 학생들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게 되자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이제 학생들은 반 친구들의 이름도 모른 채 아침이 되면 스마트 기기를 열고 온라인으로 등교해 “출석했어요!”라는 댓글을 달거나 온라인 대면 프로그램을 통해 출석을 확인하고 각자의 공간에서 수업에 참여한다. 여름 방학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금까지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는 장기 비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길 기다리면서.


등교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교사들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과거 컴퓨터가 교실에 처음 도입되던 시기에 나이 든 교사들이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교사가 된 것이지 컴퓨터를 배우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탄했다는 상황과 비교할 때 지금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코로나19 이전의 미래 교육 담론은 학습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공간인 전통적 교실에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전통적 학교와 교실의 교육적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 디지털 공간이 학교와 교실의 학습 기능을 완전히 대체했다. 지금의 변화가 패러다임의 변화인 이유다.


수업은 학교에 등교해서 이루어진다는 근대적 공교육 제도의 대전제가 붕괴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라는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과거에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교실 없는 시대’가 갑자기 도래했고,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 학교교육의 지루함에 대한 공격을 가속화하면서 학교와 교실의 존재 이유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진짜 21세기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발가벗겨 버린 존재들


사례 회의가 열렸다.

우리 학교는 교육복지우선지원학교다. 담임 교사와 지역 사회 전문가가 참여해서 위기 학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어떻게 지원할지에 대해 논의하는 사례 회의가 주기적으로 열린다. 사례 회의에서 학생의 상태, 가족 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데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학습 부진이나 빈곤을 넘어서서 다차원적인 배제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다문화, 차상위 계층, 장애를 가진 부모, 다자녀 등의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가정에서 성장과 발달을 위한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로서 책임감이 없고 담임에게 불친절하며, 가족 구성원에게 폭력도 행사한다. 가난한데 폭력적이기까지 하다며 착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 〈기생충〉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다. “친절해서 돈이 많은 것이 아니라 돈이 많아서 친절한 것이다.”


사례 회의를 통해 확인되는 것은 학습 부진은 학습 결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보충 수업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상담사, 담임 교사, 학습 부진 강사, 지역 사회 전문가 등이 협력하여 종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족 중에 직장을 잃은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가족 중 출근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야 말로 ‘호모 사케르’가 된 존재들이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방역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이들을 예외 상황으로 내몰고 있고, 그들은 정치적 삶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없는 존재들이다.


K-방역이 세계적 찬사를 받고 있을 때 이들은 더욱더 복합적 위험 상태로 빠져들었다.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비유했던 ‘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라는 유명한 문장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은 민주적이지 않고 위계적으로 배분되었다. 3루에서 태어난 학생에게 지금의 상황은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시기이지만 자기 힘으로 3루까지 가야 하는 학생에게 지금은 위기 그 자체다. 기회는 부유층에 쌓이고, 위험은 하층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만들어 내는 불평등은 온라인 학습을 하면서 심화되었다. 학교에서 학습 격차는 온라인 학습에서 디지털 격차로, 그리고 비대면 격차로 심화되었다. 더 큰 문제는, 그동안의 학교교육은 출신 배경에 관계없이 학교 교문을 통과하는 순간 모두가 평등한 존재로서 공교육 제도의 혜택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머물며 ‘거실 교육’의 단계로 후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중·고의 기본 교육 단계가 부모의 배경에 따라 결정되는 공교육 제도화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는 학년에서 최저선을 사수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사례 회의를 통해 공유된, 집안에서 지원이 불가능한 학생들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직접 학교로 불러 배움을 지원하기로 학년에서 결정을 했다. 방역 수칙에 어긋나지만, 우리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가 나에게 던진 질문


3년 동안 미래 교육과 관련한 강의를 자주 다녔다. 주로 4차 산업 혁명에 경도된 미래 교육 담론을 비판해 왔지만 기술을 인간으로부터 분리해 접근하는 방식에도 비판적이었다. 기술은 인간과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인간과 연결되어 삶의 형식을 이룬다. 그리고 삶의 형식은 형성되고 있는 사회 제도의 일부이다. 세탁기와 식기 세척기가 단순히 삶을 편리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삶의 형식을 만들어 낸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전면화되는 것에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생각을 현실에서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만간 끝나겠지’ 하는 생각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나 e학습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유튜브를 검색하여 좋은 콘텐츠를 링크해 준다던지, 직접 목소리를 넣어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공하는 데 만족했다. 그러던 중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용주야! 너 수업 어떻게 하고 있니?”

 “나? 기존의 콘텐츠 그대로 쓰기도 하고, 직접 만들기도 하고…….”

 “직접 만들든, 좋은 콘텐츠를 링크시키든 그것은 학습을 위한 전제이지 학습 그 자체는 아니지 않니?”

 “……”

 “나는 모스 부호만 보낼 수 있어도 교사는 학생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습 결손이 눈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학습 결손과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만 해서 뭐 하니? 최저선이라도 막아야 하지 않겠니?”

 “부끄럽다.”

 “부끄럽다는 말은 할 필요 없다. 그냥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는 거야.”


머리가 아팠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을 하고 싶었다. 방향을 고민했다. 우선 급한 것이 학급을 세우는 것, 그리고 콘텐츠를 통해 내가 학생들과 수업을 하는 것, 계획했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디지털 원주민인 학생들과 민주적 소통을 시작하는 것……. 여러 가지를 떠올렸다.


다음 날, 기존의 학습 안내 플랫폼이 아닌 학급을 세우기 위한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여 실시간 수업에 대해 학교 관계자에게 물었다.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가능하겠어요?”

이 말은 “모스 부호만 보낼 수 있어도 교육은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말보다 더 정신이 번쩍 나게 했다.


당장,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제공하는 가입 인증 코드를 안내하고 가입시켜 학급 플랫폼으로 초대했다. 아이디 생성을 못 하는 학생은 가입을 대신해 주거나 학교에서 약속을 잡고 가입을 도와주었다. 그도 어려우면 학교나 집 인근에서 만나 가입을 도와주고 개별적으로 화상 채팅을 하여 실시간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그렇게 2주가 흘렀고 모두 가입을 했다. 가입과 동시에 학생들이 어떤 기기로 어떤 환경에서 접속하는지 조사했다. 자기 방이 없는 경우,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경우 등 접속 환경을 알아야 지원과 수업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서 여유가 있는 태블릿 PC를 대여해 주는 방안을 계획했고, 학생들의 심리 등을 고려하여 학습 방향에 대한 합의를 해 나갔다. 실시간 수업에서 화상을 공개하는 것은 선택으로 하고 오디오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그렇게 세 달이 지났다. 콘텐츠를 넘어 플랫폼으로 옮겨 오면서 나는 오프라인 수업을 플랫폼에서 얼마만큼 지속할 수 있는지, 가능성은 무엇이고 장애는 무엇인지 점검해 나갔다. 영상 콘텐츠 제공을 넘어 읽을거리, 볼거리, 토론 과제를 적절히 결합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개방, 공유, 연결, 협력 등의 실천을 수업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르침에서 스스로 배움으로, 자기 생존에서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유지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지식이 아닌 학생들과 공동으로 생산하는 지식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에서 다양한 지식을 연결하는 것으로,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공동으로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해 가며 공감하고 협력 하는 훈련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생산하는 과정이 플랫폼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설계를 해 나갔다.


우리는 매일 아침 9시에 모여 함께 읽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리고 기후 위기 프로젝트, 차별과 혐오를 주제로 한 사회 현안 프로젝트,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 디베이트, 학급 문집 만들기 프로젝트, 온라인 생일 파티 등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업, 팀별 공동 과제, 모둠 활동과 같은 것들은 오프라인 수업과 비교해 온라인상에서도 별 장애 없이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대면 상황에서보다 비대면 상황에서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민주적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고 그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하면서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의 사용법을 익히면서 프로젝트 학습, 모둠 활동, 다양한 개별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대체가 안 되는 점은 접촉을 통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음악·미술·체육과 같은 만들고, 표현하고, 서로 협력하여 행동하는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블랙 스완형’ 위기에서 ‘회색 코뿔소형’ 위기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교육을 전망할 때 ‘코로나19 대유행을 인류에게 닥친 돌발형 위기로 볼 것인가, 구조적 위기로 볼 것인가?’ 하는 관점의 차이로 전혀 다른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 어느 수준에서 문제를 조망 하는지에 따라 위기는 돌발적이기도 하고 구조적이기도 하다.


나는 처음에는 코로나19는 ‘블랙 스완’과 같은 돌발형 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블랙 스완형 위기가 아닌 ‘회색 코뿔소’형 위기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는 17세기 한 생태학자가 호주에 살고 있는 흑조를 발견하면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이후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게 될 때를 의미하는 것이 되었다. 이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블랙 스완에 비유하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회색 코뿔소’는 블랙 스완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이사 미셀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블랙 스완이 갑자기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면 회색 코뿔소는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위험을 이야기할 때 사용된다. 다시 말해 어떤 현상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져 있는 위험 요인들이 빠르게 나타나서 계속되는 경고를 하지만 이러한 위험 신호를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비유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호수에 갑자기 출현한 흑조처럼, 일어나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돌발형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블랙 스완형보다는 회색 코뿔소형 위기에 가깝다. 회색 코뿔소는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저 멀리서 코뿔소가 달려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대처 방법을 알지 못해 회색 코뿔소의 존재를 부인해 버렸다.


코로나19 상황을 돌발형 위기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본다면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과제를 고민해야 한다.


과제 1. 어떻게 기후 위기를 전면화하고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시작할 것인가?

과제 2. 어떻게 교육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기술을 추구할 것인가?


이 두 과제는 매우 이율배반적이지만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과제이다. 이러한 매우 이질적인 ‘생태’와 ‘디지털’의 결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한 한국판 뉴딜 대국민 보고에서 정책으로 제시된 ‘그린 스마트 스쿨’이라는 조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생태적이며 디지털적인 학교로서 그린 스마트 스쿨. 이것은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내가 핵심으로 두는 과제이다.


기후 위기를 전면화하고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하지만 나는 우선 교육과정 안에서 생각과 행동의 전환을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먼저 생각의 전환은 그동안 기후·환경 교육이 단편적, 단절적으로 기후와 환경 문제에 접근하였다면 이제는 하나의 우산 아래 통합해 접근하며 시너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후 위기를 순수하게 기후만의 문제로 보는 것을 넘어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며 종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행동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한 당사자이자 배움의 주체로서 행동하고 변화의 에너지가 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디자인되어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 과제는 교육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기술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온라인 교육에 접근할 때 디지털 기기를 보급하고 어디에서든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형성 과정에 있는 새로운 교육 제도의 일부이다. 다시 말해 기술의 도입은 가치 중립적이지 않으며, 기술의 도입에는 ‘기술을 통해 어떤 교육을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새로운 기술이 디지털 협업 능력을 높이고, 민주적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적 형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또한 혁신학교가 실천해 온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 수업과 협력 학습,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 등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확장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공공성이 확장되는 방향성을 갖는 것이다. 이제까지 공교육 모델은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 그래서 교문을 들어서면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평등한 개인으로서 학습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 공공성의 개념은 가정 학습에서의 공공성의 추구로 확장되어야 한다. ‘학교에 등교하면’을 전제로 한 각종 지원도 확장된 교육 공공성의 개념에 맞게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교육 공공성이 가정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문제는 OECD에서 이미 지적한 것처럼 “학생의 학습 지속성에 대한 문제”, “학생의 독립적 학업에 대한 스킬 부족에 대한 지원”, “학생의 정신적 건강”, “디지털 수업과 비디지털 수업의 균형”, “재택 학습을 도와 주는 학부모의 존재 여부” 등이다. 이러한 것들이 고려되지 못하면 온라인 수업은 교육을 가정과 학원으로 외주화하는 것이 되고 만다.


실제로 학생들이 등교 수업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학교는 교과 진도를 나가는 기능만 남았고 이러한 기능은 충분히 대체 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 내가 플랫폼에서 학급을 세우고 다양한 소통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게 된 것, 그리고 학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화상을 통해 개별적으로 학습 상황을 진단하는 것도 이러한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회색 코뿔소가 이미 우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이 회색 코뿔소가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고민해 본다. 지금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 완전 등교 수업이 이루어지고 온라인 수업은 사라지고 모든 것이 정상화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또다시 회색 코뿔소의 공격을 받고 같은 방식을 반복할 것인가? ‘어떻게 다음 회색 코뿔소와 대면할 것인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아닌 ‘지금’ 코로나19를 대하는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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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