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에세이] 취업 준비 속의 차별 (담)

에세이


취업 준비 속의 차별
특성화고에서 학생에게 준비시키는 것 

 


asunaro@asunaro.or.kr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회원입니다.
처음에는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교사의 불합리한 태도에 대해 고민하다,
지금은 청소년이 받는 차별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게으른 사람이지만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싶습니다.



※ 2017년 12월 발간 예정인 《걸 페미니즘》(가제) 중 진로·직업교육의 문제에 관해 함께 읽을 만한 글을 게재합니다.

 

특성화고에 들어갔다


특성화고에 들어간다는 건, 나에겐 별거 아닌 일이었다. 사실 원래는 고등학교에 다닐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 의견은 보란 듯이 뭉개졌고 엄마와 담임 교사의 승인과 서명으로 특성화고에 들어가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특성화고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몰랐다. 인문계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뭘 하는 학교인지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이 학교에 자기가 희망해서 온 학생은 소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은 성적이 높아 인문계고나 특목고에 들어간 우수생들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사회의 서열 속에서 이미 한 단계 아래로 밀려나 있었다.


  학교의 출입문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게시판이 있다. 그 게시판에는 교복 차림의 학생이 서 있는 모습과 고개를 숙인 모습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사진 옆에는 ‘올바른 자세’로서 다리 그리고 발 사이의 각도까지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취업을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와 모습을 숙지하라는 무언의 압박감, 그리고 중압감까지 느껴졌다. 그게 특성화고에 들어간 후 내가 받은 첫 인상이었다.


특성화고에 들어가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자퇴하라는 소리였던 것 같다. 학교에 맞출 자신 없으면 자퇴하라는 학생 주임의 입버릇 아래, 정말 자퇴하려는 학생들이 늘어 갔고 담임 교사들은 학생들을 만류하느라 진땀을 뺐다. 첫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 가 여러 명이 자퇴를 했고 남은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해 갔다. 그리고 학교가 남은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는 더 높아졌다. 바로 상담과 자격증 관리를 시작했고, 취직을 위한 방과 후 교실이 개설되었다. 성적이 괜찮은 학생들을 뽑아서 교육청에서 방과 후 교실 수업료를 지원해 주었는데, 만약 취업을 안 하고 대학에 가면 지원받은 수업료를 전액(약 90만 원대)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취직을 위해서는 단정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니 학생의 본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되지도 않는 규정을 강요했다. 학교는 항상 취업을 들먹이며 학생들을 조였고, 다른 길이 없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취업 소개나 평가에 관해 많은 권한을 쥔 교사들의 눈에 잘 들어야 했다. 눈 밖에 나 버린 학생들은 결국 취직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학생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어도 말 한마디 못 꺼냈다. 심지어 학교 안에서 왕따가 일어나도 그것 때문에 사회생활에 부적합하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침묵하는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여학생들에게는 자격증이나 기술 말고도 외모가 취직을 위해 아주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학교를 홍보하는 영상은 외모에서 순위권에 있다고 하는 학생들을 데려가 찍었다. 학생들이 반대 의사를 말해도 절대 반영되지 않았다. 처음에 학교에서는 피부에 트러블이 나지 않기 위해서라며 학생들의 화장을 금지했다. 그러다 2학년이 되자 담임 교사가 체중 관리와 화장법, 그리고 면접 시 해야 할 머리 스타일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외모에 신경 쓰라고 재촉했고, 화장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화장을 강요했다. 그런 일들에 적응되지 않은 학생들이 힘들어할 때면, 취직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힘들 텐데 어떻게 버틸 거냐며 압박을 주거나 다른 학생들 모두 하는 일이라며 그들을 유별나고 못난 학생으로 치부해 버리고는 했다. 학교에서 체중을 철저히 체크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체중이 늘거나 하면 교사의 눈치를 보게 됐다. 교사들은 수업이 일찍 끝나고 시간이 나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하면 더 예뻐 보인다거나, 어느 화장품을 써야 할 것 같다거나. 심지어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한 스타일을 강요하는 교사도 있었다. 급식을 먹고 난 후 매점에 다녀오는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간식을 먹으니 살이 찐다는 등 체형 관리에 신경 쓰라는 압박을 가하는 게 일상적이었다.


학교의 그런 관행이 잘못됐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신의 외모를 사회에서 정해진 이미지에 끼워 맞춰 가는 방식도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단 한 차례도 내 외모를 지적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없다. 무서웠던 것 같다. 정말 나만 못하는 것 같았고, 다른 학생들이 다 취업을 나갔을 때 반에 혼자 남게 될 내 모습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조용하게 살다 보니 3학년이 되었고, 난 취업을 포기했다. 나한테는 자격증 같은 건 없었고, 건강이 안 좋아져서 아프기 시작하면서 조퇴와 결석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취업 순위에서 밀려나게 됐다.


열심히 준비한 친구들이라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3학년이 되고 취업처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힘들어졌다. 계속되는 면접에, 바꾸어 써야 하는 자기소개서에, 그리고 면접을 보고 떨어졌다는 통지에 여러 명에게 우울증까지 왔다. 친구들은 화장법이 잘못됐는지 헤어스타일이 이상했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바꿔 가면서 면접을 봤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1학년 때부터 담임 교사들이 해 온 그 모든 외모 지적을 그대로 따랐지만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울었고, 면접을 보기 위해 20만 원이 넘는 구두를 사서 신고 새 신발에 발이 적응하지 못해서 뒤꿈치가 까져도 웃어야 했다. 면접 시에는 반드시 치마를 입어야 하고 머리는 단정하게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전부 외워 버렸다. 지난 2년 하고도 반년 동안 우리는 취업을 위한 이상적인 외모를 만들어 왔다.


사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취업도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는 잘 가지 못한다. 결국에는 거의 학교 취업부에서 결정해 주는 곳으로 설득되어 취직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실질적으로는 취업부 담당 교사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취직하고 졸업한 사람들은 그렇게 설득되어 들어간 곳에서 일을 해도 얼마 가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게 되었다며, 괜히 바꿨다고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취업부로부터 여성이라서 체력이 부족하니 생산직으로 취직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듣고 바꿨다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절반 이상이 오래 일하지 못하고 금방 나와 버리는 상황을 다들 알지만,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도 생산직이나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곳을 희망해 이력서를 넣으면 어김없이 취업부에서 콜이 온다. 그리고 학생이 포기할 때까지, 그 일을 과연 할 수 있겠냐며 일방적으로 연설을 늘어놓는다. 언제는 생산직이 좋은 취업처라고 말해 놓고서는 실제로 취업을 할 때는 학교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대기업 쪽으로만 돌리려고 하고 여학생이 잘 뽑힐 것 같은 취업처를 미리 정해 두고 이야기한다.



학교로 전달되는 사회의 기준들


학교에 다니며 참 여러 일들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학교에 들어왔고, 자퇴도 안 하고서는 이젠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 건물의 층마다 걸려 있는 성폭력·성폭행 예방 방법들에는 오로지 여성이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 담임 교사와 취업 부장은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로 학생을 바꾸는 것이 일이다. 학생들은 행여 체중이 늘어날까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질까 걱정하며 산다.


특성화고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일자리를 구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회와 기업들이 갖고 있는 성별과 외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들이 더 노골적으로 다가온다. 여학생이 취업할 수 있는 직업의 목록은 애초에 제한되어 있고 직업 자체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되어 있다. ‘단정하고도 여성스러운 외모’의 여학생이 되어야만 기업으로부터 더 뽑힐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업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권리를 주장하는 학생들은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고 학교는 이런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학생들에게 이를 전달하고 학생들을 순응시키는 데 급급하다. 취업률과 대기업 취업 ‘실적’으로 평가받는 학교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다. 모두 학생들 개인이 감당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될 뿐이다.


이런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끼지만, 딱히 어떻게 해야겠다는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니다. 사회가 이토록 차별적이니, 단지 한 명의 여학생인 나는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게다가 특성화고에 오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 좁아진 것만 같다. 지금도 나와 취업은 너무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학생들의 생각이나 진로는 바뀔 수도 있는 건데, 특성화고는 취업이라는 레일 위로 학생들을 끌고 들어와서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반대로 인문계는 더 좋은 대학교에 보내기에 급급하고 더 좋은 대학 진학 외엔 삶의 방식이 없는 듯이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 진학 외의 길을 선택하고 일찍 경제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는 특성화고와 직업교육의 취지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오직 그것으로만 제한을 하고 또 취업을 위해서라며 학생들에게 각종 차별적 기준을 아무런 비판 없이 들이대고 틀에 맞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옳은 것일 수는 없다. 나는 특성화고 학생으로서 많은 것을 강요받았고 또한 자유롭지 못한 점도 많았다. 학교 입장에서는 어쨌건 취업을 시켜야 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학교만이 아니라 노동 시장이, 기업이, 사회가 바뀌어야만 될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진로·직업교육이나 취업 준비라는 고리를 통해 학교까지 노골적으로 전달되는 많은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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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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