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호[기획] 코로나19가 남긴 교육의 과제 |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 문제와 지원 방안 | 이대식

2024-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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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19가 남긴 교육의 과제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 문제와 지원 방안



이대식

leeds@ginue.ac.kr

경인교대 특수교육학과




코로나19의 영향


‘불안, 우울, 외로움, 분노 및 감정 조절에의 어려움, 집중력 저하……’ 

이는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사회·정서 측면에 끼친 영향에 대한 각종 언론 보도와 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그동안 많은 언론과 국내외 연구 보고서들이 전한 코로나19가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들을 열거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김유리, 2021; 안해정·최예슬, 2023; 이근남 외, 2021).


•교우 간 관계는 물론 선생님과 기타 사회 구성원들과의 대면/대인 관계 급속히 감소

•불안·우울·스트레스 등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경험

•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워하는 등 심리·정서적 문제 경험

•공동체 의식과 배려, 공감 능력 부족

•타인 및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

•감소된 대인 관계로 인해 정신 건강, 스트레스 등 심리·정서적 어려움 증가하고 자아존중감, 주관적 행복감, 성취 동기 등 긍정적 심리·정서 감소


코로나19 팬데믹은 종결되었지만,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체감하는 학생들의 사회·정서 측면의 문제는 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연구(안해정·최예슬, 2023)에 따르면, 응답한 교사들의 95% 이상이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집중력이 저하되었다고 인식하였고, 충동·감정 조절이 안 되거나 학습에 무기력한 학생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교사도 90%가 넘었다(아래 표 참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충동·감정 조절이 안 되는 학생의 교육에 교사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영향의 이해


사실, 앞서 언급한 코로나19의 영향은 굳이 거창한 연구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다. 그렇다고 대면/대인 관계의 빈도나 양의 감소 때문에 아이들이 사회·정서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다.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대면(face-to-face) 상호작용 기회 상실이나 제한이 구체적으로 어느 측면에 어떻게 작용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 대면 상호작용 지속 시간의 감소는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 기회의 제한을 초래하고, 이는 곧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의 발달을 저해한다. 학교는 교과를 배우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사회·정서적 능력과 관계를 형성하고 학습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학교에서의 대면 상호작용은 의사소통의 다양한 요소를 경험하고 익히며 그에 반응할 능력을 발달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우선 사람 간 의사소통과 대면 상호작용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동원된다. 가장 보편적인 상호작용 요소는 말을 통한 의사소통이다. 그런데 말에는 억양, 말의 길고 짧음, 말의 세기 등 의사소통을 지원, 보조하는 요소가 많이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비언어적 의사소통 요소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이나 다양한 상황에서 의사소통을 할 때 말 이외에 몸짓, 표정, 시선 등 다양한 요소를 동원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상대방에게 반응하곤 한다. 

물론 비대면 상황에서도 이러한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 요소를 어느 정도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직접 대면하여 말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경우보다는 그 경험의 폭과 깊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제한은 이미 의사소통 경험을 많이 한 성인들에게는 일시적인 비대면 상황이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창 사회·정서적으로 발달해야 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 하는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아이들이 대면 상호작용 대신 가정에서 혼자 스마트 기기, 컴퓨터 등을 이용한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이 급속히 늘어날 경우 이는 주변 사람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의 특징, 요구, 상황에 반응하는 연습을 하고 이를 익힐 기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그 기간과 정도가 증가할수록 아이들이 주변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의 발달은 제한될 것이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욕구나 이익 추구 성향은 그대로일 경우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은 잦은 분노와 충동적 행동 표출, 상대에 대한 공격적 성향 증가,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규정과 질서 무시 등이다. 가족이나 이웃, 친구, 기타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주변 사람에 대한 무관심의 정도가 커진다면 결국에는 서로 간에 극단적인 사적 이익 추구와 그를 위한 다툼만 있을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가 가더라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많고 자신의 피해가 아니면 타인의 어려움이나 곤란한 상황에 공감하는 정도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다양한 구성원들로 구성된 공동체의 유지와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사회·정서 발달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향으로 필자는 세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대면 상호작용 요소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점에서 단순하게 스마트 기기 사용을 무조건 제한하고 다시 이전처럼 대면 활동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시대 흐름상 맞지도 않다. 다만 확보된 활동 범위 내에서 대면 상호작용 요소를 최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둘째는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을 이해하는 방법과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게 해야 한다. 셋째는 학업과 사회·정서 발달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학업에서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한 개별 맞춤형 교수-학습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방향을 반영한 지원 방안으로 제안하고 싶은 사항은 다음과 같다. 


학생 개인의 특징과 요구에 반응하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자!

아이들의 사회·정서 발달을 촉진하려면 먼저 학교 문화는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집단이 아닌 구성원 각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마침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중요한 강조 사항 중 하나도 개인 맞춤형 교육 제공이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교가 자신을 하나의 고유한 개체로 인정해 준다는 것을 체험할 때 비로소 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불안과 고립감에서 벗어나 심리·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컨대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 학령기 초기부터 각 학생이 학습이나 대인 관계 형성 및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과 요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맞춤형으로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투입해야 한다. 많은 경우 학습과 사회·정서 발달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학습에서의 실패나 어려움은 곧 사회·정서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학생이 난독, 난산, 경계선 지능, ADHD 등으로 인해 학습과 대인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조기에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일이 학교에서 늘상 있는 자연스러운 활동처럼 여겨지고 수용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모든 평가는 특정 수준이나 점수에 몇 명이나 도달했느냐가 아니라 학생 각자가 시작점 대비 어느 정도나 양적 및 질적으로 성장했는지를 중시하는 쪽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이미 성장 중심 평가 방식이 각 학교 현장에서 도입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부분적인 적용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보다 혁신적이고 전면적으로 교육과정 운영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을 아는 방법과 기술을 서로 가르치고 배우게 하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타인과의 적절한 관계 맺음을 통해 자아존중감과 정서 조절 및 타인 이해 능력이 발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정서 측면의 문제는 결국 대인 관계의 양과 질의 미흡에서 비롯되었고, 대인 관계의 핵심은 주변의 사람을 잘 이해하는 데 있다. 브룩스는 《사람을 안다는 것》에서 우리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기술과 성향을 길러 내는 데 실패했고, 그 결과 서로 간에 단절과 고립, 잔인함이 허용되는 문화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을 깊이 아는 것’ 자체가 타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관심을 기울이는 일종의 도덕적 행위이다. 

그동안 학교는 교과 내용을 전달하고 익히는 것에 비해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방법과 기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낮게 인식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학생은 또래와 선생님과 가족을, 교사는 동료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를, 학부모는 자녀와 교사를 바르게 이해하는 방법을 서로 가르치고 익혀야 한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 브룩스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들에는 다른 사람을 적절하게 대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 방법,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 적절하게 대화하는 방법, 질문을 적절하게 하는 방법, 상대방의 에너지를 읽는 방법, 주변의 까다로운 사람과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으면서 대화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어려움에 공감하는 방법 등이 있었다. 물론 브룩스가 제시한 방법이 각 상황에서 각자에게 효과적일지 아닐지는 경험적으로 검증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잘 아는 방법을 익히고 가르치는 일을 보다 중요시하고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학교 안팎으로 대면 상호작용 요소를 극대화하자!

대면 활동, 대면적 상호작용은 비대면 상호작용보다 서로 간의 감정 확인과 교류, 공감, 이해 촉진에 훨씬 더 유리하다. 그렇다고 갑자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확보된 대면적 상호작용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대면 상호작용 요소를 늘리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정규 수업 시간 외 방과 후 활동, 학교 체육 활동, 봉사 활동, 현장 견학 활동, 체험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의 빈도와 시간을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개인적인 여가 활동 시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공적인 교육과정 운영 기간 동안에는 수업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연습을 하고 대안적 활동을 권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정 시간대 혹은 특정 요일을 지정하여 스마트 기기 사용 대신 대면적인 요소가 포함된 활동을 해 보게 하는 캠페인 같은 것을 적극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스마트 기기 사용 패턴을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는 장치나 여건을 마련해 주어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부모 역할에 대한 인식과 확산 노력이 필요하다. 학부모는 자녀들과 개방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자녀들에게 학업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나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자녀,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할 때가 있음을 이해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거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나 미술 등 창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나가는 글


학생의 사회·정서 발달 측면에서 코로나19의 본질은 한마디로 관계의 양과 질의 저하였다. 그로 인한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미흡, 학생 각자가 느끼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불안과 위기의식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 각자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 그중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필요로 한다. 특히 한창 사회·정서적 능력이 발달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의 양과 질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학생 개인보다는 국가, 학교, 학급, 나아가 학업 성취 수준별 집단 차원의 교육 성과에 초점을 맞추느라 상대적으로 학생 개개인의 교육적 성장과 상호작용 욕구에는 소홀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개인 간 상호작용과 관계가 풍부하고 건강해야 그 구성원들이 살아가는 공동체 또한 그러할 것이다. 서로를 잘 아는 것을 중시하고, 관계 회복을 지원하며, 학생 개인의 교육적 성장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교육 시스템은 해당 개인은 물론, 바로 우리가 살아갈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안해정·최예슬(2023), ‘코로나19 시기 학생의 심리정서 실태 분석’, 〈KEDI Brief〉, 2023년 8호, 한국교육개발원,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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