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대학, 유학생, 돈벌이
이주배경 학생 인권 침해 사건이 대학에 던지는 질문
- 한신대 안에서 목소리 내면서 겪고 느낀 것
문성웅
hhc7201@gmail.com
한신대 재학생,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대응 학생모임
2023년 11월 27일, 한신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 시켰다. 사건은 12월 12일에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대학 본부는 행정상 실수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의 유학 비자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차기 유학생 모집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강제로 출국시킨 것이었다.
대학 본부는 언론 보도 이후에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피해 학생들에 대한 악의적인 2차 가해성 소문도 방치하다가,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자 그제서야 총장 명의 사과문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피해 회복을 약속했다.
벌써 최초 보도 이후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대략적인 사건의 개요는 이미 많은 부분이 언론의 후속 보도를 통해 다뤄졌다. 현재 한신대 학내에서는 학생들의 주도로 인권센터를 통한 진상 규명 절차를 밟고 있다.
재정 충당을 위한 유학생 유치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대학 수는 그대로인데 학령 인구는 줄어드니 많은 대학이 학생을 채우지 못해 ‘망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대학교육이 새로운 수요자들을 찾는다 할지라도 20~30여 년 전 우후죽순 생겨났던 사립 대학들 중 상당수는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문을 닫게 되는 과정은 꽃이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순리라기보다는, 정부의 대학 평가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대학을 저울질하고 탈락시키는 구조 조정에 가깝다. 이번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또한 구조 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방 사립 대학들의 발버둥과 무관치 않다. 어쩌면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과 기업화 속에서 ‘망하느니만 못한’ 대학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구조 조정의 과정에서 한신대와 같은 지방 사립 대학들은 학생 수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어학당 과정을 만드는 등 외국인 유학생(이주배경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그리고 이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을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유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 불거진 데서 알 수 있듯,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의 재정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학생을 대학 재정 마련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 외국인 유학생뿐만이 아닌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인 학생이 대학 시장의 소비자로 취급된다면 외국인 유학생은 관리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 차이점은 결국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서 비롯된다. 대학 본부가 별 문제의식 없이 이들을 강제 출국 시키자는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비영어권 발전 도상국에서 온, 한국 사회가 승인하지 않는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이들을 차별해 왔기 때문이다.
강제 출국을 가능케 한 분리와 혐오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이주배경 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대학 본부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가령 언론 보도 이후 학내에선 피해 학생들을 향해 외국인 혐오 정서에 기댄 악의적인 2차 가해성 소문이 돌았었다. 그런데 이런 소문이 단순히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안에만 머물지 않고 퍼지면서, 대학 본부 규탄 연서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하는 학생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잠시나마 피해 학생들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주요한 여론이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 대응 초기 대학 본부 규탄 연서명을 제안하고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모을 때, 어느 학생들은 공동으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되어 한신대 학생들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우선 요구 사항으로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행히 이 의견은 철회되었고, 2차 가해성 소문도 언론의 후속 보도로 사건의 사실 관계가 드러나며 잦아들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대학 학생 사회와 외국인 유학생들은 분리되어 있으며 한국인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 간에는 같은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고 서로 ‘잘 모르는’ 집단으로 배제하고 경계해 오고 있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는 학생 자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신대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하는 유학생회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사실상 한국인 학생들만으로 운영되는 총학생회와 과학생회들과는 연계가 거의 없었다. 사건 대응을 제안했던 나조차도 처음에는 유학생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를 몰라 연락이 닿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이 사건 이전에도 학생 자치 활동에 참여한 적은 많았지만, 나 또한 그 학생 자치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함께한다는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운동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지방 사립 대학들은 유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은 소비자인 한국인 학생과 관리 대상인 외국인 유학생을 분리시켜 놓았고, 이주배경 시민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더해져 자연스럽게 대학 학생 사회는 분리되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한신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해 오며 일으킨 인권 침해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일회적이고 특수한 사건이 아닌 대학이 재정난 해결을 위해 졸속으로 유학생을 유치해 온 결과이고, 이주배경 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문제다.
대학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대학생운동에도 새로운 의제가 던져졌다. 물론 뾰족한 수는 없다. 의제는 있다지만 대학생운동은 너무나 침체되어 있다. 그나마 사람과 정보가 많은 서울 지역 대학 중에는 대학생운동이 이어지는 곳도 있으나, 당장 외국인 유학생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투쟁이 필요한 곳은 발전 도상국 출신 유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지방 사립 대학들이 대부분이다.
마땅한 해법이나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과 폭력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이렇게 글을 통해 내가 겪은 이야기를 퍼뜨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획 | 대학, 유학생, 돈벌이
이주배경 학생 인권 침해 사건이 대학에 던지는 질문
- 한신대 안에서 목소리 내면서 겪고 느낀 것
문성웅
hhc7201@gmail.com
한신대 재학생,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대응 학생모임
2023년 11월 27일, 한신대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학생 22명을 강제 출국 시켰다. 사건은 12월 12일에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대학 본부는 행정상 실수로 인해 외국인 유학생의 유학 비자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차기 유학생 모집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을 강제로 출국시킨 것이었다.
대학 본부는 언론 보도 이후에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보도가 허위 사실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피해 학생들에 대한 악의적인 2차 가해성 소문도 방치하다가, 사건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자 그제서야 총장 명의 사과문으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피해 회복을 약속했다.
벌써 최초 보도 이후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대략적인 사건의 개요는 이미 많은 부분이 언론의 후속 보도를 통해 다뤄졌다. 현재 한신대 학내에서는 학생들의 주도로 인권센터를 통한 진상 규명 절차를 밟고 있다.
재정 충당을 위한 유학생 유치
대학이 위기라고 한다. 대학 수는 그대로인데 학령 인구는 줄어드니 많은 대학이 학생을 채우지 못해 ‘망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한다. 대학교육이 새로운 수요자들을 찾는다 할지라도 20~30여 년 전 우후죽순 생겨났던 사립 대학들 중 상당수는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문을 닫게 되는 과정은 꽃이 지고 낙엽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순리라기보다는, 정부의 대학 평가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에 따라 대학을 저울질하고 탈락시키는 구조 조정에 가깝다. 이번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 또한 구조 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방 사립 대학들의 발버둥과 무관치 않다. 어쩌면 신자유주의 구조 조정과 기업화 속에서 ‘망하느니만 못한’ 대학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대학 구조 조정의 과정에서 한신대와 같은 지방 사립 대학들은 학생 수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어학당 과정을 만드는 등 외국인 유학생(이주배경 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왔다. 그리고 이번 한신대 유학생 강제 출국 사건을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유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 사건이 불거진 데서 알 수 있듯,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학의 재정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고 있다.
학생을 대학 재정 마련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 외국인 유학생뿐만이 아닌 한국인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인 학생이 대학 시장의 소비자로 취급된다면 외국인 유학생은 관리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 차이점은 결국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서 비롯된다. 대학 본부가 별 문제의식 없이 이들을 강제 출국 시키자는 결정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비영어권 발전 도상국에서 온, 한국 사회가 승인하지 않는 문화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이들을 차별해 왔기 때문이다.
강제 출국을 가능케 한 분리와 혐오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이주배경 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대학 본부뿐만 아니라 학생 사회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가령 언론 보도 이후 학내에선 피해 학생들을 향해 외국인 혐오 정서에 기댄 악의적인 2차 가해성 소문이 돌았었다. 그런데 이런 소문이 단순히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안에만 머물지 않고 퍼지면서, 대학 본부 규탄 연서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하는 학생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잠시나마 피해 학생들에 대한 경계와 의심이 주요한 여론이 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 대응 초기 대학 본부 규탄 연서명을 제안하고 학생들의 요구 사항을 모을 때, 어느 학생들은 공동으로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되어 한신대 학생들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니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우선 요구 사항으로 걸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행히 이 의견은 철회되었고, 2차 가해성 소문도 언론의 후속 보도로 사건의 사실 관계가 드러나며 잦아들었다. 이와 같은 일들은, 기본적으로 대학 학생 사회와 외국인 유학생들은 분리되어 있으며 한국인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 간에는 같은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고 서로 ‘잘 모르는’ 집단으로 배제하고 경계해 오고 있었다는 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는 학생 자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신대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하는 유학생회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사실상 한국인 학생들만으로 운영되는 총학생회와 과학생회들과는 연계가 거의 없었다. 사건 대응을 제안했던 나조차도 처음에는 유학생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를 몰라 연락이 닿기까지 며칠이 걸렸다. 이 사건 이전에도 학생 자치 활동에 참여한 적은 많았지만, 나 또한 그 학생 자치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함께한다는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운동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 지방 사립 대학들은 유학생을 비롯한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학은 소비자인 한국인 학생과 관리 대상인 외국인 유학생을 분리시켜 놓았고, 이주배경 시민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더해져 자연스럽게 대학 학생 사회는 분리되어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한신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관리’해 오며 일으킨 인권 침해 사례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일회적이고 특수한 사건이 아닌 대학이 재정난 해결을 위해 졸속으로 유학생을 유치해 온 결과이고, 이주배경 시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문제다.
대학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대학생운동에도 새로운 의제가 던져졌다. 물론 뾰족한 수는 없다. 의제는 있다지만 대학생운동은 너무나 침체되어 있다. 그나마 사람과 정보가 많은 서울 지역 대학 중에는 대학생운동이 이어지는 곳도 있으나, 당장 외국인 유학생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투쟁이 필요한 곳은 발전 도상국 출신 유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 지방 사립 대학들이 대부분이다.
마땅한 해법이나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은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차별과 폭력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내가 이렇게 글을 통해 내가 겪은 이야기를 퍼뜨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