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사의 자격, 교사의 노동
초등 T.O의 기억
- 교원 정책, ‘머릿수’ 이야기보다는 더 나아가야
진냥
초등 교사
jinnyang3@gmail.com
초등학교 교사, 큰 몸, 비혼, 여성. 인권과 탈권위, 사회의 물리적 구조에 관심 많음. 하루라도 빨리 교사를 그만두는 게 꿈이었으나 10년이 넘어가면서 포기하고 좀 덜 고통스럽게 학교에서 살아가는 것에 골몰하고 있음.
임용 대박과 임용 절벽
나는 ‘교대 5학년’이라는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출석 부족으로 F를 여러 과목에서 맞은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건설을 막는 환경 농활을 간다고 3학년 실습을 가지 않았던 것이 학교를 더 오래 다녀야 했던 결정적 이유였다. 우리 집은 돈이 없었고 나는 대출이 잘 된다는 교육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교대에 다니는 맏딸이었다. 시장에서 속옷 장사를 하시던 엄마는 딸이 발령 날 때까지만 버티리라, 여기저기 돈을 빌려 열심히 버티는 중이었다. 집의 상황이 무겁고 가족 간의 대화에 서툴렀던 나는 졸업을 ‘제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마치 아침 드라마 대사처럼, 어느 날 엄마는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고졸인 엄마는 대학의 학사 행정에 대해 잘 몰랐고 주변 지인 중에도 알려 줄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정말로 엄마의 촉이었던 것 같다. 그 이상한 기분에 끌려 엄마는 교대로 향했고 물어물어 교무처로 가서 내 딸이 졸업을 할 수 있느냐 물었다. 성적 증명서를 떼어 주며 교무처 직원은 졸업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엄마를 나를 불러내 차에 태웠고 엑셀을 밟아 높은 속력으로 이곳저곳을 그냥 돌아다녔다. 운전하고 있는 엄마는 마치 눈물 없이 울고 계신 느낌이 들어 나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앉아만 있었다.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죄책감이 들진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충분히 컸으므로. 그런데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올해 그만큼 많이 뽑는데!”
엄마는 그해 T.O➊ 즉 대구의 초등 교사 선발 인원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긴 했다. 내 입학 동기들이 대부분 응시하는 그해는 ‘임용 대박’인 해였다. 올해 뉴스를 장식했던 ‘임용 절벽’과 대비되는 임용 대박이었던 그해 대구 초등 교사 T.O는 536명이었다. 정작 내가 쳤던 임용의 경쟁률이나 T.O는 기억을 못 하는데 536은 기억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8학년도 대구 초등 임용 시험 선발 T.O는 40명. 전국적으로는 여러 부침을 겪고 최종적으로는 예년의 2/3 수준인 4천여 명으로 발표되었다. 내가 교대 4학년이었던 당시에는 교원 구조 조정의 정책 실패로 초등 교사가 부족해져 대규모 선발이 예상되었고 실제로 전국적으로 T.O가 크게 났다. 엄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임용 대박을 놓쳤다는 것을.
➊ Table of Organization. 기준에 의한 정원이라는 뜻으로 보통 인원 편성상 빈 일자리나 채용 규모를 의미한다.
교원 수급 정책의 평가
2018학년도 ‘임용 절벽’을 보고 그간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가 누적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내가 경험한 임용 대박과 올해 임용 준비생들이 맞은 임용 절벽.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18학년도 임용 절벽보다 내가 겪은 임용 대박이 어쩌면 더 큰 정책 실패였을 수 있다. 교사가 부족한 것이니 말이다. 교원 수급 정책의 성공과 실패, 대박과 절벽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해방 이후 한국의 교원 수급은 사실 그렇게 많은 잣대를 가지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무교육의 확대로 교사가 계속 부족했기 때문에 교원의 빠른 양성과 공급이 거의 유일한 정책 과제였다. 초등과 중등의 교원 자격증이 나누어지고 양성 기관이 나누어진 것 역시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상 차이도 있지만, 오랜 기간 초등교육 6년만이 의무교육이었고 그에 따라 초등 교원의 공급이 가장 다급했던 것이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교대는 2년제 특수목적대학으로 운영되었고 상대적으로 덜 급한 중등 교원 양성 과정인 사범대는 종합 대학교 안에 학과로 설치되었다. 1990년대 초까지도 초등 교원 부족은 계속되었고 RNTC(Reserve Non-commisioned officer’s Training Corps) 제도로 교대 졸업자 중 징병 대상자들은 군대 대신 학교에서 교사로 의무 복무를 했다. 병역 거부자가 연쇄 살인범보다 더 용서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징병제 국가인 한국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초등 교원의 병역을 대체 복무화해 운용한 것이다.
1980년대에 교원 수급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때부터 ‘질’의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원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교원 양성 과정의 개혁보다 개인 간의 경쟁이 선택되었다. 이때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가 교대의 4년제 전환 그리고 임용 시험이었다. 당시 교·사대생들은 임용 시험장에 연좌하고 드러눕는 시위 등을 펼쳤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가까스로 이룬 균형은 1990년대 중반에 다시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필요한 교원 수가 늘어났고 RNTC 제도가 없어지며 교대생들이 군 복무를 하게 되자 인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전국 교대는 정원 수를 늘렸지만 졸업하는 데 4년이 걸렸고 1990년대 말까지 각 지역 교육감들은 초등 교원 수를 채우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당시만 해도 교대는 입시 제도 하에서 인기 있는 대학이 아니었고 미달이 나기 일쑤였다. 1990년대 중반 입학자들은 교대 입학도 미달, 임용도 미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도 했다. 1년에 한 번 선발로 부족해 두 번 채용 절차를 거쳤고 임용 대기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급기야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명예퇴직자가 속출했고 각 지역에서 T.O 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초등 교원 부족이 심각해졌다. 1회에 한해 전국 교대들은 편입생을 받았고 교대 신입생 정원도 또다시 급격히 늘었다. 이 무렵부터 전국 교대의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특수목적대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고 있었으나 IMF 외환 위기가 도래하면서 안정적 직업을 위해 교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편입 등으로 교원 양성 과정이 유연화되면서 교대가 특수목적대로서의 위상을 잃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교원 부족은 일시적이었다. 반면 늘어난 교대 정원은 꾸준히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2~3년 만에 바로 초등 교원 적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교원 임용 시험에 실패하는 교대생’, ‘초등 임용 재수생’이라는 사람들이 최초로 집단화하여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임용 절벽이나 임용 대란이라는 말이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개인의 능력 부족인가 정책 실패인가에 대한 판단이 혼재되어 언급되었다. 한국의 여느 문제에서 그렇듯이, 결국 ‘사회적 합의’는 개인의 능력 부족 문제라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이 교원 평가제와 성과급 제도였다. 현장 교사들에게는 ‘능력 없이 나이만 많은 교사 1명을 자르면 실력 있는 신규 교사 3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말이 교원 평가제를 받아들이게 했고 그동안 ‘안정성’이 큰 가치로 작용했던 초등 교직 사회에 능력주의라는 잣대가 각인되기 시작했다. 교원 평가와 성과급에 대한 저항은 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임용 재수생들의 숫자 앞에 색이 바랬다. 심지어 2000년대 중반,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감들은 초등 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논리로 임용 시험 경쟁률을 전국적으로 2:1 이상으로 맞추겠다고 천명했다. 교대 졸업자 수와 초등 교사 수급 균형을 맞춰 왔던 그때까지의 정책이 종결되는 교육행정사적 시기였다.
이후로 초등 T.O는 조금씩 계속 줄어 왔다. 임용 적체는 쌓였고 발령 대기 연한은 2년에서 3년으로 늘었다. 하지만 수급 균형이나 교원 정책의 방향 같은 걸 논할 순 없었다. 합격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리고 중등의 임용 시험 경쟁률보다는 낮기 때문에.
길게 썼는데, 결국 생각해 보면 한국의 교원 수급 정책은 정말 ‘머릿수 맞추기’에 불과했다. 교원 수급 정책은 교육 정책이자 동시에 노동 정책이다.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은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 지향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말은 경쟁을 통해 교원의 질을 높이고 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그런 이야기를 해 왔지만 교사가 많으면 빨리 그만둘 수 있게 하거나 기다리는 사람들 입을 막고, 교사가 부족하면 여기저기서 사람을 당겨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교육 정책이라 말하려면 그래도 뭔가 교육적인 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초등 교원 수급 정책이 교육의 어떠한 면을 발전시켜 왔으며 교육의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 왔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말이 뭐가 있을까. 사람을 교사 자격증 주고 교실에 배치했으니 교육은 그들의 몫이라고 하는 건 너무 옹색하고 비겁하다.
노동 정책의 측면에서는 그나마 평가할 점은 있다. 꾸준히 반(反)노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사는 ‘철밥통’이라고 불리지만 교사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 평균 50%를 넘겼던 때➋에도 그것이 노동의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교원 수급 정책은 고용이나 노동의 측면보다는 교육 정책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 실상은 교육적인 면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인력 수급에만 급급했으면서도, 교육 정책이라는 이름하에 노동 정책으로도 제대로 다루지 않아 왔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문제에 교원이 언급되는 걸 보고 얼마나 생경한 느낌이 들던지. 비록 노노 갈등의 모습이긴 하지만 교원 수급 문제가 노동과 고용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교육 역사에서 2017년이 거의 처음인 셈이니 말이다.
➋ 단기적이긴 했으나, 초·중·고 국·공·사립을 모두 평균 내면 교사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겼던 시기가 2000년대 초에 있었다.
무엇을 없애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제 초등 교원 수급 정책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문제가 산적해 있어 뭐든 잘라 나가야 하는 상황처럼 보인다. 무엇을 자를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지금 교원 수급 정책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근거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적어진 학생 수가 거의 유일하다. 학생 수가 적어졌으니 교원 수도 줄어야 한다는 논리와 교원 수를 유지해야 학급당 학생 수가 감축되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거라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결국 머릿수 문제고 T.O 조정이 고작이다. 교원 정책이 정말 그게 다인가? 이제 좀 더 나아갈 수는 없는 걸까.
최근 서울이나 대도시에만 지원하는 초등 임용 시험 응시자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부각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서는 교원 유치를 위한 광고를 만들기도 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런 논의와 직결되는 문제가 바로 교원의 지방직화이다. 꾸준히 논의되어 왔고 추진되었다 말았다 추진되었다 말았다 여러 번의 기복을 거쳐 온 정책이다. 실제로 채용과 징계를 비롯한 교원 인사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단지 급여와 연금 등이 중앙 정부 소관으로 있을 뿐이다. 이것을 정리하여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모두 넘기는 것이 교원의 지방직화다. 경제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교원의 처우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적극적 교원 유치를 위해 교원의 처우를 지역마다 달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그 외에도 교원의 질 제고를 이야기하며 그간 교사 노동 유연화를 주도해 온 교원 선발 제도 강화와 교사 간 경쟁 제도(성과급, 교원 평가제) 들이 정말로 교원의 질을 높이고 있는지, 그리고 교원 양성 과정의 개혁은 왜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국립대·사립대에 상관없이 학과 통폐합이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교대는 단 한 번도 양성 과정을 개혁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교대를 꿈꾸다
말 나온 김에 혼자 꿈을 좀 꾸어 본다. 나는 교대 교육학과(정확히는 교육학 심화 과정) 출신이다. 현재의 사범대들이 그렇듯, 교육학과는 원래 교원 자격증이 수여되지 않는 학과이다.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계의 학자를 양성하는 과정으로서 설치된 학과라는 뜻이다. 전국의 교대들이 설립될 당시에도 초등 교육학의 독립적인 학문 양성을 위해 교육학과를 설치하려 했다. 그러나 교대가 독립적인 단과 대학교로 설치되고, 학교 규모로 통합 선발하여 입학 후 심화 과정을 나누는 방식이 되자 교육학과 학생들에게만 교원 자격증을 수여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교대의 특성상 복수 전공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교대 교육학과는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교대를 다니는 내내 교수들이 교대 학과 편성에 대해 하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교대를 졸업한 후에,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 교대를 졸업한 사람과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일이 있었다. 나의 굉장히 세속적인, “외고 나와서 왜 교대를 갔어요?”라는 질문에 그 사람은 빈곤 국가에 가서 초등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대학원은 교육 행정으로 전공한다고. 그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 외국어와 초등교육 과정, 학교 행정 등의 공부를 차례차례 쌓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외고에 다닐 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흔히 외고를 공부 잘하는 애들이 다니는 학교, 혹은 외교관이나 번역가 같이 어문 계열에 특화된 사람들을 양성하는 학교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고. 언어는 도구이고 그래서 다양한 영역에서 외국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을 길러 내는 게 외고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교대 역시 그러면 좋겠다는 꿈만 같은 상상이 펼쳐졌다. 외국의 많은 어린이 서적이 번역되어 출간되는데, 썩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 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해 어린이 서적만 번역하고 기획하고 출간하는 출판 기획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해서 초등학교 내 갈등만 전문으로 자문하는 변호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초등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설계하는 어린이용 체육관은 좀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병원 학교➌가 의료진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교육 전공자가 디자인하고 운영하게 된다면 정말 큰 차이가 있을 텐데.
➌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병원 내에 만들어지는 교육과정 운영 기관이다.
한국은 사범대와 교직 이수 과정을 통해 중등 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그래서 중등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도 100:1에 육박한다. 교원의 양성 과정과 임용이 연계되지 않는 것이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로 평가되지만, 한편으로는 교육학을 공부하고 사람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도 있지 않을까? 교육학은 사회과학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철학이 사람의 존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교육학은 사람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학문이지 않은가. 어쩌면 가장 보편적으로 공부되고 사회의 토양이 되어야 할 인문학 영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초등교육학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협소하게 다루어지고 굉장히 특수한 분야로 취급된다. 하다못해 초등학교 문제집이나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는 영역까지 현직 교사들이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을 정도다. ‘교대생=예비 교사’ 도식에서 벗어난다면, 그리고 교대 교육과정을 교사 양성이 아니라 인문학적 초등교육학의 보급을 목표로 재편한다면, 어쩌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우린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초등 교사의 수급이나 고용 안정성은 더 불안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나의 구상과 제안은 차치하고라도, 앞서 언급된 문제들을 비롯하여 교원 정책에서 정리되지 않고 덮여 있는 문제들이 많다. ‘스포츠 전문 강사 및 영어 회화 전문 강사를 정규직화할 것인가’ 등 말고도 말이다. 한 번에 다 풀진 못하더라도 이제 적어도 교원 수급 정책이 T.O 이야기만 되는 수준에서는 더 나아가야 한다. 공교육을 책임지는 국가의 책무가 21세기에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특집/ 교사의 자격, 교사의 노동
초등 T.O의 기억
- 교원 정책, ‘머릿수’ 이야기보다는 더 나아가야
진냥
초등 교사
jinnyang3@gmail.com
초등학교 교사, 큰 몸, 비혼, 여성. 인권과 탈권위, 사회의 물리적 구조에 관심 많음. 하루라도 빨리 교사를 그만두는 게 꿈이었으나 10년이 넘어가면서 포기하고 좀 덜 고통스럽게 학교에서 살아가는 것에 골몰하고 있음.
임용 대박과 임용 절벽
나는 ‘교대 5학년’이라는 흔치 않은 경력을 가진 사람이다. 출석 부족으로 F를 여러 과목에서 맞은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 건설을 막는 환경 농활을 간다고 3학년 실습을 가지 않았던 것이 학교를 더 오래 다녀야 했던 결정적 이유였다. 우리 집은 돈이 없었고 나는 대출이 잘 된다는 교육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교대에 다니는 맏딸이었다. 시장에서 속옷 장사를 하시던 엄마는 딸이 발령 날 때까지만 버티리라, 여기저기 돈을 빌려 열심히 버티는 중이었다. 집의 상황이 무겁고 가족 간의 대화에 서툴렀던 나는 졸업을 ‘제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마치 아침 드라마 대사처럼, 어느 날 엄마는 기분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고졸인 엄마는 대학의 학사 행정에 대해 잘 몰랐고 주변 지인 중에도 알려 줄 만한 사람이 없었기에, 정말로 엄마의 촉이었던 것 같다. 그 이상한 기분에 끌려 엄마는 교대로 향했고 물어물어 교무처로 가서 내 딸이 졸업을 할 수 있느냐 물었다. 성적 증명서를 떼어 주며 교무처 직원은 졸업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엄마를 나를 불러내 차에 태웠고 엑셀을 밟아 높은 속력으로 이곳저곳을 그냥 돌아다녔다. 운전하고 있는 엄마는 마치 눈물 없이 울고 계신 느낌이 들어 나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앉아만 있었다. 딱히 할 말도 없었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기에 죄책감이 들진 않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충분히 컸으므로. 그런데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올해 그만큼 많이 뽑는데!”
엄마는 그해 T.O➊ 즉 대구의 초등 교사 선발 인원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긴 했다. 내 입학 동기들이 대부분 응시하는 그해는 ‘임용 대박’인 해였다. 올해 뉴스를 장식했던 ‘임용 절벽’과 대비되는 임용 대박이었던 그해 대구 초등 교사 T.O는 536명이었다. 정작 내가 쳤던 임용의 경쟁률이나 T.O는 기억을 못 하는데 536은 기억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8학년도 대구 초등 임용 시험 선발 T.O는 40명. 전국적으로는 여러 부침을 겪고 최종적으로는 예년의 2/3 수준인 4천여 명으로 발표되었다. 내가 교대 4학년이었던 당시에는 교원 구조 조정의 정책 실패로 초등 교사가 부족해져 대규모 선발이 예상되었고 실제로 전국적으로 T.O가 크게 났다. 엄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임용 대박을 놓쳤다는 것을.
➊ Table of Organization. 기준에 의한 정원이라는 뜻으로 보통 인원 편성상 빈 일자리나 채용 규모를 의미한다.
교원 수급 정책의 평가
2018학년도 ‘임용 절벽’을 보고 그간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가 누적되어 온 것이라고 한다. 내가 경험한 임용 대박과 올해 임용 준비생들이 맞은 임용 절벽.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2018학년도 임용 절벽보다 내가 겪은 임용 대박이 어쩌면 더 큰 정책 실패였을 수 있다. 교사가 부족한 것이니 말이다. 교원 수급 정책의 성공과 실패, 대박과 절벽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해방 이후 한국의 교원 수급은 사실 그렇게 많은 잣대를 가지고 이루어지지 않았다. 의무교육의 확대로 교사가 계속 부족했기 때문에 교원의 빠른 양성과 공급이 거의 유일한 정책 과제였다. 초등과 중등의 교원 자격증이 나누어지고 양성 기관이 나누어진 것 역시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달상 차이도 있지만, 오랜 기간 초등교육 6년만이 의무교육이었고 그에 따라 초등 교원의 공급이 가장 다급했던 것이 현실적인 이유였다. 그래서 교대는 2년제 특수목적대학으로 운영되었고 상대적으로 덜 급한 중등 교원 양성 과정인 사범대는 종합 대학교 안에 학과로 설치되었다. 1990년대 초까지도 초등 교원 부족은 계속되었고 RNTC(Reserve Non-commisioned officer’s Training Corps) 제도로 교대 졸업자 중 징병 대상자들은 군대 대신 학교에서 교사로 의무 복무를 했다. 병역 거부자가 연쇄 살인범보다 더 용서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징병제 국가인 한국에서 수십만 명에 달하는 초등 교원의 병역을 대체 복무화해 운용한 것이다.
1980년대에 교원 수급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이때부터 ‘질’의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원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교원 양성 과정의 개혁보다 개인 간의 경쟁이 선택되었다. 이때 도입된 대표적인 제도가 교대의 4년제 전환 그리고 임용 시험이었다. 당시 교·사대생들은 임용 시험장에 연좌하고 드러눕는 시위 등을 펼쳤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가까스로 이룬 균형은 1990년대 중반에 다시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필요한 교원 수가 늘어났고 RNTC 제도가 없어지며 교대생들이 군 복무를 하게 되자 인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전국 교대는 정원 수를 늘렸지만 졸업하는 데 4년이 걸렸고 1990년대 말까지 각 지역 교육감들은 초등 교원 수를 채우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당시만 해도 교대는 입시 제도 하에서 인기 있는 대학이 아니었고 미달이 나기 일쑤였다. 1990년대 중반 입학자들은 교대 입학도 미달, 임용도 미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기도 했다. 1년에 한 번 선발로 부족해 두 번 채용 절차를 거쳤고 임용 대기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급기야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명예퇴직자가 속출했고 각 지역에서 T.O 조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초등 교원 부족이 심각해졌다. 1회에 한해 전국 교대들은 편입생을 받았고 교대 신입생 정원도 또다시 급격히 늘었다. 이 무렵부터 전국 교대의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특수목적대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등록금 인상이 억제되고 있었으나 IMF 외환 위기가 도래하면서 안정적 직업을 위해 교대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편입 등으로 교원 양성 과정이 유연화되면서 교대가 특수목적대로서의 위상을 잃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의 교원 부족은 일시적이었다. 반면 늘어난 교대 정원은 꾸준히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고 2~3년 만에 바로 초등 교원 적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교원 임용 시험에 실패하는 교대생’, ‘초등 임용 재수생’이라는 사람들이 최초로 집단화하여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임용 절벽이나 임용 대란이라는 말이 등장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개인의 능력 부족인가 정책 실패인가에 대한 판단이 혼재되어 언급되었다. 한국의 여느 문제에서 그렇듯이, 결국 ‘사회적 합의’는 개인의 능력 부족 문제라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이 교원 평가제와 성과급 제도였다. 현장 교사들에게는 ‘능력 없이 나이만 많은 교사 1명을 자르면 실력 있는 신규 교사 3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말이 교원 평가제를 받아들이게 했고 그동안 ‘안정성’이 큰 가치로 작용했던 초등 교직 사회에 능력주의라는 잣대가 각인되기 시작했다. 교원 평가와 성과급에 대한 저항은 임용을 기다리고 있는 임용 재수생들의 숫자 앞에 색이 바랬다. 심지어 2000년대 중반,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감들은 초등 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논리로 임용 시험 경쟁률을 전국적으로 2:1 이상으로 맞추겠다고 천명했다. 교대 졸업자 수와 초등 교사 수급 균형을 맞춰 왔던 그때까지의 정책이 종결되는 교육행정사적 시기였다.
이후로 초등 T.O는 조금씩 계속 줄어 왔다. 임용 적체는 쌓였고 발령 대기 연한은 2년에서 3년으로 늘었다. 하지만 수급 균형이나 교원 정책의 방향 같은 걸 논할 순 없었다. 합격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그리고 중등의 임용 시험 경쟁률보다는 낮기 때문에.
길게 썼는데, 결국 생각해 보면 한국의 교원 수급 정책은 정말 ‘머릿수 맞추기’에 불과했다. 교원 수급 정책은 교육 정책이자 동시에 노동 정책이다. 두 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은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 지향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말은 경쟁을 통해 교원의 질을 높이고 교사 처우를 개선하고 그런 이야기를 해 왔지만 교사가 많으면 빨리 그만둘 수 있게 하거나 기다리는 사람들 입을 막고, 교사가 부족하면 여기저기서 사람을 당겨 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교육 정책이라 말하려면 그래도 뭔가 교육적인 면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수십 년 동안 한국의 초등 교원 수급 정책이 교육의 어떠한 면을 발전시켜 왔으며 교육의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 왔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말이 뭐가 있을까. 사람을 교사 자격증 주고 교실에 배치했으니 교육은 그들의 몫이라고 하는 건 너무 옹색하고 비겁하다.
노동 정책의 측면에서는 그나마 평가할 점은 있다. 꾸준히 반(反)노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사는 ‘철밥통’이라고 불리지만 교사의 비정규직 비율이 전국 평균 50%를 넘겼던 때➋에도 그것이 노동의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다. 교원 수급 정책은 고용이나 노동의 측면보다는 교육 정책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 실상은 교육적인 면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인력 수급에만 급급했으면서도, 교육 정책이라는 이름하에 노동 정책으로도 제대로 다루지 않아 왔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문제에 교원이 언급되는 걸 보고 얼마나 생경한 느낌이 들던지. 비록 노노 갈등의 모습이긴 하지만 교원 수급 문제가 노동과 고용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공교육 역사에서 2017년이 거의 처음인 셈이니 말이다.
➋ 단기적이긴 했으나, 초·중·고 국·공·사립을 모두 평균 내면 교사 비정규직 비율이 50%를 넘겼던 시기가 2000년대 초에 있었다.
무엇을 없애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제 초등 교원 수급 정책은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문제가 산적해 있어 뭐든 잘라 나가야 하는 상황처럼 보인다. 무엇을 자를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지금 교원 수급 정책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근거는 출산율 감소로 인해 적어진 학생 수가 거의 유일하다. 학생 수가 적어졌으니 교원 수도 줄어야 한다는 논리와 교원 수를 유지해야 학급당 학생 수가 감축되어 교육의 질이 높아질 거라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결국 머릿수 문제고 T.O 조정이 고작이다. 교원 정책이 정말 그게 다인가? 이제 좀 더 나아갈 수는 없는 걸까.
최근 서울이나 대도시에만 지원하는 초등 임용 시험 응시자들을 비판하는 의견이 부각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서는 교원 유치를 위한 광고를 만들기도 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런 논의와 직결되는 문제가 바로 교원의 지방직화이다. 꾸준히 논의되어 왔고 추진되었다 말았다 추진되었다 말았다 여러 번의 기복을 거쳐 온 정책이다. 실제로 채용과 징계를 비롯한 교원 인사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은 시·도 교육감에게 있다. 단지 급여와 연금 등이 중앙 정부 소관으로 있을 뿐이다. 이것을 정리하여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모두 넘기는 것이 교원의 지방직화다. 경제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교원의 처우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적극적 교원 유치를 위해 교원의 처우를 지역마다 달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있다.
그 외에도 교원의 질 제고를 이야기하며 그간 교사 노동 유연화를 주도해 온 교원 선발 제도 강화와 교사 간 경쟁 제도(성과급, 교원 평가제) 들이 정말로 교원의 질을 높이고 있는지, 그리고 교원 양성 과정의 개혁은 왜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국립대·사립대에 상관없이 학과 통폐합이 시도 때도 없이 이루어지는 이 시대에 교대는 단 한 번도 양성 과정을 개혁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교대를 꿈꾸다
말 나온 김에 혼자 꿈을 좀 꾸어 본다. 나는 교대 교육학과(정확히는 교육학 심화 과정) 출신이다. 현재의 사범대들이 그렇듯, 교육학과는 원래 교원 자격증이 수여되지 않는 학과이다.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계의 학자를 양성하는 과정으로서 설치된 학과라는 뜻이다. 전국의 교대들이 설립될 당시에도 초등 교육학의 독립적인 학문 양성을 위해 교육학과를 설치하려 했다. 그러나 교대가 독립적인 단과 대학교로 설치되고, 학교 규모로 통합 선발하여 입학 후 심화 과정을 나누는 방식이 되자 교육학과 학생들에게만 교원 자격증을 수여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교대의 특성상 복수 전공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교대 교육학과는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그래서일까? 나는 교대를 다니는 내내 교수들이 교대 학과 편성에 대해 하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교대를 졸업한 후에, 외국어고등학교를 나와 교대를 졸업한 사람과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 일이 있었다. 나의 굉장히 세속적인, “외고 나와서 왜 교대를 갔어요?”라는 질문에 그 사람은 빈곤 국가에 가서 초등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대학원은 교육 행정으로 전공한다고. 그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 외국어와 초등교육 과정, 학교 행정 등의 공부를 차례차례 쌓아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면서 외고에 다닐 때 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흔히 외고를 공부 잘하는 애들이 다니는 학교, 혹은 외교관이나 번역가 같이 어문 계열에 특화된 사람들을 양성하는 학교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고. 언어는 도구이고 그래서 다양한 영역에서 외국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을 길러 내는 게 외고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교대 역시 그러면 좋겠다는 꿈만 같은 상상이 펼쳐졌다. 외국의 많은 어린이 서적이 번역되어 출간되는데, 썩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경우가 많다. 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해 어린이 서적만 번역하고 기획하고 출간하는 출판 기획자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해서 초등학교 내 갈등만 전문으로 자문하는 변호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초등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설계하는 어린이용 체육관은 좀 다른 모습일 수 있지 않을까. 지금처럼 병원 학교➌가 의료진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교육 전공자가 디자인하고 운영하게 된다면 정말 큰 차이가 있을 텐데.
➌ 장기 입원 중인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병원 내에 만들어지는 교육과정 운영 기관이다.
한국은 사범대와 교직 이수 과정을 통해 중등 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그래서 중등 교원 임용 시험 경쟁률도 100:1에 육박한다. 교원의 양성 과정과 임용이 연계되지 않는 것이 교원 수급 정책의 실패로 평가되지만, 한편으로는 교육학을 공부하고 사람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주는 영향도 있지 않을까? 교육학은 사회과학이기도 하지만 인문학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철학이 사람의 존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교육학은 사람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학문이지 않은가. 어쩌면 가장 보편적으로 공부되고 사회의 토양이 되어야 할 인문학 영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초등교육학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협소하게 다루어지고 굉장히 특수한 분야로 취급된다. 하다못해 초등학교 문제집이나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는 영역까지 현직 교사들이 대부분을 커버하고 있을 정도다. ‘교대생=예비 교사’ 도식에서 벗어난다면, 그리고 교대 교육과정을 교사 양성이 아니라 인문학적 초등교육학의 보급을 목표로 재편한다면, 어쩌면 굉장히 많은 것들을 우린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초등 교사의 수급이나 고용 안정성은 더 불안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나의 구상과 제안은 차치하고라도, 앞서 언급된 문제들을 비롯하여 교원 정책에서 정리되지 않고 덮여 있는 문제들이 많다. ‘스포츠 전문 강사 및 영어 회화 전문 강사를 정규직화할 것인가’ 등 말고도 말이다. 한 번에 다 풀진 못하더라도 이제 적어도 교원 수급 정책이 T.O 이야기만 되는 수준에서는 더 나아가야 한다. 공교육을 책임지는 국가의 책무가 21세기에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