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호[내가 밀고 있는 단체] 대구 경북 독립 언론 〈뉴스민〉 (진냥)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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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 편집위원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이 후원하는 단체를 소개하는 새로운 꼭지를 시작한다. 소개하고 싶은 후원 단체가 있다면 교육공동체 벗 이메일(communebut@hanmail.net)로 글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첫 번째 글로 진냥 편집위원이 쓴 기획 취지 및 대구·경북 지역 진보적 독립 언론사 〈뉴스민〉 을 소개하는 글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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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독립 언론 〈뉴스민〉

 

 

예전에 지나가며 들었던 이야기이다. 1970~1990년대 북유럽이 인류 역사상 가장 살기 좋은 사회로 평가되는데, 당시 북유럽 사회에서는 가정마다 5~6종의 잡지를 구독하고 7~8개의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하는 게 보통이었다는 이야기. 사회의 공공 영역이 확대되고 힘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공공 영역의 재정 구조가 그만큼 탄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 자주 인용하곤 한다. 놀이 수업으로 초등 교사 사회에서는 연예인 급 지명도를 가진 허승환 선생님의 강의 원고를 읽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도 마지막에 후원을 이야기했다. 교육으로 밥벌이를 하며 먹고산다면, 어디든 자신이 신뢰할 수있고 지지할 수 있는 교육단체 몇 개 후원하는 것이 의무이고 그렇게 생각할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다. 어디든 발전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돈을 쓸 때는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를 신경 쓰게 된다. 그래서 재정적 독립이 정말 중요하다. 언제부터인가 ‘독립’이라는 말이 소규모 자본이나 조금 더 개성적인 매력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바뀌어 버렸지만, 사실 독립은 특정한 대상의 영향력에 종속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특히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실천되어 왔다.


하지만 갈수록 확대되어 가는 경제 구조 속에서, 모든 결과물의 질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든 운동이든 필요한 자본의 크기도 커졌다. 독립 영화, 특히 다큐멘터리조차도 대부분 영화제 마켓에서 펀딩을 받아 제작된다.


그리고 그런 투자 구조를 거부한 독립 영화 제작자들은 기초 생활 수준이 위협받는 빈곤에 내몰린다. 국내 모든 영화제 중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후원을 거부하는 영화제는 이제 다섯 손가락조차 채우지 못한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그렇다. 정부, 공공 기관, 지방자치단체의 공모 사업이 없으면 유지하지 못하는, 재정 자립이 불가능한 시민사회단체는 지역 사회에 문제가 생겼더라도 비판하는 성명서 하나 내기를 고민하게 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광고 때문에 언론사가 기업 자본에 종속된다는 문제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부처 역시 각 부서별로 수십억 원대의 지역 언론사 대응 광고비 예산을 집행한다. 지역 언론사의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언론사와 지방자치단체의 거리 유지가 어려워지는 배경이 된다. 후원 단체 소개 코너를 《오늘의 교육》에 만든 이유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우리와 세상을 위한 참여를 제안하기 위해서.


오늘 소개할 내가 후원하는 단체는 대구 지역의 진보 언론사 〈뉴스민〉이다.


〈뉴스민〉은 “대구·경북을 살아가는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장애인, 이주 노동자, 청소년,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대구·경북 지역 독립 언론”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만들어졌다. 특정한 유명 인사나 자본가가 대표나 이사로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20대 기자 2명이 모여 대구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2012년에 시작했다. 당연히 돈이 부족했다. 알바를 3개씩 뛰면서 〈뉴스민〉의 기자들은 생계비와 취재비를 충당했다. 사무실 월세 대신 기자들이 건물 전체와 화장실을 청소했다. 그러면서도 〈뉴스민〉은 광고를 엄격하게 가려 받았다. 온갖 광고 팝업 때문에 기사를 읽을 수도 없는 인터넷 언론사들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자존심이자 돈의 무게를 버티고 지켜 온 지 10 년째. 〈뉴스민〉은 ‘코로나19 대구 보고서’로 국가인권위원회-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한 제10회 인권보도상 본상을 받았다. 올해 수상한 매체 가운데 유일하게 기자협회 소속이 아니다. 특권을 거부하고 삶터에서, 땀 흘리는 일터에서, 투쟁하는 현장에서 삶과 땀, 그리고 투쟁을 담아내고자 〈뉴스민〉은 발로 뛰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를 후원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언론사 후원은 상대적으로 적은것 같다. 현장을 발로 뛰는, 비판적 시각을 가진 언론사가 있고 없고는 정말 공기가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만큼의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의 현장들과 작은 투쟁들은 진보적인 지역 언론이 없으면 아무도 알 수 없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역은 더욱 소중하다. 훌륭한 탐사 보도와 기획 보도는 당연히 돈이 필요하고, 생계가 안정된 일정 수 이상의 기자와 직원이 갖추어진 언론사여야 기사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 나쁜 기자들에게 ‘기레기’라고 욕하는 것만큼 훌륭한 기자들의 삶을 안정되게 지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므로 자기 지역의 언론사들에게, 혹은 자기 지역이 아니더라도 작지만 진보적인, 그래서 가난한 여러 언론사들이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재정을 보태야 한다. 내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오래 지속 가능한 삶과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뉴스민〉의 회원이 되어 주세요, 여러분!

 

- 진냥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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