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호[특집] 코로나19 이후, 녹색과 적색에서 도시 교육의 길을 찾다 (윤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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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포스트가 아닌 지금 코로나 시대의 교육


해외 사례 1

코로나19 이후, 녹색과 적색에서 도시 교육의 길을 찾다

- 어느 교사 부모의 노르웨이 교육 체험담


윤상원

yadayada@hanmail.net

고등학교 특수 교사입니다. 현재는 유학 휴직 중이며,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특별요구교육 박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박사 과정 공부와 더불어 노르웨이에서 아빠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여섯 살 딸 덕에 체험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부족한 게 많은 부모이자 교사이지만 아이들이 편안한 길보다는 아름다운 길을 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41일 만에 문을 연 유치원


드디어 유치원 문이 다시 열렸다. 지난 3월 12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문을 닫은 지 딱 41일 만의 일이다. 문은 다시 열었지만, 마스크도 확진자 추적 시스템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유치원에 다시 보낸다는 것은 도박과 같았다. 괜히 유치원에 보냈다가 아이가 감염되지는 않을까? 비록 임시로 문을 열지만, 유치원 내 확진자 발생으로 곧 다시 닫지는 않을까? 우리 아이만 유치원에 가는 것은 아닐까? 온갖 추측과 불안을 짊어진 채 아이와 함께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 입구에서 우선 아이와 함께 손 소독을 했다. 그리곤 긴장과 불안에 찬 손으로 유치원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유치원 앞마당과 뒷마당에 구역을 나누는 경계선 테이프가 설치되어 있었다. 경계선 너머로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등원하지 않은 한 아이를 제외한 17명의 아이가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들과 함께 풀밭에서 그림책도 읽고 술래잡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보고 나니 긴장된 마음이 다소 누그러졌다.


하원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아침내 무거웠던 마음과 달리 담담한 심경으로 유치원으로 향했다. 교사는 안내장과 함께 앞으로 교육 활동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18명의 아이는 6명씩 세 그룹으로 나누어 앞마당, 뒷마당, 그리고 실내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선생님들 간 교류가 제한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 배정은 매주 변경될 것이라 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첫 주는 앞마 당에서 엘리자베스 선생님과 함께 한 주를 보냈다면 다음 주는 실내에서 루이세 선생님과 함께 보내게 된다. 또한, 첫 주에 만났던 다섯 명의 아이들 외에 다른 다섯 아이와 함께 다음 한 주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각 그룹은 하나의 가족처럼 움직일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즉, 가정에서 엄마, 아빠가 그러하듯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아이들이 안심하고 친구들과 놀 수 있도록 돌보겠다고 말이다. 이 모든 조치는 노르웨이 보건 당국의 지침과 점검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 그리고 지난주 아이의 졸업식이 있었다. 올 8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을 위한 졸업식이었다. 졸업식은 소박 하게 이루어졌다. 하원 시간에 맞추어 유치원을 졸업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그리고 교사들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아이스크림도 나누어 먹으며 자그마한 졸업 모임을 했다. 그렇게 우리 아이를 포함하여 모든 아이가 건강 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난 두 달의 유치원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학교 내 집단 감염이 없을 수 있었을까?


교육 기관 폐쇄는 부득이한 조치였다 할지라도 그 조치는 아이들에게 정서적 불안을 야기하고 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가중했다. 아이가 어릴수록 문제는 더 심각했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4월 20일 유치원 문을 가장 먼저 열었다. 유치원이 문을 열고 일주일 후 초등학교 저학년만 등교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이 조치 후 보름이 지난 5월 11일 고등학교를 포함한 노르웨이 모든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유치원과 학교가 다시 문을 연 후 지난 두 달 동안 노르웨이 어디에서도 학교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는 없었다. 그래서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문을 닫은 유치원이나 학교도 없었다. 심지어 마스크도, 교육 기관 내 방역을 담당하는 전담 인력도 하나 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지난 두 달간 노르웨이 유치원 및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하나의 답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아직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명 내외이고, 언제 어떤 경로로 2차 확산이 일어날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의 짧은 식견으로 헤아려 볼 때, 지금까지 학교 내 집단 감염이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야외 활동 중심의 학교 교육과정 운영 때문이 아니었을까 가늠해 본다.


지난 두 달 동안 낮에 학교 주변을 지나다 보면 어김없이 마주치는 풍경이 있었다. 바로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이나 인근 축구장 또는 나무와 풀들로 가득한 공원에서 삼삼오오 모여 야외 활동을 하는 모습 말이다.


우리 아이도 유치원 마당에서 온종일 선생님과 함께 책도 읽고 점심도 먹으며 친구들과 뒹굴면서 하루를 보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자 일주일에 한 번은 유치원 옆 넓은 공원에 가서 나무도 타고 풀벌 레도 잡는 등 유치원 담장 너머 야외 활동이 이루어졌다.


노르웨이 도심 어디를 가더라도 유치원이나 학교 주변에는 잔디와 나무들로 둘러싸인 놀이터가 있다. 그리고 학교 주변에는 어김없이 푸른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이 없다면 축구장과 같이 탁 트인 녹색의 공공 운동 시설들이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런 도심 속 녹색 공간은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심 속 공공녹지 공간이 있기에 아이들은 지난 두 달간 학교 시간의 대부분을 잔디밭 위에서 야외 활동을 하며 보냈던 것이다.


이 녹지 공간은 우리 가족에게도 답답한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에 숨통을 틔워 주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한 다음 날 대부분의 직장과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재택근무나 원격 수업에 돌입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할 것을 정부는 권고했다. 설사 대중교통 이용 자제 권고가 없었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버스나 지하철에 올라탈 용기도 없었다. 자동차마저 없던 우리 가족에게 이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들은 실질적인 격리 조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온종일 집에만 머문다는 건 여섯 살 딸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 하루 두 번 온 가족이 야외에서 운동도 하고 함께 놀 수 있었다. 덕분에 유치원이 문을 닫고 모든 일상이 멈추었던 지난 41일간의 시간이 힘겹지만은 않았다.



교육은 자연 환경에서, 노동은 가족 친화적으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외공간보다 실내공간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절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실외공간에서 야외 활동 시 밀폐된 실내공간보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더 용이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실외활동이라 할지라도 회색 콘크리트 공간보다 푸른 녹지 공간에서의 야외활동이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증명하고 있다.


❶ Qian, H., Miao, T., Liu, L., Zheng, X., Luo, D. & Li, Y.(2020), Indoor transmission of SARS-CoV-2, medRxiv , Advance online publication. doi.org/10.1101/2020.04.04.20053058

❷ Venter, Z., Barton, D. , Gundersen, v., Figari, H. & Nowell, M.(2020, May 11), Urban nature in a time of crisis:recreational use of green space increases during the COVID-19 outbreak in Oslo, Norway. doi.org/10.31235/osf.io/kbdum

❸ Fong, K. C., Hart, J. E. & James, P.(2018), A review of epidemiologic studies on greenness and health: updated literature through 2017, Current environmental health reports, 5(1), pp. 77-87. doi.org/10.1007/ s40572-018-0179-y



이러한 이유로 노르웨이 보건 당국은 교육 활동에 있어 녹지 공간에서의 야외활동을 장려함으로써 교육 기관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 가능성은 최소화하면서도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을 도모했다. 심지어 밀폐된 교실 공간에서 활동을 최소화하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학교에서 일절 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조치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다시 문을 연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교육 기관 내 집단 감염 없이 아이들은 학교 일상으로 차츰차츰 회복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동네 유치원이나 학교 주변 곳곳에 조성된 공공녹지 공간 덕분에 우리 가족을 비롯하여 노르웨이 시민들의 일상도 차츰차츰 회복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로나19의 학교 내 집단 감염 예방에 기여한 또 하나의 요인을 꼽자면 이전부터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전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들 수 있다. 노르웨이 정착 초기 화장실에서 아이와 함께 손을 씻을 때의 일이다. 아이의 손 씻는 방식이 이전과 사뭇 달랐다. 마치 의사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손 소독을 하듯 손깍지에서부터 손톱 밑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씻는 것이 아니겠는가? 집에서는 아이에게 손 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만 했지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준 적은 없었다. 바로 유치원에서 배운 것이다. 아이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선생님께서 손 씻는 법을 알려 주신다고 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크게 기침을 하자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침할 때는 팔꿈치 안쪽에 대고 해야 한다며 말이다. 실제 거리를 지나다 보면 기침하는 사람 중 열이면 열 팔꿈치 안쪽에 입을 대고 기침을 하는 모습을 코로나19 이전부터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전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들이 질병관리본부 포스터가 아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위생적으로 손을 씻고 기침을 하는 법을 일상적으로 교육 하는 것만으로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위생교육만큼이나 감염자에 대한 조치도 전염병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노르웨이에선 아이들이 38℃ 이상의 열, 설사, 또는 구토 등의 (바이러스나 세균성 감염) 증상을 보일 경우 최소 이틀은 집에서 쉬면서 증후를 관찰해야 했다. 이는 유치원이나 학교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이런 조치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설사를 한 번 했을 뿐인데 최소 이틀 동안 등원해서는 안 된다니 말이다. 필자가 한국 학교에서 일할 때 학생들이 설사나 열 증상을 보인다고 학교에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본 적도, 실제로 학생들에게 말해 본 적도 없었다. 심지어 맞벌이 하는 부모에게 큰 병이 아닌 이상 가벼운 열이나 설사만으로 며칠 동안 아이가 집에서 쉬어야 한다고 권유하는 것은 교사로서 염치없는 일로 여겨졌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열이나 설사 등 가벼운 증후라도 있을 경우 등교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것은 한 아이의 건강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감염자를 격리하고 치료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왜 이 당연한 일을 한국 교사들은 염치없는 일로 꺼리고 노르웨이 교사들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일까?


가벼운 증후에도 최소 이틀 등교 정지 및 가정 내 휴식과 같은 전염병 예방을 위한 교육적 조치가 가능한 이유를 필자는 부모들의 직장 내 노동 환경에 있다고 본다. 노르웨이에선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하지 않고 노동자라면 누구나 자녀가 아프면 한 자녀당 연간 10일의 유급 자녀 돌봄 휴가를 쓸 수 있다. 


❹ 노동자의 휴가에 따른 임금 지급 및 휴가 일수에 관한 노르웨이 국세청 웹사이트 자료 참조. 

www.altinn.no/en/start-and-run-business/working-conditions/print-leave-ofabsence-and-holidays/paid-and-unpaidleave/


자녀 돌봄 휴가에 더불어 근무 연수에 상관없이 25일의 유급 휴가가 노동자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며 이 휴가의 사용은 선택이 아닌 노동자의 의무다. 달리 말해, 노동자가 연간 25일의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사용자에게 불이익이 주어진다. 더욱이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언제든지 재택근무가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노동 시간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하루 8시간에서 2시간까지 수시로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 조건 아래 부모들은 자녀가 열이나 설사 등으로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경우 휴가나 재택근무 또는 근무 시간 조정 등을 통해 집에서 자녀의 건강을 보살필 수 있는 것이다. 혹여 사용자가 노동자의 자녀 돌봄으로 인한 휴가나 근무 형태 및 시간 조정을 못마땅해하거나 그로 인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자녀가 아프면 직장 상사나 동료가 일을 당장 멈추고 집에서 아이를 돌볼 것을 권유한다. 부모의 돌봄 부담은 줄이면서도, 아이의 건강은 챙기고, 학교 내 집단 감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이 어찌 일석삼조가 아니겠는가?


코로나19 이전부터 노르웨이 학교는 아이들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전염병 예방을 위한 교육적 조치를 일상적으로 시행해 왔다. 그리고 그 조치가 일상에서 작동하기 위한 조건으로 노르웨이는 적색 운동을 제안한다. 가족 친화적인 노동 조건을 만들어 가는 일 말이다. 또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유행의 위기를 딛고 일상으로 회복을 꾀하기 위해 회색 도심의 학교들이 나아가야 할 대안으로 노르웨이는 녹색운동을 제안한다. 즉, 코로나19 이후 학교교육의 모습은 답답한 회색 콘크리트 실내 공간에 마스크를 쓴 채 모니터 앞에 앉은 아이들로 채우기보다 녹색의 탁 트인 공간에서 나무도 타고 잔디밭도 뒹굴며 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로 더 많이 채워져야 함을 말이다. 그렇게 전염병으로부터 회복력 높은 도시 교육과 삶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녹색과 적색임을 한 노르웨이 부모로서 체험을 통해 절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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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