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호[시] 봄이다 외 | 임덕연

2026-04-14
조회수 69

봄이다

 

 

흙을 비집고 나온

여린 싹이 보이면

봄이다.

 

앞산

생강나무 노란 꽃

서너 점점 보이면

봄이다.

 

무당벌레

방바닥에 몇 마리

스멀스멀 보이면

봄이다.

 

버드나무 가지가지

연초록빛이

아스라이 보이면

봄이다.

 

그대가 갑자기

무척

보고 싶어지면

봄이다.

 

 



발밑을 본다는 것

 

 

가끔 고개 숙여 발밑을 본다.

 

발바닥 오목한 것이 뭘 잘못 밟더라도

뭇 생명 아주 바스러지지는 말라는 것 같다.

 

나도 어느 존재에게 밟힐 뻔했는데

가까스로 살아난 일이 서너 번 있다.

 

남한테 해코지하면 너도 해코지당한다고

아예 그런 맘 먹지 말라고

어머니는

장독대 제일 큰 항아리 위에 정안수 떠 놓고

하늘에 대고 수없이 손을 싹싹 빌었다.

 

그게 아주 허망한 미신은 아닌 듯하다.

 

뭔가로 땅거죽을 물샐틈없이 죄다 덮어버린 곳에서

뭐 이런 것도 다 부질없는 일인 듯싶지만

가끔 발밑을 살피는 게

시골에서는

꼭 땅에 절하는 모습이다.

 



시작 노트

봄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봄일까? 생각하다 남들이 봄이라 하든 말든 나는 나만의 봄이고 싶었다. 계절이 한겨울이라 해도 내 몸과 마음이 봄이라면 봄 아니겠는가! 보통 2월 초 입춘부터 우리는 봄타령을 한다. 그러고는 2월 추위도 만만치 않으니 봄은 왔는데 아직 봄은 아니다라고 푸념도 한다. 3월부터 봄일까? 우리는 음력을 사용했고, 중국 어느 지역의 기온 변화를 따라오다가, 양력이 들어와 자리 잡다 보니 계절과 기온과 생태 느낌이 혼돈된 듯하다. 음력 춘삼월은 양력 4월쯤 되나 보다. 일본은 새 학기를 4월부터 한다. 우리 새 학기 3월은 너무 빠르다. 그나저나 봄이 되면 그대가 무척 보고 싶어진다. 보고 싶어도 못 보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인 줄 모르는 게 더 큰일 아닌가 싶다.

 


임덕연(dall222@naver.com) 1963년 충주 남한강가에서 태어나 안양에서 자랐다. 시집 《산책》, 《남한강 편지》, 《연못 하나를 팠다》가 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조합비는 월 15,000원이며, 아래 링크를 통해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매월 CMS로 자동 출금됩니다.

(단,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분들이나 청소년들은 월 회비 납부를 조정하거나 유예할 수 있습니다.)

· 출자금은 최소 '1구좌 2만 원'이며, 약정하신 금액만큼 첫 번째 월 조합비와 함께 출금됩니다.

· 가입서 작성시 ‘상호’에 재직 중인 학교나 회사명 또는 소속을 입력해 주세요. 


>>> 교육공동체 벗 가입하기

0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