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호[특집]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의 새로운 경로를 상상하기 | 정용주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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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학교폭력예방법이라는 폭력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의 새로운 경로를 상상하기

- 법제화의 한계를 넘어 예방과 회복의 패러다임으로


정용주  edcom234@gmail.com

본지 편집자문위원, 

서울천왕초 교장



학교폭력,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학교와 비통한 공동체


「학교폭력예방법」은 나름 의미 있는 제도이고 법의 부존재와 비교하여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법이 학교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하며,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사안이 수사나 법적 소송으로 연결되면서 학교에서는 예방보다는 사후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갈등 해결을 위한 회복적 교육을 실천하기보다는 단순한 행정적 보고와 법적 절차 이행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이 강해졌다. 학교 내 자율성과 교육적 해결 능력이 점점 약화되었고 이는 결국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불신을 초래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이 점점 예방과 회복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핀란드의 키바(KiVa) 프로그램, 노르웨이의 올베우스(Olweus) 프로그램, 덴마크의 웰빙 중심 예방 정책 등은 학교폭력 문제를 단순히 법적 조치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예방적 조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학교폭력을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공동체적 문제로 인식하고, 교사·학생·학부모·지역 사회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학교폭력 대응 방식은 법제화 과정에서 잘못된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새로운 제도화 경로를 상상하기 위해 한국의 학교폭력 관련 법 제도가 만들어 온 부정적 경로를 분석하고, 해외에서 성공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사례를 비교·검토하며, 한국 교육 현실에 맞는 새로운 법률 설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물론 학교폭력 문제를 방치하거나 법적 보호 장치를 없애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기존 법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효과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학교폭력을 단순한 범죄 행위로 다루지 않고 학생들이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법제화 경로에서 벗어나, 예방과 회복 중심의 교육적 접근을 강화하는 새로운 법적·행정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이 만들어 낸 패러독스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만들어졌지만 현실에서 작동할 때는 피해자의 보호 능력에 따라 사건 처리 방식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강경 대응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사건이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한 가해자 측에서도 법적 대응을 강화하면서 맞신고(맞폭)가 증가하였고,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학교폭력 사건이 점차 법적 분쟁화되면서, 피해자는 보호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심리적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가해 학생이 맞폭을 제기하는 사례의 증가는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가해자 처벌이 강화됨과 궤를 같이 했다. 즉,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역으로 신고하거나, 쌍방 폭력으로 몰아가면서 징계를 줄이려는 방식이 일반화된 것이다. 그러면서 교사들에게는 사건 개입을 최소화하고, 문제 해결보다는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학생 간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공식적으로 보고하고, 법적 논란을 피하는 행정적 역할만 수행하게 되었다.


학교폭력은 분명한 피해자와 가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서 학교폭력은 단순한 흑백 논리가 아니라, 그 안에 놓인 모든 이들이 소외되고 고립되는 패러독스적 상황을 만들어 낸다. 피해자의 부모는 학교에 기대를 걸었지만,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의 고통이 무력화되는 것을 경험한다. 가해자의 부모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맞신고를 고민하기도 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순간 학교폭력 사건이 더 이상 교육적 사안이 아닌 법적 공방이 되어 버린 현실을 깨닫는다. 교사는 행정 처리에 몰두하고, 교장은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고 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한다. 결국 학교폭력은 학교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한 채 전학을 고민하고, 가해자는 교정되지 못한 채 더 정교한 법적 대응을 학습하며,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지 못한 채 소진되고, 교장은 행정적 부담을 관리하는 관료가 된다. 그 누구도 교육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학교폭력 대응 체계,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학교폭력의 패러독스이다.


학교폭력 대응 체계 속에서,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의 공간이 아니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가 변화할 기회를 잃으며, 교사가 교육적 역할을 포기하고, 교장이 행정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법적·행정적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공동체 전체가 해결해야 하는 교육적 문제다. 



학교폭력 처리 과정이 드러내는 학교와 교육의 위기


학교폭력은 학교의 교육 기능을 직접적으로 마비시킨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는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교육적인 접근을 할 여유를 잃는다. 사건이 법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교사들은 더 이상 학생들과의 관계 회복을 고민하지 않고, 행정적 절차를 밟는 데 집중하게 된다. 피해 학생은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전학을 강요당하거나,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잃는다. 가해 학생은 자신의 행동이 왜 문제인지에 대한 교육적 이해 없이 학교 시스템에서 배제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학교는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내면화된다. 학교폭력은 학교가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렸을 때 더욱 심화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폭력이 단순한 개인적 문제로 환원될 때, 학교공동체 전체가 위축된다는 점이다. 한 번의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생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교사들은 갈등 개입을 꺼리며, 학부모들은 학교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피해 학생은 친구들과 멀어지고, 가해 학생은 낙인 속에서 성장하며, 방관자들은 두려움 속에서 침묵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점차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단순히 시험을 보고 졸업장을 받는 곳으로 전락한다.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이 인간다운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변해 버린다.


이러한 교육적 기능의 붕괴는 학교폭력을 대하는 방식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학교폭력 대응 시스템은 ‘처벌’과 ‘행정적 조치’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학교의 역할을 점점 축소하고 있다. 


폭력이 발생했을 때, 학생들이 학교를 신뢰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해야 하지만, 지금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신뢰하지 않고, 학부모가 학교를 법적 대응의 대상으로만 인식하며, 교사와 교장이 교육자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한, 학교폭력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학교폭력을 학교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고, 예방과 회복 중심의 접근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학교폭력은 단순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니라, 학교의 문화와 시스템,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특정한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구성원들이 상호 신뢰를 형성하고 있는가, 학교가 학생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가, 학교가 문제 해결을 위한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있는가 등이 학교폭력의 발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해외의 학교폭력 사안 접근 방식


핀란드 : 키바 프로그램 - 공동체 기반 예방과 개입

한국의 학교폭력 대응이 법적 절차에 따라 가해자를 분리하고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과 달리, 키바 프로그램은 목격자의 역할을 강조하고, 공동체적 압력을 통해 폭력을 예방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폭력 예방을 위한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각 학교에는 키바 팀이 조직되어,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개입하여 피해자와 가해자를 개별적으로 상담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징계가 아닌,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한 개입 방식이 적용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폭력의 결과보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할 것인지 학습하는 기회를 얻는다. 키바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핀란드 내 학교폭력 발생률은 30~50% 감소했으며, 피해자의 정신 건강과 학교 만족도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노르웨이 : 올베우스 프로그램 - 학교 문화와 가정, 지역 사회의 협력

노르웨이의 올베우스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을 학교 문화, 가정, 지역 사회의 협력 속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정부는 모든 초·중학교에서 반폭력 교육을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학급 단위에서의 토론과 협력 문화 형성을 강조한다. 올베우스 프로그램의 네가지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다.


학교 차원의 개입  모든 교직원이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받으며, 교칙과 정책을 재정비한다.

교실 차원의 개입  반별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법을 배운다.

개인 차원의 개입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개별적으로 상담하고,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정 및 지역 사회 연계  학부모와 지역 사회를 연계하여 학생들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올베우스 프로그램이 시행된 이후 노르웨이 내 학교폭력 발생률은 50% 이상 감소했으며, 피해 학생의 정신 건강과 학습 환경이 개선되었다.


덴마크 : 웰빙 중심 예방 정책 - 심리적 지원과 정서적 안정 보장

덴마크는 학교폭력 문제를 개별 학생의 행동 문제가 아니라, ‘학교공동체의 웰빙 문제’로 인식하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덴마크의 학교폭력 대응 정책은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학생 개개인이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웰빙 수업(Trivsel Timer) 운영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감정 표현과 협력 활동을 포함하는 수업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한다.

학생 상담 시스템 강화  모든 학교에는 심리 상담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정서적 불안을 겪을 경우 즉각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피해 학생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도 처벌만이 아닌 심리적 지원과 행동 교정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받는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와 심리적 안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학교폭력 발생률 또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로 든 세 가지 사례에 비해 한국의 학교폭력 대응 방식은 다음과 같은 한계를 가진다.

① 사건 발생 이후의 대응 중심 : 폭력이 발생한 후 법적 절차를 따르는 구조로, 예방보다는 처벌에 초점을 맞춘다.

② 학교의 역할 축소 : 학교는 행정적 절차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작동하며, 교사들은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다.

③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모두를 위한 지원 부족 : 피해자는 법적 대응에 의존해야 하고, 가해자는 징계를 받지만 실질적인 교육적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의 모델은 폭력을 예방하고, 학생들이 공동체 속에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학교의 소외


병원을 떠올려 보자. 병원이란 단순히 질병을 기록하고 환자를 분류하는 곳이 아니다. 병원은 아픈 사람이 회복을 위해 찾는 곳이며, 환자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다. 그러나 만약 병원이 증상을 기록하고, 환자를 분류한 뒤, 중증도에 따라 퇴출하거나 법적 조치를 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어떻게 될까? 치료와 회복의 과정이 사라지고, 병원은 관리와 통제의 공간으로 변질된다.


오늘날의 학교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학교는 본래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성장하고, 관계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점점 더 기록과 분류 시스템에 가까워지고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교육적 해결보다는 법적 대응이 우선된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은 법적 절차 속에서 기록되며, 심각한 경우 학교라는 공간 자체에서 퇴출된다. 교육은 실종되고, 처벌과 행정적 절차만이 남는다. 마치 병원이 환자를 질병 코드로만 바라보고, 개별적인 치료와 회복 과정을 배제하는 것과 같다. 학교폭력 대응의 핵심에는 가르침과 배움이 아닌 평가와 기록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거트 비에스타는 《교육의 아름다운 위험》에서 교육은 학생을 단순한 소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가 되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학교폭력 대응 방식은 학생을 사건의 기록물로 만들 뿐, 그들이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마치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대신, 질병을 분류하고 퇴출시키는 것과 같은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오늘날의 학교는 학생을 학습자로만 규정하며, 평가와 기록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학교의 교육적 기능은 점점 더 ‘입시 기관’으로 축소되고, 관계와 가르침의 의미는 희미해진다. 학교폭력 대응 방식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다. 학교는 폭력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교육청에 보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담당자만 바뀔 뿐이다. 결국, 학교폭력 사건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되는 것’에 불과한 구조가 형성된다. 


이렇게 교육이 평가와 진도 체크의 틀 속에 갇히는 것은 학교폭력 대응 방식이 관계 회복의 교육적 의미를 삭제하고, 법적 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과 쌍을 이룬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벌과 기록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공간이듯, 학교는 학생들이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가 배움과 관계의 장에서 소외될수록, 학생들 간의 관계도 단절되며, 이는 학교폭력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나 가정 환경의 영향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오히려 학교가 교육공동체로서의 역할을 상실하면서, 학생들이 관계적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회복의 비전 : 행복한 학교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학생들은 학습과 정서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학습 위기는 단순한 성적 하락이 아니라 배움의 의미와 동기 부여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정서적 위기는 학교 내 사회적 관계의 약화, 따돌림과 폭력 문제, 심리적 불안정성에서 비롯된다. 유네스코의 〈행복한 학교(Happy Schools)〉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단순한 평가와 결과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배움의 과정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위기는 학교폭력 문제와 맞물려 더욱 심각해진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은 학습 의욕을 잃고 정서적으로 위축되며, 가해 학생들 또한 교육적 개입 없이 단순한 처벌과 낙인의 대상이 된다. 


학교폭력 대응 패러다임의 전환은 학교를 단순한 학습의 장이 아니라 행복과 성장의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너무 식상한 대안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중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학교 전체가 폭력 예방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정서적 웰빙을 강화하는 학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학교 내 심리 상담 시스템을 강화하고, 학생들의 감정적 표현과 조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배움의 기쁨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 학습이 단순한 평가와 기록을 위한 과정이 아니라, 삶의 기쁨을 찾는 과정이 되지 못하면 학생들은 학습을 자기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경쟁과 부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를 넘어서는 비전으로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 학습, 놀이를 통한 협력 학습의 전면화를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놀이 스펙트럼을 반영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설계 등이 고민되어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적 웰빙을 동시에 지원하는 공간이 되어야 처벌과 경쟁의 논리를 넘어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움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행복한 학교의 비전이 현실화될 때, 학생들은 학습과 정서의 위기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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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오늘의 교육》에 실린 글 중 이 게시판에 공개하지 않는 글들은 필자의 동의를 받아 발행일로부터 약 2개월 후 홈페이지 '오늘의 교육' 게시판을 통해 PDF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