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호[기고] 학교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꽃피려면 | 문성호

202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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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에서도 언론의 자유가 꽃피려면

- 서울 은평 지역 청소년 언론 〈토끼풀〉의 이야기



문성호  

ho@tokipul.net

청소년 언론 〈토끼풀〉 편집장, 서울 은평구 중학생




“앞으로 학교에서 신문을 배포하려면 교장 선생님의 사전 결재 및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4월,  학교 교감 선생님과의 면담 자리에서 통보받은 내용입니다. 언론에 대한 사전 검열입니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제21조에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교지 등 학생 언론활동, 인터넷 홈페이지 운영 등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이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제17조 제5항에도 배치됩니다.


〈토끼풀〉은 1년 넘게 학교에서 신문을 배포해 오며 명실상부한 청소년 언론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계속 저희의 활동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학교 밖에서 배포하면 되지 않은가?”라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청소년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학교입니다. ‘청소년 언론’이라면 당연히 학교에서 배포해야 하고, 그렇게 할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 밖에서 배포하면 학교의 압력에 굴복하는 선례를 남기게 될뿐더러, 청소년이 주 독자인 청소년 언론의 정체성에 혼란이 생깁니다.



〈토끼풀〉의 탄생과 성장


〈토끼풀〉은 2024년 3월 ‘교내 자율 동아리’ 형태로 결성됐고 4월 30일 첫 신문을 냈습니다. 처음에 신문 동아리가 만들어진 이유는 ‘학교 소식을 전하고 문제를 알리기 위함’이었고, ‘청소년 언론’보다는 ‘교내 신문’이라는 정체성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교내 신문이다 보니 처음에는 대자보 형태로 크게 인쇄해서 학교 안 벽에 붙이는 형태였습니다.


저희가 ‘청소년을 대변한다’라는 목적의식을 다진 계기는 지역구 국회의원 인터뷰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국회의원(은평갑 지역구)에게 기후동행카드에 청소년 혜택이 없는 부분을 지적하고 지역 내 도서관 신설에 대해 질의하며, 단순한 교내 신문이 아닌 청소년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이후 은평이 지역구인 성흠제 서울시의원도 만나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기후동행카드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언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지게 된 계기는 12.3 내란 사태였던 것 같습니다. 비상계엄을 비판하는 호외를 12월 4일에 비교적 신속히 냈고, 다른 주류 언론에서 〈토끼풀〉 호외가 다뤄지면서 저희도 인지도를 얻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내 이슈뿐만 아니라 청소년 언론으로서 다양한 사회 이슈도 다뤄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현재 〈토끼풀〉은 27명의 청소년(중학생) 기자가 모여 활동 중입니다. 매달 타블로이드지로 8~16면, 1,000부가량 종이 신문을 발행합니다. 인터넷으로도 부정기적으로 기사를 냅니다. 인터뷰 섭외부터 기사 작성, 조판까지 모두 청소년이 합니다. 성인 구성원은 없습니다. 



활동에서의 어려움


앞서 언급한 검열 외에도 저희가 직면한 어려움은 많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월 전교 학생회장 선거를 보도했다가 겪은 일이 있습니다. 지역 내 3개 학교에서 어떤 후보가 출마했고, 어떤 후보가 당선됐는지 보도하는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였습니다. 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인 만큼, 민주적 선거의 과정과 결과를 보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학교에서 배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후보의 실명을 사용했다’라는 이유였습니다. 해당 학교에서 나머지 두 학교에 전화를 걸어 배포를 막았고, 결국 배포하지 못했습니다. ‘선거에 출마한 학생의 이름은 개인정보’라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출마 공고는 각 학교 게시판에 공개되었고, 후보들이 학교에서 유세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름과 사진, 공약 등이 담긴 포스터도 부착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보들과 당선자의 실명을 보도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작년 10월, 학교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깊게 취재해 보도한 기사에 관한 사건입니다. 노동자들이 학교 건물 내에서 흡연을 하는 점, 안전 조치가 미비한 점, 소음으로 인한 학습권 침해까지 문제 상황을 자세히 짚었습니다. 이 기사로 ‘대한민국청소년기자대상’까지 수상했지만, 학교 측은 기사의 내용을 문제 삼으며 수정하라는 압박을 가했습니다. 결국 저는 학교 교장·교감 선생님과 면담까지 하게 됐습니다. 면담 이후 학교의 책임에 관한 내용을 대폭 줄이고 ‘학생의 안전은 스스로 지키자’라는 내용을 부각하여 수정한 기사를 학생들에게 배포해야만 했습니다. 흡연과 소음 등의 문제점들은 교장 선생님의 조치로 고쳐졌지만, 얼마 후 다시 발생했습니다. 수정된 기사 때문에 문제들이 공론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게 과도하게 중립성을 요구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지난해 지역구 박주민 의원 인터뷰 이후, 교장 선생님은 저희에게 “왜 한쪽만 인터뷰하냐”며 국민의힘 쪽도 인터뷰하라는 듯한 뉘앙스로 말씀하셨습니다. 당시는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직후였습니다. 〈토끼풀〉도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슈를 다루며 국민의힘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을 대변하는 언론’이 국민의힘 인물을 인터뷰하는 것은 모순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때입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주도한 김혜영 서울시의원을 인터뷰하려다가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을 과도하게 통제하려 들기도 합니다. 저희는 작년 말 비상계엄 당시 호외를 발행했습니다. 이후 〈경향신문〉에서 이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왔는데, 무심코 담임 선생님께 전했더니 교장 선생님에게까지 소식이 들어갔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담임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은 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개인 자격으로는 해도 될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터뷰를 막은 표면적 명분은 ‘학생 보호’였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한 견해가 양분된 상황에서 제가 언론에 나와 비상계엄을 비판하면 보수 지지자들의 비난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책임 회피’가 주된 이유라고 봅니다. 학생이 학교의 이름을 걸고 정치적 사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 학교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선생님들께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학교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라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했고, 여기에는 학교에서도 훼방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학교에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규범의 부재 때문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책임 회피’라는 학교 특유의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책임과 위험을 회피하는 분위기가 교사들에게 널리 퍼져 있고, 직급이 높을수록 그런 모습이 두드러집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내는 신문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도 책임(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의 책임 회피는 청소년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책임지지 못하는 존재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과 맞물려 있습니다. 청소년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적 책임을 지고, 민사적 책임도 법정대리인을 통해 일부 집니다. ‘보호’를 명분으로 청소년의 손발을 묶고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입니다.


〈토끼풀〉은 결국 학교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무사안일주의’에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어른들의 전유물인 정치에 개입하고, 학교 내부의 문제를 바깥으로 끌어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저희가 ‘내부고발자’이고 ‘긁어 부스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저희와 같은 존재 없이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학교 사회가 폐쇄적으로 유지된다면 학교에서 발생한 문제가 바깥으로 알려지지도 않을 것이고, 청소년의 목소리가 현실 정치에 반영되는 통로 또한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변화


학교는 청소년이 사회로 진출하기 전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는 기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바깥 사회만큼의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하고, 제도적으로 그렇게 할 기반이 마련돼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바깥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저희가 요구하는 건 단 하나입니다. ‘청소년 언론을 탄압하지 말고,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게 해 줄 것.’


각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의 결단만 있으면 됩니다. 실질적으로 저희를 제약하는 건 일선에 계신 분들보다는 관리자 직급의 분들입니다. 학교는 그동안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고 책임을 가장 덜 지는 방향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원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지난해 학교 자율동아리 예산 9만 원 외에는 학교나 기관으로부터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나 기관의 지원은 통제의 수단으로 기능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저희 신문을 검열하지 않고 간섭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교육부·교육청 차원의 청소년 언론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에서 지침을 만들면 학교의 책임 부담도 훨씬 감경됩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언론 활동과 배포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심판하는 기존의 구조도 사라질 것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됨을 명문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청소년 언론 활동도 더욱 꽃필 것입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습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우선 독자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1,000부 전체가 읽히지는 않습니다. 상당수가 놀이용으로 사용됩니다. 야구 배트 모양으로 구겨지기도 하고, 축구공 모양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의 청소년과 선생님들이 저희 신문을 읽습니다. 독자에게 버림받은 언론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저희 신문은 꾸준히 읽히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저희 기사를 읽고 유익했다거나 잘 썼다는 평가와 독려를 해 주시는데,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후원자분들도 계십니다. 저희의 활동 취지에 공감해서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기특해서’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신문 활동 특성상 재정적인 부담이 꽤 있습니다. 발로 뛰며 기사를 쓰는 제대로 된 언론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비록 아직 제대로 된 회식도 한 번 못 했지만, 신문 발행에 필요한 필수 비용들은 원활히 충당되고 있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저희 신문을 보고 어떤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면 저희는 저희의 역할을 다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그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습니다. 독자와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굉장히 우려가 됩니다. 어떤 문장이 문제가 되고, 어느 선까지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게 의미 없는 수준까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의 교육》과 같이 진보적인 매체에 기고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말이기에 이 글을 씁니다. 〈토끼풀〉은 앞으로도 계속, 매달 신문을 낼 것입니다. 혹시 선생님들께서 이 글을 읽고 불편하셨더라도, 부디 문제 삼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학교를 공격하려는 게 아닙니다. 더 나은, 성숙한 학교 사회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쓴 글입니다.


저희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유로운 배포를 쟁취하고 싶고, 쓰고 싶은 것을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싶습니다. 아마 더 많은 난관에 부딪히겠지만, 그동안 해 왔던 것처럼 극복해 보겠습니다. 저희 웹사이트(www.tokipul.net)도 들어와 주시기를 권유해 봅니다. 전국의 모든 청소년이 저희 기사를 통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될 때까지 〈토끼풀〉은 멈추지 않겠습니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지식공동체를 지향합니다. 교육에 대한 건강한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 모이고 어우러질 수 있는 마당을 만들겠습니다.

 

교육공동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공통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경제조직입니다. 정론직필의 교육전문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정직한 책들, 함께 배우고 나누며 성장하는 배움 공간 등 우리 교육에 필요한 것들을 우리 힘으로 만들고 함께 나누겠습니다.

 

‘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조합 통신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조합원 연수와 총회에 참여할 수 있고, 지역 벗모임과 《오늘의 교육》 읽기 모임, 교육농, 나눔공방 등 조합원들이 만들어 내는 모임들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임을 직접 제안하고 만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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