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시간
며칠 후로 2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공부는 하지 않겠다던 일민이까지
‘선생님 규장전이 뭐예요?’ 하며 질문을 해오는 문학 시간
곧이어 장난처럼 해온 질문
‘선생님 문학이 뭐예요?’
아 문학이 뭐냐고 물었구나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
문학을 배우는 시간
갑자기 나는 그 질문이 날카롭구나
예리하게 파고들어 내 말문을 막는구나
그래 너희들과 나 이렇게 함께
우리네 삶의 모습 담긴 작품들 기웃거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
다양한 사람살이 속 담긴 빛과 어두움, 설움과 즐거움
온갖 감정의 양면의 언저리나마 함께 느끼며 따라가 보고
내게 드는 느낌과 생각들 마음 한 귀퉁이에 갈무리해 보는 것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내 안의 강한 울림 들으려 하는 것
다른 이들의 삶의 애환 들여다보며
내 살아온 길 제대로 짚어보고
살아갈 길도 속깊이 새겨보는 것
혹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아니 흡족하지 못한 내 대답이 부끄럽구나
문학이 무엇인가 다시 내게 묻는 시간
고등학교 2학년의 문학 시간
건이의 편지
‘국어 선생님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여
‘먼 훗날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저의 꿈을 이루어 꼭 멋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로 맺은 건이의 편지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가 크게 그려 있었다
생화를 살 여건이 안 되어
진심을 담아 정성껏 그렸다는 카네이션이
세상 어느 꽃보다 붉고 아름답게
내 가슴 가득 피어오르는 사이
‘저를 바로잡아 주셨고’라는 구절에 자꾸 눈길이 간다
바로잡아 줄 만큼
어긋난 것도 없는 건이
언제나 환하게 사람을 반기며
의욕적인 일상으로 기대하게 하는 아이
습관처럼 소근거리기도 하고
복도에서 하이파이브를 할 때면
수줍은 미소를 건네기도 하는 건이
제대로 마음 써 준 것도 없는데
한 조각 말과 눈길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소중히 받아들이는 건이의 마음이
크고 깊고 어여뻐서
막무가내로 자유로운 건이의 글씨를 아는 나는
이렇게 단정한 글씨를 쓰기 위해
한참이나 애썼을 건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
오랫동안 편지를 쓰다듬는다
건이의 웃음이 환하게 번져가는 시간
붉디붉은 카네이션으로 피어나는
우리 건이
시작 노트
〈문학 시간〉은 충북고등학교에 근무하던 1999년 9월에, 〈건이의 편지〉는 전국 최초 기숙형중학교인 속리산중학교에 수석 교사로 근무하던 2012년 5월에 쓴 시입니다. 언제나 학생들이 제게 던진 말 한마디가 실마리가 되어 시를 쓴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시 2편도 그렇습니다.
대학 진학에 뜻이 없고 공부하는 걸 외면하던 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문학이 뭐냐’는 질문이 교사인 제게 ‘문학이 무엇인가?’보다 학생들에게 문학은 무엇이고 문학 과목은 왜 배우는가를 질문하게 해서 이 시를 썼던 오래전 기억이 살아납니다. 〈건이의 편지〉는 스승의 날 편지를 받고 바로 쓴 시인데 마침 얼마 후가 그 학생 생일이어서 다른 학생들 모두 있는 데서 이 시를 낭독하고 건이의 생일 선물로 주었지요.
시를 다시 읽다 보니 바로 얼마 전같이 학생들 표정과 교실에서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햇수를 짚어 보니 아주 오래전이라서 지금은 45세가 되었을 〈문학 시간〉의 일민이, 27세가 되었을 〈건이의 편지〉의 건이 모습이 문득 궁금해집니다.
김은숙
kes102.3@hanmail.net
충북 청주 출생. 중등학교 국어 교사로 34년 재직하였고 퇴임 후 〈책방通通〉 및 책담방송 〈다독다讀〉 등 책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충북작가회의, 내륙문학회 회원. 저서로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부끄럼주의보》, 《손길》 등 6권의 시집과 산문집 《갈참나무 숲으로》가 있으며, 제10회 풀꽃문학상, 제13회 내륙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 시간
며칠 후로 2학기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공부는 하지 않겠다던 일민이까지
‘선생님 규장전이 뭐예요?’ 하며 질문을 해오는 문학 시간
곧이어 장난처럼 해온 질문
‘선생님 문학이 뭐예요?’
아 문학이 뭐냐고 물었구나
문학을 가르치는 시간
문학을 배우는 시간
갑자기 나는 그 질문이 날카롭구나
예리하게 파고들어 내 말문을 막는구나
그래 너희들과 나 이렇게 함께
우리네 삶의 모습 담긴 작품들 기웃거리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것
다양한 사람살이 속 담긴 빛과 어두움, 설움과 즐거움
온갖 감정의 양면의 언저리나마 함께 느끼며 따라가 보고
내게 드는 느낌과 생각들 마음 한 귀퉁이에 갈무리해 보는 것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내 안의 강한 울림 들으려 하는 것
다른 이들의 삶의 애환 들여다보며
내 살아온 길 제대로 짚어보고
살아갈 길도 속깊이 새겨보는 것
혹 그것이 문학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아니 흡족하지 못한 내 대답이 부끄럽구나
문학이 무엇인가 다시 내게 묻는 시간
고등학교 2학년의 문학 시간
건이의 편지
‘국어 선생님 안녕하세요?’로 시작하여
‘먼 훗날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인해
저의 꿈을 이루어 꼭 멋진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로 맺은 건이의 편지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가 크게 그려 있었다
생화를 살 여건이 안 되어
진심을 담아 정성껏 그렸다는 카네이션이
세상 어느 꽃보다 붉고 아름답게
내 가슴 가득 피어오르는 사이
‘저를 바로잡아 주셨고’라는 구절에 자꾸 눈길이 간다
바로잡아 줄 만큼
어긋난 것도 없는 건이
언제나 환하게 사람을 반기며
의욕적인 일상으로 기대하게 하는 아이
습관처럼 소근거리기도 하고
복도에서 하이파이브를 할 때면
수줍은 미소를 건네기도 하는 건이
제대로 마음 써 준 것도 없는데
한 조각 말과 눈길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소중히 받아들이는 건이의 마음이
크고 깊고 어여뻐서
막무가내로 자유로운 건이의 글씨를 아는 나는
이렇게 단정한 글씨를 쓰기 위해
한참이나 애썼을 건이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
오랫동안 편지를 쓰다듬는다
건이의 웃음이 환하게 번져가는 시간
붉디붉은 카네이션으로 피어나는
우리 건이
시작 노트
〈문학 시간〉은 충북고등학교에 근무하던 1999년 9월에, 〈건이의 편지〉는 전국 최초 기숙형중학교인 속리산중학교에 수석 교사로 근무하던 2012년 5월에 쓴 시입니다. 언제나 학생들이 제게 던진 말 한마디가 실마리가 되어 시를 쓴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시 2편도 그렇습니다.
대학 진학에 뜻이 없고 공부하는 걸 외면하던 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문학이 뭐냐’는 질문이 교사인 제게 ‘문학이 무엇인가?’보다 학생들에게 문학은 무엇이고 문학 과목은 왜 배우는가를 질문하게 해서 이 시를 썼던 오래전 기억이 살아납니다. 〈건이의 편지〉는 스승의 날 편지를 받고 바로 쓴 시인데 마침 얼마 후가 그 학생 생일이어서 다른 학생들 모두 있는 데서 이 시를 낭독하고 건이의 생일 선물로 주었지요.
시를 다시 읽다 보니 바로 얼마 전같이 학생들 표정과 교실에서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햇수를 짚어 보니 아주 오래전이라서 지금은 45세가 되었을 〈문학 시간〉의 일민이, 27세가 되었을 〈건이의 편지〉의 건이 모습이 문득 궁금해집니다.
김은숙
kes102.3@hanmail.net
충북 청주 출생. 중등학교 국어 교사로 34년 재직하였고 퇴임 후 〈책방通通〉 및 책담방송 〈다독다讀〉 등 책 나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충북작가회의, 내륙문학회 회원. 저서로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부끄럼주의보》, 《손길》 등 6권의 시집과 산문집 《갈참나무 숲으로》가 있으며, 제10회 풀꽃문학상, 제13회 내륙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