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장애 학생 아동학대 판결이 말하지 않는 것
장애 아동 아동학대 문제,
교육의 본령을 떠올리자
- 공교육 과정에서의 자녀 아동학대 경험에 대한 양육자 실태 조사
백선영
jbumo@hanmail.net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
최근 학교 현장에서 장애 아동, 저연령 아동 등 자기 방어가 취약한 아동들에 대한 학대 사건에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이에 내가 소속되어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공적인 교육과정(교육·보육 현장 등) 속에서 자녀가 학대 피해를 겪었거나 그 해결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던 실태를 조사하였다. 양육자들이 자녀의 학대 피해를 발견하고 대처해 나갔던 경험을 묻고, 학교 등의 대응 및 해결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문제들을 파악하며, 아동 학대 전반에 대한 양육자들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 학대를 겪어 보지 않은 양육자도, 비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도 인식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실태 조사의 범위는 보육을 포함한 공적 교육의 과정으로 한정하였다. 그럼에도 응답 중에는 활동지원사의 지원 과정이나 발달재활치료센터 등 장애 학생이 일상을 보내는 여러 공간에서 겪었던 학대 경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290명의 응답자 중 96.5%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되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였으며, 4.5%는 비장애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학대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대체로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사례를 들려준 것으로 파악된다.
아동학대 경험과 양육자의 인식 실태
조사 결과, 학대를 겪은 장소는 초등학교 42%, 어린이집·유치원 22%, 중학교 20%, 고등학교 7%, 특수학교 7%, 대학교 3% 순으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 저연령 아동을 교육·보육하는 기관에서 높게 나타났다. 학대 유형은 정서 학대가 가장 높았고(42%) 그 다음이 신체 학대(30%), 방임(23%) 순이었다. 신체 학대와 정서 학대에 모두 해당하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학대의 실제 내용은 가혹하고 처참한 내용들 일색이었다.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은 내용이기에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으나, 심각한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상습적 반복적으로 겪은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법률적 의미의 아동학대에 해당하지는 않아도 동급생으로부터의 집단 따돌림, 장애인 비하, 언어폭력 등을 일상으로 겪고 있음이 드러났으며, 교사로부터도 신체적 폭력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학대의 심각성을 5점 척도로 매겼을 때 응답자 중 54%가 5점을 선택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학대의 빈도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37%로 가장 많았고, ‘2회 이상 5회 미만’이 35%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가해자의 비율은 담임 교사(38%)가 제일 높았고 동급생 혹은 선후배(25%)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어서 특수교육 실무사(13%), 공익 요원(4%), 교장·교감(4%) 이외에도 자원봉사자, 담당 활동지원사, 학습도움반 교사, 어린이집 담임 교사, 교내 외부 강사 순이었다. 해당 기관에 신고를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에 교사에게 바로 제기(28%)하거나 교장이나 교감에게 제기했다(41%)는 응답이 많았다. 공식 신고처가 있어 접수를 한 경우(15%)와 하지 못한 경우(16%)가 1%p 차이였다. 신고 이후의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묻자, 공식 절차나 매뉴얼 등의 부재로 사건 자체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고(44%), 공식 절차에 의해 해결 과정을 밟았다(30%)는 게 그 다음을 차지했다. 법정 공방까지 이른 경우도 있었다.
피해 학생이 가진 의사소통상의 어려움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된 애로 사항으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피해 학생이 가진 장애의 특성은 학대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학대를 겪어도 드러내거나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언어 소통이 가능한 가해 학생만이 증언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가해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 피해 학생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며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 외려 비장애 학생이 참고인 역할을 하며 잘 증언해도 교사가 믿지 않는 사례 등이 있었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의사 표현이 서투르고 친구 눈치를 보느라 제때 이야기를 못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사건의 내용을 대화로 알 수 있었고 교감에게 면담을 신청한 끝에 부장 교사의 사과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형사 처벌 등 사법적 절차가 있었는지와 관련된 문항에서는 법정 공방까지 갔다는 응답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최종 패소한 사례가 최종 승소한 사례보다 약간 많았다.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되거나, 경찰 단계에서 합의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기타 의견들이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 법정까지 가는 것이 힘듦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법적 처리 절차를 포함해 해결 과정에서 증거를 어떻게 제공했는지를 묻자, ‘증거를 제공하기 어려웠다’는 경우가 47%로 가장 많았고, ‘당사자와 참고인의 증언’이 30%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 외에 상처를 보고 당일에 교사 면담을 갖고 면담 녹취록을 제출했거나, 자녀의 일기, 신체 학대 사진과 의사 소견서, 실제 몸에 있는 상처를 직접 식견하게 하는 등 물적인 증거가 있으면 상급 기관과 경찰 등에 제출할 수 있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증거를 제출할 때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물으니 ‘녹취 등의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자녀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어 확보할 수 없었다’(46%)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경찰·검찰 등의 조사 과정에 피해자가 증언하는 과정이 어려웠다’(20%), ‘CCTV가 설치된 학교의 경우 영상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경우’(19%)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없는 조건들
조사에서는 학대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에 ‘불만족한다’ 응답이 9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타 의견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었다. 먼저 가해자와 학교, 교육청 측의 미온적 대응이다. 가해자는 일회성 사과로 끝내고 학대 교사에 대한 처벌도 없어서 부당하다 느꼈다거나, 교육청에서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무한정 기다리게 했다거나,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을 요구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마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대응이 소극적이어서 마치 본인이 유별나고 민감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모가 직접 대안 행동을 가르치며 아이가 배제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요청하고,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 사안도 있었다. 아이가 말을 못하니 아이의 행동과 상처를 보고 담임 교사에게 물었는데 교사가 아이 스스로 그랬다고 설명하며 아이 탓만 한 경우도 있었다. 양육자들은 학교가 1차적 대응에서 피해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상대 양육자와의 소통도 쉽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해결을 위한 정보들을 얻지 못하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피해를 당했을 때 도움이 되는 기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자녀와 단둘이 힘들게 견뎌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는 응답과, 해결을 위한 루트 자체를 알 수 없고 확실하게 학대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에 답답함을 전한 응답 등이었다. 학대 사실을 인정받기도 어려운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해결책도 제시해 주지 않는 상황을 오롯이 당사자와 그 가족만이 감당해야 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대응을 마주한 경험도 있었다. 학대를 인정했던 녹취가 있었으나 담당 경찰이 녹취록 제출해 봤자 소용없다고 해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경찰의 부적절한 초동 수사, 지자체 공무원의 불성실한 태도에 부딪힌 사례들이었다. 한편 가해자와 학교 측이 연결되어, 교감이 ‘이해해 주시면 가해 교사가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다’고 설득하였으나 피해자의 부모는 단호히 반대하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가해자의 복귀를 막은 사례도 있다. 고의적 지연과 방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피해 아동이 지속적인 피해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해 교사와 분리 조치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이 가중된 사례, 교사나 기관에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 자녀만 공포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잠을 잘 못 이뤘던 사례, 어린이집 가기를 거부하고 그 근처만 가도 울어서 아예 퇴소하고 한동안 어린이집을 다니지 못한 사례 등이었다.
형사 처벌을 위한 절차에서도 힘든 점이 많았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결국 불기소되거나 무죄 판결이 났는데, 대부분 피해자의 증언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서 피해 아동 중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가해 교사는 정직 처분만 받고 원장과 교사들은 그대로 시설을 운영했다는 사례가 있었다. 자녀의 말은 신뢰받지 못하고, 녹음기는 증거 자료가 될 수 없고, 법적 절차로 가 봤자 증인, 증언,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날 것이 뻔해 웬만하면 감내해야 하는, 자녀가 받을 불이익 때문에 학교에 이의 제기조차 못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해결 과정에 만족한다는 답변들은 이런 경우들이었다. 우선 빠른 사과와 즉시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였다. 가해 학생과 그 부모의 사과를 받아서 가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 등을 즉시 취하거나, 교사가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도, 해결 과정 등을 밟고 재발을 방지한 사례도 있었다. 교사의 빠른 사과로 아이가 괜찮아졌다는 의견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내 아이의 특성을 잘 전달해 해결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합리적인 처리 과정을 밟고, 기꺼이 증언해 주는 교사와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경험도 있었다. 교사의 교육 방법을 급우들과 보호자들에게 공유해 준 예도 있었다. 가해자인 교사가 교체되거나 가해가 일어났던 공간에서 피해자가 이동하게 되어 해결이 되기도 한다. 전학 간 학교에서 아이를 잘 케어해 주어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례, 교육청에서 중재하여 해당 실무원과 기사에게 사과를 받고 다른 통학버스로 교체했던 사례 등이다.
교육 현장 내 아동학대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묻자, ‘가해자의 도덕적 결함과 인식의 부재’가 30.7%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교육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부족하다’는 의견이 그 다음인 28%, ‘학대 피해가 장애 학생일 경우 장애에 대한 몰이해’가 25.5%였다. ‘아동학대의 문화가 교육 현장 내에 팽배하다’는 의견은 10.4%로 나왔다. 이 외에 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는 증거가 충분치 못해 양육자들이 법적 절차까지 가지도 않고, 가더라도 패소할 거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기에 벌어진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양육자들은 장애 학생이 자기표현이 어려워 증언이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기 때문에 가해자가 끝까지 부인하면 무혐의가 나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교직원들의 무성의, 교사로서의 직업의식 부족을 지적하거나 내부 결탁으로 묵인된다는 응답도 있었다. 자녀의 행동을 공격성으로만 보고 긍정적 행동 지원으로 촉진할 계획이 없으며, 장애 아동을 보호할 대상이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학교 구성원의 인식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거론하는 응답 또한 존재했다.
교육 현장 내 아동학대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물었더니, 학교 등 기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공정한 기준과 해결 매뉴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29.3%)는 의견들이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공동체적 경각심을 배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16.2%였고 가해자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11.7%를 차지했다. 학교 등 기관 안팎의 신고처부터 필요하다는 의견은 4.1%였다.
자녀의 학대를 경험한 양육자들 중에는 물론 본보기 삼을 만한 해결 과정을 겪으며 피해가 회복된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자녀의 장애로 인한 특수한 어려움이, 학대를 당하거나 학대가 은폐되기 쉬운 조건이 됨을 체감하고 있었다. 사건 당시에는 미처 대처를 못 하고 나중에야 인지하게 된 케이스도 많았다. 계속 봐야 할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기 한층 더 어려웠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태반이 학대 사실 자체에 대한 인정부터 벽에 부딪혀 해결 과정 내내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조사 등의 과정에서 진술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자녀의 장애가 고려되지 않아 공적인 해결 과정에 대한 기대 자체가 꺾인 경험과 억울함,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토로했다. 더욱이 교권을 거론하면서 학대를 훈육이었다고 주장할 때, 구조적 해결 자체가 막히는 데 대한 무력감을 호소했다.
정서적 학대는 학대가 아닌가
이번 실태 조사를 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 용인 ○○초등학교의 정서적 아동학대 사안 관련 2심 선고였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는 녹취로 확보된 증거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증거 능력 자체가 없는 것으로 봤다. “피해자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으로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런 무죄 판결에 이례적으로 전교조까지 가세했다. 전교조는 ‘특수교육의 맥락을 이해하고 교사의 교육적 행위와 학대를 구분한 사법부의 중대한 판단’이라며, 아동학대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개입이라는 성명을 냈다. 안팎으로 규탄이 이어지자 현재는 게시판에서 삭제된 상태다. 해당 사건 내용을 보면 가해 혐의 교사는 수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고 피해 아동에게 “밉상이다”, “싫어 죽겠다”, “고약하다”, “너는 친구 곁에 못 간다”, “급식도 못 먹는다”, “읽어라” 등 윽박을 질렀다. 피해 아동은 교사의 모진 말들을 감내하며 한껏 위축된 목소리로 알았다고 하거나 더듬더듬 따라 읽기만 했다. 그 얼마 전인 2018년 모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교사의 정서 학대 사건 또한, 자신이 맡은 반의 거의 모든 (비장애) 학생들에게 심각한 폭언과 모욕적 언사를 행하였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의 녹취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1, 2심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었다.
정서적 괴롭힘은 전 사회적인 화두다.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겪는 괴롭힘은 위계에 의한 괴롭힘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적 규율이 가능하게 됐다. 장애로 인한 각종 차별적 언동과 괴롭힘 행위들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처벌하거나 규율해 왔다. 아동에 대한 정서 학대는 「아동복지법」상 금지 행위로 규율되고 있으나, 그중 정서 학대의 범위와 처벌의 정당성 등을 묻는 위헌 청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용인 ○○초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 혐의 교사 역시 사건 초기에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요구했으나 기각당해 현재 다시 헌법소원을 낸 상황이다.
아동에 대한 정서 학대를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아동과의 관계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집단들(교사뿐만 아니라 양육자도 마찬가지다)은 정서 학대의 위험성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 정서 학대는 다른 학대 유형에 신체적 상흔이 남지 않아 쉽게 간과되나, 가장 빈번히 발생하고 아동의 정신적·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공기로 분위기를 느낀다’고들 말한다. 배제와 심리적 위축을 일상으로 겪는 장애 학생 당사자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는 없는가. 법적 판단 기준의 애매함보다 명백한 아동 인권의 후퇴 우려에 대해서 먼저 거론해야 할 일이다.
구조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감시로써 인권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를 감시하거나 공정히 해결할 체계 자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학대에 대한 증거를 장애 아동이나 저연령 아동 등 특히 취약한 아동들은 더욱 제시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양육자들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결 절차 자체가 장벽에 부딪힌다는 것을 너무도 통감하고 있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 자녀의 진술만으로는 증언이 인정받기 어려우며 참고인의 증언도 확보가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 가해 행위는 희석되고 자녀의 고통은 더 가중되기에, 양육자들은 CCTV나 녹음기 등을 사건 발생 시에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적 해결책으로 CCTV 설치나 녹취 허용 등을 요청하는 양육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서 교육 당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피해를 증명해야 할 책임까지 떠안은 양육자들에게, 무죄 판결에 대한 환영 일색이었던 교육자단체들의 태도는 그 자체로 2차 가해였다. ‘타인의 신체에 몰래 녹음기를 넣었다’는 자극적 타이틀 말고,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내모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 아닌가. 최소한 취약한 조건에 있는 당사자에게 피해에 대한 증명까지 요구하는 해결 절차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의 장애 학생 차별이나 학대는 언론에도 종종 보도된다. 최근 제주교육청의 중입 과정 설명회에서도 교사가 “다쳐도 책임 묻지 말고, 한글은 떼어 오라”며 장애 학생 양육자들에게 쏟아 낸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차별의 역사는 장애 학대를 구조화하는 원인이자 결과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차별받는 구조 자체에 대한 인식, 누구나 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객관적으로도 장애인 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❶은 여러 과제를 시사한다. 특히 의사소통에 취약성을 가진 학생들을 전문성을 가지고 지원할 특수 교사, 실무사 등은 태부족이다. 특수 교사, 특수교육 실무사 등 장애 아동의 고유의 어려움에 대한 교육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인력의 확충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인력 확충만으로는 안 된다. 최소한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원하는 교육자라면 개인별 지원 계획에 의거, 개개인이 갖는 고유의 어려움들을 이해하고 이에 입각한 교육 원칙을 세우며, 차별이 구조화된 장애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담당 교사의 교육적 가치관, 장애에 대한 전문적 이해,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한 인식,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의 재생산 속에서만 가능하다.
일상에서 학생 당사자들이 자기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체계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물론 장애 학생 인권 지원단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적 권한이 있는 게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통상 사건이 있을 때 회부되는 학교폭력위원회나 교권보호위원회 등은 별개로 작동되며, 최종 해결 권한이 있는 학교장은 교육청으로 떠넘기곤 하는 실정이라 실제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여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피해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며 통합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각개 분산된 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하고, 사법적 처리 이전에 피해 회복을 우선으로 두어, 가해에 대해서는 단호한 공동체적 처분을 내리고 적절히 중재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구로 재편하여 교육부 산하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본령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많은 업무와 책임이 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현실 또한 알고 있다.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교육자단체도 양육자단체도 ‘무너진 신뢰’만 거론하고 있다. 이럴 때는 어지러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지식의 전수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양한다는 교육의 본질 말이다. 장애 학생은 교육의 공간에서 어떤 위치인가, 교육 기관과 학교 구성원들은 장애 학생을 어떤 대상으로 보고 있는가 하는 인식론도 중요하다.
종국적으로 입시 교육, 경쟁 교육 체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환경을,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변화시키려 하는 오랜 교육적 관점 속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은 문제로 낙인찍혀 왔다. 매일 교육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학생들은 그 규범 속에 자신을 끼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장애 학생은 더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을 옮겨야 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철학과 가치관이 실현되는 장소로서 교육 공간을 만들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 학생과 양육자의 협력을 구해야 하고, 양육자 교육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존중하고 조정하는 배움, 가르침을 받는 대상들의 차이를 공동체 사이에서 수용하게 하는 것은 공적이고도 전문적인 교육과정이다. 다시금 교육의 본령을 복기하자.
❶ 2023년 장애인 학대의 전체 신고 건수는 5,497건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이 중 학대 판정을 받은 사례는 1,418건으로 19.6% 늘어났다. 피해자의 장애 유형별로 보면 발달장애인(주장애 유형이 지적·자폐성장애)이 73.9%로 가장 많았으며 학대 유형은 신체적 학대가 30.8%(572건), 정서적 학대 24.8%(460건), 경제적 착취 23.9%(443건) 순이었다.(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2023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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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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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장애 학생 아동학대 판결이 말하지 않는 것
장애 아동 아동학대 문제,
교육의 본령을 떠올리자
- 공교육 과정에서의 자녀 아동학대 경험에 대한 양육자 실태 조사
백선영
jbumo@hanmail.net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
최근 학교 현장에서 장애 아동, 저연령 아동 등 자기 방어가 취약한 아동들에 대한 학대 사건에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이에 내가 소속되어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공적인 교육과정(교육·보육 현장 등) 속에서 자녀가 학대 피해를 겪었거나 그 해결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던 실태를 조사하였다. 양육자들이 자녀의 학대 피해를 발견하고 대처해 나갔던 경험을 묻고, 학교 등의 대응 및 해결 과정에서 겪은 고충과 문제들을 파악하며, 아동 학대 전반에 대한 양육자들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 학대를 겪어 보지 않은 양육자도, 비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도 인식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실태 조사의 범위는 보육을 포함한 공적 교육의 과정으로 한정하였다. 그럼에도 응답 중에는 활동지원사의 지원 과정이나 발달재활치료센터 등 장애 학생이 일상을 보내는 여러 공간에서 겪었던 학대 경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290명의 응답자 중 96.5%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되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였으며, 4.5%는 비장애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다. 학대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대체로 장애가 있는 자녀의 사례를 들려준 것으로 파악된다.
아동학대 경험과 양육자의 인식 실태
조사 결과, 학대를 겪은 장소는 초등학교 42%, 어린이집·유치원 22%, 중학교 20%, 고등학교 7%, 특수학교 7%, 대학교 3% 순으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 저연령 아동을 교육·보육하는 기관에서 높게 나타났다. 학대 유형은 정서 학대가 가장 높았고(42%) 그 다음이 신체 학대(30%), 방임(23%) 순이었다. 신체 학대와 정서 학대에 모두 해당하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학대의 실제 내용은 가혹하고 처참한 내용들 일색이었다.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은 내용이기에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으나, 심각한 정서적·신체적 학대를 상습적 반복적으로 겪은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법률적 의미의 아동학대에 해당하지는 않아도 동급생으로부터의 집단 따돌림, 장애인 비하, 언어폭력 등을 일상으로 겪고 있음이 드러났으며, 교사로부터도 신체적 폭력을 겪은 사례도 있었다. 학대의 심각성을 5점 척도로 매겼을 때 응답자 중 54%가 5점을 선택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학대의 빈도는 ‘셀 수 없이 많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37%로 가장 많았고, ‘2회 이상 5회 미만’이 35%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가해자의 비율은 담임 교사(38%)가 제일 높았고 동급생 혹은 선후배(25%)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어서 특수교육 실무사(13%), 공익 요원(4%), 교장·교감(4%) 이외에도 자원봉사자, 담당 활동지원사, 학습도움반 교사, 어린이집 담임 교사, 교내 외부 강사 순이었다. 해당 기관에 신고를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에 교사에게 바로 제기(28%)하거나 교장이나 교감에게 제기했다(41%)는 응답이 많았다. 공식 신고처가 있어 접수를 한 경우(15%)와 하지 못한 경우(16%)가 1%p 차이였다. 신고 이후의 과정이 어떠했는지를 묻자, 공식 절차나 매뉴얼 등의 부재로 사건 자체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고(44%), 공식 절차에 의해 해결 과정을 밟았다(30%)는 게 그 다음을 차지했다. 법정 공방까지 이른 경우도 있었다.
피해 학생이 가진 의사소통상의 어려움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된 애로 사항으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피해 학생이 가진 장애의 특성은 학대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학대를 겪어도 드러내거나 가해자를 처벌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언어 소통이 가능한 가해 학생만이 증언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가해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 피해 학생의 증언이 신빙성이 없다며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 외려 비장애 학생이 참고인 역할을 하며 잘 증언해도 교사가 믿지 않는 사례 등이 있었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때는 의사 표현이 서투르고 친구 눈치를 보느라 제때 이야기를 못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사건의 내용을 대화로 알 수 있었고 교감에게 면담을 신청한 끝에 부장 교사의 사과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형사 처벌 등 사법적 절차가 있었는지와 관련된 문항에서는 법정 공방까지 갔다는 응답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재판에서는 최종 패소한 사례가 최종 승소한 사례보다 약간 많았다.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되거나, 경찰 단계에서 합의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기타 의견들이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 법정까지 가는 것이 힘듦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법적 처리 절차를 포함해 해결 과정에서 증거를 어떻게 제공했는지를 묻자, ‘증거를 제공하기 어려웠다’는 경우가 47%로 가장 많았고, ‘당사자와 참고인의 증언’이 30%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이 외에 상처를 보고 당일에 교사 면담을 갖고 면담 녹취록을 제출했거나, 자녀의 일기, 신체 학대 사진과 의사 소견서, 실제 몸에 있는 상처를 직접 식견하게 하는 등 물적인 증거가 있으면 상급 기관과 경찰 등에 제출할 수 있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증거를 제출할 때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물으니 ‘녹취 등의 근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자녀가 어리거나 장애가 있어 확보할 수 없었다’(46%)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경찰·검찰 등의 조사 과정에 피해자가 증언하는 과정이 어려웠다’(20%), ‘CCTV가 설치된 학교의 경우 영상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경우’(19%)가 그 다음을 차지했다.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없는 조건들
조사에서는 학대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에 ‘불만족한다’ 응답이 92%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타 의견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대체로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었다. 먼저 가해자와 학교, 교육청 측의 미온적 대응이다. 가해자는 일회성 사과로 끝내고 학대 교사에 대한 처벌도 없어서 부당하다 느꼈다거나, 교육청에서 장애 아동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무한정 기다리게 했다거나,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을 요구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마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대응이 소극적이어서 마치 본인이 유별나고 민감한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모가 직접 대안 행동을 가르치며 아이가 배제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요청하고, 외부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한 사안도 있었다. 아이가 말을 못하니 아이의 행동과 상처를 보고 담임 교사에게 물었는데 교사가 아이 스스로 그랬다고 설명하며 아이 탓만 한 경우도 있었다. 양육자들은 학교가 1차적 대응에서 피해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상대 양육자와의 소통도 쉽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해결을 위한 정보들을 얻지 못하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피해를 당했을 때 도움이 되는 기관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자녀와 단둘이 힘들게 견뎌야 하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는 응답과, 해결을 위한 루트 자체를 알 수 없고 확실하게 학대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부재하다는 것에 답답함을 전한 응답 등이었다. 학대 사실을 인정받기도 어려운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해결책도 제시해 주지 않는 상황을 오롯이 당사자와 그 가족만이 감당해야 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대응을 마주한 경험도 있었다. 학대를 인정했던 녹취가 있었으나 담당 경찰이 녹취록 제출해 봤자 소용없다고 해서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 경찰의 부적절한 초동 수사, 지자체 공무원의 불성실한 태도에 부딪힌 사례들이었다. 한편 가해자와 학교 측이 연결되어, 교감이 ‘이해해 주시면 가해 교사가 다시 교단에 설 수 있다’고 설득하였으나 피해자의 부모는 단호히 반대하며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 가해자의 복귀를 막은 사례도 있다. 고의적 지연과 방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했다. 피해 아동이 지속적인 피해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해 교사와 분리 조치가 바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이 가중된 사례, 교사나 기관에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 자녀만 공포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상황이라 잠을 잘 못 이뤘던 사례, 어린이집 가기를 거부하고 그 근처만 가도 울어서 아예 퇴소하고 한동안 어린이집을 다니지 못한 사례 등이었다.
형사 처벌을 위한 절차에서도 힘든 점이 많았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결국 불기소되거나 무죄 판결이 났는데, 대부분 피해자의 증언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애 전담 어린이집에서 피해 아동 중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에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가해 교사는 정직 처분만 받고 원장과 교사들은 그대로 시설을 운영했다는 사례가 있었다. 자녀의 말은 신뢰받지 못하고, 녹음기는 증거 자료가 될 수 없고, 법적 절차로 가 봤자 증인, 증언,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날 것이 뻔해 웬만하면 감내해야 하는, 자녀가 받을 불이익 때문에 학교에 이의 제기조차 못 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해결 과정에 만족한다는 답변들은 이런 경우들이었다. 우선 빠른 사과와 즉시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였다. 가해 학생과 그 부모의 사과를 받아서 가해 학생과의 분리 조치 등을 즉시 취하거나, 교사가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지도, 해결 과정 등을 밟고 재발을 방지한 사례도 있었다. 교사의 빠른 사과로 아이가 괜찮아졌다는 의견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내 아이의 특성을 잘 전달해 해결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합리적인 처리 과정을 밟고, 기꺼이 증언해 주는 교사와 친구들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경험도 있었다. 교사의 교육 방법을 급우들과 보호자들에게 공유해 준 예도 있었다. 가해자인 교사가 교체되거나 가해가 일어났던 공간에서 피해자가 이동하게 되어 해결이 되기도 한다. 전학 간 학교에서 아이를 잘 케어해 주어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례, 교육청에서 중재하여 해당 실무원과 기사에게 사과를 받고 다른 통학버스로 교체했던 사례 등이다.
교육 현장 내 아동학대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묻자, ‘가해자의 도덕적 결함과 인식의 부재’가 30.7%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교육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부족하다’는 의견이 그 다음인 28%, ‘학대 피해가 장애 학생일 경우 장애에 대한 몰이해’가 25.5%였다. ‘아동학대의 문화가 교육 현장 내에 팽배하다’는 의견은 10.4%로 나왔다. 이 외에 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는 증거가 충분치 못해 양육자들이 법적 절차까지 가지도 않고, 가더라도 패소할 거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기에 벌어진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양육자들은 장애 학생이 자기표현이 어려워 증언이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기 때문에 가해자가 끝까지 부인하면 무혐의가 나온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교직원들의 무성의, 교사로서의 직업의식 부족을 지적하거나 내부 결탁으로 묵인된다는 응답도 있었다. 자녀의 행동을 공격성으로만 보고 긍정적 행동 지원으로 촉진할 계획이 없으며, 장애 아동을 보호할 대상이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보는 학교 구성원의 인식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교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거론하는 응답 또한 존재했다.
교육 현장 내 아동학대를 해결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물었더니, 학교 등 기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응답이 3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공정한 기준과 해결 매뉴얼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29.3%)는 의견들이었다. 아동학대에 대한 공동체적 경각심을 배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16.2%였고 가해자에 대한 인식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11.7%를 차지했다. 학교 등 기관 안팎의 신고처부터 필요하다는 의견은 4.1%였다.
자녀의 학대를 경험한 양육자들 중에는 물론 본보기 삼을 만한 해결 과정을 겪으며 피해가 회복된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자녀의 장애로 인한 특수한 어려움이, 학대를 당하거나 학대가 은폐되기 쉬운 조건이 됨을 체감하고 있었다. 사건 당시에는 미처 대처를 못 하고 나중에야 인지하게 된 케이스도 많았다. 계속 봐야 할 교사와 학교 구성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기 한층 더 어려웠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태반이 학대 사실 자체에 대한 인정부터 벽에 부딪혀 해결 과정 내내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조사 등의 과정에서 진술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자녀의 장애가 고려되지 않아 공적인 해결 과정에 대한 기대 자체가 꺾인 경험과 억울함,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토로했다. 더욱이 교권을 거론하면서 학대를 훈육이었다고 주장할 때, 구조적 해결 자체가 막히는 데 대한 무력감을 호소했다.
정서적 학대는 학대가 아닌가
이번 실태 조사를 하게 된 계기는 경기도 용인 ○○초등학교의 정서적 아동학대 사안 관련 2심 선고였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는 녹취로 확보된 증거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증거 능력 자체가 없는 것으로 봤다. “피해자가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인지 능력과 표현력이 또래보다 현저히 떨어져 아동학대 범행을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피해자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낀 모친으로선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런 무죄 판결에 이례적으로 전교조까지 가세했다. 전교조는 ‘특수교육의 맥락을 이해하고 교사의 교육적 행위와 학대를 구분한 사법부의 중대한 판단’이라며, 아동학대로 문제 제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개입이라는 성명을 냈다. 안팎으로 규탄이 이어지자 현재는 게시판에서 삭제된 상태다. 해당 사건 내용을 보면 가해 혐의 교사는 수업을 거의 진행하지 않고 피해 아동에게 “밉상이다”, “싫어 죽겠다”, “고약하다”, “너는 친구 곁에 못 간다”, “급식도 못 먹는다”, “읽어라” 등 윽박을 질렀다. 피해 아동은 교사의 모진 말들을 감내하며 한껏 위축된 목소리로 알았다고 하거나 더듬더듬 따라 읽기만 했다. 그 얼마 전인 2018년 모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교사의 정서 학대 사건 또한, 자신이 맡은 반의 거의 모든 (비장애) 학생들에게 심각한 폭언과 모욕적 언사를 행하였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의 녹취 증거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1, 2심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었다.
정서적 괴롭힘은 전 사회적인 화두다.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겪는 괴롭힘은 위계에 의한 괴롭힘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법적 규율이 가능하게 됐다. 장애로 인한 각종 차별적 언동과 괴롭힘 행위들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처벌하거나 규율해 왔다. 아동에 대한 정서 학대는 「아동복지법」상 금지 행위로 규율되고 있으나, 그중 정서 학대의 범위와 처벌의 정당성 등을 묻는 위헌 청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용인 ○○초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 혐의 교사 역시 사건 초기에 위헌 법률 심판 제청을 요구했으나 기각당해 현재 다시 헌법소원을 낸 상황이다.
아동에 대한 정서 학대를 금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아동과의 관계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집단들(교사뿐만 아니라 양육자도 마찬가지다)은 정서 학대의 위험성에 대해 민감해져야 한다. 정서 학대는 다른 학대 유형에 신체적 상흔이 남지 않아 쉽게 간과되나, 가장 빈번히 발생하고 아동의 정신적·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공기로 분위기를 느낀다’고들 말한다. 배제와 심리적 위축을 일상으로 겪는 장애 학생 당사자들의 입장을 헤아릴 수는 없는가. 법적 판단 기준의 애매함보다 명백한 아동 인권의 후퇴 우려에 대해서 먼저 거론해야 할 일이다.
구조적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감시로써 인권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를 감시하거나 공정히 해결할 체계 자체가 부재한 상황에서, 학대에 대한 증거를 장애 아동이나 저연령 아동 등 특히 취약한 아동들은 더욱 제시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양육자들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결 절차 자체가 장벽에 부딪힌다는 것을 너무도 통감하고 있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 자녀의 진술만으로는 증언이 인정받기 어려우며 참고인의 증언도 확보가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 가해 행위는 희석되고 자녀의 고통은 더 가중되기에, 양육자들은 CCTV나 녹음기 등을 사건 발생 시에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적 해결책으로 CCTV 설치나 녹취 허용 등을 요청하는 양육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수단으로서 교육 당국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피해를 증명해야 할 책임까지 떠안은 양육자들에게, 무죄 판결에 대한 환영 일색이었던 교육자단체들의 태도는 그 자체로 2차 가해였다. ‘타인의 신체에 몰래 녹음기를 넣었다’는 자극적 타이틀 말고,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내모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 아닌가. 최소한 취약한 조건에 있는 당사자에게 피해에 대한 증명까지 요구하는 해결 절차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의 장애 학생 차별이나 학대는 언론에도 종종 보도된다. 최근 제주교육청의 중입 과정 설명회에서도 교사가 “다쳐도 책임 묻지 말고, 한글은 떼어 오라”며 장애 학생 양육자들에게 쏟아 낸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차별의 역사는 장애 학대를 구조화하는 원인이자 결과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차별받는 구조 자체에 대한 인식, 누구나 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객관적으로도 장애인 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❶은 여러 과제를 시사한다. 특히 의사소통에 취약성을 가진 학생들을 전문성을 가지고 지원할 특수 교사, 실무사 등은 태부족이다. 특수 교사, 특수교육 실무사 등 장애 아동의 고유의 어려움에 대한 교육적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인력의 확충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인력 확충만으로는 안 된다. 최소한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원하는 교육자라면 개인별 지원 계획에 의거, 개개인이 갖는 고유의 어려움들을 이해하고 이에 입각한 교육 원칙을 세우며, 차별이 구조화된 장애 학생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담당 교사의 교육적 가치관, 장애에 대한 전문적 이해, 아동학대에 대한 민감한 인식,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의 재생산 속에서만 가능하다.
일상에서 학생 당사자들이 자기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체계 역시 부재한 상황이다. 물론 장애 학생 인권 지원단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적 권한이 있는 게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통상 사건이 있을 때 회부되는 학교폭력위원회나 교권보호위원회 등은 별개로 작동되며, 최종 해결 권한이 있는 학교장은 교육청으로 떠넘기곤 하는 실정이라 실제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여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피해 아동의 권익을 보호하며 통합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각개 분산된 위원회의 기능을 통합하고, 사법적 처리 이전에 피해 회복을 우선으로 두어, 가해에 대해서는 단호한 공동체적 처분을 내리고 적절히 중재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기구로 재편하여 교육부 산하에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본령으로 돌아가자
우리는 많은 업무와 책임이 교사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현실 또한 알고 있다.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교육자단체도 양육자단체도 ‘무너진 신뢰’만 거론하고 있다. 이럴 때는 어지러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지식의 전수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양한다는 교육의 본질 말이다. 장애 학생은 교육의 공간에서 어떤 위치인가, 교육 기관과 학교 구성원들은 장애 학생을 어떤 대상으로 보고 있는가 하는 인식론도 중요하다.
종국적으로 입시 교육, 경쟁 교육 체제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 환경을,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변화시키려 하는 오랜 교육적 관점 속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은 문제로 낙인찍혀 왔다. 매일 교육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학생들은 그 규범 속에 자신을 끼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장애 학생은 더할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관점을 옮겨야 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철학과 가치관이 실현되는 장소로서 교육 공간을 만들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 학생과 양육자의 협력을 구해야 하고, 양육자 교육도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갈등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존중하고 조정하는 배움, 가르침을 받는 대상들의 차이를 공동체 사이에서 수용하게 하는 것은 공적이고도 전문적인 교육과정이다. 다시금 교육의 본령을 복기하자.
❶ 2023년 장애인 학대의 전체 신고 건수는 5,497건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이 중 학대 판정을 받은 사례는 1,418건으로 19.6% 늘어났다. 피해자의 장애 유형별로 보면 발달장애인(주장애 유형이 지적·자폐성장애)이 73.9%로 가장 많았으며 학대 유형은 신체적 학대가 30.8%(572건), 정서적 학대 24.8%(460건), 경제적 착취 23.9%(443건) 순이었다.(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2023 장애인 학대 현황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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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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