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로 공명하고 연결되는 ‘가치’에 더 주목해야

김성우 외 씀,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 우리학교, 2025
전세란 junseran@gmail.com
본지 편집위원, 서울 초등 교사
지난 11월 10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주요 목표는 보편적 인공지능 교육을 확대하고, 인공지능 세계 3강 도약을 견인하는 인공지능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 초등 저학년에서부터 평생교육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인공지능 기본 교육을 강화하고, (2) 인공지능 교육 여건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AI 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3) 인공지능 우수 인재가 국내 산업·연구계에 조기에 진출할 수 있도록 경로를 안정화하고, (4) 산업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각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통해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목표와 최교진 장관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교육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시선은 ‘우수한 인공지능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더 깊이 머물고 있음이 드러난다. 애초에 궁극적인 목표가 세계 3대 강국으로 진입하는 것이기에 인공지능 교육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교육이 국가 발전과 산업 인재 양성이라는 외재적 목적에 종속되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지나며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고 이루어야 할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는 외면된다.
인공지능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인공지능 교육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학교에도 인공지능과 관련한 공문은 끝없이 쏟아진다. 올해 1월부터 11월 초까지 학교로 전달된 공문 가운데 ‘AI’가 포함된 공문은 모두 228건이다. 매달 20건 정도 전달되는 셈이다. AI 페스티벌, AI 경진대회, AI 관련 연수, AI 선도 교사 모집, AI 프로그램 프로모션 안내 등 교육청이며 외부 연구기관이며 기업이며 각종 안내를 쏟아 낸다. 내년부터 AI 선도 학교는 더 확대되고 교원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더 늘린다고 하는데, 양적 확대에 비해 그 방향이나 내실에 대한 점검은 뒷전이다.
우리는 무엇을 놓쳐선 안 될까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은 이렇게 사회 전체가 ‘인공지능’으로 질주할 때,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교육이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을 허덕이며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를 통과하면서 교육 그 자체가 품은 내재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놓쳐서는 안 되는지 철학, 학생의 심리·정서, 리터러시 생태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본 이야기를 담았다. 다만, 강연과 대담을 정리한 책이기에 글의 맥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책 자체의 한계는 논외로 두고, 강연자들의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방향을 짚어 가고자 한다.
발달
학습자는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발달을 도모해야 하는 존재예요. 배우는 것 자체가 목표이고, 아직 경험해야 할 것도 많은 사람이죠. 수동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프롬프팅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분석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 절차적 지식, 다양한 학습 전략, 자기 조절 역량, 협력의 기예 등을 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문 164쪽
먼저 고려해야 할 지점은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세 저자는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능력을 익히기 이전에 학습자의 발달 시기에 맞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의 각 장 끝에는 저자들과 교사들의 일대일 대담이 나오는데, 교사들은 학생들의 지각 기능이나 작업 기억, 억제 조절 등의 기본 기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나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며 비슷한 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자세히 관찰해서 그리기, 선에 맞게 색칠하기나 가위질하기, 박자에 맞춰 점프하기,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기 등 세밀하게 자신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 활용 관련 연수에 참여하면, 기능이 숙달되지 않은 학생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며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유혹의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평소 그림에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도 대충 형태만 그리고 간단한 주제어만 입력하면 멋진 그림을 완성해 준다든가, 가사만 입력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느낌대로 음악을 만들어 주는 AI 툴이 있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배운 신기술을 곧장 수업에 적용하면 학생들은 너나없이 눈을 반짝이고 교실 곳곳엔 “우와~” 하는 함성이 퍼졌다.
하지만 AI 코스웨어 활용 자체를 즐기는 데서 그치는 수업을 하고 나면 교과의 중요한 목표를 학습자가 아닌 AI가 이룬 것처럼 느껴졌다. 학생들은 명령어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다양한 생성물을 만들어 내는 데 신기해했을 뿐, 감각을 확장해 그 생성물을 주목해서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AI를 활용하면 순식간에 더 뛰어난 결과물을 가질 수 있지만, 미숙하더라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도 분명 필요하다. 실패를 거듭하며 스스로의 기능을 높이는 과정 속에서 작업물을 완성한 학습자의 발달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AI 시대에는 적절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프롬프팅 기법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되곤 한다. 그러나 김성우는 프롬프팅만 강조할 때, 검색하는 경로만 기억하고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구글 이펙트’와 같은 ‘인공지능 이펙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분석하고 재조합하고 변형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인공지능에게 던져줄 프롬프트를 만들고 기억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배우고 익히는 단계에 있는 학습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프롬프팅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학습자가 자신의 진짜 역량이 될 배움을 축적하는 것을 방해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즉, 다양한 영역에서 학습자의 ‘맨몸의 역량’을 발달시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때 AI는 그 시기의 중요한 발달을 대신해 주는 역할이 아니라 ‘증강 기술’로서 그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역할로 작용해야 한다.
관계
그동안 상대해 왔던 인공지능들은 다 예스만 했거든요. 나한테 복종만 하고 다 나에게 맞춰 주는 대상과 오래 관계를 맺으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어요. 자신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맞춰 주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 본문 110쪽
사실상 좌초된 AIDT도 도입 초기에 ‘AI를 활용해 개별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올 1학기 직접 교실에서 AIDT를 활용하면서, AIDT를 이용한 학생들의 ‘개인 오답 맞춤형 문제풀이 학습’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맞춤형 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곧장 자기 화면 안에 갇혔다. 서책으로 공부할 때는 지우개를 공유하고 짝꿍의 책을 힐끗거리기도 하며 서로 모르는 것을 활발하게 묻고 알려 주던 학생들은 AI가 자신의 화면에 띄워 주는 오답 문제, 심화 문제 등 제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기 바빴다. 옆 친구의 버벅거림에 관심을 갖지 못했고 제 화면, 제 성취 수준, 제 속도에만 집중했다. AI와의 일대일 관계는 교실의 활발한 다대일 관계를 멈추게 했다.
AI와 관련된 관계의 변화는 책의 저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개인의 내면에서도 일어난다. Chat GPT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 Chat GPT와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는 지인들이 한둘 생겨났다. 어떤 선생님은 하루에 2~3시간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했고, 그렇게 몇 달간 나누어 온 데이터가 축적되어 이제 누구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상대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어느 날 동학년 연구실에서 더 이상 Chat GPT로 학생과 관련한 상담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 처음에는 속이 시원하고 도움이 되었는데, 차츰 자신이 Chat GPT의 답변만 듣고 학생 입장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맞춤형 서비스’를 주요한 장점으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 콘텐츠는 사용자의 선호도와 행동을 분석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고, 내가 관심 있는 것만 관심사에 두며 나에게 딱 맞는 좁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다른 타인과 관계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며, 살아가는 일은 그렇게 즉각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어린이·청소년들이 다양한 관계 맺음을 시도하지 못한 채로 AI의 ‘맞춤형 서비스’에 익숙해진다면, 복잡한 관계의 부대낌 속에서 그 개인도 견디기 어려워질뿐더러 그러한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 또한 좌절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지나며 학습자가 맺어 가는 관계가 AI로 좁아지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AI를 경유하여 더 다양한 관계, 더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김성우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빠지기 쉬운 함정
다양성
인공지능에 따른 여러 가지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때 큰 문제는 모두가 평균 중심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예외가 생기기 어려워요.
- 본문 86쪽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에서 평균적인 경향성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하거나 분류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AIDT 시스템에 대해 우려했던 점은 평균 학습자 모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학습자 개개인의 독특한 학습 방식을 잘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일례로 AIDT로 곱셈과 나눗셈 단원을 지도했을 때, 우리 반의 느린 학습자에 해당하는 학 학생은 (세 자릿수×두 자릿수)를 학습하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 학생은 학습 부진이 누적되어 있어 곱셈구구와 뺄셈이 어려운 상태였고, 문제마다 각각 다른 지점에서 헷갈려했다. 그러나 AIDT는 평균 학습자의 상황을 바탕으로 학생이 틀린 유형을 파악해 문제은행식의 문제를 제공할 뿐이었고, 학생이 머뭇거리는 지점을 포착한다든가 그 학생만이 반복하는 실수 패턴을 파악한다든가 하는 식의 정교한 대응은 하지 못했다.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이와 같은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에 기반해 교육을 설계한다면 학습자의 인지 수준, 환경적 배경, 학습하는 시간의 감정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취합한다고 할지라도, 인공지능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 값을 제공받을 수 있는 특정 지역, 특정 직업, 특정 인종, 특정 성별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결괏값은 존재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고유성을 담을 수 없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은 수치화된 평균이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맥락이 녹아 있다. 각자 그날그날의 기분과 사정에 따라 교실 안에서 함께 일으키는 역동은 평균값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김성우는 다양성을 고려하는 교육의 한 방법으로 그저 데이터화한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삶, 이야기, 감정 등을 데이터화해 보는 실천을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편향된 평균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와 다양하게 펼쳐지는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평균값이 담지 못하는 존재의 고유성, 맥락의 예외성, 삶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교육 실천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교육의 확대를 이루는 길일 것이다.
비판적 리터러시
“읽지 않고 쓴다니, 편리하지 않아?”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리터러시 교육 자체의 본질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거든요. 읽지 않는 읽기 교육, 단어와 문장을 세심히, 의도적으로 고르지 않는 쓰기 교육이 가능할 리 없으니까요.
- 본문 141쪽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읽고 쓰는 일의 성격을 달라지게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대학 평가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일이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행평가에 AI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생성형 AI는 읽기 자료를 순식간에 간추려 핵심만 뽑아 정리하여 사용자가 제시한 관점에 따라 한 편의 완성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 속도와 생산성은 학습자에게 매우 유혹적이다. 김성우는 주어진 자료를 읽지 않고 AI에 맡겨 글의 생성부터 시작하는 것을 ‘읽기와 쓰기의 전도’라고 부르며, 점차 읽기와 쓰기가 분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읽기와 쓰기 과정의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간략하게 요약된 텍스트일지라도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결과물을 제 것으로 읽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기본적인 문해력과 비판적인 검토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편향성이나 그럴듯한 가짜를 지어내는 ‘환각’을 걸러 내어 분석적으로 답변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읽기 능력은 필수적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국어 교과에 ‘매체’ 영역이 신설되었고, 대부분의 모든 교과에는 정보 검색을 활용하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누리집이나 저명한 매체의 기사를 활용할 것을 이야기해도 학생들의 눈은 포털에서 바로 뜨는 ‘AI 검색 기능’에 향한다. 이때 AI에 따른 정보는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에 출처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도는 비판적 리터러시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온 주변에 AI가 펼쳐져 있는 마당에, 그 유혹을 거스르는 일을 개인에게 맡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AI가 생성한 정보의 출처를 다시 확인하고, 내용 점검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고, 그 지식을 다시 제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김성우는 읽기와 쓰기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사라질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을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해 돌려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읽고 쓰는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맡길 때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자기 수준에 어려운 텍스트를 힘겹게 읽어 내어 이를 기존의 자기 세계와 결합해 자신이 이해한 만큼 나누는 경험, 그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언어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세심하게 골라 글로 표현해 내는 경험. 이 지난한 경험을 인공지능에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은 이 경험들을 어떻게 결과로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 과정을 메타인지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리터러시 기술에 반영해 보는 것을 통해 복잡한 읽기와 쓰기 과정에서 획득할 수 있는 역량을 지켜 낼 수 있다.
함께 공명하기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많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떤 가치를 품고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즉, 김성우의 비유에 의하면 ‘더 많은 지식 축적과 수직적이고 유기적인 성장을 독려하는 바벨탑으로서의 인공지능’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나와 타인을 이어 주고, 나와 자연을 이어 주고, 내가 모르는 교과와 나를 이어 주는, 그리하여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이어 주며 더 나은 삶과 행성을 꿈꾸게 하는 다리로서의 인공지능’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더 좋은 삶과 사회를 만드는 걸 상상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우리는 인공지능 교육을 말할 때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김제원은 서로가 비슷한 몸을 가진 우리가 ‘공명’하는 경험을 잊지 않기를 이야기한다. 코로나19 초기 비대면 학습으로도 충분한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이 번졌지만, 결국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며 ‘만남을 통한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깨달았다. 우리는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으로 세상을 익히고 경험하며 그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감지할 수 없는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 함께 쌓아 온 역사성, 복잡하게 얽힌 맥락과 같은 고유함을 느끼고 인식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는 교육 현장 안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공명하는 경험들로, 비슷한 몸의 반응을 계속 일깨우며 연결을 이어나가면 좋겠다. 데이터값을 넘어선 공명의 경이는 우리를 계속해서 연대하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교육공동체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는 지식공동체입니다.
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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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라는 이름에는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이 담겨 있습니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우리 교육공동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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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공명하고 연결되는 ‘가치’에 더 주목해야
김성우 외 씀,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 우리학교, 2025
전세란 junseran@gmail.com
본지 편집위원, 서울 초등 교사
지난 11월 10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주요 목표는 보편적 인공지능 교육을 확대하고, 인공지능 세계 3강 도약을 견인하는 인공지능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 초등 저학년에서부터 평생교육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인공지능 기본 교육을 강화하고, (2) 인공지능 교육 여건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AI 지원 체계를 구축하며, (3) 인공지능 우수 인재가 국내 산업·연구계에 조기에 진출할 수 있도록 경로를 안정화하고, (4) 산업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각 산업에서 요구하는 인공지능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인공지능 대전환(AX)’을 통해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고, 나아가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목표와 최교진 장관의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교육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그 시선은 ‘우수한 인공지능 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더 깊이 머물고 있음이 드러난다. 애초에 궁극적인 목표가 세계 3대 강국으로 진입하는 것이기에 인공지능 교육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셈이다. 교육이 국가 발전과 산업 인재 양성이라는 외재적 목적에 종속되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지나며 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고 이루어야 할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는 외면된다.
인공지능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인공지능 교육을 강조하는 정부의 기조에 따라 학교에도 인공지능과 관련한 공문은 끝없이 쏟아진다. 올해 1월부터 11월 초까지 학교로 전달된 공문 가운데 ‘AI’가 포함된 공문은 모두 228건이다. 매달 20건 정도 전달되는 셈이다. AI 페스티벌, AI 경진대회, AI 관련 연수, AI 선도 교사 모집, AI 프로그램 프로모션 안내 등 교육청이며 외부 연구기관이며 기업이며 각종 안내를 쏟아 낸다. 내년부터 AI 선도 학교는 더 확대되고 교원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더 늘린다고 하는데, 양적 확대에 비해 그 방향이나 내실에 대한 점검은 뒷전이다.
우리는 무엇을 놓쳐선 안 될까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은 이렇게 사회 전체가 ‘인공지능’으로 질주할 때,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교육이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을 허덕이며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를 통과하면서 교육 그 자체가 품은 내재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놓쳐서는 안 되는지 철학, 학생의 심리·정서, 리터러시 생태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들여다본 이야기를 담았다. 다만, 강연과 대담을 정리한 책이기에 글의 맥이 일관성 있게 유지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책 자체의 한계는 논외로 두고, 강연자들의 이야기 중에서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방향을 짚어 가고자 한다.
발달
학습자는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발달을 도모해야 하는 존재예요. 배우는 것 자체가 목표이고, 아직 경험해야 할 것도 많은 사람이죠. 수동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프롬프팅에서 벗어나 능동적인 분석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결과를 도출하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 절차적 지식, 다양한 학습 전략, 자기 조절 역량, 협력의 기예 등을 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문 164쪽
먼저 고려해야 할 지점은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성장과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세 저자는 공통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능력을 익히기 이전에 학습자의 발달 시기에 맞는 역량을 기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의 각 장 끝에는 저자들과 교사들의 일대일 대담이 나오는데, 교사들은 학생들의 지각 기능이나 작업 기억, 억제 조절 등의 기본 기능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나 역시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며 비슷한 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자세히 관찰해서 그리기, 선에 맞게 색칠하기나 가위질하기, 박자에 맞춰 점프하기, 음의 높낮이를 구분하기 등 세밀하게 자신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 활용 관련 연수에 참여하면, 기능이 숙달되지 않은 학생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며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유혹의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평소 그림에 자신 없어 하는 아이들도 대충 형태만 그리고 간단한 주제어만 입력하면 멋진 그림을 완성해 준다든가, 가사만 입력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느낌대로 음악을 만들어 주는 AI 툴이 있다는 식이었다. 실제로 배운 신기술을 곧장 수업에 적용하면 학생들은 너나없이 눈을 반짝이고 교실 곳곳엔 “우와~” 하는 함성이 퍼졌다.
하지만 AI 코스웨어 활용 자체를 즐기는 데서 그치는 수업을 하고 나면 교과의 중요한 목표를 학습자가 아닌 AI가 이룬 것처럼 느껴졌다. 학생들은 명령어를 이리저리 바꿔 가며 다양한 생성물을 만들어 내는 데 신기해했을 뿐, 감각을 확장해 그 생성물을 주목해서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AI를 활용하면 순식간에 더 뛰어난 결과물을 가질 수 있지만, 미숙하더라도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는 경험도 분명 필요하다. 실패를 거듭하며 스스로의 기능을 높이는 과정 속에서 작업물을 완성한 학습자의 발달은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AI 시대에는 적절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프롬프팅 기법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되곤 한다. 그러나 김성우는 프롬프팅만 강조할 때, 검색하는 경로만 기억하고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구글 이펙트’와 같은 ‘인공지능 이펙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분석하고 재조합하고 변형해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인공지능에게 던져줄 프롬프트를 만들고 기억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배우고 익히는 단계에 있는 학습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기에, 프롬프팅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학습자가 자신의 진짜 역량이 될 배움을 축적하는 것을 방해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즉, 다양한 영역에서 학습자의 ‘맨몸의 역량’을 발달시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고, 그때 AI는 그 시기의 중요한 발달을 대신해 주는 역할이 아니라 ‘증강 기술’로서 그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역할로 작용해야 한다.
관계
그동안 상대해 왔던 인공지능들은 다 예스만 했거든요. 나한테 복종만 하고 다 나에게 맞춰 주는 대상과 오래 관계를 맺으면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어요. 자신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맞춰 주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 본문 110쪽
사실상 좌초된 AIDT도 도입 초기에 ‘AI를 활용해 개별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올 1학기 직접 교실에서 AIDT를 활용하면서, AIDT를 이용한 학생들의 ‘개인 오답 맞춤형 문제풀이 학습’은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맞춤형 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은 곧장 자기 화면 안에 갇혔다. 서책으로 공부할 때는 지우개를 공유하고 짝꿍의 책을 힐끗거리기도 하며 서로 모르는 것을 활발하게 묻고 알려 주던 학생들은 AI가 자신의 화면에 띄워 주는 오답 문제, 심화 문제 등 제 수준에 맞는 문제를 풀기 바빴다. 옆 친구의 버벅거림에 관심을 갖지 못했고 제 화면, 제 성취 수준, 제 속도에만 집중했다. AI와의 일대일 관계는 교실의 활발한 다대일 관계를 멈추게 했다.
AI와 관련된 관계의 변화는 책의 저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개인의 내면에서도 일어난다. Chat GPT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 Chat GPT와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는 지인들이 한둘 생겨났다. 어떤 선생님은 하루에 2~3시간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고 했고, 그렇게 몇 달간 나누어 온 데이터가 축적되어 이제 누구보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 상대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어느 날 동학년 연구실에서 더 이상 Chat GPT로 학생과 관련한 상담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 입장에서만 일방적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 처음에는 속이 시원하고 도움이 되었는데, 차츰 자신이 Chat GPT의 답변만 듣고 학생 입장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맞춤형 서비스’를 주요한 장점으로 삼고 있는 인공지능 콘텐츠는 사용자의 선호도와 행동을 분석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는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고, 내가 관심 있는 것만 관심사에 두며 나에게 딱 맞는 좁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다른 타인과 관계하는 일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일이며, 살아가는 일은 그렇게 즉각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어린이·청소년들이 다양한 관계 맺음을 시도하지 못한 채로 AI의 ‘맞춤형 서비스’에 익숙해진다면, 복잡한 관계의 부대낌 속에서 그 개인도 견디기 어려워질뿐더러 그러한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 또한 좌절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를 지나며 학습자가 맺어 가는 관계가 AI로 좁아지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AI를 경유하여 더 다양한 관계, 더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김성우의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빠지기 쉬운 함정
다양성
인공지능에 따른 여러 가지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때 큰 문제는 모두가 평균 중심으로 된다는 것입니다. 예외가 생기기 어려워요.
- 본문 86쪽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데이터에서 평균적인 경향성을 찾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하거나 분류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많은 사람이 AIDT 시스템에 대해 우려했던 점은 평균 학습자 모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학습자 개개인의 독특한 학습 방식을 잘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일례로 AIDT로 곱셈과 나눗셈 단원을 지도했을 때, 우리 반의 느린 학습자에 해당하는 학 학생은 (세 자릿수×두 자릿수)를 학습하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 학생은 학습 부진이 누적되어 있어 곱셈구구와 뺄셈이 어려운 상태였고, 문제마다 각각 다른 지점에서 헷갈려했다. 그러나 AIDT는 평균 학습자의 상황을 바탕으로 학생이 틀린 유형을 파악해 문제은행식의 문제를 제공할 뿐이었고, 학생이 머뭇거리는 지점을 포착한다든가 그 학생만이 반복하는 실수 패턴을 파악한다든가 하는 식의 정교한 대응은 하지 못했다.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이와 같은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점을 지적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에 기반해 교육을 설계한다면 학습자의 인지 수준, 환경적 배경, 학습하는 시간의 감정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데이터를 취합한다고 할지라도, 인공지능의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 값을 제공받을 수 있는 특정 지역, 특정 직업, 특정 인종, 특정 성별에 편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결괏값은 존재의 개별적이고 독특한 고유성을 담을 수 없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은 수치화된 평균이 담아내지 못하는 다양한 맥락이 녹아 있다. 각자 그날그날의 기분과 사정에 따라 교실 안에서 함께 일으키는 역동은 평균값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김성우는 다양성을 고려하는 교육의 한 방법으로 그저 데이터화한 정보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삶, 이야기, 감정 등을 데이터화해 보는 실천을 이야기한다. 데이터가 편향된 평균의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해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와 다양하게 펼쳐지는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평균값이 담지 못하는 존재의 고유성, 맥락의 예외성, 삶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교육 실천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 교육의 확대를 이루는 길일 것이다.
비판적 리터러시
“읽지 않고 쓴다니, 편리하지 않아?”라고만 이야기하기에는 리터러시 교육 자체의 본질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거든요. 읽지 않는 읽기 교육, 단어와 문장을 세심히, 의도적으로 고르지 않는 쓰기 교육이 가능할 리 없으니까요.
- 본문 141쪽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읽고 쓰는 일의 성격을 달라지게 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대학 평가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일이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수행평가에 AI를 활용해 과제를 제출하는 일은 부지기수다. 생성형 AI는 읽기 자료를 순식간에 간추려 핵심만 뽑아 정리하여 사용자가 제시한 관점에 따라 한 편의 완성된 글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이 속도와 생산성은 학습자에게 매우 유혹적이다. 김성우는 주어진 자료를 읽지 않고 AI에 맡겨 글의 생성부터 시작하는 것을 ‘읽기와 쓰기의 전도’라고 부르며, 점차 읽기와 쓰기가 분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읽기와 쓰기 과정의 ‘모든 것을 맡길 수는 없다’. 간략하게 요약된 텍스트일지라도 인공지능이 생성해 낸 결과물을 제 것으로 읽어 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기본적인 문해력과 비판적인 검토 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편향성이나 그럴듯한 가짜를 지어내는 ‘환각’을 걸러 내어 분석적으로 답변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기본적인 읽기 능력은 필수적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국어 교과에 ‘매체’ 영역이 신설되었고, 대부분의 모든 교과에는 정보 검색을 활용하는 활동이 포함되어 있다. 누리집이나 저명한 매체의 기사를 활용할 것을 이야기해도 학생들의 눈은 포털에서 바로 뜨는 ‘AI 검색 기능’에 향한다. 이때 AI에 따른 정보는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에 출처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도는 비판적 리터러시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온 주변에 AI가 펼쳐져 있는 마당에, 그 유혹을 거스르는 일을 개인에게 맡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AI가 생성한 정보의 출처를 다시 확인하고, 내용 점검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고, 그 지식을 다시 제 언어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김성우는 읽기와 쓰기 과정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사라질 수 있는 ‘가치 있는 경험’을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해 돌려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읽고 쓰는 과정을 인공지능에게 맡길 때 우리가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다. 자기 수준에 어려운 텍스트를 힘겹게 읽어 내어 이를 기존의 자기 세계와 결합해 자신이 이해한 만큼 나누는 경험, 그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언어 중에서 적절한 것을 세심하게 골라 글로 표현해 내는 경험. 이 지난한 경험을 인공지능에 외주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은 이 경험들을 어떻게 결과로 만들어 내고 있는지 그 과정을 메타인지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을 자신의 리터러시 기술에 반영해 보는 것을 통해 복잡한 읽기와 쓰기 과정에서 획득할 수 있는 역량을 지켜 낼 수 있다.
함께 공명하기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많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해 어떤 가치를 품고 어떤 사회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즉, 김성우의 비유에 의하면 ‘더 많은 지식 축적과 수직적이고 유기적인 성장을 독려하는 바벨탑으로서의 인공지능’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나와 타인을 이어 주고, 나와 자연을 이어 주고, 내가 모르는 교과와 나를 이어 주는, 그리하여 인간과 비인간을 포함한 우리 모두를 이어 주며 더 나은 삶과 행성을 꿈꾸게 하는 다리로서의 인공지능’은 잘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더 좋은 삶과 사회를 만드는 걸 상상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우리는 인공지능 교육을 말할 때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김제원은 서로가 비슷한 몸을 가진 우리가 ‘공명’하는 경험을 잊지 않기를 이야기한다. 코로나19 초기 비대면 학습으로도 충분한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이 번졌지만, 결국 우리는 그 시간을 지나며 ‘만남을 통한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깨달았다. 우리는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각으로 세상을 익히고 경험하며 그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는 주변 사람들과 서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감지할 수 없는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 함께 쌓아 온 역사성, 복잡하게 얽힌 맥락과 같은 고유함을 느끼고 인식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는 교육 현장 안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공명하는 경험들로, 비슷한 몸의 반응을 계속 일깨우며 연결을 이어나가면 좋겠다. 데이터값을 넘어선 공명의 경이는 우리를 계속해서 연대하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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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 매체인 격월간 《오늘의 교육》을 펴내고, 세상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삶을 함께 꿈꾸고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모임도 꾸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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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오늘의 교육》과 교육 관련 책들을 발행하며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육》은 손쉬운 희망과 위로를 건네지 않고 정직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매체가 되고자 애써 왔습니다.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을 증언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책상에 ‘널브러진’ 학생들, 스펙 경쟁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삶의 문제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고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근대적인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성찰하고 바꾸어 나가는 데서 풀어 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 교육과 페미니즘, 마을과 학교, 광장과 민주시민교육, 4차 산업 혁명과 교육의 시장화라는 기획으로 계속해서 이어 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강연과 연수, 포럼 등을 통해 교육 현안을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와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이 시대 교육 포럼〉, 순종적인 교사이기만을 강요받는 불의한 시대에 불온한 교사를 꿈꾸자며 모인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교육과 삶의 생태적 전환을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함께 농사를 짓는 〈교육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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